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은 지금 이 상황에서 과연 소예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그래서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이미 소예지는 무대 위에 올라와 있었고 주현우가 건네준 마이크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고 있었다.그 몇 초 사이, 주현우는 몸을 살짝 기울여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예지 씨, 지금 이 상황은 소예지 씨만이 수습할 수 있어요...”소예지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주현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강 팀장이 만든 발표용 PPT 파일, 제 쪽에 있어요. 곧 틀어줄 테니 그걸 보면서 말씀하시면 좀 더 수월할 거예요.”또 한 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소예지는 무대 위에 굳건히 섰다.무대 아래, 고이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그녀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확신을 느꼈다.반년 전, 그녀가 유창한 영어로 청중을 사로잡았던 그 완벽한 발표 장면이 떠올랐던 것이다.한편, 심유빈은 복도를 지나 무대 뒤편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두 팔로 스스로를 감싸안은 채 웅크려 울고 있는 안채린을 발견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은 찢어질 듯 미어졌지만 동시에 억울하고도 답답한 감정이 올라왔다.‘이렇게 큰 기회를 왜 이렇게 허무하게 놓쳐버린 거야? 결국, 모든 관심은 또다시 소예지에게 돌아갔잖아!’게다가 어설픈 동생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덕분에 소예지가 더욱 빛나는 무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심유빈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그 시각, 무대 위에서는 주현우가 조용히 한 직원에게 PPT를 준비해달라고 지시하고 있었다.그러나 담당 엔지니어가 헐레벌떡 달려와 주현우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부대표님, USB를 깜박하고 사무실에 두고 나왔습니다...”그 순간, 주현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이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그걸 빠뜨릴 수가 있어!”엔지니어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애초에 안채린이 무대 공포증을 일으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때, 조용히 다가온 소예지가 주현우 앞에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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