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Bab 231 - Bab 240

334 Bab

제231화

고이한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나랑 소예지 사이 일은, 남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에요.”그 말에 강준석은 더는 아무 대꾸도 없이 조용히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고이한은 문손잡이를 눌러 조용히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옆으로 다가가 앉은 그는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소예지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창백한 얼굴, 피곤에 전 듯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 아래로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그때였다.“하슬아!”소예지가 놀라 눈을 뜨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본능처럼 딸의 이름을 먼저 부르다 눈앞에 서 있는 고이한을 발견하고는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하슬이는 어머니 댁에 맡겼어. 걱정 마. 넌 지금 푹 쉬어야 해.”고이한의 부드러운 말에 소예지는 마음이 놓였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길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최근 들어 아이를 돌보며 피로가 쌓였고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한 끝에 결국 실신하고 만 것이다.아직도 어지럼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그녀는 베개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 순간, 조용히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며 강준석이 들어섰다.“정신이 들었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몸 상태는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고 그저 푹 쉬기만 하면 회복될 것이 분명했다.“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면 병원에 좀 더 있을래?”그의 물음에 소예지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어 조용히 대답했다.“집에 가고 싶어.”그 말을 들은 고이한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하슬이는 이틀 정도 더 우리 어머니가 데리고 계실 거야. 넌 집에서 편히 쉬어.”하지만 소예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말했다.“아니. 하슬이는 내가 돌볼 수 있어.”고이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넌 지금 휴식이 필요해.”그러나 소예지는 고이한을 또렷이 응시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하슬이가 곁에 없으면 나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어.”지금 심유빈이 임신 중이고 진가영은 분명 그녀를 자
Baca selengkapnya

제232화

소예지가 앉은 자리엔 은은한 조명이 드리워져 있어 그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채 곧장 다른 칸막이 좌석으로 안내받아 들어갔다.이혼한 지는 꽤 되었지만 고이한과 함께한 지난 6년은 소예지에게 너무도 깊고 아프게 남은 시간이었다.그를 처음 본 순간 한눈에 반했고 결혼 후에도 그녀는 언제나 먼저 다가가는 쪽이었다. 늘 애정을 주고 표현했던 쪽은 자신이었지만 고이한은 늘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었다.그 6년 동안, 그는 그녀의 마음을 거절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고이한이 심유빈에게 보이는 감정을 직접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그도 누군가에게는 다정하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마음 깊은 곳까지 섬세하게 살필 줄 아는 사람이었다.닫혀 있다고 믿었던 그의 마음은 심유빈 앞에선 열려 있었고 그녀는 그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반면, 소예지는 6년을 함께했음에도 단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했다.예전의 소예지는 몰래 심리상담사에 털어놓은 적이 있다.“제 남편은 감정이 없는 사람 같아요. 아무리 애써도 제 마음이 닿질 않아요.”그때 상담사의 대답은 냉정했다.“남편분은 감정 결핍 증상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생 마음속에 누군가를 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그래도 그때의 소예지는 ‘나는 다를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그 마지막 희망마저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고이한이 심유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그가 그녀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한 지금 그 사실이 가슴을 찔렀다.그는 심유빈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애지중지하며 그녀를 한 송이 화사하고 찬란한 꽃처럼 길러내고 있었다.한 사람은 최고의 재벌이었고 또 한 사람은 피아노계의 여신이었으며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듣기만 해도 완벽한 조합이었다.그때였다.화장실에서 돌아오던 박시온과 마주친 고이한은 그녀를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이내 자리에서 일
Baca selengkapnya

제233화

오후, 따뜻한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시간이었다.소예지와 박시온은 오랜만에 기분 전환도 할 겸 백화점으로 향했다.차를 막 주차하던 찰나, 도로 한복판에 웅성이는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무슨 일이야?”두 사람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인파 속으로 들어섰고, 곧 바닥에 쓰러진 노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 죽여 말했다.“아가씨,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남 도와주고 그래요? 괜히 잘못 엮이면 큰일 나요. 혹시 사기 공갈단일 수도 있잖아요...”하지만 소예지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노부인의 상태를 살폈고 이내 얼굴이 단호하게 굳어졌다.“시온아, 빨리 119에 전화해!”그녀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박시온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 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고 위치를 설명한 뒤 소예지 옆으로 달려와 함께 노부인을 돌봤다.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반쯤은 단순한 구경꾼이었고 나머지는 혹시라도 엮일까 싶어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다행히 가까운 거리에 병원이 있었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다.의료진이 들것을 준비해 노부인을 옮기며 소예지에게 물었다.“한 분 동행해 주시겠어요?”소예지는 주저 없이 구급차에 올라탔다.“난 차로 바로 따라갈게!”박시온도 곧장 차로 달려갔다.구급차 안, 의료진은 전기충격과 심폐소생술을 번갈아 시도했다. 병원에 도착할 무렵, 노부인의 얼굴에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노부인이 응급실로 옮겨진 뒤, 소예지는 경찰에 연락해 가족을 수소문해달라 부탁했고 병원 측엔 천만 원을 선납하며 최선의 치료를 부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온도 병원에 도착했고 경찰 쪽에서도 노부인의 가족을 찾아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었다.그리고 약 30분쯤 흘렀을 무렵이었다.“비켜주세요! 길 좀 비켜주세요!”급박한 외침과 함께 구두 굽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재벌
Baca selengkapnya

제234화

이틀 동안 집에서 푹 쉰 덕분에 소예지의 컨디션은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 기운도 한결 나아진 그녀는 셋째 날 아침, 주저 없이 실험실로 복귀했다.연구 보고서를 마무리하자, 양정화가 눈빛을 빛내며 제안했다.“이번엔 실험 검증을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 보자. 이 의학적 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지.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어.”그로부터 일주일 후, 소예지와 박시온은 동시에 시장 부인으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둘은 이 자리를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어 약속된 시각에 맞춰 단정히 차려입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예상치 못하게, 시장 본인까지 가족들과 함께 자리해 두 사람을 맞이했고 식사가 시작되자 직접 감사를 전하기까지 했다. 소예지와 박시온은 이런 극진한 대접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식사 중, 시장은 유독 두 사람을 칭찬하며 이내 소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소예지 씨... 이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시온이 잽싸게 나섰다.“우리 예지가 의학 연구원이거든요. 지난번에 퍼졌던 구형 바이러스 기억나세요? 특효약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소예지예요.”그 순간, 시장과 부인은 동시에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크게 떴다.“아! 바로 그 소예지 씨였군요. 젊고 유능하신 분이라더니,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정말이지, 부처님 마음을 지닌 분이네요.”옆에 있던 시장의 어머니도 따뜻한 미소로 거들었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한서영은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자선 파티가 열려요. 괜찮으시다면 꼭 참석해 주세요.”그 따뜻한 초대에 소예지와 박시온은 흔쾌히 응했다.차에 올라탄 박시온은 두 손을 가슴에 얹은 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우리도 이제 운이 트이나 봐. 내가 시장 사모님이 직접 여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게 될 줄이야! 아, 그 임씨 가문 정말 대단하던데, 둘째 아들은 시장에 큰아들은 무려 국방부 장관이래. 완전 권세가야, 권세가.”
Baca selengkapnya

제235화

저녁 여섯 시 반, 소예지와 박시온은 초대장을 제출하고 우아한 걸음으로 호텔 대로비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막 문이 닫히려는 순간, 직원이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손님 한 분이 더 타셔야 합니다.”그 말과 함께 직원이 바깥을 향해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들어오시죠.”그리고 그 순간, 하얀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우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미소, 치렁치렁한 드레스 자락, 고개를 살짝 든 채 안으로 걸어 들어온 사람은 바로 심유빈이었다.두 사람을 본 순간, 그녀의 눈빛에 잠시 놀라움이 스쳤다. 이렇게 근엄하고 격식을 갖춘 연회장에서 소예지와 박시온을 마주하게 될 줄은 그녀조차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이 둘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박시온 역시 순간 소예지를 힐끗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설마, 심유빈도 초대를 받은 거야?’엘리베이터 안의 정적을 깬 건, 심유빈이었다. 그녀는 어색한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정말 우연이네요. 두 분도 오늘 연회에 오신 건가요?”박시온은 일부러 미소를 억지로 지어 보이며 응수했다.“심유빈 씨 복장 보니까, 오늘 무대에서 공연이라도 하시나 봐요?”그 말에 심유빈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언뜻 듣기엔 농담 같았지만 그 속엔 ‘딴따라’라는 뼈 있는 한마디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심유빈은 차갑게 돌아서며 대꾸 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엘리베이터는 곧 3층에 도착했다. 그녀가 먼저 내리고 소예지와 박시온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3층 연회장 안, 우아하게 차려입은 귀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심유빈이 그 무리 속으로 걸어가자 곧 그녀를 향한 시선들이 하나둘 몰렸다.매끈한 외모와 능숙한 언변으로 심유빈은 금세 그들 사이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반면, 소예지와 박시온이 서 있는 구석은 묘하게 적막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누구도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Baca selengkapnya

제236화

오늘 이 연회의 진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시장 부인이었다.한서영이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심유빈은 잽싸게 표정을 정돈하고 인사할 채비를 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누가 먼저 말을 트느냐에 따라 사교계에서의 입지가 갈릴 수 있었다.그녀는 가장 완벽한 미소를 얼굴에 띠고 타이밍을 잡아 한 발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서영의 시선이 로비를 가볍게 훑고 지나가더니, 뜻밖에도 소예지와 박시온에게 멈췄다.잠시 뒤, 그녀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곧장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심유빈의 입꼬리에 걸렸던 미소는 그대로 굳어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따라갔지만 그 방향엔 소예지와 박시온 둘뿐이었다.“말도 안 돼...”홀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조용히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몇몇은 이미 흥미롭다는 듯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순간, 심유빈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저런 평범한 애들한테 왜?’그때, 한서영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와 환한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소예지 씨, 박시온 씨, 오셨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진심으로 환영해요.”소예지는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담백하게 인사했다. 목소리는 겸손했지만 그 안에는 절제된 기품이 담겨 있었다.“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오늘 저녁에 드릴 선물도 준비했어요. 그러니까 절대 도망치기 없기예요?”한서영이 웃으며 농담하자 소예지와 박시온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원래는 조용히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계획을 바꿔야 할지도 몰랐다.“그럴 리가요.”박시온이 웃으며 유쾌하게 받아쳤다.그때 한서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다들 여기 계셨네요? 오세요, 제가 오늘의 손님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그녀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손을 이끌고 심유빈이 앉아 있는 소파 옆으로 안내했다.심유빈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그 소파 자리는 명백히 상류층 중에서도 핵심 인물들이 모인 자리였고 특히 겉으로만 봐도 범접하기 어려운 정
Baca selengkapnya

제237화

한서영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묘하게 또렷했다.그 순간, 샴페인 잔을 쥐고 있던 심유빈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날카로운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특효약 개발자? 아, 바로 저분이었어? 정말 대단하네.”“맞아요. 우리 아이도 그때 크게 아팠는데 그 약 덕분에 살아났어요.”놀라움과 존경이 섞인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몇몇 부인들이 샴페인 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소예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심유빈의 시선도 저절로 따라갔다.그들 틈에 둘러싸인 여인은 다름 아닌 소예지였다.언제나 고이한의 곁에서 투명한 존재처럼 머물던 여자, 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그 여자가 지금은 모든 시선을 모으며 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소예지는 귀부인들 사이에서 우아하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입가에는 품위 있는 미소가 얼굴에는 아첨도 없고 태도에는 거만함도 없었다.그 모습은 마치, 애초부터 그런 자리에 있어야만 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심유빈 선생님?”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사회자가 연주하실 곡 확인 부탁드린다고 하십니다.”정신이 번쩍 든 심유빈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는지 깨달았다.“네, 금방 갈게요.”그러나 막 발걸음을 떼려는 찰나, 주변 손님들의 낮은 속삭임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그 특효약이 수만 명을 살렸다던데...”“저 나이에 저런 업적이라니, 한 여사가 왜 그렇게 아꼈는지 알겠어.”“게다가 예쁘기까지 하잖아.”한마디, 한마디 그 모든 말이 마치 날 선 바늘처럼 그녀의 심장을 찔러댔고 심유빈은 이를 악물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무대 뒤 화장대 앞.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며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오늘을 위해 특별히 고른 드레스였다.해외에서 맞춤 제작한 다이아몬드 장식의 화이트 드레스는 가격만 해도 억대였고 무엇보다 그 위에 수 놓인 다이아몬드는 전부 진짜였다.심유빈은 그 어떤 부분도 허투루 꾸미지 않았다.이 모든 것은, 누구도 자신을 얕보지 못하게
Baca selengkapnya

제238화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심유빈의 발걸음이 살짝 흔들렸다.그래도 사람들이 몇 마디쯤은 칭찬해 줄 줄 알았지만 모두가 그녀의 존재를 잊은 듯, 시선은 오로지 연회장 반대편의 한 무리에게만 쏠려 있었다.바로, 소예지가 있는 자리였다.“연주 정말 훌륭하셨어요. 샴페인 드릴까요?”한 남자 직원이 지나가며 조심스레 묻자 심유빈은 말없이 샴페인 잔을 들어 올렸다.조용히 소파가 놓인 휴게 구역으로 걸음을 옮기며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는 소예지를 향해 박혀 있었다.‘이 질투심을 단번에 태워버릴 만큼 강한 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처음엔 도대체 자신이 왜 이렇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깨달았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과 생명을 구하는 손이 비교되는 순간 심유빈은 자신의 손이 유난히 무기력하고 하얗게 느껴졌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에서는 억울함과 질투심,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러움이 일렁이고 있었다.그녀는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고이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몸이 좀 안 좋아. 데리러 와줄 수 있어?]곧바로 답장이 왔다.[어디가 안 좋은데?][와인 두 잔 마셨더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몇 시에 끝나?][아마 아홉 시쯤?][갈게.]마지막 메시지를 본 순간, 심유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일에서는 소예지가 이길지 몰라도, 고이한은 내 것이라고.’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고개를 들었다.바로 그때, 군복 차림의 한 남성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육군 정복 셔츠에 짧게 자른 머리, 그러나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그런 단정한 외형도 가릴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심유빈은 본능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누구지, 저 사람?’그녀는 속으로 그 정체를 궁금해하며 시선을 떼지 못하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는 어머니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고 심유빈은 어쩔 수 없이 발코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군복을 입은 청년을 발견한 한서영은 반갑게
Baca selengkapnya

제239화

소예지는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했다.이제 슬슬 자리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었다.집에는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밤늦게까지 이곳에 머물 성격이 아니었다.그 소식을 들은 한서영은 다소 놀란 듯 물었다.“소예지 씨, 결혼했어요?”그녀는 소예지가 의료계에서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가족사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였다.곁에 있던 박시온이 서둘러 정중히 설명했다.“그게 아니라, 소예지 씨는 이혼하셨어요.”절친이 좋은 인연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한서영은 다시 한번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소예지 같은 여자를 외면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좋아요. 그럼 나중에 제 조카에게 두 분 연락처를 전해드릴게요. 이번에 시내로 들어오면 식사라도 같이하자고 하더라고요.”그녀는 말을 흐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봤다.한서영은 소예지의 능력을 진심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자신의 조카 또한 그녀와 충분히 어울릴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소예지와 박시온이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심유빈이 핸드백을 챙겨 한서영에게 다가왔다.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지만, 한서영은 간단히 감사를 표한 뒤 금세 다른 손님 쪽으로 몸을 돌렸다.남겨진 심유빈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 고이한에게 문자를 보냈다.[이한 오빠, 나 발목을 좀 삐었어. 대문 앞까지 차 몰고 와줄래?]잠시 후, 고이한의 답장이 도착했다.[그래.]소예지와 박시온이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심유빈도 뒤따라 안으로 들어섰다.그때, 박시온이 일부러 크게 말했다.“예지야, 오늘 너 인기 대박이었어.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진짜 자랑스럽다니까.”그 말은 명백히 심유빈을 향한 의도된 한마디였다.하지만 심유빈은 비웃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박시온이 평생 소예지의 들러리를 자처하는 모습이 그저 우스워 보였다.‘진짜 자매 사이에도 질투가 생기는데 친구 주제에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게 가당키나 해?’그녀는 아까 박시온이 자신을 향해 ‘
Baca selengkapnya

제240화

“[안녕하세요, 소예지 씨. 저는 임현욱이라고 합니다. 혹시 카톡 친구 추가해도 괜찮을까요?]”소예지가 카톡을 열어보니 정말로 낯선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별생각 없이 ‘수락’ 버튼을 눌렀다.차에 올라타 막 자리를 잡았을 무렵, 핸드폰에서 다시 한번 알림음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했다.[소예지 씨, 실례가 많았습니다. 정식으로 자기소개 드릴게요. 저는 육군 제9군단 소속 대위, 임현욱입니다. 올해 스물일곱이고 미혼이며 별다른 나쁜 습관은 없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소예지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옆자리에 앉은 박시온이 힐끔 들여다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걸 느꼈다.“봐봐, 이 정도면 마음 있는 거 맞잖아.”뭐라고 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소예지는 결국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조용히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어라? 답장 안 해?”박시온이 놀란 듯 물었다.“뭐라고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운전대를 잡은 박시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 사람, 국방부 장관 아들이잖아. 게다가 저 나이에 벌써 대위면 진짜 금수저 엘리트지. 이런 남자를 그냥 흘려보낸다고?”“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쓸 겨를도 없어.”소예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실험실 프로젝트도 이제 중요한 고비를 넘기고 있고 하슬이도 아직 어리니까...”그 순간, 가방 속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이번엔 임현욱이 보낸 두 번째 메시지였다.[방금은 너무 갑작스러웠죠.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자신의 첫 메시지가 너무 목적성이 강했음을 눈치챈 듯, 조심스럽게 사과를 전해온 것이다.계속 답장을 안 하는 건 오히려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예지는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괜찮습니다.]공손하지만 분명한 선을 그은,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답이었다.곧바로 임현욱의 답장이 도착했다.[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뵙겠습니다.][네. 그러죠.]잠시 후, 박시온의 차가 소예지의 집 앞 골목에 들어섰다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2223242526
...
34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