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잠시 말없이 할머니가 남긴 소장품들을 떠올렸다.도자기와 서화, 옥기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모두 할머니가 평생에 걸쳐 모은 귀한 소장품들이었다.잠시 생각하던 소예지가 입을 열었다.“그럼 일단 보관할게.”그녀는 손에 들린 유언장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나중에 하슬이에게 물려주면 될 것 같아.”고이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내가 당신이랑 하슬이를 위해 따로 전시관 하나 지어 줄게.”소예지가 살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전시관?”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가 남기신 소장품 중에는 귀중한 문화재도 많아. 일반적인 환경에서 보관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전문적인 보존 시설을 갖춘 공간이 필요해.”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앞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물건들도 거기에 같이 보관하면 되고.”소예지는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신이 맡아서 해 줘.”그때 고하슬이 예쁘게 포장한 꽃다발을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소예지에게 다가와 꽃다발을 내밀었다.“엄마, 봐요. 이거 제가 엄마한테 주는 꽃이에요.”뒤따라 들어온 진가영이 다정하게 말했다.“예지야, 왔구나. 오늘 저녁은 여기서 먹고 가.”소예지는 딸이 건넨 꽃다발을 받아 들고 진가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럴게요.”“조금 있다가 수경이도 집에 올 거야.”그날 저녁은 모두 고씨 저택에서 함께 먹었다.식사를 마친 뒤에도 고하슬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고수경 역시 일부러 조카를 붙잡았다. 오빠와 소예지가 둘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낼 수 있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고수경은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조만간 나도 호칭을 바꿔 불러야 하려나.”밤이 되어서도 고하슬이 고씨 저택에 남겠다고 하자 소예지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마침 고이한에게는 저녁 여덟 시 반에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는 김경환에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