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몇 개의 영상을 더 넘기다 이내 휴대폰을 내려두었다. 출장길에 선물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탓에, 공항 근처에서 급하게 선물을 사야 했다.밤 8시 반, 집에 도착한 그녀는 다시 차를 몰아 곧장 고씨 가문으로 향했다.현관 앞, 진가영이 고하슬의 손을 꼭 잡은 채 마중을 나와 있었다.“엄마? 왜 혼자 왔어요? 아빠는요?”고하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아빠는 며칠 뒤에 돌아오실 거야. 가자, 선물이 차에 있어.”‘선물’이라는 말에 고하슬의 눈동자가 반짝였고 아이는 얼른 진가영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할머니, 안녕! 또 놀러 올게요!”진가영도 따뜻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그래, 다음에 또 오렴.”그녀의 눈에는 어딘가 아쉬움이 고여 있었다.월요일 아침, 소예지는 딸을 등교시킨 뒤 곧장 실험실로 향했고 건물 로비에 들어서던 찰나, 마침 안채린과 이서연과 마주쳤다.그 순간, 안채린의 눈빛에선 짙은 원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아버지의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어머니는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과 두통에 시달리다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는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이 소예지라고 믿고 있었다.“이번 회의에서 수확이 꽤 있었겠네?”이서연이 먼저 말을 건넸다.“응. 이따가 회의 자료는 단톡방에 공유할게.”소예지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로비를 지나쳤다.오전 10시 회의. 양정화는 새로운 업무를 배분했다.안채린은 여전히 기초 실험 파트를 맡았고 이서연은 각 병원을 돌며 임상 케이스 수집을 담당하게 되었다.반면, 소예지와 강준석은 MD 사와 함께하는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이서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학술 능력으로 이 연구팀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었기에 맡은 역할에 불만을 품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안채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매일 실험실에 틀어박혀 반복적인 기초실험에 매달리는 자신과 달리, 소예지와 강준석은 핵심 기술과 전략을 다루는 중심축이 되어 있었다.“아, 맞다.”회의가 끝날 무렵,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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