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441 - Chapter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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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구 박사님 팀이 워낙 협조를 잘해주셔서요.”소예지가 커피를 받아 들며 부드럽게 웃었다.“이제 마무리 작업만 끝나면 저도 슬슬 돌아가야죠.”구온은 그녀의 시간도 이제는 더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현욱한테 미리 부탁해서 준비해 두라고 할게요.”여섯째 날.모든 정리 작업이 마무리되었고 임현욱은 이번만큼은 직접 휴가를 내기로 결심했다.소예지와 고하슬 두 사람을 A시까지 바래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다만, 그는 소예지에게 이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짐을 모두 정리한 소예지 앞에 임현욱이 나타났다.비행장까지 함께 짐을 옮겨주겠다며 조용히 다가온 그는 묵묵히 그녀의 가방을 들어 올렸다.소예지는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를 바라보았고 탁도경도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편안한 얼굴로 그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하슬아, 아저씨께 인사드려야지.”“현욱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고하슬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자 임현욱은 잔잔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저씨가 비행기까지 태워다줄게.”비행기가 활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예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외쳤다.“현욱 씨, 아직 내리지도 않았잖아요!”임현욱은 그제야 안전벨트를 매며 웃음을 머금었다.“이틀 휴가 냈어요. A시까지 모셔다드리려고요.”그녀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일에 지장 주는 거 아니에요?”소예지는 그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걱정부터 앞섰다.“마침 A시에 회의가 있어서요.”그는 태연하게 말했다.물론 회의 따위는 없었다.단지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조용한 배려였을 뿐이었고 그의 예상대로, 소예지는 그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창밖으로 활주로가 멀어져가던 순간, 고하슬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나중에 또 여기 와서 반딧불이 잡고 별 볼 수 있어요?”임현욱은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럼. 다음에 방학하면 아저씨한테 미리 말만 해. 아저씨가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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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고이한은 임현욱의 SUV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경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우리도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고이한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차 안엔 약하게 에어컨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괜히 답답한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회사로 가.”김경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동을 걸었다.벌써 그의 곁에서 일한 지도 6년째 김경환은 누구보다 고이한의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전부인 양 고이한을 바라보던 소예지는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그림자처럼 곁에만 머물길 바라던 여자가 지금은 연구계에서 당당히 자기 이름을 빛내며 스스로 반짝이고 있었다.그 변화는 김경환조차 감탄할 정도였다.‘그런 소예지 씨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남자의 차에 올라타고 웃고 있는데 대표님 속이 좋으실 리가 없지.’그 시각 임현욱의 SUV는 도심을 향해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고하슬은 창밖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엄마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들었고 소예지 역시 긴 출장의 피로가 서서히 눈꺼풀을 눌렀다.차 안은 잔잔한 고요와 따뜻한 온기에 감싸였다.임현욱의 부하가 운전하는 차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속도로 움직였고 곧 소예지의 집 앞에 도착했다.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난 고하슬은 현관 앞에서 반갑게 달려오는 강아지 젤리를 보자 환한 얼굴로 소리쳤다.“젤리야!”소예지는 차에서 내려 임현욱과 그의 부하를 향해 말했다.“안에 들어와서 차 한잔하고 가요.”그러자 임현욱의 부하는 눈치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저는 괜찮습니다. 일이 좀 있어서요. 형님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빠르게 차를 몰고 떠났다.남겨진 임현욱은 가볍게 웃으며 소예지를 바라보았다.“실례가 되진 않을까요?”“출장 내내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제가 감사해야죠.”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희순에게 차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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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소예지는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머릿속이 새하얘진 채로 몇 초간 멍하니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잠시 침묵을 삼킨 끝에 그녀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조심스럽게 답장을 보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천천히 돌아와도 괜찮아. 어머님 일부터 잘 마무리해.]곧 강준석의 짧은 회신이 도착했다.[어머니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를 거야.]소예지는 다시 한번 손끝을 움직였다.[강 선배, 먼저 집안일 잘 정리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만 해.]그녀는 그렇게 문자를 보내며 마음속에 스며든 감정을 조용히 눌러 삼켰다.그 밤은 길고 조용했지만 다행히 하룻밤 푹 쉬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점심 무렵 소예지는 딸을 데리고 임현욱과 함께 집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식당 안으로 들어선 순간 마침 고하슬의 반 친구와 마주쳤고 그 아이의 부모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소예지와 임현욱을 번갈아 바라보던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하슬이 아버님, 정말 잘생기셨어요!”임현욱은 민망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소예지는 깜짝 놀라 바로 해명하려 했지만 마침 그 어머니의 휴대폰이 울리며 상황은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죄송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 애들끼리 잠깐 놀게 하세요!”해명의 타이밍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소예지는 난처한 듯 임현욱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미안해요 괜히 오해받게 해서...”하지만 임현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요. 전 이런 오해 꽤 마음에 들어요.”그에겐 그저 가벼운 해프닝이었지만 소예지에게는 그 한마디마저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자리에 앉은 뒤에도 소예지는 한참 동안 딸과 친구가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현욱 씨,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우리 사이에 대해서요.”임현욱은 표정을 가다듬고 진지한 눈빛으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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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임현욱은 소예지와 고하슬을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이제 군으로 돌아가야 해요. 다음에 보게 된다면 아마 10월쯤이나 될지도 모르겠네요.”임현욱은 언제나처럼 담담한 미소로 말하며 인사했다.“현욱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고하슬은 작은 손을 힘차게 흔들며 인사를 건넸고 임현욱은 무릎을 굽혀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밥 잘 챙겨 먹고 엄마 말씀도 잘 들어야 해. 알았지?”“네!”소예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운전 조심하세요.”임현욱은 가볍게 손을 흔든 뒤 SUV에 올라탔고 점점 멀어져 가는 차를 소예지는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분명 공적인 일이라 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 보여준 그의 배려와 헌신은 단지 의무로 보기엔 너무 깊고 따뜻했다. 그 진심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마음 한켠엔 감사함과 함께 어딘가 미안한 감정이 차올랐다.그 순간 안쪽에서 젤리의 짧은 울음소리가 들렸고 양희순이 문을 열고 나왔다.“어머 사모님. 오셨어요?”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임현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조심스레 물었다.“임 선생님은 안 들어오셨어요?”“가셨어요.”소예지는 짧게 대답하고 마당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말을 들은 양희순은 잠시 멈칫했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그럼 정말 그냥 친구 사이였던 건가?’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평소처럼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교문 근처에 도착했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시선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진가영이었다.손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듯 아침 일찍부터 학교 앞에 나와 있었고 고하슬은 그 모습을 알아보자마자 반가움에 소리쳤다.“할머니!”진가영은 얼른 무릎을 꿇다시피 앉아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보름 넘게 보지 못했던 손녀의 온기는 그녀에게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우리 하슬이 그동안 잘 지냈어?”“네! 엄청 재미있는데 다녀왔어요!”그 순간 옆쪽에서 한 남자가 어린 딸을 목말 태운 채 걷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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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마음이 계속 쓰였던 진가영은 결국 휴대폰을 꺼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이한아, 아까 학교에서 소예지랑 하슬이를 만났어.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에 예지 보고 하슬이 데리고 집에 와서 밥 먹고 가라고 하고 싶은데...”“알겠어요. 얘기해 볼게요.”고이한은 짧게 대답했다.하지만 진가영은 선뜻 끊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아까 보니까 윤 대표가 소예지 차에 타더라. 걔네 무슨 사이야?”참다못한 그녀는 결국 캐묻듯 물었다.윤하준과 고이한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윤하준이 소예지와 가까워진 듯한 기색이 보여서인지 그 관계가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잠시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고 곧 고이한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엄마 ,그 일은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그 말에 진가영은 가슴 한편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너 윤씨 가문 쪽에서 우리랑 혼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거 알고는 있어?”요즘 고이한은 회사 일이며 출장으로 바빠 윤씨 가문 쪽 어르신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몰랐지만 생각해 보면 이제 막 가주 자리에 오른 윤하준 입장에선 정략결혼으로 입지를 다지는 게 필요하긴 했다.“엄마, 수경이랑 윤 대표는 안 맞아요.”진가영은 곧장 반박했다.“왜 안 맞는데? 하준이도 내가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아이야. 우리 수경이가 어디가 모자라서 안 된다는 거야?”고이한은 한 치 망설임 없이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결혼은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저 회의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전화가 끊기고 진가영은 멍하니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유치원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손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한편. 소예지는 조수석에 앉은 윤하준에게 조용히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그냥 길가에 내려줘요.”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깜빡이를 켠 뒤, 차를 도로 가장자리로 붙였다.그 순간, 조용히 시선을 옮기던 윤하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까 진 여사님 얘기 들어보니까 고 대표랑 재결합하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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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소예지는 주현우가 따로 할 이야기가 있는 줄 알고 그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고이한이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그 순간, 그녀의 온몸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으로 굳어졌다.고이한이 천천히 몸을 돌리며 그녀를 바라봤고 그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담담했다.“오늘 오후에 하슬이 데리고 어머니 댁에서 저녁 먹을 거야.”그의 말투는 평범했지만 그 안엔 어딘가 ‘허락’을 구하는 듯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소예지는 가늘게 눈을 좁히며 짧게 대답했다.“아홉 시 전에 데려와.”그에겐 한 달에 여덟 번의 면접권이 있었고 소예지는 앞으로 그것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따져갈 생각이었다.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던 그녀를 고이한이 다시 불러 세웠다.“잠깐만.”그는 조용히 그녀 쪽으로 다가오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윤씨 가문에서 우리 집이랑 혼사 얘길 논의 중이야. 괜히 윤가 어른들한테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으면 당분간 윤하준이랑 너무 자주 엮이지 마.”그 말에 소예지는 싸늘하게 눈을 치켜올렸다.“전에 말했잖아. 윤가 어른들이 이혼한 데다 아이까지 있는 여자를 집안에 받아들일 리 없다고.”그 순간 소예지의 안에서 무언가가 확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그래서? 당신 눈엔 이혼한 여자가 그렇게 하찮아 보여?”고이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런 뜻은 아니었어.”하지만 소예지는 그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았고 분노는 이미 가슴팍까지 차올라 있었다.“고이한, 내가 예전에 눈이 멀어서 당신 같은 사람 선택한 건, 그건 내가 인정해. 하지만 그게 당신이 날 무시해도 되는 면죄부는 아니야.”그녀의 말은 점점 날이 서기 시작했다.“6년 동안 당신 눈에 나는 집안일하는 무료 가정부에 애 낳는 도구였겠지. 그런데 지금 와서 나 걱정하는 척은 왜 해? 그 가식 누구 보여주려고?”고이한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소예지는 그 어떤 틈도 주지 않았다.“뭐? 또 뭐라고 말하려고? 날 무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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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고씨 가문.최근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온 고수경은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운전기사가 그녀의 짐을 거실까지 옮기자 가정부들이 잽싸게 달려와 정리를 시작했고 고수경은 지친 몸을 소파에 푹 던지듯 앉히며 휴대폰을 들여다봤다.“이 녀석,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엔 붙어 있질 않더니 또 어딜 싸돌아다닌 거냐!”거실로 들어서며 최현숙이 다그치듯 목소리를 높였다.고수경은 깜짝 놀라 몸을 쭉 펴고는 입을 삐죽이며 외쳤다.“할머니, 깜짝 놀랐잖아요!”최현숙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손녀의 짙은 화장을 한참 노려보다가 어김없이 한마디를 던졌다.“거울 좀 봐라. 하루 종일 얼굴에 칠을 해대니 그게 뭐니. 소예지를 좀 본받아. 그 애처럼 말끔하고 단정한 게 얼마나 보기 좋아.”고수경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또다시 할머니 입에서 소예지라는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분노가 가슴까지 차올라 고개를 홱 돌리며 불만을 터뜨렸다.“그래요. 할머니 눈엔 저는 친손녀가 아니고 소예지가 더 귀한 손녀죠!”최현숙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도무지 이 손녀는 왜 그렇게 소예지만 보면 예민해지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그때 외출에서 돌아온 진가영이 딸이 돌아온 것을 보고는 무심한 듯 말을 건넸다.“얼른 올라가 씻고 옷 갈아입어. 점심 먹으러 나가자.”소파에 몸을 파묻은 고수경은 투덜거리며 몸을 더 늘어뜨렸다.“안 가요. 진짜 피곤해 죽겠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오늘은 주 여사님 만나러 가는 날이야.”“주 여사님이요?”고수경은 새빨간 입술을 삐죽이며 반응하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떴다.“잠깐만... 엄마 혹시 하준 오빠 어머님?”진가영은 과잉 반응을 보이는 딸을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윤 대표 어머니.”“진짜예요?”고수경의 눈동자에 기쁨이 확 번졌다.진가영은 그런 딸의 얼굴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어쩐 일로 이제는 안 피곤하신가 봐?”그러자 고수경은 기다렸다는 듯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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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진가영은 딸이 예전에 윤하준의 회사에서 일했던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그래? 그럼 윤 대표는 너한테 잘해줬니?”“당연하죠! 그 여자만 아니면...”고수경은 말을 뱉다가 스스로 놀라듯 입을 꾹 다물었다.방심한 탓에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이름을 가까스로 삼켰다.진가영은 미간을 좁히며 다시 물었다.“여자?”고수경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아니에요 엄마. 저 윤하준 오빠 좋아해요. 그러니까 제발 이번 혼사 꼭 성사되게 도와주세요.”진가영 역시 사실은 딸이 윤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었다.탐욕이나 욕심 때문은 아니었다.그저 윤하준이라는 사람이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런 사윗감이라면 딸을 기꺼이 맡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한적한 고급 레스토랑 안, 주경화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주 여사. 벌써 와 계셨어?”두 사람은 반가운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자리에 앉자마자 주경화의 시선은 자연스레 고수경에게 향했다.“수경아. 오랜만이구나.”“경화 이모. 안녕하세요.”고수경은 수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단정하게 고개를 숙였다.“참 얌전하고 예의도 바르네.”주경화는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불과 몇 해 전 고이한의 결혼식에서 작고 귀엽던 그 소녀가 어느덧 훌쩍 자라 있었다.이제 막 아들이 회장 자리에 오른 시점에서 고씨 가문과의 혼인은 윤화 그룹에도 무척 의미가 컸다.정략결혼을 통해 서로의 기반을 더 탄탄히 다질 수 있고 무엇보다 아들 역시 더는 결혼을 미룰 나이가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며 주경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수경의 취미를 물었다.“요즘엔 뭐 하면서 지내니?”“꽃꽂이랑 베이킹 좋아해요. 요즘은 독일어도 배우고 있어요.”“오, 그거참 좋네.”주경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자 고수경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조심스레 덧붙였다.“좀 더 배워서... 나중에 하준 오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주경화와 진가영은 잠시 시선을 맞췄고 그 사이엔 명확한 공감과 호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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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MD 회의실.소예지는 단상 위에서 또렷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PPT를 발표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녀가 맡았던 구온의 프로젝트는 막바지 정리에 들어갔고 다음 주면 다시 자신의 연구 과제로 복귀할 예정이었다.프레젠테이션이 한창 진행되던 중,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강준석이 들어섰다. 소예지는 순간 그쪽을 바라보며 눈빛에 염려를 담았고 강준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계속해요.”그와는 반대로 회의실 구석에 앉아 있던 안채린의 심장은 두 번 연달아 빠르게 뛰었다.강준석이 부재했던 며칠 동안, 그녀는 집중도 되지 않는 업무 속에서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그런데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그가 지금 바로 앞에 앉아 있음에도 강준석의 시선은 오직 소예지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안채린은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알 수 없는 질투와 서운함이 서서히 피어올랐다.소예지가 발표를 마치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오자 강준석이 그녀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따 내 사무실로 와. 인수인계 마무리하게.”“알았어.”회의가 끝난 뒤 두 사람은 나란히 강준석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를 따라가는 동안 소예지는 그의 눈가에 선명하게 드리워진 붉은 실핏줄을 알아채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강 선배, 며칠 쉬고 오지 그랬어. 지금이라도 이틀 정도는 푹 쉬고 오는 게 어때?”강준석은 평소처럼 안경을 고쳐 쓰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너도 프로젝트가 급하잖아. 내가 먼저 인수인계는 끝내야지.”그 말에 소예지의 마음이 저릿하게 따뜻해졌다.“정말 고마워. 강 선배는 늘 먼저 나를 생각해 주네.”“너한텐 그래도 돼.”짧은 대답이었지만 진심은 충분히 담겨 있었다.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약 반 시간가량 인수인계 관련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그 시간 동안 안채린은 몇 번이나 복도를 오가며 사무실 안을 슬쩍 들여다봤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대화에 집중해 있었다.타이밍을 잡지 못해 서성이던 그녀는 소예지가 마침 사무실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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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윤하준 같은 완벽한 남자라면 어떤 여자든 마음만 먹으면 사로잡을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이혼한 소예지 곁을 맴도는 걸까?’고하슬을 고씨 가문에 맡긴 뒤, 소예지는 오랜만에 박시온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아무리 일에 치여 사는 삶이라 해도 가끔은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고 마침 박시온도 그녀와 밥을 먹고 싶던 참이라 두 사람은 금세 의기투합했다.오후 다섯 시 반, 소예지가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했고 잠시 후 가방을 들고 헐레벌떡 들어온 박시온이 자리에 앉자마자 손뼉을 치며 말했다.“좋은 소식 있어! 진짜 기분 확 좋아질 텐데 들을래?”소예지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되물었다.“무슨 좋은 소식?”“고이한이 고소당했대! 곧 소송 걸릴 거래.”박시온은 거의 들뜨다시피 신나서 말했다.“누가 고소한 건데?”“망하기 직전의 어떤 바이오 회사를 인수하려고 했대. 그 회사가 특허를 몇 개 갖고 있었는데 고이한은 헐값에 먹으려고 했던 거지. 근데 상대가 반격해서 바로 상업 법원에 고소장 날렸대.”소예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느 회사야?”“이름이 울림 바이오였던 것 같아.”소예지는 어딘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박시온은 약간 통쾌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저런 고이한 같은 놈도 망신당할 때가 있구나 싶지 않냐?”소예지는 가볍게 넘기듯 들었지만 박시온은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였다.“고이한 같은 냉혈한 자본가는 좀 당해봐야 해.”“그 얘긴 그만하자. 입맛만 상해. 오늘 뭐 먹고 싶어? 내가 살게.”소예지의 말에 박시온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 진짜 안 사양할래. 나 이 집 해물찜 너무 먹고 싶었어.”“얼른 시켜. 뭐든 다 괜찮아.”소예지는 다정하게 웃었다.두 사람은 최근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수다를 시작했고 그러다 박시온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저번에 너 임 대위 기지에 세미나 갔다며? 솔직히 말해봐 어디까지 진전된 거야?”소예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무슨 소리야. 나 진짜 일하러 간 거였어.”“일하면서도 연애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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