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에는 양희순도 소예지의 집에 그대로 머물게 되었다. 딸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외지에서 설을 보내기로 한 터였다. 집 안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명절을 앞둔 분위기만큼은 여전히 따뜻하게 감돌고 있었다.그때 소예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손이 잠시 멈췄다. 발신자는 임현욱이었다.소예지는 전화를 받을지 말지 잠시 망설이며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결국 통화를 받지 못했고 벨 소리가 멈추자마자 이번에는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예상치 못한 소리에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이내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당황과 묘한 죄책감 같은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설마 현욱 씨?’오히려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소예지는 휴대전화를 소파 위에 내려놓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영상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화면 속에 비친 얼굴은 예상대로 임현욱이었다.소예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문을 열었다.“현욱 씨...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문 앞에 서 있는 임현욱은 긴 이동을 막 마친 사람처럼 약간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곧게 선 어깨와 단단한 자세에서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기세가 느껴졌다.그의 시선이 조용히 소예지를 향했다.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소예지는 왠지 모르게 발밑이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과 의도가 이미 그에게 들켜버린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임현욱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거칠게 가라앉아 있었다.소예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현욱 씨, 우리 아래 내려가서 이야기할까요?”그리고 솔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덧붙였다.“할 말이 있어요.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임현욱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돌렸다.“아,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하지만 소예지는 이미 문밖으로 나와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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