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701 - Chapter 1710

1726 Chapters

제1701화

방재근의 얼굴에는 창백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그는 떨리는 입술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던 체면도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자존심도 모두 무너진 순간이었다.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는 고이한을 바라보았다. 고이한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서슬 퍼렇던 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그런 고이한을 바라보는 순간 소예지의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가 자신을 이토록 거리낌 없이 보호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이한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가자.”낮은 목소리와 함께 맞잡은 손에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소예지는 손을 빼지 않고 그대로 고이한을 따라 회의실을 나섰다.조용한 복도에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울렸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고이한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는 몸을 돌려 소예지를 품에 끌어안았다.“예지야.”조금 잠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고이한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소예지는 평소보다 조금 빠른 그의 심장 박동을 들었다.“미안해.”고이한이 낮게 말했다.“당신이 이런 일을 겪게 해서.”소예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살짝 밀어낸 뒤 얼굴을 바라보았다.“다음부터는 이런 일 때문에 화내지 마. 저런 사람 때문에 당신이 화낼 필요 없어.”그러자 고이한은 다시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소예지가 그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말했다.“누구도 우리 관계를 평가할 자격 없어. 나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써.”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당신도 신경 쓰지 마.”방금 전 고이한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예지는 자신이 그를 정말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렸다.문이 열리자 고이한은 소예지의 어깨를 감싼 채 안으로 들어갔다.“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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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2화

2,000억 원.그가 평생을 바쳐 일한 결과가 결국 이 모양이었다.방재근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그가 막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방재근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아내 조미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오후에 가영 언니 집에 갈 건데 겸사겸사 유나 데리고 가서 인사도 좀 시키려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방재근은 휴대폰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조미란, 입 다물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어?”“내가 또 뭘 했는데요?”“집에 가서 보자고.”방재근은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한 뒤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는 소예지를 소파에 앉힌 뒤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아까 내가 했던 말들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일부러 그런 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소예지는 가볍게 웃었다.“나 신경 안 써.”“정말?”고이한의 눈에는 아직 조금 불안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소예지는 옆자리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앉아. 이야기 좀 하자.”고이한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소예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방재근 씨 일은 잘 처리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냉정하게.”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작 정리했어야 할 사람이야.”“응.”소예지도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럼 나는 먼저 연구실로 돌아갈게.”고이한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당신은 남아서 일 처리해.”소예지는 그의 시간을 더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고이한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점심만 같이 먹고 가면 안 돼?”소예지는 순간 멈칫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고이한은 비서에게 차와 간단한 디저트를 준비해 달라고 한 뒤 잠시 밖으로 나갔다.혼자 남은 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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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3화

소예지는 고이한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되물었다.“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고이한의 눈에 순간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곧 무언가 떠올랐는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비서가 말했어?”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깊은 눈동자에는 숨김없는 솔직함과 진심만이 담겨 있었다.“원래는 다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어. 괜히 당신 걱정할까 봐.”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예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내가 말했잖아. 그럴 필요 없다고...”고이한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걱정하지 마. 일단 가서 수술에 대해 상담부터 받아 볼게.”그는 고개를 조금 더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임신하고 아이 낳으면서 겪었던 고생을 당신한테 또 시키고 싶지 않아.”소예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고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막으려면 정관 수술이 가장 확실해. 예지야. 우리한테는 하슬이 하나면 충분해.”소예지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나중에 아이를 또 갖고 싶어질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어.”고이한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나중에 아이를 갖고 싶어지면 지금 의술로는 수술했어도 다시 복원할 수 있어. 난 그냥 당신이 또 고생하는 게 싫은 거야...”그는 소예지의 귓가로 다가가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그리고 당신이 좀 더 편했으면 좋겠고...”소예지의 귓불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부끄러움과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이한이 낮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맞닿은 가슴을 타고 전해졌다. 그녀를 끌어안은 팔에도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아무 말이나 하는 거 아니야. 사실을 말한 거야. 걱정할 일이 없어야 마음껏 즐길 수 있잖아.”고이한은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눈가에는 짓궂은 웃음이 번져 있었다.소예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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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4화

수술실 앞에서 고이한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기다려.”“응.”고이한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태연한 표정으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자 소예지는 복도에 서서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바라보았다.이상하게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때 김경환이 다가와 물었다.“소 박사님, 이쪽에 차와 간식 준비해 뒀습니다. 잠시 쉬고 계시겠습니까?”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마련된 휴게 공간으로 이동했다.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며 긴장을 풀어 보려 했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지만 수술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그렇게 거의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문이 열렸다.고이한은 침대에 누운 채 밖으로 나왔다.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휴식 병실로 옮겨진 뒤 의료진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나갔다.소예지는 침대 옆에 앉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파?”고이한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그는 소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나 걱정돼?”소예지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고이한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앞으로 잘 보상해 줘.”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를 노려보았다.“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와?”고이한은 그저 기분 좋은 듯 웃었다.그 후 일주일 동안 고이한은 집에서 쉬며 업무를 처리했고 소예지는 다시 바쁜 연구 일정에 휘말렸다.가끔 야근을 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일찍 돌아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그사이 진가영과 고수경도 같은 별장 단지로 이사했다.가장 기뻐한 사람은 고하슬이었다. 앞으로는 방과 후에 할머니 집에 가서 놀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진가영의 집에는 고하슬의 식사를 따로 챙겨 줄 보모 두 명도 고용했다.고이한이 수술받은 일은 고씨 집안에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됐다. 진가영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 아파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날 밤 고하슬은 할머니 집에 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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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5화

소예지는 과학기술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교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일간 경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관련 메일은 이미 한 달 전에 도착했지만 소예지는 그동안 고이한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다.“나 월요일부터 출장 가야 해. 아마 일주일 정도 있을 것 같아.”고이한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출장? 어디로 가는데?”“경주. 과학기술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교류회가 있어서 직접 가야 해.”고이한의 미간이 순식간에 좁혀졌다.“일주일이나? 나를 여기 혼자 두고 가겠다고?”소예지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혼자라니? 어머님이랑 수경 씨도 이사 오셨잖아. 어디가 혼자야? 게다가 하슬이도 있잖아.”고이한은 할 말이 없어진 듯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얼굴에는 싫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잠시 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가는데?”“아마 일요일 오후 비행기일 거야.”“하지만 나는 당신이 필요한데.”고이한은 억지를 부리듯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나 환자잖아. 나 두고 가면 안 되지.”소예지는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언제부터 이렇게 애교가 많아진 걸까?’“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소예지는 그 말로 그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주말까지는 아직 사흘이 남아 있었다.소예지는 연구실 업무를 인수인계하면서도 시간을 내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했다. 공부 역시 딸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이한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착실히 회복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예지가 경주로 출장을 간다는 사실은 그를 꽤 심란하게 만들었다.경주는 소예지에게 특별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토요일 아침.고하슬은 엄마가 경주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 사람이 떠올랐다.고개를 갸웃한 아이가 물었다.“엄마, 경주에 가면 현욱 아저씨도 만나요?”소예지가 잠시 멈칫했다.그 순간 소파 쪽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아마 못 만날 거야. 아저씨는 기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만나기 쉽지 않을 거야.”소예지가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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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6화

고이한은 결국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집에서 기다릴게.”다음 날 오후 김경환이 소예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러 왔다. 이번 일정에는 이성열을 비롯해 유명 교수 몇 명도 함께했다.단정한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일행과 합류한 소예지는 연배 있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깊은 학식에서 우러나오는 차분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그렇게 일행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 소예지는 두 시간 반 뒤 경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미리 마련된 숙소로 향해 짐을 풀었고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이후 사흘 동안 쉴 틈 없이 수업이 이어졌다. 바쁜 일정 탓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고이한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 속에는 늘 고하슬도 함께였다.나흘째 되는 날 정오.소예지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동료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소예지가 살짝 멈칫했다.임현욱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소예지는 휴대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곧 익숙한 임현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지 씨, 경주에 세미나 왔다면서요.”소예지는 한동안 임현욱의 소식을 듣지 못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 현욱 씨도 경주에 있어요?”“친구한테 경주에서 의학 학회가 열린다고 들었거든요. 예지 씨도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전화해 본 거예요.”“네. 벌써 며칠째 수업 듣고 있어요. 현욱 씨는 요즘 잘 지내요?”“전 잘 지내요. 예지 씨는요?”임현욱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저도 잘 지내요.”“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임현욱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소예지는 곧바로 대답했다.“말해요.”“제 후배 송세아 기억하죠? 지금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어요. 예지 씨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 치료법을 쓰고 있는데 이 분야는 예지 씨가 전문가잖아요. 한번 찾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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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7화

“현욱 선배한테 전화 받았어요. 와줘서 고마워요.”송세아가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짧은 머리는 단정했고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서도 흐트러진 구석 하나 없이 깔끔했다. 몸에서는 군인 특유의 당당하고 씩씩한 기운이 묻어났다.젊은 나이에 조종사가 된 송세아를 소예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소예지는 송세아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송세아의 허리는 여전히 꼿꼿했다. 몸에 밴 군인의 자세였다. 눈빛 역시 맑고 굳건했으며 여전히 희망으로 가득했다.“세아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소예지가 물었다.송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소 박사님.”“그냥 예지라고 불러요. 내가 두 살 많긴 해도 또래나 다름없잖아요.”송세아가 미소 지었다.“그럼 예지 언니라고 부를게요.”소예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송세아의 눈빛 깊은 곳에는 진심 어린 고마움이 어려 있었다.“예지 언니, 현욱 선배가 다시 깨어날 수 있었던 게 언니 덕분이라는 거 알아요. 저한테 언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소예지는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던 그때를 떠올렸다. 다행히 하늘은 그녀의 노력을 저버리지 않았다.“세아 씨, 치료 보고서는 이미 확인했어요. 신경 신호 활성도가 회복되고 있으니까 꾸준히 치료만 받으면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송세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눈가가 살짝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예지 언니, 전 아픈 것도 안 무섭고 힘든 것도 괜찮아요. 근데 다시는 비행을 못 하게 될까 봐 그게 제일 겁나요.”소예지는 그런 송세아가 안쓰러워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일단 다시 일어서는 것부터 생각해요.”소예지의 격려에 송세아는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소예지는 송세아의 담당 의사를 찾아가 앞으로의 치료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현재 상태와 치료 경과를 꼼꼼히 살펴본 뒤 몇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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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8화

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잠들어 있었다.비몽사몽한 와중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여덟 시 반이었다.소예지는 잠이 덜 깬 채 몸을 일으켜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별생각 없이 도어스코프로 밖을 확인하던 그녀는 그곳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놀란 소예지는 곧바로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짙은 회색 코트를 입은 고이한이 서 있었다. 먼 길을 서둘러 온 기색이 역력했지만 소예지를 보자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내가 깨웠어?”“당신... 여긴 어떻게 왔어?”소예지는 놀란 채 고이한의 뒤쪽까지 한번 살펴보았다.“나 혼자 왔어. 하슬이는 집에 있어.”말을 마친 고이한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긴 팔을 뻗어 소예지를 품에 끌어안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보고 싶어서 왔어.”소예지는 그의 품에 기대면서도 나무라듯 말했다.“당신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 안 됐잖아. 왜 이렇게 함부로 돌아다녀?”고이한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대체 나한테 관심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오늘로 벌써 16일째야. 회복 기간은 진작 지났어.”최근 일에 매달리느라 소예지는 고이한이 회복한 지 며칠이나 됐는지 제대로 세어보지도 못했다.“병원 가서 수술 후 검사도 받았어? 문제는 없었고?”소예지가 걱정스레 물었다.“갔어.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없어.”말을 마친 고이한이 웃음기 어린 눈으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진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소예지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를 흘겨보았다.소예지가 몸을 돌리려 하자 고이한은 놓아주기는커녕 그대로 입을 맞추려 했다.소예지가 손을 들어 그의 입술을 막았다.“나 아직 세수도 양치도 안 했어...”“난 상관없어.”고이한은 그녀의 손을 잡아 내리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부드럽고도 긴 입맞춤이었다. 그동안 쌓인 고이한의 그리움과 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한참 뒤에야 고이한은 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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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9화

“당신 거.”소예지는 웃으며 달고나를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달고나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달콤한 맛이 퍼졌다.두어 입 먹은 소예지는 고이한 앞으로 달고나를 내밀었다.“당신도 먹어봐.”고이한은 고개를 숙여 한입 베어 물더니 웃음기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응. 달다.”소예지가 다시 한입 베어 물려는 순간 고이한이 그녀의 귓가로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였다.“당신이 더 달아.”그 한마디에 소예지의 귓불이 살짝 뜨거워졌다.고이한은 낮게 웃으며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거리를 천천히 둘러본 뒤 고이한은 미리 알아둔 작은 식당으로 소예지를 데려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하슬은 두 사람이 사 온 선물을 받자 무척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보인 건 여러 개의 고리가 얽혀 있는 금속 퍼즐이었다.소예지가 곁에 앉아 지켜보는 동안 고하슬은 퍼즐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푸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턱을 괸 채 한참 고민하기도 하고 다시 손으로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했다.그러면서도 소예지에게 도와달라고 조르지는 않았다. 혼자 한참 퍼즐과 씨름하던 고하슬은 마침내 고리 하나를 풀어내자 뿌듯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엄마, 나 이거 천천히 다 풀어볼래요.”역시 고하슬이 가장 좋아하는 건 이렇게 직접 머리를 써서 도전해볼 만한 장난감이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예지는 딸이 정말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혼자 생각하고 제 나름대로 판단할 줄도 알았다.저녁이 되자 고하슬은 금속 퍼즐을 챙겨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혼자 잠드는 습관도 완전히 자리 잡아 소예지가 가끔 밤에 방에 들러 이불을 걷어차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주는 정도였다.딸이 방으로 들어간 뒤 소예지는 쉬는 대신 서재로 향했다. 컴퓨터를 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 그녀는 송세아의 상태와 관련된 자료를 하나씩 대조하기 시작했다.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송세아의 회복을 돕고 싶었다.그렇게 자료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밤 열한 시가 되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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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0화

다음 날 아침 일찍 고이한은 약속대로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었고 소예지는 실험실로 향했다.소예지가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지원이 이미 와 있었다.“예지야, 좋은 아침. 어제 보내준 데이터 밤새 한 번 돌려봤어.”이지원이 고개를 들었다. 눈 밑에는 밤을 새운 흔적이 선명하게 드리워져 있었다.소예지는 흰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결과는 어때?”이지원은 자리를 비켜주며 화면에 나타난 파형 그래프를 가리켰다. 목소리에는 억누르기 힘든 흥분이 묻어났다.“여기 봐. 우리가 전에 발견했던 특이점과 완벽하게 일치해. 게다가 새 장비로 세 번이나 재검증했는데 매번 이 파형이 안정적으로 나타났어.”소예지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곧바로 데이터를 하나씩 불러내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가량 확인한 뒤에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지원아.”“예지야, 우리 추론이 맞았어. 이건 노벨상급 발견이야.”소예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화면에 나타난 익숙한 곡선을 바라보았다. 눈시울이 서서히 뜨거워졌다.“해냈어. 정말 해냈어.”이지원이 흥분한 얼굴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우리가 해낸 거야. 우리 팀 모두의 성과야.”이지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게 웃었다.“네 팀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야.”그때 출입카드를 찍는 소리와 함께 이서연이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커피 석 잔이 들려 있었다.“자, 커피 마셔.”이서연이 두 사람에게 커피를 나눠주었다.이지원은 커피를 받아 들며 조금 수줍은 눈빛으로 이서연을 바라보았다.“고마워.”이서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한 건데 뭘 고마워해.”이지원을 바라보는 이서연의 눈에는 행복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그러다 이지원과 눈이 마주치자 금세 부끄러워져 슬쩍 얼굴을 돌렸다.한창 다른 생각에 잠겨 있던 소예지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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