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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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고신 그룹 대표 사무실.고이한은 투명한 통유리 창 앞에 서서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잠시 후, 김경환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대표님, 스톡옵션 현금화 자금이 전액 입금됐습니다. 벌금을 제외한 순이익은 8천억입니다.”고이한은 서류를 받아 대충 훑어본 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전액 해외 연구소 계좌로 이체해.”김경환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밤 8시.소예지는 다시 임재석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김경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며 내일 열릴 이사회에 모든 이사들이 반드시 직접 참석하라는 통보가 내려왔다고 전했다.‘아마 이사회에 뭔가 변화가 있는 건가...’중요한 발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예지는 이번만큼은 직접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딸을 등원시킨 뒤 학교 정문 앞에서 윤하준과 마주쳤다. 출장 중이었던 그는 귀국 후 처음으로 이안이를 등교시키는 날이었다.“이한이 회사 일 들었어요. 다행히도 위기는 잘 넘긴 것 같더라고요.”윤하준은 소예지의 표정을 살피듯 말을 건넸다.소예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많이 놀란 건 아니죠?”그의 질문에 소예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 사람 일은 나랑 상관없어요.”윤하준은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이한이 정도 실력 있는 사람이면 그런 일로 쉽게 무너지진 않아요. 고신 그룹 이사진도 전부 직접 선별한 사람들이고요...”소예지는 지난번 이사회에서 뇌-컴퓨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사진이 고이한에게 이의를 제기했던 장면이 떠올랐다.이사회가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소예지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진 것을 본 윤하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예지 씨, 혹시... 그 임 대위님이랑 친한 사이예요? 무례한 질문인 건 알지만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도 될까요?”소예지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물론 두 분이 이미 교제 중이라면 저는 확실히 거리를 두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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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이사회가 끝난 뒤, 소예지는 서류를 정리하며 막 회의실을 나서려던 참이었다.그때 김경환이 서둘러 다가왔다.“고 대표님께서 대표실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소예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이신지 말씀은 안 하셨어요?”“그게... 그저 잠시 들러 달라고만 하셨습니다.”소예지는 입술을 한 번 깨문 뒤, 결국 김경환을 따라 사장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이한은 아까 회의 때와 다름없이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발소리를 느낀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렸고 깊은 눈동자가 조용히 그녀를 향했다.“앉아.”그는 소파를 가리켰지만 소예지는 미동이 없었다.“용건만 말해. 나 연구소로 바로 가봐야 해.”그 말에 고이한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스미스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 봤어?”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 보고서를 본 것은 사실이었다. 스미스 연구소는 최근 몇 달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연이어 내고 있었다.“내가 스톡옵션으로 현금화한 자금, 그 용처는 당신에게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소예지는 이를 단단히 악문 채 차갑게 말했다.“그 돈을 어디에 쓰던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그러나 고이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그 돈 전액을 스미스 연구소에 기부했어. 희귀 혈액병 연구에 쓰라고.”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소예지는 이미 임재석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좋은 일 했다고 나한테 인정이라도 받고 싶은 거야?”소예지는 한층 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뭘 하든 난 관심 없다니까.”“난 단지 내가 돈을 번 이유가 사적인 이익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됐고.”소예지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당신 일에 전혀 흥미 없어.”그녀는 가방을 움켜쥔 채 그대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문이 ‘쾅’ 하고 크게 울리며 닫혔다.고이한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고 이마 사이에는 깊은 주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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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오후가 되어 실험실에 도착하자 강준석이 부러움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상회의에 초대되었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이건 네가 연구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뜻이야.”소예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강 선배, 그럼 다음 실험실 일정 좀 부탁해도 될까?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서두르지 마. 이런 기회 흔하지 않잖아. 가서 공부도 하고 좀 쉬기도 해.”강준석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이번에 하슬이도 같이 데려갈 거야.”소예지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럼 더더욱 재밌게 보내야지. 그런데 네가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아이는 누가 봐줘?”강준석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고 대표도 같이 갈 거야.”소예지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답했다.그 순간, 강준석의 표정이 굳어졌다.‘이혼 전에는 예지한테 관심도 없던 사람이 어째서 이혼 후엔 이렇게까지 끼어드는 걸까?’다행히도 그는 지난번 소예지에게서 분명히 들은 말이 있었다. 그녀는 절대 재결합할 생각이 없었고 그렇기에 고이한이 무슨 짓을 하든 결국 모든 건 헛수고에 불과했다. 소예지는 이미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앞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준석은 오늘의 소예지를 만든 사람이 고이한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알고 있었다.물론 고이한은 그 과정을 통해 막대한 이익도 챙겼다.상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바이오 회사는 이미 기업가치가 십몇조에 달하고 있었다.깊은 고민 끝에 강준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조심해. 어떤 식으로든 너한테 다시 엮이려고 할 수도 있어.”소예지는 그의 염려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고개를 살짝 저었다.“이번엔 정말 하슬이 돌봐주러 따라오는 것뿐이야.”그날 저녁, 소예지는 짐을 챙기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빠듯했다.그때 김경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원래는 고 대표님의 전용기를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국제선 사용 허가에 시간이 걸려서요. 오늘 밤 10시 30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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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고이한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손에 들고 있던 휴지로 고하슬의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소예지는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옆자리에 앉은 황지안이 고이한을 향해 보내는 작고 미묘한 시선만큼은 무심히 넘길 수 없었다.그녀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는 고이한을 향한 은근한 관심이 배어 있었다.잘생기고 능력 있으며 게다가 현재 독신인 남자, 황지안처럼 미혼인 여자에게 그는 매력적인 상대일 수밖에 없었고 그런 반응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다만 황지안 역시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특히 소예지 앞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웠다.그녀는 고이한을 향한 시선을 최대한 자제하며 이번 출장이 단지 학술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무언가를 얻는’ 기회가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잠시 뒤, 일행은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어린아이를 데리고 장시간 비행을 하는 일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했다.이륙 후 비행기가 안정권에 접어들자 고하슬은 점점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를 힘들어했다.고이한은 조심스레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러고는 애니메이션을 틀어 주며 옆자리에 앉은 소예지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하슬이 볼게. 당신은 조금 자.”소예지는 창밖으로 얼굴을 돌렸다.쉽게 잠들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지루하고 긴 비행 끝에 일행은 마침내 D국 공항에 도착했다.염지아와 그녀의 조수 일행과는 공항에서 헤어졌고 고이한이 미리 준비해 둔 차량이 이미 대기 중이었다.그들은 곧바로 호텔로 이동했다.그들이 묵게 된 곳은 고급스러운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었다.소예지와 고하슬은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식사를 시작했고 고이한도 곧 뒤따라 방으로 들어왔다.식사가 한창일 때, 고하슬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 오늘 밤 우리랑 같이 자면 안 돼요?”스위트룸에는 여분의 객실이 하나 더 있었고 아이는 그 방에 아빠가 함께 묵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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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저녁 무렵, 고이한이 고하슬의 손을 잡고 소예지의 방문을 두드렸다.문이 열리기도 전에 고하슬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소예지의 손을 끌어당겼다.“엄마! 아빠가 식당 예약했대요. 우리 같이 저녁 먹어요!”소예지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딸의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았다.낯선 나라에서 아이의 작은 어깨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환경에 대한 긴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그녀는 딸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그래.”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이한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가자. 4층 레스토랑이야.”엘리베이터 안에서 고하슬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작은 손으로는 고이한의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예지의 손을 놓지 않았다.세 사람의 손이 하나로 이어진 순간, 고이한은 하슬이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조용히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소예지는 아무런 표정 없이 시선을 엘리베이터 전면에 고정한 채 서 있었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은은한 바이올린 선율이 먼저 귀를 스쳤다.레스토랑 내부는 조용하고 아늑했으며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공간 곳곳에 배어 있었다.그때 고하슬이 두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엄마! 눈 와요!”소예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포슬포슬한 눈송이들이 천천히 흩날리고 있었다.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고이한은 아이에게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함께 고르고 있었고 소예지는 조용히 자신이 먹을 메뉴를 먼저 선택했다.잠시 뒤, 고이한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그는 화면을 확인한 뒤 낮게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고이한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소예지는 휴대전화를 꺼내 아이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주었다.그때 고하슬의 시선이 문득 옆 테이블로 향했다.“왜 그래?”소예지가 조용히 묻자 고하슬은 작은 손가락으로 디저트를 가리켰다.“엄마, 나 저 아이스크림 먹어본 적 있어요.”소예지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그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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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스미스 할아버지...”고하슬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더니 이내 아빠의 뒤로 쏙 숨어버렸다.어딘가 그가 조금 무서운 모양이었다.스미스는 아이의 반응을 보자 급히 얼굴 가득 따뜻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걱정하지 말렴. 할아버지는 그냥 너희 엄마랑 잠깐 이야기만 하려는 거란다.”그는 곧 고이한에게 시선을 옮겼다.“고 대표님, 연구 지원금은 잘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고이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문제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네, 물론입니다.”스미스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 뒤, 소예지를 향해 말을 이었다.“소 박사님, 몇 가지 검사 보고서를 가져왔습니다. 잠시 후에 함께 분석해 주시겠어요?”그 사이, 고이한이 고하슬에게 몸을 낮추어 다정하게 말했다.“하슬아, 우리 아래층에 가서 눈사람 만들까?”“네!”“엄마, 아빠가 눈사람 만들어주기로 했어요!”고하슬은 금세 얼굴이 환해진 채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소예지는 그런 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다녀와.”이국의 밤.소예지는 딸과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그래서 고이한이 고하슬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따스한 조명이 비치는 회의실에서 스미스는 준비해 온 자료 더미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이건 가장 최근에 받은 유전자 시퀀싱 결과입니다.”그는 그래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였다.“여기 보시면 X 염색체에 아주 희귀한 돌연변이가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환자의 조혈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소예지는 차분하게 보고서를 살펴보며 물었다.“발병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건가요?”“맞습니다. 급성으로 발현됐고 다행히 1년 후에 적합한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아 이식까지 마쳤습니다. 현재 상태는 안정적이에요.”스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이제 소 박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의 유전 가능성에 대해 분석을 부탁드릴게요.”소예지는 보고서에 적힌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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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사실 이 모든 일은 고이한이 직접 부탁한 것이었다.하지만 설령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도 고수경은 심유빈을 기꺼이 돌봤을 것이다.“엄마, 오빠는요?”고수경이 조심스럽게 묻자 진가영은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D국 갔어.”“언제요? 혼자 갔어요?”“아마도? 자세한 건 안 물어봤어. 그냥 당분간 해외에 있다고만 말하더라.”고수경은 코웃음을 쳤다.‘유빈 언니가 아플 땐 곁에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사람이 무슨 남자친구야. 그래도 유빈 언니는 착해서 아무 말도 안 하지... 예전의 소예지였다면 오빠가 집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난리가 났을 텐데.’한편, 윤하준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여동생의 면회 시간이 다가왔다는 연락이었다.그 무렵, 주경화 역시 아들에게 손녀딸 이안을 데리고 해외에 있는 딸을 한 번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다.“네가 이번에 외국 나가면 이안이도 같이 데려가서 엄마 좀 보게 해줘. 그 애도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전화를 끊자 이안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외삼촌, 나도 엄마 보고 싶어요.”윤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외삼촌이 데려가 줄게.”이안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망울을 반짝였다.“외삼촌, 나 스키도 타보고 싶어요. 그래도 돼요?”윤하준은 잠시 이안을 바라보다가 곁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시선을 의식했다.주경화는 손녀를 바라보며 마음 아픈 눈빛을 숨기지 못한 채, 아들에게 말을 이었다.“소예지가 고하슬 데리고 D국에 갔다고 들었어. 이안이도 그 얘기 듣고 가고 싶다더라. 너 혹시...”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이에게 다시 물었다.“정말 가고 싶어?”“네! 정말이에요!”이안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우리 먼저 엄마 보러 갔다가 D국으로 가자. 스키도 타고.”“네! 고마워요, 외삼촌!”이안이가 기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가자 주경화는 아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너, 솔직히 말해봐. 혹시 소예지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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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그냥... 친구를 보러 가려던 거예요.”임현욱은 짧게 대답했다.“네 몸이 막 회복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멋대로 움직이려 하냐.”임성국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네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알겠습니다, 아버지.”임현욱은 고개를 숙인 채 공손히 대답했다.몇 마디 더 당부를 덧붙인 뒤, 임성국은 전화를 끊었다.임현욱은 이미 이 출국 신청이 거절될 거라 예감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아쉬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소예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뉴스에서 봤어요. 그쪽은 눈이 많이 온다던데요?]잠시 후, 소예지의 답장이 도착했다.[네, 지금도 내리고 있어요.][혹시 창밖에 눈 오는 모습, 한 장만 찍어줄 수 있어요?]조금 뒤, 호텔 창밖으로 펼쳐진 눈 덮인 거리 풍경이 사진으로 전송됐다.임현욱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정말 예쁘네요.]시간은 어느새 밤 9시를 넘기고 있었지만 고이한은 아직 딸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았고 소예지는 뻐근해진 목을 손으로 주무르다 답답한 마음에 호텔 정원으로 잠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로비를 지나 정원 쪽으로 나서자 곧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딸의 웃음소리, 그리고 눈밭에서 함께 노는 몇몇 가족들의 모습이었다.소예지는 니트 모자를 눌러쓰고 두툼한 패딩의 지퍼를 끝까지 끌어올린 채 조용히 눈 내리는 정원을 바라보았다.하얀 눈으로 뒤덮인 그 안에서 모자를 눌러쓴 고하슬이 아빠와 함께 눈을 치우고 있었다.고이한은 무릎을 꿇은 채, 아이와 나란히 앉아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엄마!”고하슬은 소예지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어서 와서 같이 놀아요!”소예지는 웃으며 천천히 다가갔다.딸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순간, 발을 잘못 디뎠는지 한쪽 발이 깊은 눈 속으로 푹 빠졌다. 몸이 기우뚱하는 찰나,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그가 고이한이라는 사실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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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꼭 잡은 채 엘리베이터에서 빠르게 걸어 나왔다.그녀는 의도적으로 고이한과 거리를 두었고 반대로 고이한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그들 뒤를 따랐다.조명이 드리운 복도 위로 그의 커다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그 시선은 단 한 순간도 앞을 걷는 모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방 앞에 도착하자 고하슬이 뒤돌아 고이한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엄마, 아빠 오늘 밤 우리랑 같이 자면 안 돼요?”소예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췄다.“아빠는 아빠 방이 따로 있어.”“그치만...”고하슬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나, 아빠랑 엄마랑 셋이 같이 자고 싶단 말이에요.”그때 고이한이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아이의 작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아빠는 오늘 일이 있어서 방에서 일해야 해. 대신 내일은 하루 종일 너랑 놀아줄게. 약속.”“네...”고하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예지는 방문을 열어 딸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문은 조용히 닫혔다.그녀는 고하슬을 침대 가장자리에 앉힌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하슬아, 아빠랑 엄마는 지금은 함께 살지 않아. 하지만 그게 너를 덜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야.”고하슬은 어렴풋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아빠는 유빈 이모랑 결혼해요?”그 질문은 소예지의 마음을 그대로 찔러 오는 가시처럼 날아들었다.그녀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이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고하슬의 마음 역시 어느새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했다.“그건... 어른들의 문제야. 고하슬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돼.”그러자 아이는 다시 물었다.“만약에 진짜 결혼하면 아기도 생기는 거예요?”소예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저 고하슬을 끌어안아, 품에 꼭 안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늘 너를 가장 사랑해.”고하슬은 엄마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그 품을 더 꽉 끌어안았다.그리고 마음속에 어렴풋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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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교수님, 이분이 바로 한국에서 오신 소 박사입니다.”스미스 박사가 조심스럽게 소개하자 백발의 노학자는 몇 초간 소예지를 바라보더니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성과를 이루다니 참으로 대단하군요. 스미스에게 당신의 백혈병 연구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젊은 인재예요.”소예지는 감격스러움에 잠시 말이 막혔다.눈앞의 인물은 대학 시절부터 밤을 새워가며 읽던 논문과 저서의 저자이자 지금도 마음 깊이 존경해 온 학계의 거장이었다.짧은 인사가 끝나자 곧 회의가 시작됐다.주최 측은 분야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자들을 무대에 올려 연설을 이어갔고 각 발표는 깊이와 열정 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소예지는 펜을 내려놓을 새도 없이 노트북에 기록을 이어갔다.가녀린 손가락은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녀의 눈빛은 어떤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중간 휴식 시간.염지아는 여전히 메모에 몰두하고 있는 소예지를 바라보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따뜻한 차 한 잔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몸 좀 녹여요. 계속 집중하느라 피곤했을 텐데.”“감사합니다.”소예지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염지아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보니까, 예지 씨 여기서 인기가 꽤 많더라고요. 몇몇 외국 교수님들이 자꾸 당신에 대해 물어보던걸요.”소예지는 민망한 듯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아직 많이 부족한 후배일 뿐이에요.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죠.”염지아의 눈빛에는 미묘한 존경과 애정이 스쳤다.‘편 박사님이 왜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지 알겠네.’‘이만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이렇게 겸손하다니.’“슬슬 다시 시작할 시간이네요. 자리로 돌아가요.”회의는 오후 다섯 시까지 이어졌고 저녁이 되자 스미스 박사는 학자들을 따로 초청해 작은 세미나 형식의 모임을 열었다.소예지와 염지아 역시 그 자리에 함께했다.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세미나는 임상 데이터 분석과 예측, 차세대 의료 기술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으로 밤늦도록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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