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강준석은 짧게 대답했다.하지만 안채린은 그 말이 핑계처럼 들렸다. 그녀는 은근한 불만을 담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소예지도 초대받았는데 강 선배만 빠진 거 보면 양 교수님이랑 이 교수님도 좀 편애가 심하신 것 같아.”강준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안채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양 교수님이 나도 초대하셨어. 그냥 정말 사정이 있어서 못 간 거야.”안채린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강 선배, 굳이 그렇게 설명 안 해도 돼. 나도 다 알아.”겉으론 이해하는 척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가 초대받지 못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그 말에 강준석은 얼굴을 굳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안채린, 나랑 소예지 사이를 일부러 이간질하려는 거면 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실제로 그는 정말 급한 일정으로 인해 양정화의 초대를 정중히 사양했던 것이었다.안채린은 그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고는 조용히 일어나 로비 쪽 출입구로 향했다.바로 그때 그녀의 눈에 꽃다발을 안고 걸어오는 이서연의 모습이 들어왔고 품에 들린 그것은, 아까 윤하준이 소예지에게 건넸던 바로 그 꽃이었다.“서연아, 그 꽃 소예지 거 아니야?”안채린은 팔짱을 낀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소예지가 식사 자리에 가서, 내가 대신 사무실에 가져다주려고.”이서연이 조심스럽게 답했다.그 말에 안채린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조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서연아, 너랑 소예지는 그냥 같은 동료잖아? 근데 왜 너를 비서처럼 부려 먹는 거야?”그 말에 이서연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안채린,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그러나 안채린의 얼굴에는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오히려 우쭐함과 깔봄이 서려 있었다.“내 말이 틀렸어?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그 순간, 옆에 있던 오수진이 조용히 이서연의 팔을 잡아당겼다.“서연아, 그냥 가자. 저런 공주병 언니랑 말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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