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소예지에게 향했다. 딸에게 이혼 이야기했는지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소예지는 조용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부부로 지낸 6년, 그녀의 눈빛만으로도 고이한은 충분히 그녀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엄마가 요 며칠 많이 힘들었으니까, 오늘은 좀 쉬게 해드리자.”고이한이 딸아이를 다정하게 달랬다.“네, 알겠어요.”고하슬은 아직 다섯 살에 불과했지만 어느새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그날 밤, 소예지가 책상에 앉아 논문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유치원에서 알림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무심코 클릭한 화면 속엔, 국제적인 피아니스트가 한 학기 동안 아이들에게 피아노 수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초빙 교사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소예지의 얼굴빛이 단번에 굳어졌다.심유빈.불과 몇 분 뒤, 학부모 단톡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이런 분을 모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기회죠! 기대돼요!]하지만 소예지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심유빈이 이렇게 등장한 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에게 접근해 마음을 얻고, 결국엔 ‘새엄마’ 자리를 노리는 거겠지.”“임신한 거 아니었어?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이건 절대, 고이한 모르게 벌어진 일이 아닐 거야.”주말 내내 소예지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일요일 오후 다섯 시, 고이한이 딸을 집에 데려다주었다.소예지가 고하슬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들어서던 그때, 아이가 갑자기 입을 삐죽이며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앙!”놀란 소예지는 급히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췄다.“왜 그래? 어디 아파?”“아빠 가지 마요! 나 아빠랑 같이 있을래요!”고하슬은 소예지의 손을 뿌리치고 마당을 향해 뛰쳐나가 고이한의 다리에 매달렸다.아빠를 향해 서럽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소예지의 가슴이 아릿해졌다. 겨우 다섯 살,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바랄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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