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요.”송서윤은 박다은이 방을 나가자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여 영상 통화를 받았다.화면에 나타난 건 소주원이 아니라 그의 아들 소도윤이었다.“예쁜 이모,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모, 언제 우리 집에 놀러 올 거예요?”맑고 천진한 소도윤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송서윤은 괜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이모가 요즘 조금 바빠서... 아마 당분간은 못 갈 것 같아.”“아...”소도윤은 금세 풀이 죽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예쁜 이모, 아빠 방 보여줄게요!”도윤이는 카메라를 들고 긴 복도를 따라 걸었고 그 사이로 거실에서 어른들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주방 문을 밀어 열자 그 안에는 여러 해에 걸쳐 그려진 송서윤의 초상화들과 심지어 웨딩드레스 사진까지 곳곳에 걸려 있었다.송서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벌써 6년이나 만난 적 없는데... 어떻게 내 사진과 내 그림이 이렇게 많지?’가까이서 보니 몇몇 그림은 모서리가 닳고 종이가 말려 있었고 분명 여러 해가 지난 그림들이었다.“이모, 아빠가 이 사진 제일 좋아해요. 잠잘 때도 꼭 안고 자요.”소도윤은 웨딩사진을 내려 들며 중얼거렸고 송서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리며 소주원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윤아, 너 서윤 이모랑 방에서 이야기한다고 하지 않았어? 얘기가 다 끝나 거야? 이모가 아빠 얘기했어? 오늘 다은 이모가 컴퓨터도 들고 왔는데... 이모 표정이 기뻐 보였어?”소도윤은 아직 카메라를 본 걸 모른 채 무언가를 결심한 듯 아빠 얼굴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예쁜 이모가 아빠가 정말로 이모를 좋아하는지 잘 안 믿는 것 같으니 내가 꼭 물어봐야겠어.’“도윤아, 이모 그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소주원이 다가와 카메라에 얼굴이 가까이 잡히자 인형처럼 선명한 속눈썹까지 선명하게 보였다.“아빠, 아빠! 아빠는 이모 사랑해요?”소주원은 당황한 듯 잠시 멈췄다.“꼬맹아, 네가 뭘 안다고 사랑을 말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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