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Bab 1651 - Bab 1660

1726 Bab

제1651화

소예지의 마음에 죄책감이 밀려왔다.아무래도 고이한은 어젯밤부터 이미 고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밤새 열에 시달렸다는 뜻이었다.“당신 열나. 병원 가자. 아니면 내가 김 비서한테 전화해서 데려다 달라고 할게.”고이한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더니 다음 순간 소예지를 끌어당겨 뜨거운 품 안에 가뒀다.거칠게 숨을 내쉬던 고이한이 고집을 부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무 데도 안 가.”갑작스럽게 그의 품에 갇힌 소예지는 걱정과 초조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빠져나오려 해도 고이한은 좀처럼 팔을 풀어 주지 않았다.소예지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일단 놔봐. 지금은 병원에 가야 해.”하지만 고이한은 놓기는커녕 오히려 팔에 더 힘을 주며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깊이 묻었다.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는 가운데 고열로 잔뜩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가... 당신이 내 옆에만 있으면 됐어. 어디도 안 갈 거야...”소예지는 더 이상 강하게 밀어낼 수가 없었다.어젯밤 하필 그런 말을 꺼낸 것도 미안했고 그때 이미 열이 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결국 소예지의 마음이 약해졌다.“알았어. 병원은 안 가도 돼. 대신 내가 해열제 가져올게. 응?”이대로 계속 열이 오르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마침 집에 상비약이 있다는 것도 떠올랐다.고이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제야 팔을 풀어 줬다.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결문을 통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열제를 챙겨 다시 돌아왔다. 미지근한 물도 한 잔 받아 약과 함께 내밀었다.“일단 약부터 먹어.”고이한은 약과 물을 받아 순순히 삼켰지만 시선만큼은 줄곧 소예지에게 머물러 있었다.마치 약을 다 먹는 순간 그녀가 다시 떠나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콜록!”결국 물이 잘못 넘어가 고이한이 기침을 터뜨렸다. 약을 먹으면서도 온통 소예지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탓이었다.소예지는 얼른 휴지를 뽑아 그에게 건넸다.한동안 기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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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만약 자신이 어떻게든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면 지금 소예지의 곁에 있는 남자는 임현욱이나 윤하준 혹은 강준석 중 한 사람이었을지도 몰랐다.세 사람 모두 훌륭했다. 소예지를 존중했고 그녀를 향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소예지가 누구를 선택하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유독 자신만 그녀를 옭아매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지난 삼 년 동안 이혼한 전처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애쓰고 방법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고이한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다시 그녀의 곁에 설 수 있었을까.어떻게 다시 그녀를 사랑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었을까.따뜻한 물줄기가 머리 위로 쏟아져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고이한은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한동안 그대로 물을 맞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이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까지 조금은 씻어 내려 주길 바라는 듯했다.소예지가 양희순에게 국수를 부탁한 뒤 고이한의 2층 거실까지 가져오는 데는 십오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런데도 고이한은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소예지는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서는 계속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상하리만큼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설마 안에서 쓰러진 건 아니겠지?’불안해진 소예지는 곧바로 그를 불렀다.“고이한.”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더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소예지는 거의 망설이지 않고 욕실 문을 밀어 열었다.철컥.욕실 안은 뿌연 수증기로 가득했다.고이한은 유리 칸막이 안에서 한 손으로 타일 벽을 짚은 채 샤워기 아래에 가만히 서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제야 고이한이 반응했다. 살짝 눈을 좁힌 그가 욕실 안으로 들어온 소예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왜 들어왔어?”그 순간 소예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물안개 너머로 보이는 고이한의 탄탄한 몸은 조금 전까지 걱정했던 것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뒤늦게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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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소예지는 붙잡힌 손을 빼낸 뒤 고이한을 똑바로 바라봤다.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진심이야.”고이한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고 눈에는 순간 고통스러운 기색이 스쳤다.몸은 고열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마음은 반대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심장이 뛸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통증이 번지는 듯했다.“일단 열부터 내려.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소예지는 드라이어 선을 정리해 욕실에 가져다 놓았다.잠시 뒤 돌아왔을 때도 고이한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굳어 있는 모습에서는 잔뜩 마음이 상한 기색이 느껴졌다.“왜?”고이한이 고개를 들었다.그는 어떻게든 이유를 알아내려는 듯 다시 물었다.“당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소예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목소리는 조금 누그러뜨렸다.“그만하자. 지금은 이 얘기 하지 말고 열 내리고 몸 괜찮아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응?”“몸?”고이한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큰 체격으로 성큼 다가서자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는 입가에 자조적인 쓴웃음을 띠었다.“당신은 내가 지금 내 몸 같은 걸 신경 쓸 것 같아?”소예지는 어젯밤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결국 사과했다.“미안해. 어젯밤에는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어.”고이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아. 임현욱도 윤하준도 강준석도 다 당신한테 잘해 주잖아. 내가 계속 붙잡지 않았으면 당신은 어쩌면... 더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소예지는 멈칫했다.고이한이 먼저 그 사람들을 입에 올릴 줄은 몰랐기에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고이한은 눈을 내리깔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인정해. 지난 삼 년 동안 다른 남자들이 당신 곁에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어. 내가 당신 인연을 망쳤다고 원망하는 거라면 마음껏 미워해.”소예지의 미간이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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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소예지는 몇 초 동안 그대로 굳어 있었다.차마 고이한이 정말 울고 있는지 곧바로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정말 울고 있다고 해도 최현숙을 떠나보낸 슬픔 때문일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고이한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속에 쌓인 슬픔을 제대로 쏟아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이유가 무엇이든 소예지의 마음은 순간 복잡하게 뒤엉켰다.“이러지 마.”소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고이한은 눈을 감고 있었다. 짙은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선명했고 눈가도 아직 젖어 있었다.소예지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눈가를 살며시 닦아 주었다.“너무 힘들어하지 마.”그 순간 고이한이 깊고 검은 눈을 떴다.그 눈에는 원망 어린 빛이 짙게 어려 있었다.소예지는 그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전혀 다른 이유로 생각하고 있었다.고이한은 다시 팔을 뻗어 그녀를 꽉 끌어안고 얼굴을 목덜미에 깊이 묻었다. 뜨거운 숨결이 거칠게 닿았고 잠긴 목소리에는 짙은 콧소리까지 섞여 있었다.“내 옆에 있어 줘. 가지 마...”거의 고집에 가까운 부탁이었다.소예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슬이는 아침에 수경 씨가 데리고 어머니 댁에 갔어.”당장은 자신이 이곳에 남아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이한은 작게 “응.” 하고 대답했다.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했다.딸이 곁에 없으니 적어도 지금만큼은 소예지가 온전히 자신의 곁에 있어 줄 수 있었다.“뭐라도 좀 먹고 푹 자.”지금 고이한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잠을 푹 자고 열을 내리는 일이었다.고이한은 말없이 소예지의 손을 잡더니 입가로 가져갔다.아픈 자신 때문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고 그 마음을 대신하듯 손등에만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손등에 닿은 입술의 온기와 진지한 고이한의 표정에 소예지의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복잡한 감정이 가슴 깊숙이 번져 갔다.잠시 후 고이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는 여전히 소예지의 손을 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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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소예지는 어쩔 수 없이 고이한을 부축해 침실로 데려갔다.고이한은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천천히 옆으로 누웠다. 누운 뒤에도 얼굴은 소예지가 있는 쪽을 향하고 있었다.“가지 않으면 안 돼?”고이한이 힘없는 목소리로 부탁했다.소예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안 갈게. 자.”그제야 고이한은 안심한 듯 눈을 감았다.며칠 동안 쌓인 피로에 고열까지 겹쳤으니 몸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호흡은 묵직하면서도 고르게 변했다.하지만 미간은 여전히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잠든 뒤에도 무언가를 걱정하는 사람처럼 좀처럼 표정이 편안해지지 않았다.소예지는 창가에 놓인 1인용 소파에 앉아 턱을 괸 채 한동안 침대에 누운 고이한을 바라봤다.마음이 복잡했다.창밖에는 여전히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소예지의 마음도 창밖에 흩날리는 빗줄기처럼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럼에도 최현숙의 마지막 유언과 방재근의 아내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오히려 소예지의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사람의 감정은 때로 순간적인 집착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고이한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에도 과거의 정이 어느 정도 섞여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아니면 절대 안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었다.그때 침대에 누운 고이한이 희미하게 잠꼬대를 했다.좋지 않은 꿈이라도 꾸는지 이마에는 어느새 잔땀이 맺혀 있었다.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와 그의 이마와 얼굴에 맺힌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 줬다.그 순간 고이한의 손이 갑자기 뻗어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소예지는 멈칫하며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고이한이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은 것뿐이었다.소예지는 손을 빼지 않았다.괜히 깨우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한동안 곁에 앉아 있다가 고이한이 다시 깊이 잠들어 저도 모르게 손을 놓고 나서야 소예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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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소예지는 전화를 받을 생각도 못 한 채 휴대폰을 움켜쥐고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고이한의 집과 연결된 문을 열고 곧장 2층 침실로 달려갔다.너무 급하게 뛰어온 탓에 문을 들어서자마자 단단한 품에 그대로 부딪쳤다.상대도 놀랐는지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싸 넘어지지 않게 붙잡았다.소예지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고이한이었다.그는 짙은 회색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까지 말끔하게 손질한 상태였다. 안색이 조금 창백한 것만 빼면 어느새 평소의 냉철한 사업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고이한은 품 안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소예지를 내려다봤다. 다급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얼굴을 보자 그의 눈에 희미한 웃음기가 스쳤다.아무리 모진 말로 자신을 밀어내도 행동까지 감출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다급하게 달려온 것만 봐도 소예지가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소예지가 그의 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자 고이한도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며 소매 단추를 정리했다. 말끔하게 갖춰 입은 차림을 보니 외출할 준비를 마친 게 분명했다.“당신 아직 아프잖아. 어디 가?”소예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회사에 급한 회의가 있어. 잠깐 다녀와야 해.”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뒤 덧붙였다.“당신한테 전화한 것도 나간다고 말하려고 한 거야.”소예지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괜히 헛기침을 한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아... 난 또...”“내가 많이 아파서 당신한테 살려 달라고 전화한 줄 알았어?”고이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아직 열도 다 내리지 않은 주제에 여유롭게 자신을 놀리는 모습이 얄미울 정도였다.고이한은 서랍에서 안경을 꺼내 자연스럽게 콧등에 걸쳤다.안경을 쓰자 충혈된 눈과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자연스럽게 가려졌다. 그 덕분인지 평소의 냉철하고 빈틈없는 사업가다운 분위기가 한층 짙어졌다.소예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상태로 운전할 수 있어?”“할 수 있어. 이제 미열 정도야.”고이한은 손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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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저녁 여섯 시쯤 이문혁의 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소예지는 차에 올라 도심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최근에는 좀처럼 밖에 나와 쉴 시간이 없었던 터라 창밖으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이어지는 야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고 대표님은 최상층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 박사님, 올라가시죠.”이문혁의 말을 듣고 차에서 내린 소예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직원의 안내를 받아 프라이빗 룸에 들어서자 통유리창 너머로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졌다.고이한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왔어?”소예지를 발견한 그가 고개를 들자 눈에 부드러운 웃음이 어렸다.정장 재킷은 벗어 둔 채 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모습은 평소보다 한결 느슨하고 편안해 보였다. 콧대 위에는 낮에 썼던 안경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고이한은 안경을 벗어 다리를 접은 뒤 셔츠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밥 먹고 시간 있어? 새 안경 하나 고르고 싶어.”소예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 눈 안 나쁘잖아?”“써 보니까 괜찮더라고.”고이한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순간 고이한의 머릿속에 예전 소예지가 안경을 쓰고 강연대에 섰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었다.소예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이한은 이미 음식을 주문해 둔 상태였다.음식이 나오자 소예지는 기다렸다는 듯 먼저 장비 이야기를 꺼냈다.“돈은 준비해 뒀어. 언제 보내면 돼?”하지만 고이한은 여유롭게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 너무 피곤해. 일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소예지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장비 얘기를 하자며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한 사람은 고이한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니 어이가 없었다.그래도 자세히 보니 정말 피곤해 보이기는 했다. 결국 소예지는 더 말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을 누르며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었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아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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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고이한의 말을 들은 소예지는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봤다.“무슨 뜻이야?”고이한은 안경 너머로 그녀를 바라봤다. 깊은 눈에는 살짝 짓궂은 웃음이 어려 있었다.“상공회의소에서 요즘 중점 연구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당신 연구가 지원 조건에 잘 맞고 장비 구매도 사업 예산에 포함돼 있어. 나는 그냥 말 한마디 하고 연결만 해준 거야.”결국 장비 구매 비용을 지원한 건 상공회의소였고 고이한은 그저 지원 사업과 연구소를 연결해 줬을 뿐이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소예지의 미간은 오히려 더욱 좁혀졌다.“그럴 필요 없어. 당신이 날 도와주려는 건 알아. 하지만 나 때문에 당신까지 곤란해지는 건 싫어. 당신이랑 내 관계는 워낙 민감하잖아.”아무리 상공회의소의 예산이라고 해도 전처의 연구를 지원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이 나오면 구설에 오를 수 있었다. 자칫 고이한의 평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그러나 고이한은 조금도 거리낄 게 없다는 얼굴이었다.“내가 상공회의소 돈까지 끌어다 당신 마음을 사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우선 그 돈은 고신 그룹 재단에서 출연한 자금이야.”“자금의 사용처를 결정할 권한도 우리 쪽에 있어. 무엇보다 당신의 연구 방향과 가능성은 지원 기준에 충분히 부합해.”말을 마친 고이한이 소예지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보다 더 가치 있는 사업이 어디 있겠어? 내가 당신을 돕는 건 뭔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당신한테 빚을 지우려는 것도 아니야.”“당신에게 필요한 게 있고 마침 내가 그걸 해줄 능력이 있는 것뿐이야.”선선한 밤바람이 불어와 소예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었다.소예지는 고이한의 마지막 말에 다른 뜻이 숨어 있다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다.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들자 마침 안경 너머로 웃고 있는 그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고이한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물었다.“당신 지금 다른 쪽으로 생각했지?”소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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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두 사람은 일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눴다.박시온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소예지가 고이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자 결국 입을 다물었다.밤 아홉 시쯤 고하슬이 돌아왔다.양희순은 곧바로 아이를 씻겨 줬고 소예지는 딸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월요일이라 학교에 가야 했기에 늦게까지 깨어 있게 둘 수 없었다.아이를 키우다 보니 소예지도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열 시가 되기도 전에 고하슬은 잠이 들었지만 소예지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가만히 누워 있던 그녀는 문득 고이한의 상태가 떠올랐다. 병원에는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혹시 미열이 계속되는데도 그냥 버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결국 소예지는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직도 미열 있어?]답장은 금방 왔다.[응. 아직 있어. 약 있어?][있어. 내가 가져다줄게. 두 알 먹어.]고이한은 순순히 답했다.[고마워.]소예지는 이지원에게도 장비 납품 상황을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확인 결과 장비는 실제로 상공회의소 예산으로 구매한 것이 맞았다. 그러니 소예지가 장비값을 따로 준비해 놓았다고 해도 정작 누구에게 돌려줘야 할지가 애매해졌다.당장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해열제와 따뜻한 물 한 잔을 챙겼다. 그대로 연결문을 지나 고이한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당연히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고이한은 보이지 않았다.소예지는 조용한 거실에 서서 2층을 올려다봤다.‘벌써 누워서 자는 건가?’결국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했을 때 안방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고이한이 샤워 가운을 걸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머리카락이 축축한 걸 보니 방금 샤워를 마친 모양이었다.약을 들고 직접 올라온 소예지를 보는 순간 고이한의 눈에 반가운 기색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왔어? 번거롭게 했네.”고이한이 그녀에게 다가왔다.“난 당신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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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다음 순간 고이한의 손가락이 소예지의 턱을 가볍게 붙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그가 몸을 숙이더니 오랫동안 억눌러 온 갈망을 더는 참지 못한 듯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읍...”소예지의 항의는 입맞춤 속으로 그대로 삼켜졌다.키스는 거칠고 강렬했다. 그동안 쌓인 그리움을 모두 쏟아내기라도 하듯 고이한은 좀처럼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소예지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익숙한 향과 체온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고이한의 품은 단단하고 뜨거웠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입맞춤은 그녀의 이성마저 흔들어 놓았다.소예지도 욕망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평소에는 일에 몰두하며 그런 감각을 억누른 채 잊고 지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억눌러 두었던 감각이 하나둘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이한의 입맞춤에 반응하자 익숙한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고 몸에서도 조금씩 힘이 빠졌다.고이한은 품 안의 여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평소 흰 가운 아래 단정하게 감춰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는 사람도 그였다.소예지는 평소에도 옷차림이 보수적인 편이었다. 드레스를 입을 때조차 몸을 과하게 드러내는 법이 없었지만 굳이 꾸미거나 드러내지 않아도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빛났다.얼굴뿐만 아니라 늘 단정한 옷차림 아래 감춰진 몸매 역시 충분히 눈길을 끌 만큼 아름다웠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고이한이 그제야 입술을 떼고 소예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댄 채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뜨거운 시선은 입맞춤으로 붉어진 그녀의 입술과 흐려진 눈빛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미안해...”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당신한테 거짓말했어...”고이한은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소예지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당신도 한 번쯤은 실수하면 안 돼? 나도 당신한테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면 안 될까?”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평소의 고이한답지 않은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그에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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