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소예지는 집에서 쉬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오후가 되자 소예지는 최현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 고하슬을 데리고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겠다고 하자 노인은 무척 기뻐했다.“그래, 마음 써줘서 고맙구나. 얼른 와. 꽤 오래 못 봤잖니.”최현숙의 목소리는 반가움으로 가득했다.오후 세 시쯤, 소예지는 선물을 준비해 들고 딸과 함께 일찍 길을 나섰다.문을 연 가정부가 밝은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왕할머니! 우리 왔어요!”고하슬은 작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거실로 뛰어 들어갔다.소파 위에서는 최현숙이 뉴스를 보고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우리 하슬이 왔구나? 어서 왕할머니한테 와 보렴.”고하슬은 기쁜 얼굴로 달려와 할머니 품에 안겼다.“어머나, 또 키가 컸네.”최현숙은 손으로 아이의 키를 가늠해 보며 기쁜 얼굴로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때 현관에서 들어오는 소예지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소예지, 왔구나.”“할머니,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소예지는 준비해 온 선물을 가정부에게 건네고 최현숙 옆에 앉았다.“몸은 괜찮다. 그냥 나이 들면 생기는 자잘한 잔병들이지 뭐.”최현숙은 그렇게 말하며 소예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다행이네. 더 마르진 않았구나.”겨울이라 옷 속에 살이 조금 가려지기도 했고 원래도 단정한 달걀형 얼굴이라 아직은 약간 살집이 있는 듯 보였다.최현숙은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오늘 점심에도 이한이가 전화했더라. 네가 왔는지 물어보던데. 어제 너희 둘이 통화도 했나 보구나.”소예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어젯밤에 전화했어요.”최현숙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이 키우느라 하루 종일 신경 써야 할 일이 참 많을 거야.”잠시 말을 멈춘 뒤, 할머니의 눈빛에 미묘한 탐색과 안타까움이 스쳤다.그녀는 소예지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예지야, 할머니도 알아. 너랑 이한이 사이가 이미 끝났다는 거. 그래도 내가 보기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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