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421 - Chapter 1430

1432 Chapters

제1421화

유미나와 심유빈 사이의 계약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상태였다.그럼에도 그녀가 심유빈 곁에 남아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하나는 심유빈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쌓아온 정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오늘부터 유미나는 심유빈이라는 사람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했다.저녁 일곱 시.소예지는 딸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와 함께 놀아주고 있었다.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소예지의 귓가에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안아!”소예지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미끄럼틀 근처에 이안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이어 시선을 옮기자, 보호자 구역에서 윤하준이 통화를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이런 곳에서 우연히 마주칠 줄은 소예지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윤하준 역시 그녀를 발견했는지 먼저 다가왔다.“예지 씨, 오랜만이네요.”윤하준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요즘 바쁘세요?”“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윤하준의 대답을 들은 소예지는 문득 지난번 주경화를 만났을 때, 그녀가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방금 한 일을 잊어버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의학을 공부했던 그녀는 이런 증상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지난번에 어머님을 뵀을 때 뭔가 챙기시려던 걸 깜빡하신 것 같더라고요.”소예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윤하준을 바라보았다.“요즘 어머님이 자주 깜빡하시는 일이 있나요?”소예지의 말을 들은 윤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그러고 보니 확실히 요즘 엄마가 건망증이 심해지신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뭘 끓이시다가 가스불을 끄는 것도 잊으실 뻔했는데 다행히 여사님이 타는 냄새를 맡고 바로 꺼주셨어요.”그제야 윤하준은 상황이 예사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동안 그는 어머니가 나이가 드셔서 가끔 깜빡하시는 거라고만 여겨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소예지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이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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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새하얀 셔츠에 정장 바지를 차려입고 머리까지 단정하게 넘긴 고이한은 중요한 회의를 마치고 막 자리를 빠져나온 사람처럼 깔끔한 모습이었다.“이한아, 왔어?”윤하준이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소예지는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한 뒤 고이한에게 말했다.“하슬이 좀 봐줘. 나 먼저 올라갈게.”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서 일 봐.”소예지는 윤하준에게도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얘기 나누세요. 저는 먼저 들어갈게요.”소예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중요한 보고서가 있었다.그녀는 두 사람에게서 멀어져 아파트 동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윤하준은 소예지가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방금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짧은 대화만으로도 고이한과 소예지 사이의 거리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무엇보다 소예지가 고이한을 대하는 태도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예전처럼 경계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아이를 함께 돌보며 생긴 연결고리와 고이한이 업무적으로 소예지를 도와주는 부분까지 더해지면서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듯했다.윤하준은 속으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보아하니 둘이 점점 더 잘 지내는 것 같은데.”윤하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고이한은 멀어져 가는 소예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윤하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쓴웃음이 어린 눈빛에는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이 담겨 있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분명히 드러났다.“아직 갈 길이 멀어.”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고이한의 현재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그는 소예지가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거리를 좁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때 이안과 고하슬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윤하준은 시간을 확인한 뒤 고이한에게 말했다.“나 먼저 이안이 데리고 올라갈게.”“아빠, 나랑 산책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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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되어 택시에 올라탄 심유빈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미나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아야, 미나 언니랑 연락됐어?”전화를 받은 비서는 평소 심유빈에게 그럭저럭 잘 대해주던 사람이었다.“미나 언니는 집에 계세요. 유빈 언니, 언니도 귀국하셨어요?”“돌아왔어. 언니 한번 만나고 싶은데 나 대신 약속 좀 잡아줄래?”심유빈이 말했다.“죄송한데, 미나 언니가 지금은 언니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또...”“또 뭐라고 했는데?”“미나 언니가 오늘부터 더 이상 언니 매니저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언니 관련 보도자료나 업무도 일절 맡지 않겠다고요. 유빈 언니, 혹시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순간 심유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번에 돌아오는 길에 겪은 일들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런데 귀국하자마자 유미나가 아무런 말도 없이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그동안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사 한마디 없이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안 싸웠어.”심유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 대신 언니한테 전해줘. 저녁에 내가 밥 살 테니까 그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네, 유빈 언니.”비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심유빈은 밀려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앞으로 유미나가 곁에 없으면 많은 일을 직접 처리해야 했고 광고 관련 업무 역시 대부분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기에 담당자가 바뀌면 지금처럼 호흡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심유빈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지 않은 듯한 적막한 분위기와 탁자 위에 내려앉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예전 같았으면 심유빈이 돌아오기 전부터 유미나가 청소 업체를 불러 집 안을 말끔하게 정리해 두곤 했고 그녀가 좋아하는 꽃까지 준비해 화병마다 꽂아두곤 했다.하지만 지금 별장 안에는 그런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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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전화 너머의 유미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초간 침묵하던 그녀는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빈아, 가족끼리도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한다잖아. 우리도 이참에 한 번 계산해볼까?”가뜩이나 청구서를 보고 화가 나 있던 심유빈은 유미나의 사무적인 말투를 듣는 순간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원래는 유미나의 마음을 돌려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유미나가 정말 자신과의 관계를 끝낼 생각이라는 것을 심유빈도 알아차린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심유빈 역시 순순히 손해 볼 생각은 없었다.“나랑 계산을 하자고?”심유빈이 차갑게 웃었다.“좋아. 그럼 나도 제대로 따져볼게. 그동안 내가 언니한테 사준 가방이며 액세서리, 명품들만 해도 현금으로 따지면 수억은 훌쩍 넘을 거야. 이것도 돈 아니야? 게다가 언니한테 지급한 수수료도 다른 매니저들보다 5퍼센트나 더 높게 줬잖아. 그것도 결국 돈이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 비용을 청구한다고?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옆에 있던 지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혀를 찼다.두 사람 사이가 정말 완전히 틀어진 모양이었다.전화 너머의 유미나는 심유빈이 이렇게까지 나올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그녀가 보낸 청구서는 지난 1년 동안 심유빈을 대신해 먼저 지출했던 비용들이었다. 원래라면 나중에 정산받아야 할 돈이었다.하지만 지금 심유빈이 과거에 자신이 해준 것들을 하나씩 꺼내 계산하려 들자 유미나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정까지 완전히 식어버렸다.“유빈아, 너 정말 다시 봤다.”유미나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그 선물들은 네가 자발적으로 준 거잖아. 우리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내가 너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 거고. 그런데 이제 와서 그걸 마치 흥정할 카드처럼 꺼내는 거야?”“그 5퍼센트도 네가 먼저 제안한 거잖아. 내가 7년 동안 네 옆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얼마나 많은 걸 감당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그동안 참아왔던 억울함이 한꺼번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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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지아는 심유빈에게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휴대폰만 무사히 돌려받으면 됐다. 얼마 전에 새로 바꾼 휴대폰이라 평소에도 꽤 아끼던 것이었다.“유빈 언니, 저 먼저 갈게요!”지아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방금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만으로도 유미나와 심유빈 사이가 이미 완전히 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아가 떠나자 심유빈은 힘이 풀린 듯 몸을 휘청이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가슴은 거칠게 오르내렸고 머릿속에는 유미나가 마지막으로 던진 그 말만 계속해서 반복됐다.‘고이한이 없었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었을걸.’심유빈은 줄곧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필이면 유미나가 한 말이 현실과 너무 가까웠다.실력만 놓고 보면 자신보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자신처럼 대중적인 명성과 인기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한때 심유빈이 누렸던 명예와 부, 지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는 모두 그녀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언제나 고이한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유미나가 광고나 각종 기회를 가져올 때마다 고이한의 이름을 언급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물론 그런 일들은 모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고 여기에 심유빈 스스로 만들어온 이미지 관리와 홍보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그녀와 고이한의 관계가 단순한 후원 이상의 것이라고 믿게 됐다.심지어 언젠가는 그녀가 고이한의 아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심유빈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그러면서도 유미나의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내가 한물갔다고?’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심유빈의 커리어는 이미 눈에 띄게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최근에는 방기성에게 모든 신경을 쏟느라 자신의 일에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고 그 결과 지금 그녀 곁에는 의지할 사람도, 대신 일을 처리해 줄 매니저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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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그제야 심유빈은 자신이 완전히 혼자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인터넷에는 그녀를 향한 비난과 부정적인 기사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사람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어 상황을 지켜봤고 그중에는 평소 심유빈의 소식을 챙겨보던 박시온도 있었다.특히 박시온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해당 글의 링크를 소예지에게 보냈다.[얼른 봐봐. 진짜 속 시원한 일이야.]보고서를 작성하던 소예지는 아직 링크를 확인하지 못한 채 답장을 보냈다.[무슨 일인데?][심유빈이랑 매니저가 완전히 틀어졌대! 게다가 매니저가 직접 나서서 심유빈의 실체까지 폭로하고 있다잖아. 진짜 통쾌하다.]소예지는 그제야 링크를 열어보았다.화면에는 심유빈의 매니저가 올린 장문의 폭로 글이 올라와 있었다.오랜 시간 심유빈 곁에서 일했던 사람이었던 만큼 누구보다 그녀의 약점과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소예지는 내용을 대충 확인한 뒤 오히려 담담해졌다.그리고 박시온에게 답장을 보냈다.[봤어.][그렇지? 이건 완전 자업자득이야. 앞으로도 그렇게 잘난 척할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고. 예지야, 너도 속 시원하지 않아? 예전부터 걔가 너한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데.]소예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을 보냈다.[조금은.]사실 심유빈은 이미 오래전에 소예지의 인생에서 지나간 사람이었다. 굳이 시간을 들여 신경 쓸 가치조차 없었다.앞으로 심유빈이 어떻게 되든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삶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소예지는 이제 그런 사람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계속 볼래. 매니저가 또 어떤 걸 더 폭로할지 궁금하거든.]박시온은 요즘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기에 이런 일을 지켜볼 시간도 충분했다.소예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눈앞의 실험 보고서에 집중했다.이 자료는 M국 학술 교류회에서 사용할 자료였다.그녀에게는 화면 속 데이터와 그래프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소동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대상이었다.한편, 어느 소형 아파트.안채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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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안채린은 곧바로 댓글을 이어서 남겼다.[쟤는 그냥 고이한한테 계속 들러붙으면서 마케팅으로 둘 사이를 억지로 포장한 거잖아. 몇 년 동안 사람들 눈속임한 거네.]곧 다른 댓글이 이어졌다.[결국 고이한 이름 팔아서 자기 가치 올린 거네? 진짜 대단하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안채린은 댓글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답을 달았다.최근 들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은 오랜만이었다.한편 심유빈은 여전히 인터넷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여론은 이미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그녀의 SNS 댓글 창 역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비난과 조롱, 욕설이 쉴 새 없이 올라오며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있었다.일부 팬들이 여전히 그녀를 감싸기도 했지만 새로운 폭로가 계속 이어지자 그마저도 점점 힘을 잃었다.심유빈은 속수무책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자신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가 단 몇 시간 만에 인터넷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었다.온몸이 떨렸다. 마치 차가운 물 속에 빠진 것처럼 손끝까지 서늘해졌다.심유빈은 급히 여론 관리 업체 몇 곳에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모두 비슷했다.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거나 아예 이 일을 맡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곳도 있었다.어쨌든 이번 일에는 고이한이라는 재계 인사가 얽혀 있었다.잘못 대응했다가는 여론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문제에 휘말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심유빈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낮게 신음을 흘렸다.“아...”유미나에게 등을 돌린 대가가 이렇게까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역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등을 돌리면 그 사람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되는 법이었다.지금 심유빈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모든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며 손가락질하는 기분이었다.밀린 월급 문제와 배은망덕한 행동만으로도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기 충분했다.게다가 그녀가 아무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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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심유빈은 지금쯤 소예지가 이 뉴스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자신을 비웃는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속에서는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피어올랐다.심유빈은 눈물을 닦아내고 곧장 1층 욕실로 향했다.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조금 지쳐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이었다.그녀에게는 아직 남은 것이 있었다.이 얼굴과 몸매만큼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그 순간 심유빈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예전에 경주의 행사에 참석했을 때였다.당시 한 부동산 개발업체 사장이 사람을 보내 명함을 건네며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었다.그때는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심유빈은 그 남자가 자신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이가 오십 대 초반이기는 했지만 지금 그녀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지금 심유빈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을 해결해 줄 사람이었다.그리고 이런 문제는 그런 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심유빈은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고 휴대폰을 들어 저장된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머릿속에는 그 사장의 모습이 떠올랐다.체격은 조금 통통했고 눈빛에는 오랜 사회 경험에서 나온 노련함과 함께 감추기 어려운 욕심이 담겨 있던 중년 남자였다.그때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에도 숨기지 못한 의도가 느껴졌다.마침내 번호를 찾아냈다.저장된 이름은 ‘태성부동산 개발 조병호’였다.바로 그 사람이었다.심유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표정을 가다듬은 뒤 전화를 걸었다.몇 초 후, 전화 너머에서 의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조 대표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저 심유빈이에요. 혹시 기억하세요?”심유빈은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다.“심유빈?”조병호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그러다 곧 그녀를 떠올린 듯 흥미로운 기색을 드러냈다.“아, 심유빈 씨군요. 유명한 피아니스트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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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심유빈은 끝내 참아냈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도 다른 선택을 할 기회도 남아 있지 않았다.“문제없어요, 조 대표님. 저도 그냥 신세만 질 수는 없죠.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경주에 갈게요.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심유빈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남자를 대하는 데에는 그녀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좋아요. 시원시원해서 좋네. 기다리고 있을게요.”전화가 끊겼다.심유빈은 알고 있었다. 조병호만 잘 설득한다면 인터넷에서 벌어진 문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그녀는 곧바로 가방을 챙겨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샤워를 마친 뒤 다시 단정하게 준비를 마친 그녀는 공항으로 향했다.인터넷상의 논란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박시온은 그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심유빈의 팬이었다가 안티로 돌아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들까지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폭로가 이어지면서 심유빈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피아노 여신’이라는 이미지는 거의 산산이 부서졌다.그러던 중 박시온은 익명의 네티즌이 올린 글 하나를 발견했다.[너희들 정말 걔가 피아노 여신이라고 생각해? 실력은 딱 그 정도야. 그냥 뒤에 있는 큰손이 돈을 쏟아부어서 세계 무대에 세워준 거지.][그 큰손이 고이한인가요?][누군지는 몰라도 어쨌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는 것도 과장된 부분이 많아. 업계 사람들은 다 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걸.][결국 자본으로 띄운 거잖아. 자기 이미지 포장 하나는 정말 잘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진 이미지였네.]이후에도 비슷한 댓글들이 계속 이어졌다.박시온이 보기에는 분명 심유빈과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운 사람이 나서서 진실을 폭로하는 분위기였다.처음에는 인성 문제로 시작된 논란이 이제는 실력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많은 전문가들도 하나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사흘 뒤, 심유빈을 둘러싼 화제성은 마침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새로운 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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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조병호가 그녀의 마지막 남자가 될 리는 없었다.심유빈은 지금 그의 인맥을 이용해 경주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이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앞으로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볼 생각이었다.그녀도 이제는 안정된 삶을 원했고 반드시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했다.가능하다면 고이한이나 윤하준, 하종호 같은 남자가 좋았다.만약 그런 인품과 능력을 갖춘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결혼할 생각이었다.그때 심유빈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예전에 소예지를 쫓아다녔던 남자, 임현욱. 그 역시 경주 출신인 듯했다. 심유빈은 기회가 된다면 조병호에게 조용히 물어보기로 했다.대체 소예지를 따라다녔다는 그 남자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했다.저녁이 되자 조병호는 또다시 심유빈을 술자리에 초대했다.차에 올라탄 심유빈은 자연스럽게 조병호의 품에 기대며 웃었다.“조 대표님, 인맥도 넓으시고 경주 상류층 사람들도 많이 아시잖아요. 혹시 군 쪽 사람들도 아세요?”조병호는 심유빈 앞에서 자신의 능력과 인맥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그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내 친구들 중에도 군 쪽 사람들이 있어. 나를 너무 얕보면 안 돼.”“제가 어떻게 감히 조 대표님을 얕보겠어요. 그냥 제 친구 하나가 군인에게 관심을 받고 있어서요. 그 사람 신분을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심유빈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조병호는 바로 물었다.“말해봐. 그 사람 이름이 뭔데?”“제 친구가 그러는데... 임현욱이라고 하더라고요.”심유빈은 또렷하게 이름을 말했다.“임현욱?”조병호는 순간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심유빈을 밀어내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누구라고? 그 임현욱?”심유빈은 그의 격한 반응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네. 제 친구가 그 사람 이름이 임현욱이라고 했어요. 왜 그러세요, 조 대표님? 그 사람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문제?”조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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