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양희순에게 잠시 쉬겠다고 말했고 고하슬도 엄마의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놀기 시작했다.침대에 몸을 눕힌 소예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고개를 베개에 기대자마자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녀는 아침부터 오후 두 시까지 내리 잠들어 있었다.잠에서 깨어난 뒤, 소예지는 한결 정신이 맑아진 것을 느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딸이 젤리와 함께 거실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커다란 창을 통해 거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공간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고하슬은 엄마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품에 안겼다. 소예지는 딸을 꼭 끌어안고 고개를 숙여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참 뛰어다닌 탓에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확률이 30%든, 1%든 그 가능성을 반드시 0으로 만들어야 했다.바로 그때, 소예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보니 강준석이었다.“여보세요, 강 선배?”“오늘 연구실에 갔었는데 네가 휴가 냈다더라. 괜찮아?”강준석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소예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 감정을 강준석에게까지 전가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응, 괜찮아.”강준석이 말을 이었다.“민간용 프로젝트 쪽에서 몇 가지 지표가 잘 안 잡혀. 너랑 좀 상의하고 싶은데.”소예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오늘 저녁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어. 밥 먹으면서 일 이야기도 하자.”강준석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좋아. 퇴근하고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뒤 소예지는 다시 서재로 올라갔다.컴퓨터를 켰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심장을 불안하게 만들던 그 데이터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았다.대신 스미스 연구소에 축적된 희귀 혈액 질환 치료 및 개입 방법 자료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속도로 핵심 기술과 정보를 모두 파악해야 했다. 그래야 스미스가 귀국했을 때 그와 막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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