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가문 저택.진가영은 가정부에게 고하슬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하라고 일러둔 뒤, 손녀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장난감을 함께 놀아주고 있었다.그 시각 고이한은 2층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 중이었고 고수경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외식하러 나간 상태였다.최현숙은 작은 증손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점점 더 예뻐져 가는 아이의 얼굴이 정말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고 고이한은 캐주얼한 실내복 차림으로 2층에서 내려왔다.그는 소파에 앉아 있던 딸아이의 손을 살포시 잡아 식탁으로 이끌고 조심스럽게 턱받이를 씌워주었다.“하슬아, 엄마랑 같이 군대에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거기 재미있었어?”최현숙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고하슬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해맑게 웃었다.“엄청 재미있었어요! 현욱 아저씨가 반딧불이도 많이 잡아줬고요, 탱크도 태워줬어요!”그 말에 진가영은 국을 뜨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현욱 아저씨?”고이한이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소예지가 업무상 연락하는 사람이에요.”“아저씨 진짜 잘생기고 진짜 멋있어요!”고하슬은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고이한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지만 그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표정을 바로잡고 조용히 반찬을 집어 딸의 밥그릇에 올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고하슬 어서 밥 먹어.”진가영은 아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떠보듯 물었다.“예지가 혹시 요즘 새 남자친구라도 생긴 건 아니지?”“엄마, 그건 소예지 사생활이에요.”곁에서 듣고 있던 최현숙 역시 눈빛이 반짝이며 손자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폈다. 소예지가 얼마나 성실하고 능력 있고 단정한 여자인지를 생각하면 주변에 구애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괜히 한숨을 내쉬며 고이한을 흘겨보았다.진가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사실 그녀는 그보다 오래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다.아들이 과거 소예지의 명의로 돌려준 여덟 개의 회사들, 도대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