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회의실 안에는 펜촉이 종이를 긁는 사각거리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고 문제의 난도에 눌린 몇몇 사람들은 이마에 잔잔한 땀이 맺힌 채 시험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안채린은 턱을 괴고 앉은 채 슬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문득, 이 시험지가 소예지의 손에 들어갔다면 과연 몇 점을 받았을지 상상해 보았다.마침내 제출 시간이 되자 강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험지를 모두 거둬들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회의실을 나섰다.결과는 오후 세 시 반에 발표된다고 했다.안채린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두 시가 되자 이미 회의실 근처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주치는 동료들마다 얼굴빛이 어두워 모두 자신이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공기에는 초조함과 불안이 짙게 깔려 있었다.그때 한 여자 동료가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안채린, 너 뭐가 걱정이야. 우리 중에 네가 제일 잘 하잖아. 이번엔 분명 붙었을 거야.”다른 동료도 곧바로 말을 보탰다.“맞아. 강 선배랑 사이도 좋잖아. 분명 널 뽑을 거야.”안채린의 속은 씁쓸했지만, 그런 말들이 싫지는 않았다.그녀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결과는 나와 봐야 알지.”약 삼십 분 뒤, 강준석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명단 한 장이 들려 있었다.강준석의 시선이 천천히 사람들을 훑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채린에게 멈췄다.“안채린.”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안채린은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섰다.“네.”“61점이야. 간신히 합격선 넘겼어.”강준석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안채린은 순간 멍해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할지, 실망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겨우 61점이라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점수는 고작 합격선에 턱걸이한 수준이었다.하지만 다른 동료들의 시선은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때 강준석이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다 탈락이니까 돌아가.”회의실을 나서는 발걸음들이 하나둘 무겁게 이어졌다.강준석은 채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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