소예지가 방명철과 십여 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고이한이 다가와 방명철에게 인사를 건넨 뒤 그녀를 향해 말했다.“소 박사,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어? 해외에서 온 분들 중에 소 박사와 꼭 인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소예지가 방명철을 바라보자 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가봐. 중요한 일이 먼저지.”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이한을 따라 연회장 반대편으로 향했다.고이한이 다가서자 한눈에 봐도 교포 출신으로 보이는 신사가 반갑게 맞이했다.“고 대표님.”“진 선생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소예지 박사입니다.”고이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 박사님, 반갑습니다. 드디어 직접 뵙게 되는군요.”진기태의 시선이 소예지에게 향했다. 그 눈빛에는 감탄과 존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또 다른 지인이 다가와 진기태에게 말을 걸었고 고이한은 소예지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여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프로젝트 후원금의 팔십 퍼센트는 진 선생님이 지원한 거야.”소예지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눈앞의 온화하고 점잖은 교포 출신 기업인이 재단의 최대 후원자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녀의 눈빛에는 자연스럽게 존중과 감사가 더해졌다.“진 선생님, 과학 연구를 위해 이렇게 큰 지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진기태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소 박사님, 그런 말씀 마세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합니다. 박사님의 논문과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거든요. 인류의 건강을 바꿀 수 있는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건 원래부터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요.”그의 말투에는 후원자의 우월감이나 생색내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과학에 대한 존중과 진심 어린 기대가 담겨 있었다.덕분에 소예지 역시 조금씩 긴장을 풀 수 있었다.“진 선생님,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는 이 자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