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의 얼굴에 머물던 미소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 순간, 고하슬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그대로 달려 나갔다.“아빠!”고이한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굽혀 딸을 번쩍 안아 올렸고 그대로 품에 안은 채 아이를 내려다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늘은 착하게 잘 지냈어?”“그럼요! 저 엄청 착했어요! 할머니도 저 칭찬해 주셨어요!”고하슬은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고이한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의 동그란 볼을 손끝으로 살짝 찔렀다.“정말 대단하네, 우리 딸.”하지만 소예지는 오래 머물 생각이 없어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슬아, 아빠한테 인사하고 이제 집에 가자.”고이한은 아이를 안은 채 차 뒤편으로 걸어가 조심스럽게 뒷좌석 카시트에 앉혔다. 허리를 숙여 안전벨트를 채우는 손길 하나하나가 유난히 다정하고 세심했다.소예지는 아무 말 없이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고, 고이한은 그 자리에 선 채 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밤이 깊어 갈 무렵, 소예지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딸을 품에 안고 동화를 읽어주고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잔잔히 울리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의 호흡이 함께 느려졌다. 며칠째 이어진 수면 부족에 지친 소예지도 결국 아이와 함께 잠에 빠져들었고, 모녀는 서로에게 기대어 아침이 올 때까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을 데리고 여름방학 수업이 열리는 학교로 향했다. 주차를 막 마쳤을 때, 바로 옆에 은색 벤틀리 한 대가 조용히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이는 다름 아닌 윤하준이었다. 그 역시 이안을 데려다주러 온 모양이었다.두 아이가 손을 맞잡고 나란히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소예지가 윤하준에게 물었다.“이안도 여름방학 수업 듣게 된 거예요?”윤하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네. 학교에서 배우는 게 더 많잖아요. 어머니가 워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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