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전화기 너머에서 고수경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렸다.“잘 모르겠어. 언니가 씻고 나오다가 갑자기 쓰러졌어. 내가 만져봤을 땐 온몸이 펄펄 끓고 있었고 계속 오빠 이름만 부르더라고...”휴대폰을 쥔 고이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지금은 누가 돌보고 있어?”“언니 부모님이 와 계시긴 한데... 내가 보기엔 언니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오빠야. 그러니까 빨리 돌아와!”그 순간, 고이한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쑥 솟아올랐다.그는 무의식중에 주먹을 불끈 쥐며,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지금 당장 귀국할 거라고 전해.”“진짜야? 그럼 빨리 와! 분명 언니가 오빠랑 소예지랑 같이 스키 타러 간 거 알고 화나서 병 난 거야!”“그걸 말했어?”고이한의 목소리에는 한기마저 서려 있었다.전화기 너머에서 고수경이 움찔하더니 얼버무리듯 대답했다.“그게... 언니가 물어봤거든. 나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어.”잠시 뒤, 그녀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미안해, 오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앞으로는 언니한테 오빠랑 소예지 얘기 절대 안 할게. 약속할게.”고이한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곧장 몸을 돌려 김경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귀국할 수 있는 제일 빠른 항공편으로 예약해 줘.”“대표님, 귀국하시는 건가요?”김경환이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너랑 이문혁은 남아. 난 혼자 돌아갈 거야.”고이한의 말투는 단호했다.“국내에 무슨 일 있으신 건가요?”김경환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별일 아니야.”고이한은 건조하게 잘라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바로 예약하겠습니다.”김경환은 더 묻지 않고 통화를 마쳤다.깊은 새벽, 스키장에서 도시 외곽 공항으로 향하는 검은 SUV 한 대가 눈길을 가르며 속도를 높였다.다음 날 아침, 김경환은 소예지와 고하슬을 데리러 왔다.고하슬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삼촌, 우리 아빠는요?”“어젯밤에 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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