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했지만 아직 고하슬을 데리러 갈 시간은 아니었다.소예지는 서재로 들어가 소파에 앉은 채 한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예전 일들이 자꾸 떠올랐고 고씨 집안 사람들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오후가 되어 딸을 데려온 뒤에는 최대한 감정을 추슬렀다.아직 고하슬은 너무 어렸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아빠가 돌아오면 직접 이야기해 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연구소에도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전화를 걸까 잠시 고민했다. 혹시 자신이 도울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그래도 고이한이 있으니 자신이 따로 나서지 않아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오후 두 시 반쯤, 소예지는 양희순과 고씨 집안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양희순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적잖이 놀란 듯했다.그때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양희순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차고 쪽을 바라봤다.“사모님. 대표님이 오신 것 같아요.”소예지도 몸을 일으켜 현관 밖으로 나갔다.이지가 운전해 온 차가 앞에 멈춰 있었고 뒷좌석 문이 열리며 고이한이 내렸다. 젤리는 그를 보자마자 먼저 달려가 반갑게 맞았다.양희순이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사모님도 가서 좀 부축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소예지는 고이한이 몹시 지쳐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고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이문혁이 소예지에게 말했다.“소 박사님. 고 대표님 좀 부탁드립니다. 밤새 한숨도 못 주무셨어요.”마침 고이한의 몸이 살짝 휘청이자 소예지는 한 걸음 더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생각해 보면 어제 아침 휴게실에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인 게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한 셈이었다.고이한이 고개를 돌려 소예지를 바라봤다.핏발이 잔뜩 선 눈에는 피로와 고통이 짙게 배어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소예지를 안심시키려는 듯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나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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