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경은 작은 상자를 꺼내어 고하슬 앞으로 내밀었다.“자, 지난번에 고모가 사둔 거야. 너 줄 기회가 없었네.”고하슬은 선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수경은 문득 무언가를 떠보듯, 아이를 옆으로 끌어당겼다.“고하슬아, 고모가 하나만 물어봐도 돼?”잠시 뜸을 들인 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우리 고하슬, 아빠가 새엄마 데려오는 거... 싫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고하슬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 새엄마 싫어요. 난 내 엄마만 있으면 돼요.”너무도 단호한 대답에 고수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잠시 멍해졌던 그녀는 곧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달래듯 말을 이었다.“하슬아, 봐봐. 유빈 이모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니? 예쁜 원피스도 사주고 선물도 챙겨주고 널 정말 예뻐하잖아.”하지만 고하슬은 고개를 저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고모 침대 위에 조심히 올려두었다.“그래도 싫어요. 난 엄마만 좋아요.”그 말에 고수경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일그러졌다.그러나 그녀는 감정을 꾹 눌러 참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하슬아, 이제 네가 조금씩 크고 있잖아. 엄마랑 아빠는 헤어졌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새엄마 싫어요!”고하슬은 얼굴을 붉힌 채 크게 외치고는 코를 훌쩍거리며 그대로 방을 뛰쳐나가 버렸다.고수경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 애가 정말 컸네... 아니면, 소예지가 옆에서 자꾸 세뇌시킨 건가?’고하슬은 예전엔 분명 심유빈을 잘 따르던 아이였다.그런 아이가 지금처럼 뚜렷한 거부감을 드러낸다는 건, 그동안 소예지가 고하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너무도 분명했다.‘이건 좀... 곤란한데.’고수경은 속으로 쿡 웃으며 중얼거렸다.‘고하슬이 새엄마를 싫어한다면 새아빠도 마찬가지겠지. 소예지가 딸 감정에 그렇게 예민하다면 하준 오빠랑 결혼하는 건 더 어려워질지도 몰라.’그 시각, 아래층.고하슬은 곧장 진가영의 품으로 달려들었다.“할머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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