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창밖으로 도시의 소음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가운데 소예지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겉으로는 쉬고 있는 듯 보였지만 머릿속은 이미 군 측과의 협력 세부 사항을 정리하느라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고이한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길고 짙은 속눈썹이 눈꺼풀 아래로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단정한 콧날과 붉고 윤기 있는 입술이 시선을 붙잡았다.자신도 모르게 목울대가 한 번 조용히 움직였다.어둑한 빛 속에서 소예지는 마치 날카로운 발톱을 거둔 고양이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 모습이 묘하게 마음을 풀어지게 했고 고이한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소예지가 그런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도 지금은 달랐다.관계는 조금씩 풀리고 있었고 그녀는 협력을 받아들이며 이렇게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차가 고씨 저택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그 순간 소예지가 눈을 떴다. 눈 밑에 깔려 있던 피로가 아주 조금은 걷힌 듯했다.“다 왔어.”고이한이 낮게 말했다.소예지는 고이한을 따라 차에서 내려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에서는 고하슬의 신난 목소리와 고수경의 웃음소리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어가 보니 둘이 윷놀이판을 앞에 두고 한창 노는 중이었다.“아빠, 엄마, 돌아왔어요!”고하슬이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자 환하게 소리쳤다.“소예지 언니.”고수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진가영과 최현숙은 옆에 나란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할머니, 저 하슬이 데리러 왔어요.”소예지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진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예지를 바라봤다.“예지야, 피곤하면 하슬이 여기서 재워도 돼.”“저 안 피곤해요. 감사합니다.”소예지가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진가영도 더는 붙잡지 못하고 시선을 손녀에게 돌렸다.“하슬아, 엄마랑 집에 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