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장 가까운 배신: Bab 111 - Bab 120

224 Bab

제111화

두 아이는 성준영이 데리고 나왔다.의사는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고영훈은 송서윤과 고하준을 이끌고 함께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떴다.소주원은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도윤을 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빠가 노력할게.”소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준이는 정민지 엄마를 더 좋아해요. 예쁜 이모한테는 맨날 못되게 굴어요. 예쁜 이모 화나게만 해요. 그러면서 예쁜 이모를 저한테 양보도 안 해요. 진짜 나빠요. 그런데 오늘 예쁜 이모가 저에게 착하다고 칭찬해 줬어요. 저는 더 착해질 거예요. 예쁜 이모 속상하지 않게 하고 빨리 커서 예쁜 이모를 지켜줄 거예요. 예쁜 이모는 이제 하준이 말고 저를 선택할 거예요.”소주원은 그 순수한 말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하준은 송서윤의 친아들이었다.그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든, 그녀는 끝내 아이를 사랑하고 감쌌다.그건 결코 바뀔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소주원은 소도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그때 성준영이 다가와 보고했다.“교수님, 청원대학교에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내일 교내 기념일에 명예 동문 자격으로 연설해달라는 요청입니다.”성준영은 그가 기운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잠시 머뭇거리다 덧붙였다.“초대자 명단에 송서윤 씨도 있더군요.”소주원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그는 소도윤을 안아 들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우리 아들, 아빠가 멋있게 연설할 수 있도록 예쁜 옷 한 벌 골라 줘.”성준영은 그들 부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밤은 이미 깊었다.송서윤은 피곤한 지 문 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고영훈은 그녀의 잠든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고하준을 데리고 본가로 향했다.“아빠, 이제 저 착하게 굴게요. 나쁜 일도 안 할게요. 저를 여기에 두고 가지 마요.”“하준아, 너 원래 할머니를 제일 좋아했잖아?”오늘 밤, 정씨 가문의 약혼식장에서 일어난 일은 이미 주희영의 귀에 들어갔다.“시간도 늦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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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송서윤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다가 굽이 풀밭의 잡초에 걸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하지만 예상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고 대신 따뜻한 품속으로 떨어졌다.이내 그녀는 고영훈의 공포에 찬 검은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았다.그런 표정은 그의 얼굴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송서윤은 너무나 지쳐 있었고 무너져버린 이성은 더 이상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밤눈이 어두운 그녀의 시야 속에서 그는 점점 어둠과 하나가 되어갔다.날카롭게 다듬어진 그의 윤곽은 흐려졌고 깊고 차가웠던 눈빛도 어느새 또렷한 흑백으로 번졌다.성숙하고 절제된 남자의 모습 위로 옅은 안개가 드리워지듯 소년 시절의 맑고 자유로운 그가 겹쳐 보였다.송서윤은 문득 십 년 전의 고영훈을 떠올렸다.그때의 그는 한없이 솔직하고 당당했다.송서윤을 사랑했고 그녀를 고훈과 주희영의 앞에 데려가 이번 생에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아내로 맞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며 그 약속을 지켰었다.그 시절, 그녀의 마음은 행복과 기쁨으로 넘쳐흘렀다.뒤섞인 발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주희영이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으며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서윤아!”송서윤은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이번에는 그들을 위해 울지 않아서 다행이라고.그들은 더 이상 그녀의 눈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몸이 이리저리 휘청였고 어디선가 고영훈의 절규가 들려왔다.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의사를 부르는 듯했다.송서윤은 깜짝 놀라서 눈을 떴고 본능적으로 손이 배로 올라갔다.만약 의사가 오면 그녀가 아직 아이를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그럼 고영훈은 틀림없이 이 아이를 없애려 할 것이다.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인 것은 고영훈과 함께 살던 본가의 침실이었다.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대표님, 사모님은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안정을 취해야 하고 자극받아서는 안 됩니다.”안소영의 목소리였다.송서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몸이 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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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죽이라도 조금 먹을래?”송서윤은 대답하지 않고 주희영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 시선에 주희영은 점점 불안해졌다. 결국 눈을 피하며 도우미에게 따뜻한 죽을 가져오게 하고 송서윤을 잘 돌보라고 일렀다. 또 경비원들에게는 저택 구석구석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송서윤은 천천히 죽을 떠먹으며 방 안 곳곳의 감시 카메라를 훑어보았다.죽을 다 먹고 식모가 그릇을 치운 뒤 도우미가 그녀를 부축해 2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송서윤은 도우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슬쩍 빼냈다.“하준이는 돌아왔어요?”“작은 도련님은 지금 피아노 수업 중이에요. 불러올까요?”“아니요, 제가 쉴 때 방해될까 봐요. 문 앞에서 저 대신 지켜줘요.”송서윤의 담담한 말에 도우미는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도우미는 방문을 조용히 닫고 마치 문지기처럼 그 앞에 서 있었다.너무 눈에 띄는 자리라 감히 휴대폰을 꺼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문이 닫히자마자 송서윤은 휴대폰을 켜서 긴급 전화 화면으로 전환했다.그녀는 익숙한 긴 숫자열을 입력했다. 그리고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잠금이 풀렸다.이어 백그라운드 시스템에 접속해 코드 몇 줄을 입력하자 와이파이를 통해 감시 카메라의 신호가 끊겼다.모니터실에서는 화면이 0.5초 정도 깜빡였지만 보안요원들은 눈을 비비며 착각이라 생각하고 넘겼다.송서윤은 옷장 안에서 묶어둔 침대 시트를 꺼내 창문에 매달았다.깜깜한 밤이 내려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즈음, 그녀는 시트를 타고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송서윤은 어둠 속에서 미친 듯이 달려 고씨 가문 저택과 멀어졌다.그녀는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때 기억 속의 번호를 눌렀다.“국장님,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 저를 데려가 주세요.”한편, 청원대학교 캠퍼스에서 정장 차림의 소주원은 송서윤을 기다렸지만 고영훈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명예 동문 연설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따로 남겨졌다.사회자는 두 사람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한 사람은 학계의 정점을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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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알겠습니다!”경호원들은 사방에서 송서윤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했다.송서윤은 멀리 도망칠 새도 없었다. 머리 위로 강풍이 휘몰아치더니 헬리콥터가 하늘에서 내려왔고 탐조등 한 줄기가 그녀에게 비쳤다.한 경호원이 외쳤다.“사모님을 찾았습니다!”그때 한 사람이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려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녀는 그대로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아...”비명은 터져 나왔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열감기에 걸린 듯 목구멍이 칼에 베인 듯 아팠고 점점 더 고통이 심해졌다.헬리콥터는 고영훈 쪽으로 천천히 향했다.송서윤은 본능적으로 저항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압도적인 무력감이 온몸을 휘감았고 그녀의 시야에는 오직 고영훈만이 비쳤다.잃었다가 다시 찾아온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송서윤에게서 차마 시선을 떼지 못했다.고영훈은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의 부드럽고 감격스러운 표정은 송서윤 눈에 괴물처럼 느껴졌고 순식간에 몸을 억눌렀다.‘안 돼!’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으로 저항했다.고영훈의 손이 송서윤에게 닿는 순간, 헬리콥터가 갑자기 급상승하더니 휘몰아치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모든 사람을 움찔하게 했다.“여보!”“사모님!”송서윤은 아래에서 들리는 외침에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고 차분하지만 걱정 어린 표정의 소주원과 눈이 마주쳤다.거의 울음이 터질 것 같던 송서윤은 미소를 지었다.‘선배?’“꽉 안아.”소주원의 검은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였다. 그는 큰 손으로 송서윤의 잘록한 허리를 더 꽉 감싸안으며 떨어질까 봐 두려워했고 떠날까 봐 두려워했다.송서윤은 소주원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그의 어깨에 붙였으며 눈가의 뜨거운 눈물이 그의 옷깃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녀는 소주원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구해줘서 고마워, 선배.”그 순간, 소주원은 세상을 다 가진 듯이 심장이 두근거렸고 통제할 수 없는 설렘이 몰려왔다.헬리콥터가 멀어지는 장면은 그대로 뉴스 생중계에 잡혔다.앵커는 흥분을 감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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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케이원 그룹이 아진시의 모든 교통망을 장악했어. 전 직원에게 휴가를 내버리니, 운행이 멈출 수밖에 없지. 일이 이렇게 커져도 기껏해야 운영 부실 정도로 처리될 거야. 고영훈의 재력이라면 불만을 가진 사람쯤은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겠지.”소주원은 박다은이 전송한 보고가 떠 있는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국장님께 연락해서 지금 상황을 보고드리고 지시를 기다려.”“예, 교수님!”박다은과 성준영은 재빨리 방을 나갔다.소주원은 생수병을 하나 열어 멍하니 앉아 있는 송서윤에게 건넸다.그녀는 한 시간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이 너무 컸다.“물 좀 마셔.”송서윤은 물병을 받았지만 고맙다는 말이 끝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머리는 무겁고 목은 칼로 긁힌 듯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그때 갑자기 다리가 들어 올려졌다.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소주원의 부드럽지만 단단한 눈빛과 마주쳤다.“발바닥이 긁혔어. 소독 좀 해줄게.”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두 발을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려놓았다.‘괜찮아!’송서윤은 발을 빼려 했지만 소주원의 거칠고 단단한 손이 이미 그녀의 발목을 감싸고 있었다.곧이어 그의 온기가 피부를 따라 스며들었다.그는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응급구조 자격증도 가진 사람이었기에 손놀림이 능숙했다.시원한 물로 상처를 씻고 솜에 소독약을 묻혀 상처 위에 꾹 눌렀다.송서윤은 그의 손을 제지하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선배, 내가 할게.’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소독약이 닿는 순간, 아픔이 퍼지며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소주원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아파? 그럼 내가 살살 할게.”‘괜찮아, 정말 괜찮아!’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하지만 소주원은 더 단단히 그녀의 발목을 눌렀다.그러고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말 들어. 돌에 베인 상처야. 그냥 놔두면 덧나.”소주원은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는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상처 부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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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정신이 번쩍 든 송서윤은 온몸의 힘을 다해 소주원의 가슴을 밀쳐냈다.소주원은 즉시 그녀를 놓았고 눈빛이 다급하게 흔들렸다.“내가 아프게 했어?”그는 다급하게 송서윤을 부축해 일으키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꼼꼼히 살폈다.그녀는 소주원의 손에 이끌려 두 바퀴를 빙 돌았다.송서윤은 그의 손을 눌러 멈추게 하며 한숨을 쉬었다.‘이 사람은 정말 여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 없는 게 분명해. 여자의 눈치를 보는 법도 모르는 걸까?’송서윤의 머릿속에 문득 고영훈의 얼굴이 떠올랐고 송서윤은 고개를 세차게 저어 그 생각을 털어냈다.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박다은이 다급하게 들어왔고 박다은의 눈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교수님, 고영훈이 사람을 데리고 연구소로 갔습니다. 서윤 씨를 내놓지 않으면 연구소 안의 모든 걸 불태우겠다고 했어요!”“그 사람 도대체 왜 이렇게 겁이 없는 거야! 교수님의 연구는 나라를 위한 기밀인데, 그게 손상이라도 되면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국민을 배신한 죄로 처벌받을 건데!”성준영도 뒤따라 들어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송서윤의 얼굴색이 창백해졌고 황급히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자신 때문에 소주원을, 더 나아가 연구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소주원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손을 잡아 막았다.“국장님은 뭐라 하셨지?”“국장님께서는 서윤 씨가 꼭 필요하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약속대로 정시에 서윤 씨를 데리러 오실 거라고, 그렇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박다은은 고개를 숙였다.그 말을 듣는 순간, 방 안은 숨소리조차 멈췄다.이제 모두가 이해했다.조직에 긴급 사태가 생겨서 국장은 몸을 뺄 수 없으며 송서윤는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그녀는 국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송서윤은 소주원의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날 돌려보내 줘.]“서윤아?”소주원은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쥐었다.“고영훈이 널 다치게 할 거야.”송서윤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에서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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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소주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방어 자세조차 취하지 않은 채 단단한 흑갈색 눈동자로 고영훈을 똑바로 응시했다.창밖의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삼켰다.하지만 고영훈의 주먹은 소주원의 눈앞에서 멈춰 섰다.그때, 창밖에서 조사하던 사람이 손을 들며 외쳤다.“고 대표님! 발견했습니다!”고영훈의 차가운 시선이 소주원의 얼굴을 스쳤고 그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갈 때쯤, 송서윤을 데려간 사람이 얼마나 가까이서 그녀를 안고 있었는지를 떠올리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불타올랐다.고영훈은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소주원을 향해 강하게 날렸다.소주원은 훈련된 몸으로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두 팔을 들어서 막았지만 힘의 차이는 컸다.그는 두 발짝 정도 밀려나 벽에 부딪히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소주원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고 대표님, 당신 아내는 납치된 것 같지 않네요. 오히려 당신에게서 도망친 사람처럼 보이던데요.”그 말이 떨어지자 창밖의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맞아요! 저도 그때 현장에 있었어요. 헬기가 막 떠오를 때, 사모님이 고 대표님과 스쳤거든요!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피하더라니까요!”순식간에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어 송서윤이 끌려가던 당시의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밤이라 얼굴은 흐릿했지만 몸짓과 태도는 명확했다.의심과 웅성거림은 파도처럼 커지자 고영훈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감히 내 아내와 나의 일에 끼어드는 거지?”소주원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때, 조사하던 사람이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다.“고 대표님, 차량의 이동 경로가 삭제되었습니다. 바로 두 분이 마주 서기 전, 불과 2분 전에 말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 겁니다.”고영훈은 소주원이 송서윤을 납치했다고 확신하며 단호하게 명령했다.“연구소를 부숴버려!”갑자기 모든 통신 화면이 순식간에 까맣게 꺼졌다.화면 속에는 검은색의 실루엣이 나타났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소리가 각종 통신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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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송서윤은 절벽 가장자리에 쓰러져 있었고 누군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절벽 아래를 향해 외쳤다.“고 대표님, 사모님 찾았습니다! 사모님은 절벽 아래에 없어요!”하지만 밧줄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순간 모두 당황했다.송서윤은 몸을 던져 밧줄을 붙잡았고 거칠게 미끄러지는 밧줄에 손바닥이 갈라지며 피가 번졌다.그녀는 목이 찢어질 듯했지만 심연 아래를 향해 외쳤다.“고영훈! 나 아래에 없어, 빨리 돌아와!”그녀의 목소리는 심연 속에서 울려 퍼졌고 절벽 위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그러나 밧줄은 손바닥을 스치며 여전히 미끄러져 내려갔다.경호원들이 황급히 밧줄을 붙잡았지만 밧줄은 멈추기는커녕 갑자기 급강하했다.“밧줄의 오르내림은 대표님이 조절하고 있습니다.”경호원이 송서윤을 일으켜 세우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이미...”송서윤은 무너져 내리듯 눈물을 흘리며 경호원과 전문가들을 붙잡고 말했다.“아니에요...”경호원들과 전문가들이 다급히 논의하는 소리가 그녀의 귀가에 파도처럼 밀려왔다.머리 위로는 수색 헬리콥터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고 눈을 찌를 듯한 탐조등의 불빛이 번쩍이며 그녀의 시야를 뒤덮었다.눈물이 번진 시야 속에서 송서윤은 절벽 끝에 주저앉은 채 머릿속으로 수없이 떠오르는 고영훈의 얼굴과 웃음을 되뇌었다.그의 목소리, 그의 손길, 그의 눈빛, 모든 것이 그 절벽 아래로 함께 사라져 가는 듯했다.송서윤은 단지 고영훈을 떠나고 싶었을 뿐, 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한때 그녀의 구원이었고 그녀를 진흙탕에서 끌어올린 존재였다.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고영훈은 송서윤의 전부였다.그녀는 고통스러운 가슴을 꼭 움켜쥐었다.송서윤은 한때 고영훈을 미치도록 사랑했다.그녀는 엄청난 슬픔으로 인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고 무언가가 몸속에서 계속 흘러 나가고 있었다.붙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가듯 잡히지 않았다.휘청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 송서윤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새벽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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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갑자기 수술실 문이 확 열렸다. 그리고 의사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고 대표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좋은 소식을 들었지만, 고영훈의 가슴은 오히려 더 세게 조여왔다.게다가 곧 이어진 의사의 말은 그를 얼어붙게 했다.“다만 사모님 심장이 너무 약해서... 또다시 큰 수술을 견뎌내시기에는 무리일 것입니다. 만약 재발한다면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고영훈은 눈을 내리깔며 낮게 말했다.“아내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간호사들이 송서윤을 밀고 나왔다.고영훈은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여보...”혹시라도 그녀가 깰까 봐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간신히 송서윤을 되찾은 그의 두 눈에는 벅찬 감정이 어렸다.사흘 후, 송서윤은 퇴원했다.그들은 다시 그 집으로 돌아왔다.한때 그녀가 없애버리라 했던 그 별장은 새로운 구조와 인테리어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모든 게 변한 듯했지만 그 안의 공기만은 예전 그대로였다.거실 중앙엔 그들의 웨딩사진이 걸려 있고 선반마다 세 식구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여보, 친구들이 당신 퇴원 축하도 할 겸, 새집 구경하러 온대. 오늘 저녁 괜찮지?”“그래, 좋아.”송서윤이 깨어난 뒤로 고영훈은 단 한 발짝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다.회사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으며 아들 고하준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곁에 두었다.하루 종일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건 남편, 아이, 그리고 도우미들뿐이었다.그 단조로움에 송서윤은 점점 숨이 막혀왔다.‘밖에 나갈 수 없다면, 차라리 사람들을 불러들이자.’“지난번에 소 교수님을 오해했잖아. 이번 기회에 초대하고 정중하게 사과드려.”보안 체계를 완성해야 하는 그녀에게 더는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고영훈의 눈빛이 어둑해졌다.“그럼… 소 교수 아들, 소도윤도 초대해야겠네?”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은 많을수록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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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허연수의 목덜미를 짓누르는 힘이 거세졌다.그러자 허연수도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등골이 서늘해졌다.송서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기회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그녀는 두 팔로 고영훈의 목을 감쌌다. 눈빛이 흔들렸고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소 교수님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실력자잖아. 그날 밤 거기 있던 성준영도 연구소에서 손꼽히는 컴퓨터 천재야. 혹시... 그 사람이 영상을 조작했을지도 모르지.”그때 고영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기술 부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대표님, 죄송합니다. 호텔 영상 복구에 사흘이 걸렸습니다. 엄청난 실력자의 소행이 틀림없습니다. 영상을 덧씌운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외부 해커의 도움으로 일부 복원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통화 내용을 들은 허연수는 마치 구원의 손을 잡은 듯 급히 말했다.“형부, 내가 하는 말이 다 사실이라니까.”고영훈은 영상을 열어 재생했다.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차례로 탕비실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그의 얼굴빛이 점점 굳어갔고 허연수의 입꼬리는 천천히 올라갔다.그녀는 목을 조르던 손에서 서서히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그러자 입술을 그의 귀 가까이 가져가며 낮게 속삭였다.“언니랑 소 교수가 그 좁은 탕비실에서 뭘 했을까? 형부가 선물한 까르띠에 팔찌까지 잃어버릴 정도였다면... 짐작 가지 않아?”고영훈의 눈빛에 분노가 번졌다.그는 허연수를 밀쳐내고 서재 문을 열고 나갔다.허연수는 바닥에 넘어진 채 목을 움켜쥐며 기침했다.고영훈이 복도를 벗어나자, 그녀의 입가에 얕은 미소가 떠올랐다.‘그래, 이번엔 내가 이긴 거야.’복도에 선 고영훈의 시선이 아래층 식탁으로 향했다.송서윤이 소도윤과 고하준 옆에서 케이크를 나눠주고 있었다.“엄마, 도윤이의 케이크가 내 거보다 커요!”고하준이 투정 부리자, 송서윤은 웃으며 케이크를 다시 잘랐다.퇴원 후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바로 그때, 박다은이 식탁으로 걸어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송서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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