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박사님 팀이 워낙 협조를 잘해주셔서요.”소예지가 커피를 받아 들며 부드럽게 웃었다.“이제 마무리 작업만 끝나면 저도 슬슬 돌아가야죠.”구온은 그녀의 시간도 이제는 더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현욱한테 미리 부탁해서 준비해 두라고 할게요.”여섯째 날.모든 정리 작업이 마무리되었고 임현욱은 이번만큼은 직접 휴가를 내기로 결심했다.소예지와 고하슬 두 사람을 A시까지 바래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다만, 그는 소예지에게 이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짐을 모두 정리한 소예지 앞에 임현욱이 나타났다.비행장까지 함께 짐을 옮겨주겠다며 조용히 다가온 그는 묵묵히 그녀의 가방을 들어 올렸다.소예지는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를 바라보았고 탁도경도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편안한 얼굴로 그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하슬아, 아저씨께 인사드려야지.”“현욱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고하슬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자 임현욱은 잔잔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저씨가 비행기까지 태워다줄게.”비행기가 활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예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외쳤다.“현욱 씨, 아직 내리지도 않았잖아요!”임현욱은 그제야 안전벨트를 매며 웃음을 머금었다.“이틀 휴가 냈어요. A시까지 모셔다드리려고요.”그녀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일에 지장 주는 거 아니에요?”소예지는 그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걱정부터 앞섰다.“마침 A시에 회의가 있어서요.”그는 태연하게 말했다.물론 회의 따위는 없었다.단지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조용한 배려였을 뿐이었고 그의 예상대로, 소예지는 그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창밖으로 활주로가 멀어져가던 순간, 고하슬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나중에 또 여기 와서 반딧불이 잡고 별 볼 수 있어요?”임현욱은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럼. 다음에 방학하면 아저씨한테 미리 말만 해. 아저씨가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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