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751 - Chapter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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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고수경은 이를 악물고 휴대폰을 들었다.분노에 찬 손끝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SNS 계정에 접속했고 윤하준이 올렸다가 삭제한 게시물의 스크린샷을 올렸다.그리고 그 아래에 날카로운 문장을 덧붙였다.[이혼하자마자 기회를 노리더니 이제는 아이까지 앞세워 다른 남자를 유혹해? 참 역겨워.]그녀의 게시글은 곧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준비하던 김경환의 눈에 들어왔다.같은 고씨 집안 사람이다 보니 그는 모두의 동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고 이 글을 본 순간, 누가 봐도 그 저격의 대상이 소예지임을 알 수 있었다.김경환은 직감했다.이 글이 언론에 퍼진다면, 소예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갈 것이다.곧장 그는 고이한의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대표님, 방금 전에 고수경 양이 SNS에 올린 게시물이 있습니다. 소예지 씨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그는 즉시 그 캡처를 전송했다.귀국 후 내내 회사에서 야근을 반복하던 고이한은 이 시각,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퇴근길 차 안에 있었다.전송된 캡처를 확인하자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뒤엉켰다.그는 윤하준이 잠시 올렸던 게시물까지 함께 살펴봤다.몇 초간 침묵한 끝에 그는 곧바로 고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그 글 당장 지워.”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내가 왜 지워야 해?”고수경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소예지가 윤하준 꼬신 건 사실이잖아! 해외에서 뭐 했는지도 모르는데 둘이 벌써...”“닥쳐.”고이한의 목소리는 낮지만 서늘하게 울렸다.“지우라고 했어.”“싫어. 나 그냥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하고 싶은 거야. 과학자면 다야? 그래도 되냐고!”그 말과 함께 고수경은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이한은 피곤한 듯 이마를 짚으며 곧장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좀 더 빨리 가주세요.”기사의 발이 더욱 깊게 액셀을 밟았다.십여 분 뒤, 고씨 저택의 문이 열렸고 고이한은 외투조차 벗지 않은 채 고수경의 방으로 들어섰다.그의 눈빛은 싸늘했고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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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밤 7시, 공항.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소예지와 윤하준은 두 아이를 데리고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각자 잠깐씩 잠을 잔 아이들은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이었다.“피곤하지 않아요?”윤하준이 조심스럽게 묻자 소예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방금 전까지도 그녀는 딸을 안은 채 잠깐 눈을 붙였던 터였다. 그때 윤하준의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차량은 공항 정문에 대기 중입니다.”“응.”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예지를 향해 미소 지었다.“이제 곧 집에 가서 쉴 수 있어요.”차량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었기에 소예지는 따로 임재석에게 부탁하지 않았다.그때였다. 고하슬이 갑자기 환한 눈으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다가오는 누군가를 발견했다.“아빠!”아이는 기쁜 목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뛰어갔다.마침 고이한이 캐주얼한 차림으로 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고하슬을 안아 올린 뒤, 자연스럽게 바로 뒤에 서 있던 소예지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소예지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이한아.”윤하준이 먼저 나서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안의 손을 잡은 채 소예지와 나란히 서 있었다. 두 남자의 시선이 맞부딪쳤고 그 사이로 말 없는 긴장감이 천천히 퍼져 나갔다. 짧은 인사 속에서도 숨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무사히 데려와 줘서 고맙다.”고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수고했어.”“아니야.”윤하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날 선 기류가 잠시 교차하는 사이, 소예지가 딸을 향해 말했다.“하슬아, 우리 하준 삼촌 차 타고 집에 가자. 얼른 내려오렴.”하지만 고하슬은 오랜만에 아빠 품이 너무도 그리웠는지 그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근데 나 아빠 차 타고 가고 싶은데...”그 모습을 바라보던 윤하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슬이 오늘은 이한이랑 같이 가게 해줘요.”고이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소예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묻듯 말했다.“같이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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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고요한 차 안, 갑자기 고하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퍼졌다.고이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고 다소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급한 일이 있었어.”“다음에는 절대 엄마랑 나 두고 혼자 오지 마요! 알았죠?”고하슬은 어느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따지듯 말했다. 그땐 괜찮다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운함이 뒤늦게 올라온 모양이었다.“응, 약속할게. 다음엔 절대 안 그럴게.”고이한은 딸의 이마에 살짝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 그러자 고하슬은 작고 뾰족한 손가락을 불쑥 내밀며 제법 단호한 얼굴로 선언했다.“그럼 지금, 엄마한테 사과해요! 지금 바로 ‘미안해’라고 말해야 해요!”고이한은 잠시 멍해졌다.이 조그만 존재가 이렇게 단호하고 당당하게 요구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빨리 말해요!”고하슬은 진지하게 재촉했다.고이한은 목울대를 한 번 넘긴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조용히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옆모습은 유독 차갑게 굳어 있었다.“미안해. 당신.”고이한은 낮은 목소리에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러나 소예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하슬은 엄마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아빠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삐죽였다.“엄마 지금 화났어요. 아빠랑 다시 안 놀 거래요.”“아빠가 잘못했어.”고이한은 딸을 안아 올리며 작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고하슬은 고이한을 반쯤 닮은 성격답게 특유의 뾰로통한 표정을 한 채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그 모습이 마냥 귀여워 고이한의 눈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진짜로 아빠가 미안해.”그 순간, 소예지의 가방 안에서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그녀는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무사히 도착했어요?]임현욱이었다.소예지는 잠시 손을 멈췄다.‘항공편 도착 시간까지 신경 쓰고 있었던 건가?’“엄마, 누구예요?”고하슬이 고개를 기울이며 호기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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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그 순간, 소예지의 휴대폰에 또 하나의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녀가 조용히 재생을 누르자 정적이 흐르던 차 안으로 낮고 청량한 남성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네, 조금 이따 전화할게요.”임현욱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깊고 맑은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처럼 어두운 차 안에서 듣기에는 더없이 따뜻하고 조용한 위로처럼 느껴졌다.소예지는 말없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뒷좌석 조명을 켠 뒤 가방을 뒤적였다. 딸 고하슬이 찾던 물건을 겨우 찾아 건네자 고하슬은 그녀 곁에 꼭 붙어 앉아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놀기 시작했다.“불 끄지 마요, 엄마.”고하슬의 말에 소예지는 피곤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조용히 고개를 젖힌 채, 잠시라도 쉴 틈을 찾으려는 듯 자리에서 숨을 골랐다.그녀가 차에 탄 이후, 고이한은 단 한 번도 그녀와 눈을 마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는 그저 말없이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옆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은 소예지의 창백한 얼굴선에 오래 머물렀고 무의식중에 목울대를 한 번 넘겼다.잠시 후, 그는 팔을 뻗어 고하슬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엄마 좀 쉬게 해 드리자.”낮은 목소리로 말한 뒤, 그는 위쪽 조명을 조용히 끄고 자기 쪽 조명만 켜두었다. 딸이 방해받지 않고 장난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고하슬은 아빠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 안에서 조용히 놀기 시작했다.차량이 라온파크 앞에 도착하자 소예지는 살짝 눈을 떴다.기사가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는 사이, 고이한은 긴 팔을 뻗어 그녀의 캐리어를 대신 들어 올렸다.“내가 데려다줄게.”그의 말은 낮고 담담했다.“괜찮아.”소예지는 차갑게 답했다.“아빠, 안녕!”고하슬은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거의 뛰다시피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소예지는 말없이 캐리어를 밀며 그 뒤를 따라갔다.고이한은 차 옆에 가만히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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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이른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곧바로 실험실로 향했다. 이번 D국 정상회담 출장에서 그녀는 예상보다 많은 영감을 얻었고 이제는 그 여운을 붙잡은 채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두해야 할 시간이었다.소예지가 흰 실험복을 입고 회의실로 들어설 즈음, 강준석은 이미 아침 회의를 위해 팀을 소집해 두고 있었다. 양정화와 그녀의 연구팀 역시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그런데 소예지가 문을 막 들어서는 순간, 한 쌍의 시선이 매섭게 그녀를 꿰뚫듯 따라붙었다.안채린이었다.그녀는 이미 소예지가 D국에서 열린 세계 최정상급 의학 회의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다. 게다가 그 자리에 고이한이 직접 동행했다는 사실까지 심유빈을 통해 전해 들은 참이었다.그런 대우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심지어 회의 참석권조차 고이한이 힘을 써서 대신 따낸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실험실 안에 은근히 퍼져 있었다.‘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소예지의 실력이 그렇게까지 특별하다고는 볼 수 없는데...’그때 강준석이 먼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다음은 소예지 박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간략히 발표해 주시겠습니다.”양정화 역시 환하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그래, 예지야. 이번에 어떤 이야기들을 듣고 왔는지 우리도 함께 들어보자.”소예지는 차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프로젝터 앞에 섰다. 준비해 온 자료를 화면에 띄운 뒤, 담담한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종양 면역 치료였습니다.”그녀는 감정을 섞지 않은 채, 그러나 또렷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다 말끝을 살짝 돌리며 덧붙였다.“물론 우리도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백혈병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와 AI 로봇 기술의 진전은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앞선 위치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양정화는 그 말을 듣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우리 팀,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어.”하지만 그 순간, 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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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안채린의 손톱이 무의식중에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알겠습니다...”간신히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대답이었다.양정화가 자리를 뜨자, 안채린은 복도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채 한참을 서 있다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 소예지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연구자였다. 반면 자신은 여전히 ‘조수’라는 명함조차 바뀌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그날 오후, 소예지는 강준석과 함께 실험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퇴근 시간까지 쉼 없이 연구에 몰두했고 어느새 창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했다.내일이면 소예지는 경주로 떠난다.그 사실을 전하자 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좋은 기회야.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붙는다면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훨씬 빠르게 진전될 거야.”소예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연구가 개인의 이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험실 전체와 팀 전체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오후 네 시 반.소예지의 휴대폰에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무심코 화면을 확인한 순간, 고이한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듣자 하니 경주로 출장 간다며. 오늘 저녁 하슬이는 내가 데려가서 어머니 댁에 며칠 맡기려 해.]어젯밤, 고하슬이 할머니를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미 아이에게 허락해 둔 일이었다.소예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잠시 후,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나도 경주 출장이라 같이 움직이지 않을래?][그럴 필요 없어.]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그러자 곧이어 또 다른 메시지가 떴다.[편 박사님도 함께 가기로 했어.]차가운 손끝으로 다시 타자했다.[이미 약속 있어.][임 대위야?][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야.]고신 그룹 총무실.고이한은 모니터에 떠 있는 소예지의 냉정한 답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긴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이윽고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좋아. 경주에서 봐.]한편, 병원.심유빈은 고열로 중환자실에 실려 간 이후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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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너희 오빠는 바빠서 못 오고 나랑 하준이만 있어.”하종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고수경의 눈빛에 잠시 기대가 스쳐 지나갔다.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은 심유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하종호를 바라봤다.“수경이도 같이 데려가 줄 수 있을까요? 저는 비서가 있으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고수경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려 심유빈을 바라봤다.그 배려가 너무도 고마웠고 동시에 간절히 원하던 기회이기도 했다.윤하준.그를 마주할 수 있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문 기회였다.하종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 수경아, 가자.”“고마워요, 유빈 언니. 저녁 먹고 다시 올게요.”고수경은 서둘러 가방을 챙긴 뒤 병실을 나섰다.이미 식당에 먼저 도착해 있던 윤하준은 조명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짙은 남색 슈트 차림에 단정히 정리된 머리 그리고 손에 들린 와인잔까지, 그의 전신에서는 교양 있고 절제된 도시 남성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풍겼다.발소리를 느낀 윤하준이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시선 끝에서 고수경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 그의 미간이 아주 잠깐 좁혀졌다.“하준아, 오는 길에 수경이를 만났어. 괜찮다면 셋이서 같이 식사하자.”하종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고수경은 어쨌든 고이한의 동생이자 고씨 집안의 막내딸이었다. 윤하준으로서도 당장 거절할 만한 명분은 없었다.“그래. 같이 먹자.”고수경은 눈을 반짝이며 윤하준의 옆자리에 앉았다.“하준 오빠, 정말 오랜만이에요.”윤하준은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랜만이네.”그 무덤덤한 태도에 고수경은 속으로 잠시 당황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오늘만큼은 어떻게든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다.“요즘은 어디 다녀왔어요?”하종호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었다.“이안 데리고 해외에 다녀왔어.”“그래요? 어디로요?”“F국 갔다가 D국으로 넘어가서 스키 타고 왔지.”그 말을 듣는 동안, 고수경은 식탁 아래에서 손에 쥔 냅킨을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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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그날 밤, 결국 저녁 식사를 함께한 사람은 하종호와 고수경뿐이었다.하지만 고수경은 식사 내내 속에 차오른 울분을 꾹꾹 눌러 삼키고 있었다.식사를 마친 뒤 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에 기대앉아 있는 심유빈을 보자마자 결국 감정을 더는 억누르지 못했다.“내가 그렇게 별로야?”고수경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훌쩍이며 말했다.“그깟 저녁 한 끼도 같이 먹기 싫은 사람처럼 대해.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심유빈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수경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자책하지 마.”하지만 고수경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번쩍 들었다.“맞아, 내 잘못 아니지. 다 소예지 때문이야. 그 여자가 윤하준 오빠한테 내 욕을 얼마나 했을지 뻔하잖아. 그러니까 하준 오빠가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거지!”심유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지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수경아, 울지 마. 나도 솔직히 놀랐어. 하 대표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거든. 그런 성격은 아닌데... 만약 소예지 때문이라면, 정말 안타깝다.”“분명해. 소예지는 나를 미워해. 내가 싫고 우리 오빠가 싫으니까 내가 행복해지는 게 꼴 보기 싫은 거야.”고수경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됐다.그녀는 이번에 심유빈이 아프다는 걸 핑계 삼아 오빠를 외국에서 불러냈다.‘그걸 보고 소예지가 화가 난 거고 그래서 스키 여행 중에 윤하준 오빠에게 나를 험담한 거겠지.’‘딱 두 마디만 섞어도 하준 오빠 눈에는 내가 형편없는 여자로 보였을 테니까.’“그렇게 된 건... 내 탓이기도 해.”심유빈은 가슴께를 짚으며 고개를 떨궜다.“나랑 이한이 일 때문에 소예지가 그 분노를 너한테 돌린 거야.”“고작 그 정도 일로 그렇게까지 미워할 수 있어?”고수경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언니 때문이 아니야. 그냥 걘 애초에 우리 오빠한테 미련이 남은 거지. 출장도 혼자 못 가 굳이 우리 오빠를 끌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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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밤이 깊어 갈 무렵, 소예지는 다음 날 있을 출장을 앞두고 업무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때 임현욱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A시에 도착했어요. 내일 8시에 데리러 갈게요.]소예지는 그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듯한 메시지였다. 더는 거절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그녀는 조용히 답장을 보냈다.[알겠어요. 고마워요.]이번 경주행은 단순한 출장이 아니었다.국방부 장관 주최의 비공식 만찬이었고 국가 고위급 인사들이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 편정우와도 연락을 마친 상태였다.그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이번 만찬의 목적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 현황과 미래 의료 기술의 방향성을 직접 듣기 위함이라고 했다.그날 밤, 고하슬은 이미 고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고 소예지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새벽.임현욱은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어두운 컬러의 롱코트를 걸친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였다.“좋은 아침이에요.”임현욱이 미소 지으며 인사하자 소예지도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좋은 아침이에요.”그녀의 옆에는 이미 정리된 여행용 캐리어가 세워져 있었다.“임 선생님, 아침은 드셨어요? 안에 들어와서 뭐라도 드시고 가세요.”양희순이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괜찮습니다. 이미 먹고 왔어요.”임현욱은 정중히 사양한 뒤, 자연스럽게 소예지의 캐리어를 들어 올렸다.“그럼 출발하죠.”차는 조용히 공항을 향해 움직였다. 이번엔 일반 항공편을 함께 이용하기로 한 상태였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이른 아침의 빛 속에서 소예지는 미묘하게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임현욱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다 조심스럽게 물었다.“긴장돼요?”“조금요.”소예지는 솔직하게 답했다.“이런 급의 자리는 처음이라서요...”임현욱은 다정한 미소로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요. 우리 아버지가 당신의 연구를 정말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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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카페 한편,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임현욱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혹시 불편하면 우리 비행기 시간 바꿀 수도 있어요.”소예지는 이미 확인해 본 상태였다. 다음 비행편으로 변경하려면 오전 11시 출발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일찍 도착해 사전 준비를 마칠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편정우도 함께 있는 일정이었다. 굳이 누구를 피해 다닐 이유는 없었다.그녀가 자리에 앉자 임현욱이 부드럽게 물었다.“뭐 마실래요?”“바닐라 라떼요.”소예지가 대답하자 임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하러 갔다.잠시 후, 편정우가 전화를 받으며 VIP 라운지에서 나왔다. 소예지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는 전화를 가리키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VIP 라운지 안에는 여전히 고이한과 하종호, 그리고 심유빈이 남아 있었다. 하종호는 좀처럼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왜 전용기를 쓰지 않고...’고이한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고신 그룹 타워 옥상 헬리패드에서 공항까지는 고작 20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는 이미 비행 계획을 신고하고 전용기에 올랐어야 했다.‘그런데 왜?’‘혹시... 일부러 일반 항공편을 택한 이유가 소예지 때문이라면?’하종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이한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추측이 떠올랐다.‘설마... 설마 진짜 소예지 때문에?’그 생각만으로도 믿기 어려웠다.그때, 고이한이 낮게 말했다.“담배 좀 피우고 올게.”그는 라운지를 나서며 유리 벽 너머로 시선을 돌렸고 그 시선 끝에 한 장면이 걸렸다. 창가 쪽, 햇살이 스며드는 테이블에서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소예지와 그녀 앞에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내려놓는 임현욱의 모습이었다.소예지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조용히 미소 지었다. 임현욱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여유롭고 다정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던 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돌려 흡연실로 들어갔다.소예지는 회의 일정을 다시 훑어보고 있었고 임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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