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되어 택시에 올라탄 심유빈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미나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아야, 미나 언니랑 연락됐어?”전화를 받은 비서는 평소 심유빈에게 그럭저럭 잘 대해주던 사람이었다.“미나 언니는 집에 계세요. 유빈 언니, 언니도 귀국하셨어요?”“돌아왔어. 언니 한번 만나고 싶은데 나 대신 약속 좀 잡아줄래?”심유빈이 말했다.“죄송한데, 미나 언니가 지금은 언니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또...”“또 뭐라고 했는데?”“미나 언니가 오늘부터 더 이상 언니 매니저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언니 관련 보도자료나 업무도 일절 맡지 않겠다고요. 유빈 언니, 혹시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순간 심유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번에 돌아오는 길에 겪은 일들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런데 귀국하자마자 유미나가 아무런 말도 없이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그동안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사 한마디 없이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안 싸웠어.”심유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 대신 언니한테 전해줘. 저녁에 내가 밥 살 테니까 그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네, 유빈 언니.”비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심유빈은 밀려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앞으로 유미나가 곁에 없으면 많은 일을 직접 처리해야 했고 광고 관련 업무 역시 대부분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기에 담당자가 바뀌면 지금처럼 호흡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심유빈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지 않은 듯한 적막한 분위기와 탁자 위에 내려앉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예전 같았으면 심유빈이 돌아오기 전부터 유미나가 청소 업체를 불러 집 안을 말끔하게 정리해 두곤 했고 그녀가 좋아하는 꽃까지 준비해 화병마다 꽂아두곤 했다.하지만 지금 별장 안에는 그런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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