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691 - Chapter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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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1화

멀지 않은 곳에 몇몇 관광객이 모습을 드러내자 소예지는 거의 본능적으로 고이한을 밀어냈다.고이한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낮게 웃었다.어느새 낮게 내려앉은 노을이 바닷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빛이 고이한의 잘생긴 얼굴 위로 비치자 선명한 이목구비가 한층 깊어 보였다.소예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괜히 호흡이 빨라졌다. 길게 뻗은 눈썹 아래 깊은 눈빛은 유난히 다정했다.결국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한 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바람에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배고파.”“가자. 밥 먹으러.”호텔의 해산물 레스토랑은 2층에 있었다.통유리창 너머로는 넓게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밤이 완전히 내려앉아 달빛을 머금은 바다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고이한은 미리 창가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테이블에는 정갈한 식기와 차갑게 준비된 화이트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고 주문한 메뉴 역시 모두 소예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소예지는 메뉴를 훑어보다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은?”“당신이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해.”고이한이 웃으며 대답했다.생각해 보면 고이한은 먹는 것에 관해서 한 번도 까다롭게 군 적이 없었다. 양희순은 늘 소예지의 입맛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지만 고이한은 음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도 없었다.고이한은 화이트 와인을 반 잔 정도 따라 그녀 앞에 놓고 자신의 잔을 들었다.“축하할까?”소예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뭘 축하해?”“우리 다시 시작하고 나서 첫 데이트잖아.”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잔을 들어 그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달콤하면서도 살짝 떫은 맛과 함께 은은한 과일 향이 입안에 퍼졌다.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보기 좋게 담긴 해산물 요리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자 고이한은 자연스럽게 몇 가지 음식을 그녀의 접시에 덜어 주었다.“오늘은 많이 먹어둬.”그 말을 들은 소예지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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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2화

소예지의 시선을 붙잡은 고이한은 그대로 테라스 난간 쪽으로 걸어가 밤바다를 바라보았다.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넓은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탄탄한 등선을 타고 내려간 물방울은 이내 허리에 두른 수건 끝자락으로 스며들었다.오랫동안 꾸준히 관리해 온 사람다운 균형 잡힌 몸이었다.고이한은 손에 든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닦았다. 물에 젖은 회백색 머리카락은 평소보다 짙어 보였고 군데군데 자라난 검은 머리카락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이마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짙은 눈썹과 깊은 눈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그때 고이한이 고개를 돌렸다.소예지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입가에 느릿한 웃음이 번졌다.“뭘 봐?”소예지는 얼른 시선을 아이패드로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고이한은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소예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논문에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만 신경이 옆으로 쏠렸다.“소 박사님.”고이한이 불쑥 그녀를 불렀다.소예지가 고개를 들었다.“아이패드 거꾸로 들고 있어.”소예지는 반사적으로 아이패드를 내려다봤다.멀쩡했다.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은 소예지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자 고이한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재밌어?”“응.”“유치해.”고이한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녀의 아이패드 모서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소 박사님.”“왜?”“논문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소예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안 유치해?”“난 진지한데.”고이한이 몸을 기울이며 가까이 다가오자 소예지는 곧바로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밀었다.“장난치지 마.”고이한은 그 손을 그대로 잡아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장난 아니야.”그가 소예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나도 좀 봐줘.”소예지는 결국 아이패드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계속 같이 있었잖아.”“그래도 당신은 계속 논문만 보고 있잖아.”소예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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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3화

마치 소예지가 참석하는 회의라면 어떤 자리든 따라가려 했던 것처럼 고이한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라 해도 반드시 그 자리에 있고 싶어 했다.그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그에게 돌아온 것은 대부분 소예지의 싫다는 표정과 차가운 눈빛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뻔뻔할 정도로 그녀의 주변에 계속 나타났다.소예지는 알지 못했다.자신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이한이 얼마나 많은 중요한 일정을 미뤘는지, 길 위에서 얼마나 초조하게 시간을 계산하며 겨우 맞춰 도착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렇게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거부감뿐이었지만 고이한은 늘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겼다.고이한은 곁에 있는 소예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게 나한테 얼마나 다행인지 알아?”소예지는 그를 바라보다 문득 이혼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이혼할 때 당신이 붙인 조건은 정말 너무했어.”고이한은 그녀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당신이 나를 미워했어도 그 조건은 넣었을 거야.”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때 나는 정말 방법이 없었어.”고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뒤통수를 천천히 쓸어내렸다.“나한테 마지막 기회라도 남겨야 했어.”소예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하슬이 양육권으로 나를 압박하면 안 됐잖아.”고이한은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예지야, 알아. 내가 잘못했어.”그는 소예지를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그때 당신은 너무 단호하게 이혼을 원했고 내가 아무리 붙잡아도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어.”고이한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래서 하슬이를 이용했고 그 여덟 개 회사도 이용했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당신과의 연결을 끊고 싶지 않았어.”“내가 당신을 볼 수 있는 이유를 남기고 싶었어.”소예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마음속으로 복잡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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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4화

창밖의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고 방 안의 온도도 서서히 올라갔다.희미한 조명 아래에서도 고이한의 눈빛은 유난히 선명했다. 입을 맞추면서도 그는 품 안의 소예지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알아차린 소예지는 손을 뻗어 그의 눈을 가렸다.고이한이 낮게 웃자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못 보게 하는 거야?”소예지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눈을 가린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고이한의 짙은 속눈썹이 그녀의 손바닥을 스칠 때마다 간지러움이 느껴졌다.고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그의 입술이 귓불을 스치고 턱선을 지나 목선을 따라 내려갔다. 닿는 곳마다 뜨거운 온기가 번지는 듯했다.소예지는 가까이 맞닿은 그의 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눈을 가리고 있던 손에서도 서서히 힘이 풀렸다.고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예지야...”낮게 그녀를 부른 그는 소예지의 손목을 잡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하지만 다시 이어진 입맞춤은 오히려 부드러웠다. 길고 다정하면서도 쉽게 헤어나기 힘든 입맞춤이었다.한참 뒤 입술이 떨어지자 고이한은 팔로 몸을 지탱한 채 소예지를 내려다보았다.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그녀의 반응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쇄골 위에 닿았고 뜨거운 손길이 부드럽게 이어졌다.“예지야...”고이한이 다시 낮게 그녀를 불렀다.“응?”“당신은 내 거야.”그날 밤은 길고 깊게 흘러갔다.다음 날은 주말이었다.두 사람은 아침부터 서둘러 시내로 돌아가지 않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리조트를 나섰다.고하슬은 주말 동안 고씨 저택에서 지내고 있었다.고이한은 소예지에게 의논할 일이 있다며 함께 고씨 저택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오는 길 내내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예지도 굳이 자세히 묻지 않았다.고씨 저택에 도착하자 고하슬은 정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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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5화

소예지는 잠시 말없이 할머니가 남긴 소장품들을 떠올렸다.도자기와 서화, 옥기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모두 할머니가 평생에 걸쳐 모은 귀한 소장품들이었다.잠시 생각하던 소예지가 입을 열었다.“그럼 일단 보관할게.”그녀는 손에 들린 유언장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나중에 하슬이에게 물려주면 될 것 같아.”고이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내가 당신이랑 하슬이를 위해 따로 전시관 하나 지어 줄게.”소예지가 살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전시관?”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가 남기신 소장품 중에는 귀중한 문화재도 많아. 일반적인 환경에서 보관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전문적인 보존 시설을 갖춘 공간이 필요해.”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앞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물건들도 거기에 같이 보관하면 되고.”소예지는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신이 맡아서 해 줘.”그때 고하슬이 예쁘게 포장한 꽃다발을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소예지에게 다가와 꽃다발을 내밀었다.“엄마, 봐요. 이거 제가 엄마한테 주는 꽃이에요.”뒤따라 들어온 진가영이 다정하게 말했다.“예지야, 왔구나. 오늘 저녁은 여기서 먹고 가.”소예지는 딸이 건넨 꽃다발을 받아 들고 진가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럴게요.”“조금 있다가 수경이도 집에 올 거야.”그날 저녁은 모두 고씨 저택에서 함께 먹었다.식사를 마친 뒤에도 고하슬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고수경 역시 일부러 조카를 붙잡았다. 오빠와 소예지가 둘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낼 수 있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고수경은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조만간 나도 호칭을 바꿔 불러야 하려나.”밤이 되어서도 고하슬이 고씨 저택에 남겠다고 하자 소예지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마침 고이한에게는 저녁 여덟 시 반에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는 김경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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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6화

“아니야.”“그럼 내일이나 모레 만나서 이야기하자. 시간도 늦었으니까 이제 쉬어.”강준석은 결국 통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소예지도 더 이야기하지 않고 대답했다.“응. 만나서 이야기하자.”통화를 끊은 소예지는 찻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시간을 확인했다.어느새 밤 열 시였다.2층으로 올라가자 객실 쪽 욕실에서 고이한이 샤워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소예지는 서재로 돌아가 컴퓨터를 끄고 나왔다. 이미 샤워를 마친 상태였지만 아직 잠이 오지 않아 2층 거실에 앉아 조금 더 책을 읽기로 했다.잠시 후 고이한이 잠옷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소예지를 발견한 그의 눈빛에 웃음이 스쳤다.“강 박사랑 이야기 끝났어?”말투에는 분명 장난스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끝났어.”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노려보았다.고이한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넓은 소파에 자리가 충분했지만 굳이 소예지 바로 옆에 붙어 앉았다.그러고는 깊어진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막 책에 집중하려던 소예지는 또다시 방해를 받자 그를 살짝 밀어냈다.“먼저 가서 쉬어. 난 아직 안 잘 거야.”고이한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잠이 안 와?”그 말투를 듣는 순간 소예지는 그의 속뜻을 알아차렸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당신이나 가서 자.”고이한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기다릴게.”그 말을 남긴 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잠시 후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다시 올라왔다.“우유 마셔. 잠 잘 올 거야.”소예지는 말없이 손을 뻗어 우유를 받아 들었다.고이한은 다시 그녀의 옆에 앉아 TV를 켰다. 소리는 끈 채 축구 경기를 틀어 놓고 화면만 바라보았다.늦가을 밤이 깊어지자 소예지의 발끝도 조금씩 차가워졌다.그녀가 자연스럽게 고이한 쪽으로 발을 뻗자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러고는 차가워진 두 발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와 두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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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7화

하지만 고이한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 잘생겼어?”소예지는 웃으며 그를 밀어냈다.“장난치지 말고 뛰러 가자.”두 사람이 집을 나서자 젤리도 함께 따라나섰다.두 사람은 별장 단지 밖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늦가을 아침 공기는 서늘했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몸 위로 내려앉는 햇빛은 포근했고 길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평소와는 또 다른 운치가 느껴졌다.2킬로미터 정도를 달린 뒤 소예지는 조금 지친 듯 속도를 늦춰 걸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두 사람은 근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소예지는 자연스럽게 고이한의 어깨에 기대었다.멀지 않은 곳에서는 노부부가 손을 잡고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이한이 웃으며 물었다.“우리도 나중에 나이 들면 저 사람들처럼 될까?”소예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마도?”고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럼 오늘부터 늙을 때까지 손 놓지 말자.”소예지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다 잠시 멈칫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곁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나 아직 당신이랑 재혼한다고 한 적 없어.”고이한의 미소가 잠시 멈췄다.하지만 이내 그의 눈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그는 소예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되물었다.“그럼 소 박사님은 나랑 어떤 사이로 지내고 싶은데?”소예지는 대답하지 않았다.고이한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선명한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잠시 후 고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애인도 괜찮아.”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덧붙였다.“그럼 내가 평생 당신 애인 할게.”소예지는 잠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나랑 같이 있어 주기만 하면 어떤 관계든 상관없어.”소예지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자신을 내려놓게 된 걸까.’그때 고이한의 표정이 문득 진지해졌다.“그래도 내가 소 박사님 애인이면 그에 맞는 대우는 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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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8화

소예지는 고이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귓가가 살짝 뜨거워졌다.“아무것도 아니야.”소예지는 얼버무린 뒤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뒤에서 고이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는 금세 소예지를 따라잡아 손을 잡았다.“그럼 나는 당신이 평생 나를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소예지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옅게 웃어 보이자 고이한이 잠시 멈칫했다.이내 고이한은 그녀를 품 안으로 힘껏 끌어안았다. 마치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한동안 그녀를 안고 있던 그때 젤리가 입에 목줄을 문 채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두 사람 곁으로 달려왔다.고이한은 젤리가 물고 있던 목줄을 받아 들고 다른 손으로 소예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젤리와 함께 나란히 산책로를 걸어갔다.월요일.소예지는 연구실로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임재석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여보세요.”“소 대표님, 오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으십니까?”소예지는 이미 그가 보낸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참석할 생각은 없었다.“제가 꼭 참석해야 할 중요한 안건이 있나요?”임재석이 설명했다.“오늘 이사회에 호텔 프로젝트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제안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앞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안건입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현재 찬성과 반대가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어 있어서 핵심 주주 세 분의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임재석이 덧붙였다.“물론 고 대표님께서도 주주들을 설득해 주실 겁니다. 하지만 소 대표님께서 함께 자리해 주시면 주주들도 프로젝트에 더 큰 신뢰를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소예지는 임재석의 말에서 이번 안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차렸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네. 그럼 고신 그룹 본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소예지는 이런 자리가 썩 편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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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기다릴게요.”2분쯤 지나자 복도 모퉁이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짙은 색 정장을 입은 고이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는 김경환과 연배가 있는 주주 두 명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고이한의 시선은 가장 먼저 소예지에게 향했다. 그녀를 발견한 순간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왔으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목소리에는 살짝 서운한 기색과 함께 투정이 묻어 있었다.소예지가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오는 길에 임 이사한테 전화를 받아서 바로 왔어.”임재석은 한동안 고이한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소예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최근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양이었다.그때 고이한이 곁에 있던 임재석에게 시선을 돌리자 임재석이 곧바로 설명했다.“고 대표님, 오늘 안건 중에 소 대표님께서 직접 참석하셔야 할 내용이 있어서 제가 연락드렸습니다.”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임 이사가 올린 안건은 반드시 통과될 거야.”“고마워.”짧게 대답하는 소예지를 바라보던 고이한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가자. 들어가자.”회의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함께 들어서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향했다. 몇몇 주주들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고 방재근은 자리에 앉은 채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고이한은 소예지를 데리고 상석 옆자리로 향해 직접 의자를 빼주었다. 소예지가 자리에 앉은 뒤에야 그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곧 회의가 시작되고 여러 안건이 차례로 논의되었다.고이한은 상석에 앉아 내내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필요한 순간에는 고개를 돌려 소예지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고 소예지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마침내 호텔 프로젝트 업그레이드 안건을 논의할 차례가 되었다.한동안 주주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던 중 방재근이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저는 이 제안에 문제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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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0화

방재근은 원래부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고이한에게 모든 주주가 보는 앞에서 이토록 체면을 구겼으니 쉽게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앞으로 감당해야 할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자존심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결국 방재근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이한을 노려보던 그의 시선이 곧 분노 어린 눈빛으로 소예지에게 향했다.“이한아, 네가 왜 나한테 이러는지 알아.”그가 차갑게 웃었다.“결국 네 옆에 있는 소예지 때문 아니냐?”방재근은 비웃듯 말을 이었다.“나는 그저 좋은 뜻에서 조언한 것뿐이야. 네가 다시 아내를 맞이해서 고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말한 게 뭐가 잘못됐나?”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고씨 가문에 후손이 더 필요하고 제대로 된 후계자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네 전처는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를 더 낳아 주지 않을 거 아니야.”방재근은 당당하다는 듯 고이한을 바라보았다.“내 말이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그 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이 죽은 듯 조용해졌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예지에게 향했다가 이내 황급히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괜히 고이한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방재근은 멈추지 않았다.“이 말은 네 앞이라서 하는 게 아니야. 네 어머니 앞이라고 해도 나는 똑같이 말할 거다.”그는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말을 이어갔다.“고씨 가문에는 후손이 필요하고 너에게도 자격 있는 후계자가 필요해.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말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방재근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다 너희 집안을 위해서야.”소예지도 방재근이 이사회 자리에서 이런 말까지 꺼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옆을 보니 고이한이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고 있었고 손등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고이한의 턱선은 이미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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