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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81 - Chapter 90

100 Chapters

제81화

허연수의 손이 고영훈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고영훈은 그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버리더니 살벌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서윤이가 널 밀었다고? 네가 서윤이를 민 게 아니고? 서윤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되겠다 싶었어? 그래서 아이를 제거하려고 한 거야?”갑작스러운 추궁에 허연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 뭐야? 나한테 왜 이래? 내가 2층에서 떨어지는 거 두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왜 언니를 질투해. 나는 언니가 임신한 것도 몰랐어. 그냥 우연히 언니가 입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라도 할 겸...”허미연은 딸의 말에 점점 안색이 어두워지다 결국 헐레벌떡 병실 밖을 뛰쳐나갔다.“거기 서!”고영훈이 허연수의 손을 뿌리치며 허미연을 바라보았다.“감히 내 아들을 이용해서 내 와이프를 다치게 하려고 들어?”고영훈은 음산한 말을 내뱉더니 밖에 있던 경호원을 불렀다.허미연은 그가 고하준의 일까지 알아버렸을 줄을 상상도 못 했는지 손을 덜덜 떨었다.경호원들은 안으로 들어오더니 당연하다는 듯 문을 잠가버렸다.허연수는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고영훈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빠, 우리 엄마는 하준이랑 만난 적도 없어. 그런데 어떻게 하준이를 이용해서 언니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그, 그래. 나는 고 대표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허미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단 발뺌을 했다.허연수는 송서윤이 고영훈에게 자신들에 관한 모든 걸 다 털어놨다고 생각하며 얼른 고영훈의 옷자락을 잡았다.“오빠, 언니 말만 믿고 이러면 안 되지. 언니가 우리 엄마를 모함한다고는 생각 안 해봤어? 줄곧 말하지 못한 게 있는데 나랑 서윤 언니, 사실 배다른 자매야! 미안해 오빠. 일부러 속인 건 아니었어. 혹시 언니가 오빠한테 우리 엄마가 불륜녀라고, 우리 엄마가 자기 아빠랑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했어? 그거 아니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빠를 빼앗으려 했던 사람은 언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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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고영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정신을 차리셨습니다!”집사의 다급한 말에 고영훈은 얼른 허연수의 얼굴을 뒤로 밀어버렸다. 싸늘했던 얼굴에 부드러움이 살짝 감돌았다.고영훈이 병실을 떠난 후 허연수는 곧바로 경호원을 향해 외쳤다.“당장 우리 엄마 몸에서 손 떼!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어?!”경호원들은 송서윤이 깨어날 때까지 때리라는 고영훈의 말을 떠올리고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곧바로 고영훈의 뒤를 따라갔다.허연수는 허미연의 얼굴을 끌어안고는 매우 서럽게 울어댔다.얼굴이 퉁퉁 부은 허미연이 딸의 품의 기댄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 대표가 다 알아버렸어. 네가 송서윤을 밀치려고 했던 장면이 병원 밖에 있는 CCTV에 다 찍혔거든. 네 아빠는 송서윤과 합의 보려고 경찰서로 가 송서윤을 납치한 적이 있다고 자수했어.”“뭐라고요?”허연수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영훈의 얼굴이 지나치게 싸늘했던 이유가 이거였다. 그녀가 거짓말한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엄마가 하준이를 이용해서 송서윤을 다치게 하려고 했다는 건 뭐야? 그것도 사실이야?”허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고하준이 민지한테 전화를 걸어왔길래 내가 대신 받았어. 네가 아이를 잃어버린 게 괘씸해서 홧김에 아무 얘기나 한 거였는데 그걸 진짜 실행에 옮겼더라고? 자기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멍청하기 짝이 없어.”허미연이 비열하게 웃었다.“참, 아까 문을 두드린 남자가 송서윤이 정신을 차렸다고 했지? 그렇다는 건 정말 유산을 하게 됐다는 건가?”허미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주희영 그 여자는 아들을 원하는 것 같았지만 고영훈은 딸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지? 뭐, 나도 멍청한 그 남자애보다는 우리 민지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뺨을 맞은 건 분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상황이 더 좋아졌으니 엄마는 만족해.”허미연은 기분이 좋은 듯 허리를 펴며 활짝 웃었다.“그러니까 딸, 빨리 회복해서 얼른 다시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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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고영훈은 서럽게 울고 있는 송서윤을 보더니 얼른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여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아이는...”고영훈은 목이 메는 듯 입술을 꽉 깨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한테는 하준이가 있잖아.”송서윤은 고영훈에게 안기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또한 하준이라는 이름에는 절로 표정이 굳어졌다.송서윤은 아무 말 없이 고영훈을 밀어내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대표님, 사모님은 지금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해요.”안소영이 대신 말을 건넸다.“나가.”안소영은 뭐라 더 말을 하려다가 결국 포기하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고영훈은 송서윤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매만졌다.“여보, 하준이가 했던 말은 잊어버려. 하준이한테 이상한 얘기를 한 인간은 내가 방금 처리하고 왔어. 여보, 민지가 우리 가문에 입양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리고 허연수도 영원히 여보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할게.”진심이었다. 고영훈은 허연수와 고민지를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생각이다.‘서윤이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송서윤은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고는 퉁명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여보, 하준이가 여보 보고 싶대.”고영훈은 그녀의 시선에 가슴이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괜찮아.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지금은 아이를 잃은 직후라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래. 괜찮아...’고영훈이 속상함을 달래고 있던 그때, 문이 열리며 고하준이 안으로 들어왔다.아이는 송서윤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렸다.“엄마, 미안해요. 하준이가 잘못했어요. 하준이는 엄마가 하준이처럼 아파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요. 용서해주세요...”아이의 기죽은 듯한 목소리에 송서윤은 심장이 저렸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손을 뻗어 고하준의 볼을 매만졌다.“용서할게.”“엄마!”고하준은 송서윤의 품에 와락 뛰어들고는 큰 소리로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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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선배?”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송서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소주원이었다.소도윤은 소주원의 손을 잡으며 배시시 웃었다.“예쁜 이모, 이 사람이 바로 도윤이 아빠예요.”“선배가 도윤이 아빠였어...?”송서윤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선배한테 아이가 있었어? 언제는 연애도 결혼도 할 생각 없다더니? 설마 이미 와이프가 있어서 그런 소리를 한 건가?’송서윤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만 깜빡거렸다.소주원은 그녀의 눈동자에 잔뜩 어린 의혹을 보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이모, 도윤이 엄마가 되어주면 안 돼요?”소도윤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도윤아, 미안하지만 이모는 하준이 엄마라서 도윤이 엄마가 되어줄 수 없어.”송서윤이 아이와 눈을 맞추며 얘기했다.“그럼 도윤이랑 같이 생일초 불어주는 건 돼요?”소도윤은 고하준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송서윤은 너무나도 예쁘고 또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고하준은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계속 고민지와 함께 송서윤의 흉을 봤다.“당연히 되지.”송서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도윤과 함께 생일초도 불고 함께 케이크까지 자른 송서윤은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뛰어놀기 시작하자 얼른 의자에 앉았다.소주원이 바로 옆자리로 온 것을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도윤이 엄마는 어디 있어?”“전쟁터에서 죽었어. 기자였거든.”소주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미안해. 내가 괜한 걸 물어서...”“5년도 더 된 얘기야. 이제는 슬프지도 않아.”소주원은 아이가 뛰어노는 것을 빤히 바라보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송서윤이 앉아 있는 의자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으며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멀리서 보면 꼭 그녀를 안고 있는 듯했다.“도윤이가 한 말 다 진짜야. 내 방은 네 초상화로 가득 찼고 꿈을 꾸면 맨날 네 이름만 불러.”“서윤아, 사랑해. 고영훈이랑 헤어지고 나한테 와. 나한테 기회를 줘.”송서윤은 그의 올곧은 눈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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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송서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소주원을 바라보았다.‘나만 기다렸다고? 대체 언제부터 나를 기다렸다는 거야? 말투로만 보면 꽤 오래된 것 같은데...’소주원은 그녀의 우상이었다. 그런 사람이 만날 때마다 직구로 고백을 해오는 탓에 송서윤은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선배,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더 이상 누구와 정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어.”송서윤이 솔직하게 말했다.“그 말은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인 거지? 그럼 나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네.”소주원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송서윤은 워낙 예쁜 얼굴이라 어릴 때부터 줄곧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면 거의 매일 고백을 받았을 정도였다.하지만 고영훈을 만난 후로는 접근하는 남자들이 한 명도 없어졌다.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까.그래서 이런 식의 고백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그래, 너무 오랜만이라서 잠깐 흔들리는 것뿐이야.’“선배,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송서윤이 곤란한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소주원은 송서윤을 보며 피식 웃더니 이내 자신의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응, 알아. 사적인 얘기는 여기까지만 할게. 내일 실험실로 와. 네 도움이 필요해.”‘네가 이혼하는 순간 그 옆자리는 내 자리가 될 거야. 다른 사람한테 양보 같은 거 안 해.’“네가 떠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게 달라졌어. 현재 있는 요원 중 제일 실력 좋은 해커는 박다은이야. 저번에 봤지? 너한테 필요한 것들은 전부 박다은한테 있으니까 내일 다은이랑 한번 얘기해 봐.”“응, 알겠어.”송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6년이나 떠나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최신 기술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손에 넣으려고 했다.하지만 실제로 써먹은 적은 없었기에 그녀는 박다은과의 만남이 매우 기대되었다.소주원은 눈을 반짝이는 송서윤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애정이 뚝뚝 흘러나오는 그런 미소였다.‘국장님한테서 박다은을 양보해 달라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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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꺅!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바닥에 쓰러진 박다은이 비명을 질렀다.고영훈은 자신이 때린 사람이 발표회에서 봤던 여자인 것을 보고는 움직임을 우뚝 멈췄다.소파에 기대있던 송서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지금 뭐 하는 거야? 왜 갑자기 다은 씨를 때려?”몸을 일으킨 박다은이 고영훈을 한번 노려보았다.“사모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물을 가져다드릴게요.”“네, 고마워요.”문이 닫힌 후 고영훈은 다시 한번 휴대폰에 날아든 사진을 확인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첫 사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진들은 전부 다 뒷모습만 찍힌 사진이었다. 게다가 지금 보니 남자 쪽이 송서윤보다 훨씬 더 체구가 작았다.고영훈은 자신이 무언가에 씐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오빠, 인터넷에서 언니가 바람이 났다고 난리야!”고영은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왔다.“홍보팀에 연락해서 사진들을 싹 다 내리라고 해. 그리고 사진을 퍼트린 사람이 누군지 조사해 내.”고영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어, 알았어.”고영은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얼른 다시 밖으로 튀어 나갔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쳐들어온 거야? 정말 내가 바람이라도 피우는 줄 알았어?”송서윤이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영훈은 늘 그녀에게 다정하고 상냥했다.그래서 송서윤은 함께한 세월을 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조용히 떠나주려고 했었다. 그게 10년을 함께 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고영훈은 사진을 받자마자 곧바로 그녀가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닐까 하며 의심했다. 심지어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박다은을 때려버렸다.송서윤은 지금 인격을 모독당한 기분이었다.고영훈은 송서윤의 추궁에 심장이 따끔해 나는 걸 느끼며 얼른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미안해. 여보가 너무 걱정돼서 그랬어. 오늘 막 퇴원한 사람이 난데없이 이곳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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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송서윤이 서류를 건네받으려는데 고영훈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제지했다.“필요 없습니다. 내 와이프는 내가 알아서 지켜요.”그때 고영은이 다가왔다.“누가 꾸민 일인지 알아냈어?”고영훈이 물었다.“그게 있잖아... 누가 언니랑 관련된 기사 내용을 전부 다 삭제해 버렸어. 흔적 하나 없이. 그래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고영은의 말에 손님들이 수군거리며 고영훈 쪽을 바라보았다.“케이원 그룹의 엘리트들도 알아내지 못하는 거예요?”“그런데 방금 소 교수님은 알아냈다고 하셨잖아요.”“쉿! 아무리 엘리트들이라도 연구원들한테는 안 되죠.”“맞아요. 비교할 걸 비교해야죠.”사람들의 말에 고영훈은 불쾌한 듯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오빠, 그냥 소 교수님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언니를 음해하려는 게 누군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잖아.”고영은이 말했다.고영훈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소주원의 손에 든 서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서류에 손이 닿으려는 찰나 소주원이 팔을 뒤로 뺐다.“일 처리가 생각보다 굼뜨시네요. 이래서야 사모님을 제대로 지켜주실 수 있겠어요?”“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주시죠? 사례를 원하는 거면 요구하시는 대로 드릴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와이프 일이니까.”고영훈이 송서윤의 허리를 감싸며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그 모습을 본 소주원의 눈빛에 순간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사례는 됐고 대신 제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사모님을 음해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고영훈은 대답을 듣지 못하면 서류를 주지 않겠다는 듯한 소주원의 눈빛에 2초간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야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고 집안 전체를 박살 내 버려야죠.”“그 말, 꼭 지키시길 바랄게요.”소주원은 피식 웃더니 서류를 건네며 슬쩍 손에 힘을 뺐다.그 탓에 서류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안에 있던 사진들은 촤르르 소리를 내며 곳곳에 흩뿌려졌다.사람들은 바닥에 잔뜩 널린 허연수의 사진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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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고 대표님이 사모님을 배신할 리가 없잖아요. 사모님만 사랑하시는 분인데.”“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배신이잖아요!”사람들의 말에 고영훈은 시선을 돌려 송서윤 쪽을 바라보았다.송서윤은 배신으로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고 두 눈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서윤아, 오해야...”고영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그에게는 거짓말만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다.하지만 거짓말을 입 밖으로 내면 낼수록 심장은 더 세게 아파 왔다.“여기 버젓이 이름이 적혀있는데 오해라고?”송서윤은 지금 배신이라는 감정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고영훈이 했던 수많은 거짓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녀를 무자비하게 찔러왔다.송서윤은 당황한 얼굴로 뭐라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고영훈을 보며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고영훈을 떠올렸다.도저히 같은 사람이고 믿어지지 않았다.“나한테 민지를 입양하라고 한 것도, 민지가 우리 딸이랑 얼마나 닮은 구석이 많은지 얘기한 것도, 다 당신 사생아를 무사히 가문에 입양하기 위한 거였지?”“세상에, 자기 사생아를 사모님한테 키우게 하려고 했나 봐요!”사람들이 경악하며 말했다.“미친 거 아니에요? 사모님과는 피 한방 안 섞인 애잖아요. 고 대표님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에요?!”“이건 인간이 아니죠!”“여보, 그런 거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고영훈이 다급하게 송서윤의 두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상처받은 눈이 아프게 그를 때렸다.“그래, 말해봐. 들어줄게.”송서윤이 고영훈을 보며 말했다. 빨개진 눈가에서 끝끝내 눈물이 떨어지고야 말았다.그녀 역시 알고 싶었다. 왜 자신을 그렇게도 사랑했으면서 배신한 건지, 왜 그들이 일궈낸 모든 걸 파괴하는 선택을 한 건지.“여보...”고영훈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찔리는 구석이 많은 건지 눈동자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흔들렸다.“사실은 다 지욱이 때문에...”“하.”송서윤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서류를 바닥에 떨군 후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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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고마워. 도윤이 말 들으니까 힘이 나는 것 같아.”소주원이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도윤아, 우리 케이크 먹으러 갈까?”“좋아요!”박다은은 신나서 뛰어가는 소도윤을 다정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소주원에게 물었다.“도윤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거, 송서윤 씨한테는 얘기하셨습니까?”“서윤이는 도윤이를 예뻐해. 그거면 충분해.”“...”박다은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 딸린 남자보다는 이제껏 순결을 지킨 남자가 훨씬 더 나을 테니까.“교수님, 기회가 되시면 사실대로 얘기하세요. 도윤이가 누구 아들인지 알게 되면 분명 송서윤 씨의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을 겁니다.”“아이를 이용하는 짓은 하지 않아.”“하지만...”박다은이 뭐라 더 얘기하려는데 업계 거물들이 소주원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결국 그녀는 입을 닫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롤스로이스 차량 안.고영은은 그래도 오빠라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고영훈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송서윤은 그녀의 말을 전부 다 무시한 채 아파트 단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그녀는 곧장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고영훈과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있는 정지욱이 보였다.고영훈은 송서윤을 보자마자 손에 든 서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여보, 민지와 정지욱의 유전자검사 보고서야. 한번 확인해 봐.”“형수님, 얘기 들었어요. 민지가 형님의 아이라고 오해하셨다면서요. 정말 죄송해요.”정지욱은 아예 무릎까지 꿇었다.“우리 집 영감들이 민지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아서 형님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었어요. 용서해 주세요.”송서윤은 정지욱이 고영훈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영훈을 돕기 위해서라면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켜도 괜찮나 보지?’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고영훈의 손에 든 유전자검사 보고서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조작일 게 분명했다.송서윤은 두 사람을 가볍게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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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하지만 송서윤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고영훈과 허연수는 서로를 더 격렬히 끌어안으며 사랑을 나눴다.송서윤은 세상을 다 잃은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고하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엄마, 뭐 봐요?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송서윤은 화들짝 놀라며 아이를 밀쳐버리고는 서둘러 영상을 껐다.뒤로 넘어진 고하준은 그대로 눈물을 터트렸다.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매우 가여워 보였다.고영은과 도우미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헐레벌떡 부엌에서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아이를 안아 일으켜 세우려는데 고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송서윤을 향해 손을 뻗었다.“엄마가 안아줘요...”송서윤도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고 싶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고영훈과 허연수가 서로 뒤엉켜있는 모습이 떠오르고 고하준이 허미연의 말만 듣고 그녀를 밀어버렸던 장면이 떠올랐다.결국 송서윤은 배를 끌어안은 채 현관문 쪽으로 뛰어갔다.“엄마!”고하준이 간절하게 외치는데도 송서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아래로 내려가 보니 고영훈이 붙여둔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사모님,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경찰서로 가주세요.”송서윤은 경호원을 따돌리는 것이 아닌 경호원을 대동하고 움직였다.‘나를 음해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봐야겠어.’“네, 알겠습니다.”경호원은 차를 가지러 갔다가 송서윤과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몰래 고영훈에게 보고했다.경찰서.면회실로 들어온 송서윤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내 꼴을 비웃으려고 왔어? 이제 속 시원해? 매번 이기는 기분이 어때?”서지원이 비릿하게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그렇다고 너무 기고만장해하지는 마. 유치장에 며칠 갇히고 벌금 좀 내면 금방 나갈 수 있으니까.”서지원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얼굴이었다.“나한테 왜 그랬어?”송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냐고?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영훈이 눈에는 나밖에 없었어. 엄마들끼리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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