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호의 시선이 소예지에게 머물렀다.그날, 그녀에게 경고처럼 쏘아붙였던 말 이후로 소예지는 눈에 띄게 그를 차갑게 대하고 있었다.그래서일까, 이번엔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소예지 씨, 오랜만이네요.”소예지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을 뿐 그의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대신 윤하준에게 말했다.“친구분들이랑 이야기하세요. 전 먼저 안으로 들어갈게요.”자리를 뜨려던 찰나, 등 뒤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 대표님, 언제쯤 청첩장 돌릴 거예요?”장난스러운 심유빈의 말투에 윤하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그 틈을 타 하종호가 대화를 끊고 들어왔다.“유빈 씨, 윤 대표랑 소예지 씨는 아직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안채린에게 말했다.“채린 씨, 먼저 나가서 시승해보세요. 유빈 씨랑 저는 여기서 기다릴게요.”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매니저를 따라 자리를 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하준도 조용히 움직이며 하종호에게 짧게 인사했다.“난 먼저 갈게.”심유빈은 윤하준의 냉랭한 반응에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윤하준이 VIP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하종호는 곧 낮은 목소리로 심유빈에게 말했다.“앞으로 윤하준이랑 소예지 씨 얘기로 농담하지 마요.”그러자 심유빈은 여유로운 웃음을 띤 채 말했다.“보아하니 하 대표님이랑 윤 대표님도 예전 같진 않은가 보네요. 근데 소예지, 진짜 대단하긴 해요. 남자들 다 흔들리게 만드니까.”바로 그때, 하종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들여다본 그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고 대표네요.”“받으세요. 근데, 내가 옆에 있는 건 말하지 마요.”심유빈은 몇 발짝 떨어져 걸어가고 하종호는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고 대표.”“오늘 저녁에 이 회장님이 식사 자리를 마련했어. 우리 셋 다 초대받았으니까 하준한테도 전해줘.”“마침 잘됐네. 지금 하 대표랑 같이 있어.”“같이 있다고?”전화를 건너 들려오는 고이한의 목소리엔 놀라움이 실려 있었다.“벤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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