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소예지의 휴대폰에 또 하나의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녀가 조용히 재생을 누르자 정적이 흐르던 차 안으로 낮고 청량한 남성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네, 조금 이따 전화할게요.”임현욱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깊고 맑은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처럼 어두운 차 안에서 듣기에는 더없이 따뜻하고 조용한 위로처럼 느껴졌다.소예지는 말없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뒷좌석 조명을 켠 뒤 가방을 뒤적였다. 딸 고하슬이 찾던 물건을 겨우 찾아 건네자 고하슬은 그녀 곁에 꼭 붙어 앉아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놀기 시작했다.“불 끄지 마요, 엄마.”고하슬의 말에 소예지는 피곤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조용히 고개를 젖힌 채, 잠시라도 쉴 틈을 찾으려는 듯 자리에서 숨을 골랐다.그녀가 차에 탄 이후, 고이한은 단 한 번도 그녀와 눈을 마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는 그저 말없이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옆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은 소예지의 창백한 얼굴선에 오래 머물렀고 무의식중에 목울대를 한 번 넘겼다.잠시 후, 그는 팔을 뻗어 고하슬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엄마 좀 쉬게 해 드리자.”낮은 목소리로 말한 뒤, 그는 위쪽 조명을 조용히 끄고 자기 쪽 조명만 켜두었다. 딸이 방해받지 않고 장난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고하슬은 아빠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 안에서 조용히 놀기 시작했다.차량이 라온파크 앞에 도착하자 소예지는 살짝 눈을 떴다.기사가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는 사이, 고이한은 긴 팔을 뻗어 그녀의 캐리어를 대신 들어 올렸다.“내가 데려다줄게.”그의 말은 낮고 담담했다.“괜찮아.”소예지는 차갑게 답했다.“아빠, 안녕!”고하슬은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거의 뛰다시피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소예지는 말없이 캐리어를 밀며 그 뒤를 따라갔다.고이한은 차 옆에 가만히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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