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욱은 고이한을 발견했지만 곧장 소예지의 팔을 놓지는 않았다. 그녀가 완전히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서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다.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짧게 맞물렸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는 분명한 긴장이 흘렀다. 찰나의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오갔고 결국 임현욱이 먼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이한 역시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소예지에게 향했다.소예지가 한 걸음 다가섰다.“하슬이는?”“어머니 댁에 있어.”고이한이 담담하게 답했다.“양 교수님은 어때? 수술은 잘됐어?”그 질문에 안채린이 재빨리 끼어들었다.“방금 주치의 교수님이 수술이 아주 잘됐다고 하셨어요.”고이한은 안채린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소예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복도의 형광등 불빛 때문인지 소예지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그 옆에 당당하게 서 있는 임현욱의 모습까지 겹쳐지자 고이한의 눈빛이 잠시 복잡하게 흔들렸다.그러나 그는 이내 감정을 정리했다.“수술이 잘됐다니 다행입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양정화의 여동생 양수아가 고이한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박사님, 이분은...”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차분히 미소 지었다.“양 교수님 연구실 투자자이신 고 대표님이에요.”“아, 고 대표님이시군요.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번거로우셨죠.”“아닙니다.”고이한은 짧게 웃으며 답했다.양수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다들 식사도 못 하셨을 텐데 제가 맞은편 식당에서 대접하겠습니다. 친척으로서 도리니까요.”“저는 여기 남을게요.”소예지가 조용히 말했다.“입맛도 없고요.”“저도 남겠습니다.”임현욱이 자연스럽게 덧붙였다.그때 김경환이 말을 받았다.“저와 고 대표님은 이미 식사했습니다.”양수아는 고개를 돌렸다.“임서윤 씨, 안채린 씨는 가서 좀 드세요.”임서윤은 솔직히 배가 고팠기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모.”안채린은 고이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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