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이 문제를 곧장 떠벌리지는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실험실의 다른 장비들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했고 그러던 중, 추가로 몇 대의 중고 리퍼 장비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장비의 새것과 헌것은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금세 티가 나는 법이었다.실험실을 나서던 소예지의 시야에 강준석이 들어왔다. 그는 안채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나 소예지를 보자마자 급히 말을 마무리했다.“채린아, 이건 다음에 얘기하자.”“어? 강 선배, 내가 제안한 거 뭐 문제 있어?”당황한 안채린이 되물었고 그녀도 곧 소예지를 발견했다.입술을 앙다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니나 다를까. 소예지가 등장하는 순간, 세상의 중심은 또 그녀가 되어버렸다.“강 선배, 혹시 윤 선배 못 봤어?”“윤 선배? 저기 큰 사무실에 있어. 무슨 일 있어?”“응, 할 얘기가 좀 있어서.”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바로 그때, 안채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본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뒤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아빠?”“오늘 너희 실험실 장비 점검했다며? 문제없었지?”안영수의 다정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채린은 자신이 사용하는 실험실을 직접 확인했기에 거리낌 없이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당연히 문제없었죠.”“아빠가 전부 최신형으로 넣어줬잖아. 절대 문제없을 거야.”자신만만한 그의 말에 안채린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소예지는 곧장 큰 사무실로 향했다.그곳에서는 윤혁이 서류를 검토하다가 마지막 장에 서명을 하는 중이었다.그녀는 조용히 그가 업무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가섰다.“윤 선배, 잠깐 단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요?”윤혁은 곧 강준석과 함께 그녀를 따라 옆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문이 닫히는 순간, 소예지의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워졌다.“선배, 혹시 이 장비들, 다 전문가한테 검수받은 게 맞나요?”예상치 못한 질문에 윤혁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일 있어? 뭔가 이상한 거라도 발견한 거야?”소예지는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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