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여섯 시쯤 이문혁의 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소예지는 차에 올라 도심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최근에는 좀처럼 밖에 나와 쉴 시간이 없었던 터라 창밖으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이어지는 야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고 대표님은 최상층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 박사님, 올라가시죠.”이문혁의 말을 듣고 차에서 내린 소예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직원의 안내를 받아 프라이빗 룸에 들어서자 통유리창 너머로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졌다.고이한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왔어?”소예지를 발견한 그가 고개를 들자 눈에 부드러운 웃음이 어렸다.정장 재킷은 벗어 둔 채 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모습은 평소보다 한결 느슨하고 편안해 보였다. 콧대 위에는 낮에 썼던 안경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고이한은 안경을 벗어 다리를 접은 뒤 셔츠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밥 먹고 시간 있어? 새 안경 하나 고르고 싶어.”소예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 눈 안 나쁘잖아?”“써 보니까 괜찮더라고.”고이한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순간 고이한의 머릿속에 예전 소예지가 안경을 쓰고 강연대에 섰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었다.소예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이한은 이미 음식을 주문해 둔 상태였다.음식이 나오자 소예지는 기다렸다는 듯 먼저 장비 이야기를 꺼냈다.“돈은 준비해 뒀어. 언제 보내면 돼?”하지만 고이한은 여유롭게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 너무 피곤해. 일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소예지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장비 얘기를 하자며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한 사람은 고이한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니 어이가 없었다.그래도 자세히 보니 정말 피곤해 보이기는 했다. 결국 소예지는 더 말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을 누르며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었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아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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