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Bab 221 - Bab 230

334 Bab

제221화

그날 밤, 소예지는 말랑한 딸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아이의 체온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안았고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한 꿈속에서, 그녀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깊은 밤을 견뎠다.다음 날 아침.특이한 사례를 가진 환자가 있어 소예지는 이서연과 함께 직접 현장 방문을 나서게 되었다.도심 중심의 종합병원.환자 문안을 마치고 병원 로비를 빠져나오던 순간, 이서연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예지야, 저 여자, 혹시... 심유빈 아니야?”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단정한 몸매와 기품 있는 분위기만으로도 단번에 눈길을 끌 만한 여인이었다.소예지도 이서연이 가리킨 방향을 힐끔 바라보고는 단 한 번에, 그 여자가 바로 심유빈임을 알아보았다.이서연의 말투는 점점 조심스러워졌다.“지금 산부인과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설마 임신 확인하러 온 건 아니겠지?”사실 이서연은 남의 일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성격이었고 이런 일에는 특히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예지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문 앞에서 잠깐만 기다려줘.”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산부인과 방향으로 잰걸음으로 달려갔다.5분쯤 지났을까.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이서연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예지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왔다.그리고는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한번 맞춰볼래? 심유빈이 들어간 과가 어디였는지?”굳이 말하지 않아도 소예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산부인과였어!”소예지의 결혼을 깨뜨린 그 여자가, 지금은 임신까지 한 것이다.게다가 그 여자는 안채린의 친언니이기도 했다.‘뭐, 심유빈 같은 여자를 앞에 두고, 과연 어느 남자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고 대표조차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택했으니.’이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좀 오지랖이었지, 미안.”소예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만 가자.”연구소에 돌아오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이성열이 급히 회의를 소
Baca selengkapnya

제222화

“이따 나갈 때 그 사람들이랑 마주치지만 말자. 괜히 기분 상할 일 생기면 안 되잖아.”하지만 소예지는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딸이 그들을 보게 될까 봐 원치 않았을 뿐이다.그때, 고하슬이 장난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엄마, 나 쉬 마려워요.”소예지는 딸을 유아용 식탁 의자에서 안아내 화장실로 데려갔다.막 딸을 안고 칸막이 안으로 들어선 순간,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곧,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그 아이가 우리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요.”“방금 전에도요! 유빈이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더라니까요.”칸막이 안에서 소예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화장실에서 통화 중인 여자는 다름 아닌, 심유빈의 어머니였다.“이혼 절차는 말끔히 끝났고 이제 유빈이랑 결혼만 남았어요.”“당신 쪽 프로젝트는 내가 오늘 묻기 좀 그래서, 유빈이가 대신 얘기할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들떠갔다.“곧 당신 사위 될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면 못 따낼 프로젝트가 어디 있겠어요?”그 순간, 고하슬이 소예지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엄마, 나 다 했어요.”왜 아직 나가지 않느냐는 눈빛이었다.소예지는 조용히 칸막이 문을 열었다.세면대 앞에는 치장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손을 씻고 있었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온몸이 보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녀의 목을 감싼 최고급 진주 목걸이 하나만 해도 몇십억은 족히 나가 보였다.팔목의 팔찌 또한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과연, 고이한이 심유빈 모녀를 물심양면으로 극진히 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거울 너머로 심미정이 소예지를 힐끗 보았다.하지만 그녀는 소예지를 알아보지 못했다.한때 사진으로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주치게 되니 전혀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무엇보다 오늘은 딸의 혼사로 한껏 들뜬 날이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딸과 함께 손을 씻고 다시 룸으로 돌아가자 그 사이 박시온이 계산을 마
Baca selengkapnya

제223화

다음 날 오후, 소예지는 강준석과 함께 MD로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예전엔 다들 일하는 중간중간 가볍게 숨을 돌리며 여유를 가졌는데 지금은 연구원들 모두가 자리에 박혀 묵묵히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주현우의 사무실 또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한 장의 서류를 소예지에게 밀어주며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이건 최우선으로 해결하라고 하셨습니다. 소예지 선생님이 팀을 이끌어주셨으면 한다더군요.”소예지는 서류를 넘기며 내용을 살펴보다 점점 미간이 좁아졌다.“이 방향은 리스크가 큽니다. 상당한 양의 실험 검증이 필요해요.”주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고 대표님 말씀으론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네요. 소예지 선생님의 능력을 꽤 신뢰하시는 듯해요.”소예지는 서류를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연구실로 돌아온 소예지는 다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이번 연구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였다. 현재로선 조혈모세포 이식이 유일한 근본 치료법이었고, 이 연구는 그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한 고난도 과제였다.이번 MD와의 공동 프로젝트에서도 이 주제는 핵심 분야로 다뤄지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이 연구를 직접 이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말 그대로 쉴 틈 없는 전쟁이 될 것이다.한편, 주현우 사무실의 내선전화가 울렸다.“네, 누구십니까?”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소예지 씨가 뭐라고 하던가요?”고이한이였다.주현우는 순간 놀라며 몸을 바로 세웠다.“고 대표님! 네, 소예지 선생이 방금 수락했습니다.”“좋습니다. 소예지 씨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물론입니다. 최우선으로 돕겠습니다.”소예지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양정화와 연구 구성을 상의했다. 양정화 역시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에 전적으로 찬성했고, 함께 작업 중이던 강준석은 기존 프로젝트에 계속 전념하기로 했다.그리
Baca selengkapnya

제224화

어쩌면, 이건 고이한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괴롭히고 철저히 밀어내는 그의 방식.이제는 고이한이 언니 심유빈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안채린은 그 생각이 더욱 확신처럼 느껴졌다.마침 중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일을 맡긴 것도, 전처인 소예지가 그들의 평온한 생활에 끼어들 틈을 아예 막아버리려는 의도일지 모른다.게다가 그녀가 가장 쾌감을 느꼈던 건 따로 있었다.이번 일로 인해 소예지는 자연스레 강준석과 멀어졌고 이제는 그의 도움 없이 '천재'라는 허울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그렇게 몇 년만 지나면 결국 소예지의 천재란 가면도 벗겨지겠지.’오후 네 시.소예지는 급하게 차를 몰아 유치원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에 십 분쯤 늦었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딸과 함께 윤하준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가장 먼저 아이에게 달려간 소예지는 조심스럽게 사과했다.“미안해, 엄마가 좀 늦었지?”“괜찮아요, 엄마. 엄마 바쁜 거 나도 알아요. 나, 얌전히 기다릴 수 있어요.”고하슬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소예지는 울컥했다.어느새 이렇게 자라 속 깊어져 버린 딸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저릿했다.“고마워요, 윤하준 씨.”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별말씀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작별했다.운전석에 앉은 윤하준은 백미러로 뒤차를 힐끔 바라보다가, 잠시 멍하니 시선을 고정했다.흰색 포르쉐, 그리고 그 안에 앉아 있는 여자가 자꾸 눈에 밟혔다.“삼촌, 아직도 왜 출발 안 해요?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예요?”귀 옆에서 이안이 장난스럽게 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준은 웃으며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혹시 소예지 아줌마 몰래 보고 있었어요?”이안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더니 씩 웃었다.“야, 꼬맹이. 넌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해?”윤하준은 당황한 듯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Baca selengkapnya

제225화

소예지는 눈물범벅이 된 딸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으며 부드럽게 달랬다.그때, 위층에서 소란을 들은 양희순이 서둘러 올라왔고 울며 떼쓰는 고하슬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소예지의 모습을 본 그녀는 가슴이 아릿해졌다.한때 그녀는 믿고 싶었다.비록 고이한이 소예지를 깊이 사랑하진 않더라도 딸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이기에 최소한 가정은 지키려 하리라.그러나 그건 철저한 착각이었다.“하슬아, 할머니가 안아줄게. 우리 이제 유치원 가자, 응?”양희순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싫어요! 나 아빠랑 유치원 갈 거란 말이에요!”고하슬은 팔짱을 낀 채 입을 삐죽이며 고집을 부렸다.소예지는 입술을 꾹 깨물다 한숨을 삼킨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오늘은 아빠가 데리러 오게 해줄게, 어때?”“진짜예요? 그럼 아빠가 집에 와서 나랑 밥도 같이 먹어줄 수 있어요?”고하슬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설레는 표정으로 물었다.소예지는 그 순수한 눈빛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고하슬은 눈물을 멈추고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엄마, 꼭 약속 지켜야 해요!”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온 소예지는 차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결국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고이한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경이 조용한 걸 보니 집에 있는 듯했다.“오늘 오후 시간 돼? 하슬이 좀 데리러 가줘.”“그래. 데리러 갈게.”그의 짧은 대답에 소예지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길게 숨을 들이쉰 후, 시동을 걸었다.이혼 후, 그녀는 철저히 선을 지키려 애썼고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연구소에 도착한 그녀는 어머니가 남기고 간 기증 관련 자료를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종이의 가장자리는 세월의 흔적처럼 누렇게 바랬고 서명란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필체는 단정하고 강단 있었다.소예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마치 이 얇은 종이 너머로 기억 속의 다정하고 강인했던 어머니가 손을 내밀어줄 것만 같았다.“이
Baca selengkapnya

제226화

“나는 원본 데이터가 필요할 뿐이야.”소예지는 침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내놓는 게 좋을 거야.”그 순간, 마치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안채린은 이를 악문 채 돌아서더니, 파일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책상 위에 툭 던졌다.“가져가.”소예지는 묵묵히 자료를 확인한 뒤, 그것을 조심스럽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고마워.”그녀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안채린의 조수가 작게 투덜거렸다.“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결국 아빠랑 전남편 덕 아니야...”소예지의 걸음이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수를 바라보자 조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몸을 굳혔다.하지만 소예지는 그들과 말다툼을 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조용히 돌아서,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소예지가 사라지자, 안채린이 차갑게 눈을 흘기며 조수를 노려보았다.“다음부터는 똑바로 기록해. 베끼는 것도 제대로 못 해서 실수나 하고. 나까지 곤란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조수 두 명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숙였다. 이번 실수는 분명히 그들의 잘못이었다.“죄송해요, 채린 언...”안채린은 그들의 어설픈 변명에 여전히 짜증이 치밀었지만 사실 그녀를 가장 신경 쓰이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아까 소예지가 마치 당당한 주인이라도 되는 듯 자료를 요구하던 태도와 흔들림 없는 말투가 거슬렸다.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소예지는 곧장 일에 몰두했다.아버지의 연구 자료는 그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다.‘유전자 편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기존 이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그날 그녀는 점심도 거른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험 설계에 몰입했다.그렇게 어느새 해가 저물고 그녀가 아직도 사무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강준석이 국수를 포장해 들고 직접 찾아왔다.오늘은 고이한이 딸을 데리러 가기로 한 날이었기에 소예지는 퇴근을 미루고 야근을 택했다.원래는 딸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일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결
Baca selengkapnya

제227화

고이한의 앞으로의 연애가 어떻게 되든, 그건 더 이상 소예지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딸아이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지는 말아야 했다.소예지는 최근에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딸은 이제 더 이상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다. 감정에 민감해지고,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나이가 된 것이다.소예지는 꽉 쥔 주먹을 살짝 풀며 마음을 다잡았다.‘길게 아픈 것보단 짧고 확실하게 끝내는 게 낫지.’그렇게 결심한 그녀는 조만간 아이에게 이혼 사실을 직접 말할 계획이었다. 더 이상 숨기는 건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다음 날 오전 9시.선명한 붉은색 페라리가 유치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원래는 목요일 수업이었지만 심유빈은 일부러 일정을 조정해 수요일 아침으로 앞당긴 것이었다.“유빈 이모다!”고하슬이 눈이 휘둥그레져 그녀에게 달려갔다.“오늘 우리 피아노 가르쳐 주러 오셨어요?”“맞아. 이모가 안아보자.”오늘 심유빈은 우아한 옷차림에 정성스레 화장까지 곁들였다. 원래부터 예쁜 외모에 더해 그 품격 있는 분위기 덕분에 아이들은 그녀를 무척 좋아했고 고하슬을 꼭 안아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른 아이들 눈엔 선망이 가득했다.고하슬 역시 두 눈이 반짝이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피아노 수업이 시작되자 심유빈은 연주하는 동안 고하슬을 자기 옆에 앉혔다.마치 고하슬만을 위한 특별한 선물처럼 그녀의 애정을 독차지하게 해줬고 이 작은 배려는 아이의 마음속에서 다시 한번 심유빈을 향한 동경과 애정을 불러일으켰다.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선생님’이라는 역할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수업을 마친 뒤, 심유빈은 떠나기 전 고하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하슬아, 오늘 이모가 너 보러 왔다는 거 엄마한텐 비밀이야. 말하면 엄마가 싫어할 수도 있거든.”“왜요?”“너희 엄마가 이모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고하슬은 고개를 갸웃했다.“이렇게 예쁘고 착한 이모를 왜 싫어해요?”“그건 말이지... 넌 아직 어려서 몰라. 나중에 알게 될 거야.”심유빈이
Baca selengkapnya

제228화

소예지가 막 가방을 챙겨 나서려던 찰나, 고이한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같이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필요 없어.”단호하게 말을 자른 그녀는 곧장 차를 몰아 학교로 향했다.그런데 백미러 너머로 익숙한 차량이 따라붙었다. 고이한의 차가 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딸이 걱정돼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소예지는 엑셀을 힘껏 밟아 학교 앞까지 속도를 올렸다. 차가 멈추기 무섭게 문을 열고 내린 그녀는 곧장 교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건, 온몸을 떨며 울고 있는 고하슬이었다.헝클어진 머리,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생기 없는 눈빛, 아이는 서럽게 흐느끼고 있었다.“하슬아...”순간,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소예지는 무릎을 꿇고 아이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엄마가 왔어. 괜찮아, 울지 마.”“엄마, 정원이가 거짓말한 거죠? 엄마랑 아빠 이혼한 거 아니에요. 나 버려진 아이 아니잖아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잖아요... 흐흑...”딸아이의 절박한 울음소리에, 소예지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그때 내가 잘못된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걸 아이에게 짊어지게 하진 않았을 텐데.’“하슬아,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랑 아빠는 늘 널 사랑해. 그건 절대 변하지 않아.”소예지는 최대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다독였다.그때, 뒤에서 익숙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하슬, 아빠 여기 있어.”딸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물 그렁한 얼굴이 환하게 빛났고 엄마 품을 박차고 나가 아빠의 품에 안겼다.“아빠... 흑흑... 나, 엄마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선생님들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 교실 밖으로 나갔고 세 사람만의 시간이 주어졌다.고하슬은 울먹이는 얼굴로 아빠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아빠, 진짜로... 엄마랑 이혼한 거예요?”소예지는 숨이 멎는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레 고이한에게 시선을 옮겼다.고이한은 말없이 딸의 눈물을 닦아
Baca selengkapnya

제229화

거실에 들어서자, 양희순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벌써 가시려고요?”고이한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아내와 하슬이를 잘 부탁드립니다.”고이한은 말을 남기고는 조용히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양희순은 순간 멍해졌다.‘지금 아내라고 했나?’이혼했다는 소문을 분명 들었는데 고이한은 소예지를 '아내'라고 불렀고 그 말투 속엔 분명 걱정과 애정이 실려 있었다.한편, 소예지는 서재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요즘 그녀의 인생에서 그녀의 마을을 흔드는 단 한 사람은 딸뿐이었다.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가까운 친척 하나 없는 집안에서 이젠 그녀와 딸뿐, 서로가 서로의 전부였다.오후 다섯 시, 잠에서 깬 고하슬은 또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다.“아빠! 나 아빠한테 갈래요!”어쩔 수 없이 소예지는 딸을 달래기 위해 근처 쇼핑몰로 향했고 장난감을 사주며 잠시나마 마음을 달래주려 했다.그 후 이틀 동안, 소예지는 실험실에 나가지 않고 딸 곁을 지켰고 그 사이 고이한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고이한을 그렇게까지 붙잡아두고 심지어 딸조차 외면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심유빈뿐이라는 걸.다행히도 엄마의 끊임없는 사랑과 보살핌 덕분에 고하슬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아이의 표정에서 서서히 웃음꽃이 피어날 무렵, 소예지는 마침내 이혼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그럼... 아빠는 이제 나 안 사랑해요?”고하슬은 커다란 눈망울에 금세 눈물을 머금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말 한마디에 소예지의 가슴이 저릿하게 무너졌다.소예지는 조용히 딸을 꼭 끌어안았다.“그럴 리 없지.”“너는 아빠의 딸이니까. 평생토록 너를 사랑하실 거야.”고하슬은 작게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하려 애쓰는 그 모습은 말없이 어른스러워 보였고 그만큼 더 안쓰러웠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예지는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다.‘더 강해질 거야. 이 아이를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할
Baca selengkapnya

제230화

소예지의 전 남편이던 고이한은 이제 곧 자신의 형부가 될지도 몰랐고 게다가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었다. 안채린 입장에서는 자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일이었다.그동안 소예지에게 눌려 지냈던 그녀는 마침내 쌓인 울분을 시원하게 쏟아낼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그래? 축하해.”소예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안채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안채린은 소예지의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엔 고요함과 차분함만이 가득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아무 반응도 없을 수 있어?’불과 어제 아침, 안채린은 심유빈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었다.고이한이 MD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었다. 소예지가 잃어버린 든든한 백, 그 백이 이제는 오히려 안채린에게 기회를 안겨준 상황인데도 소예지의 표정은 놀랍도록 담담했다.“예지야, 우리 그래도 한때 동료였잖아. 속상하면 그냥 울어. 마음에 담아두면 병 된다?”비아냥조로 던진 말을 남긴 채, 안채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그 시각, 실험실.소예지는 깊게 몰입한 눈빛으로 현미경 앞에 앉아 있었다. 며칠간 아버지의 연구 노트를 정독하며 떠오른 몇 가지 아이디어를 토대로, 지금 그녀는 실험적 검증을 진행 중이었다.시간은 어느덧 오후 네 시.소예지는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조용히 외쳤다.“드디어 찾았어!”곁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던 이지원이 놀라서 달려왔다.“뭘 찾은 거야?”“이 유전자 좌표야!”소예지는 모니터에 깜빡이는 표시를 가리켰고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면역 거부 반응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일지도 몰라!”이지원의 눈도 놀라움으로 커졌다.“예지야, 너 진짜 대단하다! 내가 바로 양 교수님 모셔 올게!”곧 양정화 교수가 급히 실험실로 달려왔다. 그녀는 소예지가 보여준 결과를 직접 확인한 후, 두 눈을 크게 뜨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번 실험은 분명 중요한 돌파구였고 전체 연구의 흐름을 앞당길 수 있는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2122232425
...
34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