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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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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송서윤은 고개를 돌려 피했고 고영훈의 입술은 그대로 송서윤의 목덜미에 닿았다.순간 고영훈에게서만 나는 맑고 차가운 향이 그녀를 완전히 휘감았다.한때 그 향기에 깊이 빠져들었던 송서윤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속이 뒤집힐 만큼 혐오스러웠다.송서윤은 격렬히 몸부림치며 그의 손길을 거부했고 그런 그녀의 저항이 고영훈을 자극했다.고영훈은 순식간에 그녀의 치마를 올리고 거친 손길로 옷 속을 파고들었다.입술은 쇄골에서 시작해 서서히 가슴께로 내려왔다.송서윤은 고영훈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는 순간,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쳤다.그녀는 더 이상 고영훈의 거칠고 제멋대로인 행동을 참을 수 없었다.“고영훈, 이거 놔!”송서윤의 처절한 외침을 들은 고영훈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얼굴은 분노와 광기가 얽혀 있었다.하지만 송서윤의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 순간 분노가 사그라들었다.당황한 고영훈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송서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여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자식이 널 유혹한 게 잘못이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다른 남자한텐 눈길조차 주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고영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송서윤은 고백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뿐, 마음이 흔들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조금 전, 그녀는 어쩔 줄 몰라 그대로 얼어붙었다.고영훈의 검은 눈동자엔 상처가 가득했으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연약한 모습이 송서윤의 마음을 흔들었다.고영훈도 배신당한 기분이 어떤 건지 맛본 것이다.그러나 송서윤은 절대 고영훈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그저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받고 다른 남자의 칭찬을 받았을 뿐인데 고영훈은 그조차도 견디지 못했다.‘그럼 나 몰래 허연수와 바람을 피웠을 때는 내가 어떤 고통을 견뎌야 했는지는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송서윤은 고영훈을 힘껏 밀쳐내고 얼굴을 가린 채 서재를 뛰쳐나가 침실로 향했다.욕실로 들어간 그녀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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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 있는 고하준의 얼굴엔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실감이 떠돌았다.롤스로이스 뒷좌석에 앉은 고하준은 송서윤의 부드러운 손을 꼭 잡고 매끄럽고 고운 팔에 얼굴을 비비며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송서윤은 이럴 때마다 늘 다정하게 고하준을 품에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곤 했으며 귓가에 속삭이듯 농담을 건네면서 웃게 해주곤 했다.“엄마...”하지만 고하준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송서윤은 손을 홱 빼내며 얼굴을 창밖으로 돌렸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바라볼 뿐, 그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엄마는 고모에게 매를 맞았을 때도 자신은 신경 쓰지 않았으면서 도윤이의 손바닥에 난 작은 상처에는 호들갑을 떨며 달려갔어. 내 생일 선물은 준비하지 않았는데 도윤이에게는 거대한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사주고.’고하준은 눈물을 꾹 참은 채 두 손을 꼭 움켜쥐었으며 눈동자 속에는 분노가 피어올랐다.그 옆자리에 앉은 고영훈은 그 모든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잠시 후, 차는 호텔 문 앞에 도착했다.분주한 연회장 안은 그들의 등장으로 한층 더 들썩였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송서윤은 이 자리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지만 고영훈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머물러야 했다.사람들은 고영훈이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아낀다며 그녀가 좋은 남편을 만난 것이 참 부럽다고 떠들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의 품에 기대어 부끄럽게 웃으며 사람들 시선을 피해 숨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그 장면을 바라볼 뿐, 마음속엔 아무 감정도 일지 않았다.약혼식이 시작되고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오르자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찾으며 흩어졌다.유서 깊은 명문가이자 가풍이 엄격한 정씨 가문이 체면조차 세울 수 없는 사생아를 며느리로 맞이했다는 건 누가 봐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한 일이었다.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포트라이트가 사회자를 비추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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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문은 나무 캐비닛에 막혀 있었기에 겨우 아주 작은 틈만 열렸다.허연수는 안이 캄캄한 걸 보고 다시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자 긴장이 풀린 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허연수의 시야를 피하기 위해 송서윤의 등은 소주원의 가슴에 바짝 붙어 있었고 얇고 부드러운 옷감 너머로 그의 넓고 강한 가슴의 요동과 거친 심장 박동을 느꼈다.“조금만 더 있다 나가자.”소주원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스쳤고 따뜻한 숨결이 닿자 온몸에 전율이 퍼져 나갔다.송서윤은 소주원의 침실에 자신을 그린 초상화가 가득 걸려 있고 자신의 결혼사진을 안고 잠드는 그를 떠올리며 얼굴이 화끈거렸다.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도 없어 그저 가볍게 대답할 뿐이었다.그때, 밖에서 허연수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영훈 오빠, 내가 사랑하는 건 오빠야. 제발 날 정지욱에게 시집보내지 마.”송서윤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지금 밖에 고영훈도 있어.’그녀는 귀를 곤두세웠지만 고영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정씨 가문의 어르신께서 그랬어. 내가 정씨 가문으로 시집가면 정씨 가문의 규칙을 지켜야 하고 정지욱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날 강요하려고 해!”허연수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처연해졌고 송서윤의 손은 점점 더 세게 쥐어졌다.그녀의 분노를 느낀 소주원은 귀 옆에 조용히 속삭이며 위로했다.“허연수의 결혼은 이미 정해진 일이야. 정씨 가문은 온 도시가 다 아는 명문가라, 허연수가 후회해도 소용없어. 서윤아, 저 여자의 업보는 결국 돌아올 거야.”그 말을 들은 송서윤은 조금 진정되었다.“정지욱은 널 건드리지 않을 거야.”그때 들려온 고영훈의 목소리에 송서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 목소리 밤마다 악몽 속에서 그녀를 짓누르던 고영훈과 허연수가 사랑을 속삭이던 목소리였다.송서윤은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귀를 덮었다.정신을 차려 보니 소주원이 그녀의 귀를 막고 있었다.그런데도 그녀는 모든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지만 그의 배려에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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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송서윤은 그제야 자신이 소주원의 허벅지살을 꽉 쥐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사과하고 싶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숨결 섞인 소리와 간간이 섞여 들어오는 낮고 부드러운 속삭임에 송서윤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그녀는 울음이 새어나올까 봐 두려워 입을 꼭 막은 채 몸을 떨었다.허연수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밤에 정지욱 대신 오빠가 신혼방에 들어오면 안 될까? 나는 어릴 때부터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백발이 되도록 함께하길 꿈꿨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내 가장 큰 소원이었지. 하지만 오빠를 만나고 오빠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그런 평범하고 따뜻한 결혼식은 나에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 그래도 약혼식이든 결혼식이든, 그날만큼은 꼭 오빠랑 함께하고 싶어. 이 작은 바람, 들어줄 수 있어?”허연수는 나지막하게 애원했으며 목소리가 처연하고 애틋했다.“유산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무섭지 않아?”고영훈의 목소리에 갈망이 묻어 있다는 걸 송서윤이 모를 리가 없었다.“무서워. 그러니 오빠가 더 소중하게 다뤄줘.”허연수는 고영훈을 유혹하며 말했다.고영훈은 만족스러운 듯 낮은 신음을 흘렸고 그 소리가 송서윤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서윤은 문고리를 누르며 말했다.“선배는 나오지 마.”그러나 문고리를 누르는 순간, 소주원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아 품으로 당겼고 두 사람은 마주 껴안은 자세가 되었다.소주원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고 귀가에 낮게 속삭였다.“서윤아, 열흘만 참아. 그럼 그 사람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 그 사람 때문에 더 이상 화내고 마음 다칠 필요 없어.”송서윤은 눈물에 젖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소주원을 바라보는 그 시선엔 참을 수 없는 나약함과 흔들림이 담겨 있었다.6년 동안 밤낮으로 그리워했던 여자가 지금 그의 품 안에 있었다. 너무도 연약하고 너무도 부드럽고 한없이 불쌍했다.순간 그녀를 향한 뜨거운 감정이 그의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일렁였다.소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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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고영훈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주원을 향했다.“저 사람들 전부 잡아!”경호원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움직였고 순식간에 소주원 부자와 성준영을 포위했다.송서윤은 깜짝 놀라 소도윤을 바라보았다.잔뜩 겁먹은 소도윤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이모, 저 정말 아니에요.”소도윤은 다급하게 말했다.“하준이가 저를 밀었어요. 그런데 하준이도 균형을 잃고 같이 빠진 거예요.”“난 내 아들을 믿어. 내 아들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아.”소주원이 소도윤의 등을 다독이며 송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송서윤은 소도윤의 맑은 눈을 마주했다.그 눈엔 두려움만 있었지, 거짓의 기색은 없었다.하지만 지금 고하준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그녀의 눈엔 오직 아들만 보였다.소주원과 소도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그녀는 경호원들에게 당부했다.“절대 저 사람들 다치게 하지 마세요. 하준이가 깨어나면 다시 확인합시다.”고영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지금은 하준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게 먼저야.”고하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그녀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고하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송서윤의 다정하고 걱정 어린 시선을 마주한 고하준은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엄마, 저 너무 무서워요...”송서윤은 고하준을 품에 꽉 안았다.마치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이 쏟아졌다.“하준아, 깨어나서 다행이야!”모자는 서로를 껴안은 채 엉엉 울었다.고영훈은 송서윤을 품에 안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그만 울어. 하준이 깨어났잖아. 그래도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해.”그는 고개를 들어 짙고 싸늘한 눈빛으로 소주원을 바라보더니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응.”송서윤은 놓치기 싫은 듯 고하준을 안아 올렸다.그때 소주원이 소도윤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고 소도윤은 곧바로 송서윤을 향해 외쳤다.“이모, CCTV를 보면 돼요! CCTV 보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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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 순간, 송서윤은 소도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의 무관심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화면 속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소도윤을 끌어 올렸다.그제야 모두 진상을 알았지만 아무도 감히 고하준을 비난하지 못했다.송서윤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고하준을 바라보다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비켜.”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경호원들은 재빨리 길을 열었다.송서윤은 소도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도윤아, 이모가 정말 미안해. 이런 고생을 시켜서. 이모가 하준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너를 다치게 했어.”송서윤은 고하준이 또다시 그런 짓을 했으며 일부러 소도윤을 해쳤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졌다.그녀는 뒤늦은 두려움에 소도윤을 꽉 끌어안으며 안타까워했다.만약 성준영이 없었다면 소도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때가 되면 그녀는 소주원에게 뭐라 설명할 수도 없었고 고하준은 살인죄를 짊어지게 될 것이다.“이모, 이모 잘못이 아니에요. 잘못한 건 하준이에요. 사과해야 하는 건 하준이라고요.”소도윤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송서윤의 뺨을 살며시 만졌다.“이모, 울지 마세요.”소도윤의 선량한 마음이 송서윤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착하네.”어쩔 줄 몰라 하던 고하준은 그대로 달려와 소도윤을 송서윤의 품에서 밀쳐내더니 소리쳤다.“너 같은 엄마 없는 놈이 감히 우리 엄마를 안아? 저리 가!”소도윤은 거의 넘어질 뻔했지만 소주원이 재빨리 달려와 아이를 붙잡았다.한편 ‘엄마 없는 아이’라는 말에 소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울음을 터뜨렸다.송서윤은 고하준이 계속해서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그의 이기심과 못된 짓을 참을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고하준! 도윤이를 다치게 하고 거짓말까지 했는데 이제는 또 도윤이를 모욕해? 너는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당장 도윤이에게 사과해!”“저는 잘못이 없어요! 소도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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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수군거렸다.“허연수는 고씨 가문 사모님의 여동생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자기 조카한테 자길 ‘엄마’라고 부르게 해?”“고씨 가문 사모님처럼 좋은 사람이 어딨어? 시집갈 때 그렇게 많은 지참금에 체면까지 세워줬는데, 어떻게 딸을 그렇게 가르쳐? 정말 배은망덕한 여자야.”“나도 들었어. 저 아이, 원래는 고 대표님 호적에 올라가 있었다던데. 정지욱과 결혼한 게 아니었으면 나도 그 아이가 누구 딸인지 의심했을 거야. 얼굴이랑 눈매가 고 대표님이랑 엄청 닮았어.”수군거림이 퍼져나가자 정씨 가문의 어르신인 한정숙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바닥에 내던지며 차가운 시선으로 허연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허연수는 고개를 더 숙이고 정민지를 자기 뒤로 감췄다.고영훈은 한정숙의 불만을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고하준을 붙잡아 송서윤 앞에 세웠다.“그만해. 하준아, 친구한테 사과해.”“미안해. 내가 널 밀면 안 됐어.”고하준은 화가 난 고영훈을 몹시 두려워했지만 여전히 억울한 듯 송서윤의 다리를 꼭 껴안으며 소도윤을 향해 말했다.“하지만 우리 엄마는 내 엄마야. 절대 네 엄마가 될 수 없어!”소도윤은 꾹 참았다.‘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 예쁜 이모처럼.’소도윤의 속상한 마음을 깨달은 소주원은 얼른 아이를 안아 들었다.“도윤이랑 하준이, 둘 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게 해. 치료비는 우리가 전부 부담할게.”송서윤은 이렇게 해도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이고 싶어.”“제 아내 말이 맞습니다. 우리 고씨 가문이 잘못했으니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고영훈은 말하며 송서윤의 허리를 감쌌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그녀가 자기 소유임을 과시하는 듯했다.“아빠, 저 병원 갈래요.”소도윤은 송서윤이 좋았기에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소주원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아이를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고하준은 그녀의 다리에 매달렸고 고영훈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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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매니저는 곧바로 휴게실 앞 CCTV 영상을 불러왔다.영상 속에는 고영훈이 휴게실에서 나와 달려가는 장면이 나왔고 그 뒤로 허연수가 나왔을 뿐, 그 사이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이럴 리가 없어! 분명히 봤어, 그 두 사람이 탕비실에서 나와서 나보다 먼저 나갔다고!”허연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영훈의 소매를 붙잡았다.“형부, 날 믿어줘, 진짜로...”그녀의 행동에 주변 시선이 곧바로 싸늘해졌다.그때, 정씨 가문의 도우미가 다가와 허연수의 팔을 잡았다.“어르신께서 부르셨습니다. 화장 다시 하셔야 해요. 약혼식이 곧 시작됩니다.”“형부!”허연수는 아직도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지만 이미 끌려 나가고 말았다.고영훈은 휴대폰 속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단서 하나 잡히지 않았다.그는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이 영상, 회사로 보내서 기술팀에 확인시켜 봐, 오류가 있는지.”“알겠습니다.”매니저는 고개를 숙이더니 곧바로 방을 나섰다.그때 한정숙이 다가와서 말했다.“영훈아, 앞으로는 지욱이와 허연수 일에 더는 관여하지 마. 이렇게 행패를 부리는 것도 이번이 끝이야.”고영훈은 자신도 잘못이 있음을 알고 고개를 숙였다.백스테이지의 휴게실에서 허연수는 도우미에게 붙잡혀 무릎을 꿇고 있었다.한정숙은 지팡이를 그녀의 손등에 대고 천천히 힘을 주었다.“이 천한 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쓰레기 같은 년이 이것저것 따져? 네 신세에 우리 집 지욱이한테 시집가게 된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알아? 감히 아직도 고영훈이랑 눈빛을 주고받고! 들킬 때마다 한 번씩 맞을 줄 알아.”한정숙이 지팡이를 세게 누르자 허연수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옆에 서 있던 정민지는 울며 달려와 한정숙의 발밑에서 애원했다.“할머니, 제발 엄마를 때리지 마세요! 때릴 거면 저를 때리세요.”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을 들은 한정숙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표정한 얼굴로 정민지를 바라보다가 그 눈빛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래도 효녀를 낳았구나. 일어나. 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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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제자요?”송서윤이 가볍게 웃었다.“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교수님, 저 좀 도와서 말 좀 해주세요!”성준영이 몇 번이나 소주원을 부른 끝에야 그는 멍하니 넋을 놓았던 정신을 겨우 되찾았다.“서윤아, 성준영이랑 박다은 둘 다 실력이 괜찮아. 한번 고려해 봐.”소주원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송서윤은 그게 아마도 소도윤이 물에 빠진 일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다.“좋아, 생각해 볼게.”그때, 고하준이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어른스럽게 말했다.“이상하네요. 우리 엄마는 전업주부라 아무것도 못 해요. 회사 가도 ‘지뢰 찾기’만 하던데요. 그건 저도 할 줄 알아요.”고하준은 를 즐겨보고 손오공을 좋아했기에 제자란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예쁜 이모는 엄청 대단하거든!”소도윤은 바로 반박했다.“예쁜 이모, 저도 제자 할래요!”“안 돼! 이건 우리 엄마야. 네 스승이 될 수 없어. 그리고 여자잖아. 스승은 남자여야 해.”고하준은 잘난 척하며 말했다.“예쁜 이모는 멋있어서 내 스승이 될 수 있어. 누가 스승은 꼭 남자만 해야 한대? 여자도 스승이 될 수 있어!”소도윤도 질세라 맞받아쳤다.결국 두 아이는 티격태격하다가 주먹까지 오갔다.가운데 낀 송서윤은 몇 대를 얻어맞으면서도 말 한마디 안 했다.이 순간, 그녀는 비로소 두 아이를 둔 엄마의 고충이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꼈다.세 명의 어른은 눈을 마주치더니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응급실.고하준과 소도윤은 각각 전신 검사를 받았다.성준영이 그들을 지켜보는 동안, 송서윤과 소주원은 중정으로 나왔다.“선배, 도윤이 일은 정말 미안해. 하준이를 한 번만 용서해 줄 수 있을까? 아직 다섯 살이야.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치면 분명 좋은 아이가 될 거야.”소주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난 하준이를 탓하지 않아.”“그럼 대체 왜 그렇게 우울해 보이는 거야?”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도윤이는 불쌍한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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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송서윤은 불쑥 나타난 고영훈을 보자 그가 조금 전 대화를 들은 건 아닌지 불안함이 밀려왔다.‘그런데 무슨 사진?’그녀는 한 번도 소주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송서윤은 소주원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날카로운 시선은 고영훈이 들고 있는 사진에 고정되어 있었다.그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설마, 사진이 진짜란 말이야?’송서윤은 손을 내밀어 사진을 받아 들고는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자신이 블랙해커든 레드해커든,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위험에 처할 게 분명했다.그래서 데미스 국장에게 발탁된 후로는 철저히 자취를 감췄고 임무가 아닌 시간엔 늘 기지 안에만 머물렀다.그 사진은 송서윤이 20살 때, 소주원을 구출하는 작전 중에 찍힌 것이었다.그 2년 동안, 그녀가 임무 중 모습을 드러낸 건 단 한 번뿐이었다.송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뒤집어 보았고 뒷면엔 독일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2019년 2월, 뮤베른. 교수와 신비의 소녀.]사진을 찍은 사람은 분명 소주원을 알아봤다.“여보, 비밀스러운 도시인 뮤베른에는 언제 간 거야? 난 프리온에서 유학 중인 줄 알았는데. 혹시 소 교수님이랑 아는 사이야?”고영훈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눈빛은 어둡고 날카로웠다.송서윤의 머릿속에 그때의 폭발 장면이 번쩍 떠올랐다.그건 그녀가 두 번째로 소주원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때였다.원래 계획은 오직 한 사람, 그만을 구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두 사람이 있었다.이전에는 소주원을 잡으려는 세력이었는데 그날은 아예 그를 제거하려고 건물에 미사일을 투하했다.송서윤은 소주원의 신분을 완전히 숨기기 위해 사망으로 위장하려고 계획했었다.미사일 신호를 2초간 차단해 소주원이 탈출할 시간을 벌고 이후 신호를 복구시켜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투하되게 하면 적은 그가 사망했다고 믿게 될 터였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두 사람을 모두 구해야 했고 그럴 시간은 없었다.결국 신호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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