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여기는 대표님이 투자하신 개인 연구소입니다.”김경환은 고수경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고수경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오빠 거라고요?”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고이한의 자산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연구소가 또 하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넓게 펼쳐진 로비와 정교하게 설계된 검사 구역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의 모습까지, 이곳은 병원 같으면서도 어딘가 일반 연구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때였다.회의실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한 사람은 고이한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금발의 외국인이었다. 흰 가운 대신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분위기만 봐도 학계 인사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고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박사님, 제 여동생입니다.”그는 스미스 박사에게 고수경을 소개했다.지난번 고수경의 건강검진은 스미스 연구소가 아니라 병원에서 혈액만 채취해 보내 검사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고수경은 스미스를 직접 만난 적이 없었다.스미스 박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수경을 바라보았다.“고수경 씨, 지금부터 정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잠시 협조해 주시면 됩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고수경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뭐요?”그녀는 곧바로 고이한을 바라봤다.“오빠, 갑자기 왜 나 검사해? 나 멀쩡한데.”목소리에는 짜증과 당황이 뒤섞여 있었다.요즘 들어 몸이 조금 피곤하고 어지러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밤늦게까지 놀고 생활 방식이 엉망이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아직 스물여섯이었다.설령 몸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저 작은 병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동생 앞으로 다가가 잠시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그의 시선이 이내 고수경의 눈 아래에 멈췄다. 눈꺼풀 아래쪽에는 붉은 점처럼 보이는 미세한 출혈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것은 그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증상이었다. 예전에 어머니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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