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은 소예지가 다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갈망이 다시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오래전부터 억눌러 왔던, 그녀를 향한 욕망이었다.마침내 한 곡이 끝나자 소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고이한은 살짝 붉어진 그녀의 뺨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같이 가.”강당 밖으로 나오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층 고요하고 아름다웠다.맞은편에는 인공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달빛이 내려앉은 수면은 잔잔한 물결 위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소예지는 호숫가 벤치에 앉았고 고이한은 그 옆에 조용히 서서 함께 밤 풍경을 바라봤다.그는 재킷을 벗어 팔에 걸쳤다. 이마에 옅은 땀이 맺히자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그 역시 오랜만에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소예지는 문득 떠오른 듯 고개를 들어 물었다.“내일 진기태 대표님 뵙고 식사 한 번 대접할 수 있을까?”고이한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 대표님을 만나려고?”“이번에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해야 하잖아. 내 연구를 믿고 지원해 주신 것에 직접 감사드리고 싶어.”소예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이한은 잠시 말을 삼켰다.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살짝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결국 그는 다른 말을 꺼내지 않고 낮게 대답했다.“그래. 내가 대신 약속을 잡아둘게.”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고마워.”두 사람이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을 때는 무도회가 이미 끝난 뒤였다.아일라 일행은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소예지와 고이한도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로 이끌려 갔다.어느새 술은 샴페인 대신 레드와인으로 바뀌어 있었다.소예지는 사람들과 차례로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나눴고 어느새 두 번째 잔까지 비우고 말았다.“소 박사,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뇌-컴퓨터 프로젝트를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셨고, 구형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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