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친구를 보러 가려던 거예요.”임현욱은 짧게 대답했다.“네 몸이 막 회복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멋대로 움직이려 하냐.”임성국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네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알겠습니다, 아버지.”임현욱은 고개를 숙인 채 공손히 대답했다.몇 마디 더 당부를 덧붙인 뒤, 임성국은 전화를 끊었다.임현욱은 이미 이 출국 신청이 거절될 거라 예감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아쉬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소예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뉴스에서 봤어요. 그쪽은 눈이 많이 온다던데요?]잠시 후, 소예지의 답장이 도착했다.[네, 지금도 내리고 있어요.][혹시 창밖에 눈 오는 모습, 한 장만 찍어줄 수 있어요?]조금 뒤, 호텔 창밖으로 펼쳐진 눈 덮인 거리 풍경이 사진으로 전송됐다.임현욱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정말 예쁘네요.]시간은 어느새 밤 9시를 넘기고 있었지만 고이한은 아직 딸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았고 소예지는 뻐근해진 목을 손으로 주무르다 답답한 마음에 호텔 정원으로 잠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로비를 지나 정원 쪽으로 나서자 곧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딸의 웃음소리, 그리고 눈밭에서 함께 노는 몇몇 가족들의 모습이었다.소예지는 니트 모자를 눌러쓰고 두툼한 패딩의 지퍼를 끝까지 끌어올린 채 조용히 눈 내리는 정원을 바라보았다.하얀 눈으로 뒤덮인 그 안에서 모자를 눌러쓴 고하슬이 아빠와 함께 눈을 치우고 있었다.고이한은 무릎을 꿇은 채, 아이와 나란히 앉아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엄마!”고하슬은 소예지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어서 와서 같이 놀아요!”소예지는 웃으며 천천히 다가갔다.딸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순간, 발을 잘못 디뎠는지 한쪽 발이 깊은 눈 속으로 푹 빠졌다. 몸이 기우뚱하는 찰나,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그가 고이한이라는 사실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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