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채린아. 나 보고 싶었어?”수화기 너머로 도윤재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안채린의 눈 속에 짙은 증오가 스쳤지만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도윤재, 우리 아빠가 당신 손에 증거가 있다는 거 알아. 현금 10억 줄 테니까 증거 넘기래.”“뭐라고? 10억?”도윤재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높아졌다. 믿기 어렵다는 듯하면서도 그 안에는 광기 어린 기쁨이 섞여 있었다.“진짜야? 채린아, 나 속이는 거 아니지?”“내가 왜 속여.”안채린이 낮게 말했다.“아빠가 엄마랑 이혼하려는 거잖아. 어차피 아빠 돈은 내 돈도 아닌데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좋아, 알겠어. 문제없지.”도윤재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10억은 그에게 있어 횡재나 다름없었다.밤 아홉 시쯤, 인적이 끊긴 폐쇄된 부두 근처.안영수는 제시간에 차를 몰고 도착했다. 운전석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폭스바겐 한 대가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자신의 옛 부하 도윤재였다. 뒤에서 자신을 배신한 놈이라는 생각에 안영수는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이를 악물며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도윤재는 차에서 내리며 안영수를 보고 일단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안 대표님, 오셨군요.”안채린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오늘 밤 10억을 손에 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스쳤다.안영수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을 앞으로 내밀며 다가왔다. 그러자 도윤재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돈 가져오셨어요?”안영수는 가방을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육천만 원이야. 받고 증거랑 녹음 파일, 백업 전부 내놔.”도윤재의 얼굴에 서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굳었다. 가방을 열어 확인해 보자 역시 육천만 원뿐이었다.안채린이 말한 10억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육천만 원이요? 대표님, 내가 거지도 아니고!”도윤재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가방을 홱 내던졌다.“안채린이 10억 준다고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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