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Bab 191 - Bab 200

338 Bab

제191화

소예지는 첫 번째 지분 계약서를 집어 들어 조항들과 지분 구조도를 꼼꼼히 살폈다.“걱정 마. 계약서엔 아무 문제 없어.”고이한이 여유롭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녀는 말없이 펜을 들어 사인을 시작했다.총 여덟 부나 되는 계약서에 차례로 서명하다 보니, 손끝이 저릿하게 아려올 정도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경환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이 서류들에 사인만 하면 단숨에 자산 16조짜리 여성 재벌이 되는 건데... 사모님은 그걸 알고나 있는 걸까?’고이한은 혹시라도 그녀가 빠뜨릴까 싶어, 조용히 그녀의 손끝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소예지가 모든 서류에 마지막 서명을 마치자, 고이한이 입을 열었다.“잠시 후에 주주총회가 있어. 당신은 우리 회사의 2대 주주 자격으로 참석해야 해.”“뭐라고?”소예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우리 회사랑 당신 쪽 회사 간엔 얽힌 사업이 꽤 많아. 오늘 회의에 당신은, 당신 명의로 된 회사를 대표해서 출석해야 해.”소예지는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뭘 속은 건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오전 10시, 고신 그룹의 주주총회가 정각에 시작됐다.중년 임원들 틈에 앉은 소예지의 존재는 단연 눈에 띄었다.게다가 젊고 고운 외모에 몇몇 이사들은 눈길을 떼지 못하고 그녀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하지만 그런 시선도 오래가지 못했다.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경환이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이 자리에 계신 소예지 씨는 고신 그룹 산하 8개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현재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 고 대표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계시죠.”회의장은 일순 술렁이기 시작했다.‘저렇게 젊은데 자산이 16조라고?’‘평소에 얼굴도 안 비추던 사모님,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었군.’정작 당사자인 소예지는 회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고이한의 눈엔 묘한 기색이 스쳤고 둘 사이에는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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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엄마, 무슨 일이에요?”“너 오빠 회사에 같이 좀 가자.”진가영은 분노를 꾹 누른 채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무슨 일인데요? 저 아직 근무 중이에요!”고수경이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가보면 알게 돼.”진가영은 이를 악물었다.‘16조라니, 소예지가 대체 이한이한테 뭘 한 거야.’그녀는 아들이 소예지에게 어느 정도 자산을 넘길 거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16조 원이라는 규모는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안 돼.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결국 고수경은 급히 휴가를 내고 어머니와 함께 오빠의 회사로 향했다.30분 후, 고신 그룹 본사 로비.먼저 도착한 고수경은 분노로 가득 찬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다급히 다가갔다.“엄마, 대체 무슨 일이에요?”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에야 진가영은 입을 열었다.고수경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고 화가 나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뭐라고요? 소예지가 오빠 재산 16조 원을 가져갔다고요? 도대체 무슨 깡으로 그런 걸 요구한 거예요?”고수경은 분노에 휩싸여 주먹을 불끈 쥐었다.“분명 소예지가 무슨 수를 써서 오빠를 속인 거야. 이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그 시각, 고이한의 사무실.비서가 다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어머님과 동생분이 오셨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가영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묵묵히 책상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는 순간, 그녀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말해 봐. 너 정말 소예지한테 회사 8개를 넘겼어? 규모가 16조라며!”고이한은 조용히 어머니의 시선을 받아들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그 대답에 고수경도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오빠, 제정신이야? 그 여잔 이제 남이잖아! 아무리 우리가 돈이 많다지만 이건 너무했어!”“나중에 재산은 하슬이에게 넘기면 되잖아. 지금 소예지한테 준다고 해도, 그 여자가 재혼이라도 하면 그 돈은 전부 남 좋은 일 시키는 거라고!”진가영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빛에는 분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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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엘리베이터 안, 고수경은 어머니의 팔짱을 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뭔가 알고 계시는 거죠?”그러나 진가영은 말 대신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앞으로 이 일은 다시는 소예지 앞에서 꺼내지 마. 이미 결정된 일이야. 우리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마치고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대기 중이던 차로 곧장 걸어가 문을 열고 타버렸다. 고수경은 멀어지는 차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꼬리에 싸늘한 냉소를 띠었다.“소예지... 우리 고씨 가문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야.”시계를 확인한 고수경은 곧장 소예지의 위치를 파악할 방법을 떠올렸다. 다행히도 그녀에겐 확실한 카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소예지의 동료, 안채린.과거 윤하준의 비서로 일할 때 우연히 안채린의 연락처를 받아두었던 것이다.고수경이 메시지를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소예지 지금 MD 회사에 있어요. 가보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MD사 회의실.소예지는 회의를 진지하게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고수경이 굳은 얼굴로 성큼 들어서며 외쳤다.“소예지, 나와. 지금 당장!”분노를 억누른 채 고개를 든 소예지는 조용히 옆에 있던 주현우를 바라봤다.“죄송해요, 주 대표님. 잠시만 다녀올게요.”그녀가 회의실을 나서자, 강준석 역시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따랐다.복도 한가운데, 고수경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소예지를 향해 독기 어린 눈빛을 내던졌다.“도대체 우리 오빠를 얼마나 닦달한 거야? 어떻게 회사 여덟 개나 너한테 넘기게 만든 거냐고!”소예지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이혼 재산 분할에 불만이 있다면 변호사를 통해 얘기해줘요.”결혼한 순간부터 고수경은 한 번도 자신을 가족으로 존중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몰아붙이는 방식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고수경은 비웃음을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변호사? 우리도 변호사 수두룩해. 너 하나 엿 먹이는 건 일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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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소예지는 더 이상 고수경의 날 선 말에 흔들리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내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절대 이렇게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거야.”고수경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뭔가 더 말하려던 그 순간, 복도 끝에서 길고 날렵한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오빠!”소예지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지만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고이한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소예지의 등 뒤에 잠시 머물다, 이내 동생인 고수경에게로 옮겨졌다.“여긴 왜 온 거야?”“그냥, 저 여자한테 따지러 왔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 많은 재산을 가져간 건지!”고이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건 나와 소예지 사이의 일이야. 네가 끼어들 문제는 아니야.”뜻밖의 반응에 고수경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하지만 오빠, 그건...”“돌아가.”짧고 단호한 한마디에 고수경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분한 듯 소예지를 짧게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돌렸다.복도엔 다시 정적만이 감돌았다.소예지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고 대표님, 부탁인데요. 앞으로 당신 가족들이 내 인생에 더 이상 끼어들지 않게 해주세요.”일부러 거리를 둔 듯한 호칭에 고이한의 눈빛이 짙게 어두워졌다.그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한때 따스하고 다정하던 눈동자 속엔 이제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가운 빛만이 감돌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깬 건 고이한이었다.“내 동생 말은 신경 쓰지 마.”“그 애 말이 틀린 것도 아니죠. 난 당신한테 내 인생의 6년을 허비했어요.”“꼭 그렇게까지 말해야겠어?”고이한의 목소리에 냉기가 서려 있었지만 소예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전 사실만 말했을 뿐이에요.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되죠, 고 대표님.”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강준석이 조심스럽게 나섰다.“고 대표님, 저희 곧 회의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없으시다면 저희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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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집으로 향하던 중, 운전석 옆에 둔 휴대폰이 진동했다.“야, 지금 실시간 검색어에 네 이름 다 떴어! 어디서 새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너희 이혼 소식에 사람들 난리야!”박시온의 전화에 소예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언젠간 터질 일이라 생각했어. 생각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지.”“그래도 다행인 건 재산 분할 얘기는 안 나왔더라. 아직 확실한 정보까진 못 잡은 것 같아. 걱정 마. 이런 일은 길어야 사흘이면 조용해져. 너 일상에 큰 영향은 없을 거야.”박시온은 나름대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소예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그렇게 믿고 있었다.유치원 앞에 도착하자, 익숙한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윤하준이었다.“윤하준 씨.”소예지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윤하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벌써 이혼 절차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네. 서류는 이미 제출했고 숙려기간이 끝나면 정식으로 마무리될 거예요.”“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만 해요.”윤하준이 진지하게 말을 건넸고 소예지는 짧은 침묵 끝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사실, 도움이 좀 필요해요. 제가 인수한 회사들이 몇 개 있는데 믿고 맡길 만한 전문 경영인이 필요해서요.”윤하준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어떤 회사들인데요?”소예지는 휴대폰을 꺼내 8개 회사의 개요와 자료를 보여주었다.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윤하준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적임자 있어요. 제가 추천해 드릴게요.”“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저, 경영 쪽은 문외한이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거든요.”그 순간 윤하준의 눈빛에 스치듯 무언가 지나갔다.“이 회사들, 혹시 고 대표가 넘긴 거예요?”소예지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본인이 직접 정리해서 저에게 줬어요.”윤하준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이번 주에 시간 괜찮으세요? 지인 한 분 소개해 드릴게요.”“금요일 괜찮아요!”소예지가 밝게 대답했다.아이를 데리고 나오자, 이안은 소예지 집에서 저녁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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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저녁 무렵.소예지는 양희순에게 떡갈비와 새우튀김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한 뒤, 아이들을 식탁에 앉혔다.두 아이의 저녁을 챙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예지야, 큰일 났어!”박시온의 목소리엔 다급함이 가득했다.“인터넷에 누가 네가 이혼하면서 고신 그룹 자산을 챙겨 갔다고 폭로했어! 지금 사람들 반응이 거의 마녀사냥 수준이야.”순간, 소예지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무슨 소리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아무래도 누가 의도적으로 너를 겨냥한 것 같아. 댓글 봤는데 전부 욕이야. 탐욕스럽다느니, 꽃뱀이라느니...”그 말을 듣는 순간, 소예지의 머릿속엔 단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고수경.그 여자라면, 충분히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었다.소예지는 아이들을 양희순에게 잠깐 맡긴 뒤,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이패드를 켜고 포털 사이트를 열자, 충격적인 실시간 검색어들이 눈에 들어왔다.[고신 그룹 천문학적 위자료 이혼 사건, 의대 수재의 정체는 ‘꽃뱀’?][고신 그룹 대표 이혼, 전부인 무려 8개 계열사와 수십조 원 챙겨!]클릭하는 순간 펼쳐진 건, 온갖 자극적인 루머와 악의적인 추측들이었다.특히 소예지의 경력과 능력을 의심하는 댓글은 도를 넘었다.“MD 수석 연구원이라고? 결혼으로 고신 그룹 낙하산 탔다더라. 대학교 2학년 때 휴학하고 시집간 건 유명한 얘기잖아?”“상 받은 것도 남의 연구 베낀 거 아냐?”“남편이 불쌍하다. 위자료를 무슨 수로 저렇게 뜯어낸 거지?”소예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이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치밀하게 계산된 여론몰이였다.진실은 흐려지고 그녀는 어느새 ‘탐욕스러운 꽃뱀’으로 낙인찍혀 있었다.영상통화를 이어가던 박시온에게 소예지가 물었다.“이 기사들, 어디서 처음 시작된 건지 추적할 수 있어?”“이미 확인 중이야. 근데 문제는 출처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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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장을 보고 돌아온 양희순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집 앞에 차가 여러 대나 주차돼 있어요. 길목이 완전히 막혔더라고요.”소예지는 짐작이 갔다.“기자들일 거예요.”그녀와 고이한의 이혼 소식이 퍼지자, 본격적으로 언론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예지는 딸을 하루쯤 결석시키기로 마음먹었다.오전 열 시쯤, 양정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요 며칠 사이 학교 쪽으로 익명의 제보 전화가 여러 통 들어왔어. 혹시 잠깐 들를 수 있을까?”소예지는 아이를 양희순에게 부탁한 뒤, 곧장 실험동 건물로 향했다.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펼쳐졌다.멀리서 그녀를 포착한 기자들이 일제히 몰려들었고 플래시 세례와 셔터 소리가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켰다.“소예지 씨, 온라인에 떠도는 폭로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시겠습니까?”“고 대표님과의 이혼, 처음부터 짜인 각본이었나요?”“당신의 연구 결과에 조작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명 부탁드립니다!”“최근 발표에 대한 외부 검증 요구가 큽니다. 증거를 제시하실 수 있습니까?”눈앞에서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던 소예지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발을 내딛기도 어려운 그 순간,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그녀 앞에 급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며, 낯익은 한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졌다.“타.”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든 소예지는 단번에 그 차가 고이한의 차량임을 알아챘다. 망설일 틈도 없이 차 안으로 몸을 숙이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방금 그 사람, 고이한 대표 아니야?”운전석의 김경환은 말없이 액셀을 밟았고 차는 쏜살같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차 안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소예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고마워.”고이한은 옆자리에 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온라인 쪽은 내가 사람 붙여서 조사 중이야.”소예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폭로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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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이 일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학교에 절대 누를 끼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차분하지만 힘 있는 말투로, 소예지는 자신의 뜻을 전했다.양정화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일이 정리될 때까지만이라도 맡고 있던 프로젝트는 안채린에게 넘기도록 해.”소예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의 자리를 임시로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은 안채린뿐이었다.소예지가 자리를 뜨자, 양정화는 조용히 안채린을 따로 불러 상황을 전달했다. 겉으론 담담한 얼굴을 유지하던 안채린은 속으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현재 연구소 안은 소예지의 이혼 소식으로 들끓고 있었다.사람들은 그녀가 전남편의 회사를 나눠 가졌다는 소문을 두고 경멸을 담아 수군거렸다.‘정말이지, 저 정도면 욕심도 병이야.’몇몇은 아예 익명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학계 역시 보이지 않는 총성이 오가는 전쟁터였다. 누군가 무너지면 그가 놓은 자리는 곧 사냥감이 되기 마련이었고 소예지가 놓치는 것이 많을수록, 그 조각들을 나눠 가질 기회도 많아질 터였다.그 시각, 소예지는 실험동 건물을 나서며 전화를 걸었다.“네, 소예지 씨.”익숙한 목소리, 윤하준의 부드러운 음성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윤하준 씨,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전문 경영인을 한 분 모시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해서요.”“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언제든 만나실 수 있어요.”“혹시 지금도 가능할까요?”“물론입니다. 제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카페로 오세요.”전화를 끊은 소예지는 곧장 택시에 올라탔다. 도착했을 때, 윤하준은 이미 한 중년 남성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가 다가서자, 윤하준이 반갑게 일어서며 말했다.“이분은 임재석 이사예요. 오랜 친구이자 함께 일해온 동료입니다. 실력도, 신뢰도 모두 검증된 인물이죠.”소예지는 잠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혹시... 자기 오른팔을 내어준 건가?’“소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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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네가 아무리 고 대표랑 이혼했다고 해도 난 여전히 하슬이 할머니야. 설마 내가 얘를 어떻게라도 할까 봐 그러는 거니?”진가영의 언짢은 말에도 소예지는 담담하게 받아쳤다.“그런 뜻은 아니에요. 제가 하슬이 잘 돌볼 테니 걱정 마세요.”“그래? 그럼 이번 주말엔 본가에 보내서 이틀 정도만 있게 해.”말을 마친 진가영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소예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2층 서재로 올라가 컴퓨터 전원을 켰다. 이내 해외에서 사용하던 학술 계정에 접속해 자신이 수년간 연구해 온 결과물과 세 건의 특허 증서, 그리고 D 국에서 수상한 연구 관련 상장을 불러왔다.그녀는 이어 장문의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제목은 단순했지만 묵직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내 가족, 커리어, 그리고 이혼에 대한 진실.]글 속엔 과장이나 감정적 호소 없이, 차분하고 객관적인 문체로 그녀가 걸어온 독립 연구의 과정과 성과가 담겼다. 글 말미에는 결정적인 증거 자료들이 첨부되었다. 6년 전 D 국 국립 연구소로부터 받은 입사 초청장, 부부 공동명의로 작성된 재산 분할 서류 등, 모든 것이 조목조목 정리되어 있었다.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맺었다.[진실은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도 왜곡될 수 없다.]소예지가 글을 게시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그녀의 계정을 주시하던 주요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이를 기사화했고 ‘루머는 멈춰야 한다’라는 부제목과 함께 널리 퍼져나갔다.곧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새로운 반응들이 속속 올라왔다.[헐, 로널드 의학연구소? 거기 완전 글로벌 탑 연구소잖아? 소예지가 거기 출신이라고?][첨부된 특허 문서 보니까 진짜 혼자 연구한 거 맞는 듯!][이거 누가 고의로 여론 조작한 거 아님? 완전 마녀사냥인데!]동시에, 심주원도 신속히 대응에 나섰다. 그는 경제 전문지에 고이한과의 이혼과 관련된 인터뷰를 싣고 변호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이번 이혼은 양측의 합의에 따른 평화적인 결정이며 사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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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고 대표님, 최근 전 부인인 소예지 씨가 온라인상에서 심한 비난을 받고 있는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혹시 지금 간단히라도 입장을 들을 수 있을까요?”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속에서도, 고이한의 눈빛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내뱉었다.“최근 온라인상에서 제 전처, 소예지 씨를 향한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하여 곧 공식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그러자 한 여자 기자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래도 지금 잠깐이라도 말씀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그의 차가운 눈빛이 질문한 여자 기자에게로 향했다.“우리가 이혼했더라도 소예지 씨가 내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짧고 강한 한마디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 말 한 줄만으로도 그의 확고한 태도는 충분히 전해졌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 모두가 침묵했다.그랬다. 이혼했어도 고이한의 마음 한편엔 여전히 소예지를 지키고 싶은 의지가 남아 있었다.몇몇 기자들은 심지어 그의 발언을 이렇게 받아들였다.“내 사람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한편, 심유빈은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소예지에 관한 기사와 그녀가 직접 업로드한 자격증, 수상 내역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그걸 바라보며, 심유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결혼한 6년 동안 그렇게 조용하더니, 저런 걸 해냈다고?’조용히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소예지는, 사실 해외에서 혼자의 힘으로 경력을 쌓으며 화려한 업적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때, 안채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고 대표랑 소예지가 이혼했다는 건, 언니에겐 이제 고씨 가문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 거 아니야?”안채린의 장난 섞인 말에, 심유빈은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담담히 말했다.“적어도 상대는 다른 여자는 아닐 거야.”“설마 이번 해프닝, 언니가 벌인 일은 아니지?”안채린이 조심스럽게 묻자 심유빈의 입꼬리가 비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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