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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가장 가까운 배신: Kabanata 91 - Kabanata 100

100 Kabanata

제91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우리 엄마랑 큰 사모님은 정말 각별한 친구였어. 큰 사모님은 나를 친딸처럼 예뻐해 주셨고 지금도 나한테 정말 잘해주셔.”서지원이 눈을 크게 뜬 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낮게 소리쳤다.“큰 사모님은 원래 착한 분이야.”허연수가 바람을 피운 것만 빼면 주희영은 대체로 선한 사람이었다.그래서 송서윤은 주희영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행복과 결혼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거짓말하지 마! 그게 어떻게 가능해? 내 모든 청춘은 고영훈뿐이었어. 내가 영훈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우리 부모님도 다 아셔.”서지원은 이런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송서윤은 더 이상 그녀의 처지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네가 한 일에 대한 고소는 취하할 거야. 다만 앞으로 넌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야.”“뭐라고? 넌 나를 원망하지도 않아?”서지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송서윤을 바라봤다.“왜 날 원망하지 않아? 허연수를 큰 사모님한테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나야. 내가 아니었으면 네 결혼도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왜 나를 미워하지 않는 거야?”“허연수가 아니었어도 언젠가 다른 여자가 들어왔겠지. 네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고영휸의 옆에 여자를 붙였을 거고 그 여자를 받아들인 고영훈이야말로 내 행복을 망친 진짜 이유야.”송서윤은 그 말을 남기고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송서윤, 네가 이렇게 해도 난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 구속 며칠에 벌금 몇십만 원 정도는 나도 견딜 수 있어! 그러니 네 동정 따윈 필요 없다고... 들었어?”서지원이 소리쳤지만 송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냥 눈물만 주르륵 쏟아졌다.서지원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송서윤, 그 여자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허연수였어. 난 네 가장 친한 친구고 네 마음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아. 너의 모든 고통과 생각을 나만큼 아는 사람도 없다고... 허연수... 내가 그렇게 힘들게 찾아낸 허연수, 네 그림자를 가진 허연수라고! 송서윤, 듣고 있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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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목걸이가 뚝 끊기며 진주가 한 알씩 그녀의 손바닥에서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고 송서윤은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허연수 목에 걸려 있던 건 진주 목걸이였다.“송서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우리 딸 목걸이를 망가뜨려? 대체 버르장머리가 하나도 없네.”허미연이 곧장 따져 들었다.“서윤 언니, 내가 잘못했어. 일부러 언니를 밀어 떨어뜨리려던 게 아니었어. 언니가 나랑 우리 엄마를 모욕하고 내가 언니 남편을 유혹했다고 억울하게 몰아세워서... 그게 너무 힘들어서...”허연수는 울먹이며 무릎을 꿇고 송서윤 앞에 매달렸다.“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뭘 하든 다 해줄 테니까 제발 우리 엄마랑 민지한테만은 아무 짓도 하지 마.”그 소리에 고민지도 뛰어나왔다.“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요.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요!”고민지는 손에 들고 있던 비눗방울 총을 세차게 당기며 송서윤을 겨눴다.하늘에 떠오른 수많은 비눗방울이 송서윤의 시야를 가렸다.송서윤은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다가 머릿속에 허연수와 고영훈이 엮인 모든 장면이 파도처럼 떠올랐고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난 네가 블루 스타 목걸이를 차고 있는 걸 직접 봤어. 아직도 발뺌할 생각이야?”허연수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지며 도발적으로 송서윤을 바라봤다.“언니, 진짜 내가 아니야.”그녀는 셔츠의 깃을 살짝 당기자 선명한 멍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그 순간, 송서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결국 손을 들어 허연수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허연수는 힘없이 바닥으로 넘어지며 놀란 듯 소리쳤다.“언니, 우리 부모님이 언니 어머님께 죄를 지었다 해도... 내가 아무리 사생아라 해도 그게 다 내 탓은 아니잖아. 난 정말 아무 잘못도 없어... 근데 어떻게 나를 때릴 수가 있어?”허미연과 고민지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송서윤에게 달려들어 난리를 피웠다.“그만해!”묵직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거실을 가르며 울렸다.고영훈이 경호원들과 함께 들어서며 허미연과 고민지를 떼어내고 송서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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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경비팀, 저 셋을 당장 쫓아내.”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별장 관리팀장이 황급히 달려왔다.“고 대표님, 사모님, 이 별장은 정지욱 씨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도 함부로 이분들을 내보낼 수 없습니다.”고영훈이 조용히 말했다.“여보, 정지욱이 허연수 모녀를 정씨 가문에 데려가 정식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려고 해. 오랜 친구이자 의리로... 이번 일은 그냥 묻어두는 게 어떨까?”“출생증명서는 어떻게 할 건데?”고영훈이 손짓하자 경호원이 연한 초록색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이미 다 바로잡아뒀어. 정씨 가문에서 곧 민지 이름으로 등본도 올릴 거야.”‘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날 속이려 했던 거겠지...’송서윤은 맥이 풀린 듯 블루 스타 목걸이를 쥔 채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허연수를 돌아봤다.“이렇게 좋은 친구라면 온 가족이 다시 뭉치는 날인데... 우리가 선물을 안 할 수 없지.”“그래. 네 말이 맞아. 이런 날엔 선물이 필요하지.”고영훈은 담담하게 맞장구쳤다.“뭘 주고 싶어?”“물론... 선물은 클수록 좋지. 그래야 당신의 진심이 느껴지니까.”이렇게 큰 짐을 정지욱이 대신 져줬으니 제대로 보답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면... 우리가 세기의 결혼식을 열어주자.”송서윤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어차피 내 이복동생이 미혼모로 재벌가에 시집간다는 소문은 결국 내 얼굴에 먹칠하는 거니까. 혼수도 우리가 내는 걸로 하지.”송서윤의 말에 허연수는 몸서리가 쳐졌다.이대로라면 자신과 정지욱의 결혼은 못을 박은 셈이고 두 번 다시는 고씨 가문과 엮일 수 없었다.정말로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허연수는 고영훈을 바라보며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왜... 싫어?”그러자 송서윤이 고영훈을 향해 다시 물었다.“날짜도 내가 이미 골라놨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고영훈의 어둡고 깊은 눈빛이 허연수를 꿰뚫었고 그 기운에 허연수는 꼼짝 못 했다.그는 송서윤의 손을 잡아 살며시 쥐었다.“내 아내는 아무한테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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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그러자 고영훈의 부드러웠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허연수는 재빨리 고민지의 입을 틀어막고 무슨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그때 송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아무 말이나 해선 안 돼.”송서윤은 가늘고 긴 손을 고영훈의 가슴에 살짝 얹고 한껏 여린 척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이 사람은 내 남편이고... 하준이 아빠야. 네 아빠가 아니야.”그 말을 듣자 고영훈은 기분 좋게 송서윤의 손을 꼭 잡고 그녀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허연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고영훈이 직접 송서윤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고 그녀의 머리가 닿지 않게 살뜰히 챙기며 태워주는 모습이 보였다.그 다정하고 따스한 시선은 한 번도 허연수를 향해 준 적 없었기에 가슴이 쿡 내려앉은 허연수는 고민지 곁에 쪼그려 앉아 속삭였다.“이제 네가 정지욱 아저씨의 딸이 된 거니까... 앞으로는 지욱 아저씨를 아빠라고 불러야 해. 다시는 함부로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왜요? 엄마, 싫어요. 전 그렇게 못 해요.”고민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허연수는 고민지를 끌어안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엄마가 힘이 없어서 그래. 그래도 엄마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네가 가져야 할 건... 꼭 되찾아올게.”허연수의 눈엔 독기가 어리기 시작했다.롤스로이스 뒷좌석.“자기는 정말 착해. 서지원이 그렇게 했는데도 그냥 넘어가고... 게다가 정말 대단하네. 핸드폰이랑 차를 연결만 했는데... 어떻게 이 별장을 바로 찾을 수 있었던 거야?”송서윤은 블루 스타 목걸이를 바라보다가 고영훈의 깊은 눈동자를 조용히 응시했다.“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 경찰서에 가기 전에 왜 이 단지에 들렀던 거야?”차 안은 갑자기 정적이 감돌았고 그때 고영훈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보여주고는 바로 스피커폰을 눌렀다.“형님, 제가 부탁한 진주 목걸이를... 작은 형수님의 말로는 형수님이 그걸 망가뜨렸다고 하던데요?”송서윤이 무덤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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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모두가 케이원 그룹 사모님의 출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아버지의 사생아까지 품어주는 그 넓은 마음에 사람들은 송서윤을 정말 착하고 인품이 깊은 사람이라고 칭찬했다.그런 평판은 두 사람의 사랑에 더욱 아름다운 포장을 덧씌웠고 케이원 그룹의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밤이 깊어지자 고영훈은 송서윤 곁에 누워 그녀의 아랫배 위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은 막 아이를 잃었잖아. 당분간 회사에도 나가지 말고 너무 무리하지도 말고 집에서 몸조리나 잘해.”송서윤은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등 뒤가 한결 가벼워졌고 곧 조용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서윤은 지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서랍을 열고 안소영이 처방해 준 안정제를 꺼내 두어 알 삼키고 다시 누웠다.그런데 그때 밖에서 울음 섞인 다툼 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정지욱이 허연수를 데려가? 정지욱은 내 약혼자였잖아!”“이제 정씨 가문은 우리 가문과 혼인을 깼고 온 동네에 소문 다 났어. 나... 난 서씨 가문 딸은 사생아보다도 못하게 됐어!”“지원아, 넌 앞으로도 다른 선택도 충분히 많이 할 수 있어.”고영훈의 목소리는 감정 하나 섞이지 않았다.“난 다른 건 필요 없어. 난 정지욱이랑 결혼할 거야!”“넌 정지욱이랑 약혼한 지가 벌써 6년이야. 하준이도 다섯 살인데... 넌 아직도 결혼을 미뤘잖아.”고영훈은 냉담하게 말했다.“네가 정지욱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거야.”“뭐라고?”서지원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나잖아.”“넌 송서윤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날 속일 순 없어.”“너... 도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네가 정지욱이랑 함께 있는 것도 사실은 내 곁에 있고 싶어서였다는 걸 진작 알았지.”“원래는 네 연기를 끝까지 모른 척해주려 했어. 하지만 네가 감히 송서윤에게 상처를 줬으니까 참을 수 없었어.”고영훈의 말투는 차갑고 단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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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송서윤은 박다은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한편, 고영훈은 회사의 IT 부서를 찾았다.대표가 직접 방문했다는 소식에 팀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최고 실력의 프로그래머를 불렀다.“고 대표님, 무슨 이유로 오신 거죠?”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고 대표님이 직접 오셨다니... 무슨 큰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요.”곧바로 가장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왔고 고영훈이 그한테 물었다.“내 차가 어디에 주차되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차량 컴퓨터랑 연결해서 2분 만에 알아낼 수 있나?”그러다가 송서윤이 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고쳤다.“아니... 1분이면 가능한가?”“가능합니다.”프로그래머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이 정도는 기본적인 작업이에요. 대표님.”고영훈이 다시 물었다.“내 아내도 이걸 할 수 있는 거야?”사실 송서윤의 전공은 컴퓨터 웹디자인이었고 회사에서는 그녀의 자존심이 상할까 봐 고문 직으로만 올려놓고 실제로는 게임이나 하라고 배려해 뒀던 터였다.“물론입니다. 사모님께서 기본 능력은 충분히 있으세요.”프로그래머는 사실 직접 송서윤이 작업하는 걸 본 적은 없었지만 대표님 앞에서는 무조건 칭찬부터 했다.그러자 고영훈은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알았어. 그만 나가봐.”프로그래머가 나가자 고영훈은 팀장에게 따로 말을 남겼다.“내 아내는 요즘 건강이 안 좋아서 당분간 회사에 나오지 않을 거야. 혹시라도 누가 특권이라고 뒷말하지 않게 미리 말해두려고.”“네, 대표님. 사모님의 퇴직 서류는 이미 인사팀에 전달하셨어요. 바로 퇴사 처리해서 별도의 인수인계도 필요 없습니다.”고영훈의 얼굴에 잠깐 흔들림이 스쳤다.“서윤이가 퇴사했다고?”“네, 대표님. 혹시 모르셨나요? 사모님께서는 12일 전에 이미 퇴사하셨어요. 그날 대표님께서 직접 IT 부서에 오셔서 사모님과 서지원 씨를 데리고 점심 식사도 하셨죠.”‘그날이었어...’그날, 송서윤은 집안일을 정리하겠다며 가정부에게 별장을 부수라고 시켰고 특히 차고에 있던 파나메라를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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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소주원은 기습을 당해 한 대 얻어맞았지만 아픔을 참으며 곧바로 주먹을 휘둘러 고영훈의 얼굴을 향해 날렸고 둘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소주원은 군용 격투술에 능했고 고영훈은 태권도 유단자였으니 둘 다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다.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칠게 맞붙었고 곧 연구소 직원들과 경호원들이 달려와 겨우 말릴 수 있었다.“소 교수님, 괜찮으세요?”송서윤은 소주원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는 걸 보고 다급히 휴지를 건넸다.소주원이 막 손을 뻗으려던 순간 고영훈이 재빠르게 휴지를 가로챘다.“서윤아, 나도 피 났어.”고영훈은 송서윤의 손을 붙잡고 그녀와 휴지까지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넌 맞아도 싸!”송서윤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아무 이유 없이 남한테 주먹질하는 게 말이 돼? 지금 당장 소 교수님께 사과해.”“내가 사과하라고?”고영훈은 당장이라도 사진을 소주원의 얼굴에 내던지고 싶었지만 저 남자가 송서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접근한 게 수상하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네가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렸잖아. 그럼 누가 사과해야겠어?”송서윤은 화가 나서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고영훈은 잠깐 망설였지만 송서윤이 속상해하는 걸 차마 참지 못했다.“알았어. 내가 사과할게.”“죄송합니다. 소 교수님. 제가 오해해서 제 아내한테 혹시라도 해코지하려는 줄 알았습니다.”그 말에 연구소 직원들까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소주원은 턱을 굳게 다물고 내려간 손을 꽉 쥐었다.“고 대표님, 저를 그렇게 의심할 이유도 없고 사모님을 믿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가 얘기를 나눴던 건 오직 연구와 프로젝트 때문입니다.”그러자 송서윤의 얼굴은 더 창백해졌다.‘자기가 바람피운 적이 있으니 세상 모든 걸 다 더럽게만 보는 거야.’“죄송해요. 소 교수님, 제 남편이 오해했네요.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괜찮아요.”소주원도 더 이상 송서윤이 곤란해지는 게 싫어서 꾹 참고 말했다.하지만 고영훈은 물러서지 않고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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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정보가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더 이상 데미스 국장님의 보호도 받을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해커 세계에서 케이시와 대결하려는 이들도 너무 많았다.“제가 바로 처리할게요.”박다은은 자리로 달려가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곧바로 네트워크 세계로 뛰어들어 소주원 관련 모든 정보를 추적했다.결국 박다은은 소주원과 송서윤이 함께 찍힌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교수님, 이게 현재 유일하게 서윤 언니와 연결된 사진이에요.”그녀는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설명했고 시간을 보니 그 무렵 박다은은 팀에 합류하기 전이었다.“6년 전 한 작전에서였어. 서윤이가 나를 구해줬지만 내 조수까지는 구하지 못해서 무척 괴로워했지. 그때 내가 서윤에게 나타나서 위로해 주던 순간 누군가가 도촬한 거야.”소주원은 사진 속 슬픈 표정의 송서윤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지워.”박다은은 망설임 없이 손을 놀렸다.사진 파일이 곧바로 404 화면으로 바뀌었다.“교수님이 서윤 언니를 얼마나 아끼는지... 언니도 분명 느낄 거예요.”소주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혼잣말했다.“서윤이는 정말... 내 마음을 몰라. 내 존재가 아예 안 보이나 봐.”한편, 고영훈은 송서윤을 데리고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았다.의사는 타박상을 치료할 약만 처방해 줬다.송서윤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기는 걸 보자 고영훈의 마음도 한없이 부드러워졌다.하지만 그녀가 자기 말을 안 듣고 청원대학교 연구소에 간 걸 생각하면 화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당신은... 퇴사까지 하면서 연구소에 간 거야?”고영훈이 조심스레 묻자 송서윤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솔직히 말했다.“박다은은 정말 뛰어난 프로그래머야. 나... 걔한테 배우고 싶었어.”고영훈은 낮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이유였구나. 그러면 당장 박다은을 우리 집에 불러줄게. 당신은 굳이 밖에 안 나가도 집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고영훈은 강하게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을 이었다.“나는 정말 당신 몸을 생각해서 그래. 유산 후에도 산후조리처럼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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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정지욱은 회초리에 맞아 비명을 질렀다.“엄마, 제발 그만 때려요! 제가 다 말할게요.”“이 아이는 사실 내가 대신...”“지욱아, 누구 대신 키운다는 거야?”고영훈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고 정지욱이 돌아보자 고영훈과 송서윤이 병실에 들어서는 게 보였다.정지욱은 겁에 질려 더듬거리며 말했다.“저, 저... 대신 키운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 정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서였어요. 지원이는 계속 결혼을 거절했고 부모님도 자꾸 재촉하셔서... 그래서 연수한테 아이를 낳게 한 거예요. 엄마, 아빠, 저도 다 우리 가문을 위한 거였어요.”정씨 큰 사모님도 이제는 다 알 수밖에 없었고 여자와 아이 모두 정지욱이 고영훈 대신 모든 짐을 떠안은 셈이었다.그녀는 회초리를 바닥에 내던지며 욕했다.“바보 같은 놈!”정 회장은 숨이 넘어갈 듯 분노했지만 고영훈과 송서윤이 와 있는 터라 더는 화를 내지 못하고 그냥 짧게 말했다.“괜히 이런 꼴 보여서 미안하구나.”“회장님, 이미 일이 이렇게 됐으니 지욱 씨를 집에서 내쫓는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고영훈이 차분하게 말했다.“그럼 너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정씨 큰 사모님이 차갑게 물었다.“결혼식은 저희 케이원 그룹이 책임지고 진행하겠습니다. 혼수 문제는...”고영훈이 송서윤을 바라보자 송서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100억을 혼수로 드릴게요. 그리고 스마트 주차장 프로젝트를 제이 그룹과 협력하죠.”고영훈은 송서윤의 제안에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송서윤이 허미연을 증오하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허연수에게 이렇게 큰 혼수를 줄 생각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정씨 큰 사모님은 송서윤이 그 여자에게 돈과 힘을 써주는 걸 보고 괜히 씁쓸했다.“안 돼. 절대 그 모녀가 우리 정씨 가문에 들어오는 일은 없을 거야.”송서윤은 조금 놀란 듯했다.‘정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의외로 원칙이 있으시네.’“엄마, 그래도 그 사람들을 길거리에 내쫓을 순 없잖아요. 이미 결혼식을 크게 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는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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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알겠어요.”송서윤은 박다은이 방을 나가자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여 영상 통화를 받았다.화면에 나타난 건 소주원이 아니라 그의 아들 소도윤이었다.“예쁜 이모,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모, 언제 우리 집에 놀러 올 거예요?”맑고 천진한 소도윤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송서윤은 괜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이모가 요즘 조금 바빠서... 아마 당분간은 못 갈 것 같아.”“아...”소도윤은 금세 풀이 죽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예쁜 이모, 아빠 방 보여줄게요!”도윤이는 카메라를 들고 긴 복도를 따라 걸었고 그 사이로 거실에서 어른들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주방 문을 밀어 열자 그 안에는 여러 해에 걸쳐 그려진 송서윤의 초상화들과 심지어 웨딩드레스 사진까지 곳곳에 걸려 있었다.송서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벌써 6년이나 만난 적 없는데... 어떻게 내 사진과 내 그림이 이렇게 많지?’가까이서 보니 몇몇 그림은 모서리가 닳고 종이가 말려 있었고 분명 여러 해가 지난 그림들이었다.“이모, 아빠가 이 사진 제일 좋아해요. 잠잘 때도 꼭 안고 자요.”소도윤은 웨딩사진을 내려 들며 중얼거렸고 송서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리며 소주원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윤아, 너 서윤 이모랑 방에서 이야기한다고 하지 않았어? 얘기가 다 끝나 거야? 이모가 아빠 얘기했어? 오늘 다은 이모가 컴퓨터도 들고 왔는데... 이모 표정이 기뻐 보였어?”소도윤은 아직 카메라를 본 걸 모른 채 무언가를 결심한 듯 아빠 얼굴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예쁜 이모가 아빠가 정말로 이모를 좋아하는지 잘 안 믿는 것 같으니 내가 꼭 물어봐야겠어.’“도윤아, 이모 그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소주원이 다가와 카메라에 얼굴이 가까이 잡히자 인형처럼 선명한 속눈썹까지 선명하게 보였다.“아빠, 아빠! 아빠는 이모 사랑해요?”소주원은 당황한 듯 잠시 멈췄다.“꼬맹아, 네가 뭘 안다고 사랑을 말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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