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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191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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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송서윤의 넘치는 자신감은 이윤영의 마음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건모 오빠 부모님은 절대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서윤 씨에 대해 아직 모르잖아.”“건모 씨가 알고 있으면 되지.”송서윤은 자신이 이윤영과 마치 다른 시대 사람인 듯 느껴졌다. 요즘은 연애결혼을 추구하지 않는 시대인가?송서윤이 대기실에서 걸어 나갔다.이윤영의 눈에는 송서윤이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로 인해 그녀의 가슴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이윤영은 괴로움에 눈물을 떨구었다.곁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고작 이 정도 배짱이냐?”아무 감정이 없는 한마디가 옆에 앉아 있던 남자 입에서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녹슨 칼날이 돌 표면을 긁는 듯했다. 담담하게 들렸지만 귀청을 찢을 듯한 날카로움을 담고 있었다. 이윤영은 순간 울음을 멈추고 몸을 바로 세웠다.그의 온몸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눈꺼풀 아래에는 그늘이 번져 있었다. 차갑고 창백한 피부 때문인지 아파 보였다. 차가운 그의 시선 때문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이윤영은 그와 20여 년을 함께 했지만 감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나지막이 불렀다. “오빠, 서윤 씨는 건모 오빠의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이미 심씨 가문 몰래 약혼했어요.”“결혼도 이혼할 수 있는데 하물며 약혼 따위야.” 이민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를 그렇게 공들여 키웠는데 심씨 가문은 싫어도 너를 받아들여야 해.”“걱정하지 마. 저 여자는 내가 처리할 거야.” 이민호는 차가운 시선으로 로비 밖 송서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이민호의 말을 듣자 이윤영은 안심했다.“오늘 밤은 여기 있어. 가지 말고.”“엄마가 너에게 할 말이 아주 많으시대.”송서윤은 해야 할 일이 있어 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심여진에게 말하려던 참이었다.그때 집사가 다가와 귀한 손님이 도착했는데 심여진을 찾고 있다고 알렸다.심여진은 집사의 말을 듣자마자 문 앞으로 서둘러 달려 나갔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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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송서윤이 고개를 돌리자 소주원과 소도윤이 보였다.그녀는 곧바로 그들의 차에 올라탔다. 차량이 쏜살같이 멀어질 때 고영훈이 밖으로 나왔다.“도윤아, 너무 보고 싶었어.”소도윤이 송서윤을 안았다.“이모, 저도 보고 싶었어요.”“국장님은 같이 안 돌아오셨어?” 심건모가 가로채기로 송서윤과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을 안 이후 소주원은 심건모에게 더 이상 공경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퉁명스럽게 물었다.“바쁘시대.” 송서윤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무리 바빠도 와이프 혼자 오게 하면 안 되지. 혹시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경호원도 안 붙여주셨어?” 소주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너 혼자 두고도 아무렇지 않아.”“어디에 묵고 있어?” 송서윤이 화제를 돌렸다.“내가 이쪽에 빌라가 한 채 있어. 호텔은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고 위험하니까 우리와 같이 있는 게 어때.”“이모, 그냥 저희랑 같이 지내요. 저 며칠 동안은 이모랑 꼭 붙어 있을 거예요.” 소도윤이 애교를 부렸다.송서윤은 어젯밤 맡았던 담배 냄새가 떠올랐다. 확실히 불편했다.“도윤아, 너 초등학생이지? 학교에 제대로 안 가면 안 되지 않을까?” 송서윤은 웃으며 소도윤의 코를 톡 건드렸다.“이모, 저 엄청 똑똑해요. 이미 4학년 수학 배우고 있어요. 1학년 수업은 빠져도 괜찮아요. 우리 못 본 지 오래됐잖아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소도윤이 송서윤의 뺨에 뽀뽀했다. “이모, 저 오늘 밤 이모랑 같이 잘래요.”“좋아.”“배은망덕한 녀석, 아빠는 필요 없다는 거냐.” 소주원은 웃으며 꾸짖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송서윤은 그들을 데리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한 후 호텔로 돌아가 진도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진도연은 큰 빌라에 가서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 어쩔 줄 몰랐다.체크아웃 절차를 마친 송서윤은 진도연을 데리고 소주원의 차에 올라탔다.고영훈이 마침 경호원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경호 팀장은 눈썰미가 좋아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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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송서윤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소도윤에게 옷을 가져다주러 갔다.두 사람은 모두 샤워를 마쳤다. 송서윤이 소도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잠을 재운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소주원이 우유 한 잔을 들고 그녀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손끝을 올렸다가 내리길 반복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송서윤은 웃으며 다가갔다. “선배, 나 찾았어?”소주원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송서윤은 하얀 잠옷 원피스를 입고 어깨에는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길게 웨이브 진 머리는 대충 묶여 있었고 한두 가닥이 새하얀 목덜미를 휘감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혹시 지내는 게 불편할까 봐.”그가 우유를 건넸다.“그럴 리가.” 송서윤이 우유를 받으며 말했다. “별일 없으면 나 먼저 잘게.”“그래.”소주원은 송서윤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방문이 닫혔다.그는 그녀에게 왜 자신을 선택하지 않고 심건모를 선택했는지 정말 묻고 싶었다.막상 그녀를 마주하니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좋은 친구 관계가 이로 인해 깨질까 두려웠다.하지만 그는 정말 심건모에게 뒤지지 않았다.송서윤은 잠들기 전에 우유를 마시는 습관이 없었기에 우유를 침대 협탁에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뒤척였다. 문득 이리안 생각이 났다.바로 이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하얀색의 프로필 사진을 한 카톡은 바로 심건모의 계정이었다.그녀에게 이리안이 깊이 잠든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송서윤의 기분은 순식간에 좋아졌다. 그녀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리안이 잘 돌봐줘서 고마워요, 건모 씨.]심건모는 이리안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아이 방을 나섰다.육아 도우미가 문밖에 서 있었다.“국장님, 리안이를 재우는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육아 도우미는 그의 눈가에 드리운 피로를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괜찮아요.”심건모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저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국장님은 정말 좋은 남자예요. 리안이를 친자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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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고영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활짝 웃는 아내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는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막 문을 나선 고영훈은 심여진과 마주쳤다.심여진은 손에 예단 상자를 들고 있었다. “삼촌 댁에 가는 거야? 잠깐만 기다려 줘. 이거 새언니 갖다드리고 같이 가자.”“새언니가 여기에 살아?”“맞아. 바로 오빠 옆방이야.”어제 심씨 가문에서 송서윤을 만나기 직전, 그는 누군가가 결혼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었다.고영훈의 검은 눈동자가 더 깊어졌다. 그는 심여진을 스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밤 커튼 너머로 얼핏 본 가녀린 그림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심여진이 문을 두드렸고 문이 열렸다.“어라, 새언니가 아니네!”“어제 여기 묵으시던 분은 이미 퇴실하셨어요.” 새로운 투숙객이 말했다.“아가씨, 새언니께 전화를 해보시는 게 어때요?” 경호 팀장이 말했다.“저도 그러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요.” 심여진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에게도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오빠 쪽은 늘 그들이 연락을 받는 입장이었다. 설령 전화를 건다 해도 차단되어 있을 것이다.그때 투숙객이 무언가를 내밀었다.“이거 혹시 새언니 물건 아닌가요? 여기에 놓고 가셨더라고요.”그것은 아크릴 열쇠고리였는데 안에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순진하고 귀여운 아기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고영훈의 시선 역시 열쇠고리를 향했다. 아이는 무척 예뻤고 첫눈에 보기에도 고하준을 조금 닮은 듯했다.심여진은 그것을 받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새언니가 왜 아기 사진이 든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지? 오빠랑 결혼식도 아직 안 올렸는데.”심여진의 말을 듣자 고영훈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아기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으니까.“에잇, 몰라. 오빠가 연락이 오면 그때 새언니한테 선물 갖다줘야겠어.” 심여진은 고영훈의 일이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 “오빠, 내가 삼촌 댁에 같이 가줄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태평양 섬에 대한 정보를 오빠 대신 알아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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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저는 먼저 일하러 갈게요.”송서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사무실로 들어섰다.“새언니, 열쇠고리가...” 심여진은 송서윤이 이미 들어가 버린 것을 보았다. 문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곳이 회사 내에서도 가장 기밀한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감히 안으로 쳐들어갈 수 없었지만 엄마가 맡긴 임무는 반드시 완수해야 했다. 오늘은 대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송서윤이 퇴근하면 집으로 모셔가기로 결심했다.그 시각 고영훈은 소주원의 별장 앞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송서윤은 심여진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퇴근 후 그녀를 따라 심씨 가문으로 향했다. 심여진은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는 임무를 완수하자마자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심씨 가문에 들어서자 심건모의 부모님은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간절한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송서윤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건모가 일이 너무 바빠서 결혼식 올릴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하더구나.” 이정희는 송서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널 섭섭하게 하는구나. 한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아.”이 말을 듣자 송서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정희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물건들을 먼저 준비해 둘 수는 있잖아.”“결혼 후에 우리랑 같이 살 거야?”“아니면 따로 빌라나 아파트에 살 생각인 거야?”“예단 말인데, 내가 좀 알아봤더니...”송서윤은 이정희의 열정적인 공세를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어머님, 이런 일들은 조금 더 있다가 결정해도 될까요?”“물론... 되지.” 이정희는 여전히 약간의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왠지 이 며느리가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다. 심건모는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라 누가 소개해 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온화하고 예쁜 아가씨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았다.이정희와 심경욱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심경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서윤아, 혹시 너와 건모가 위장 결혼으로 우리를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 요즘 돈 주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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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택시가 빌라 단지 입구에 도착했다. 송서윤은 장영국의 전화를 받았다. 보안 회사에서 용의자의 IP를 찾아냈다는 내용이었다.송서윤은 자신보다 빨리 찾아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의 시스템 역시 이미 완성되었고 내일 작동만 시키면 되는 상태였다.그녀는 즉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들이 정말로 용의자의 IP를 찾아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위치 추적에 나온 IP는 지역 IP, 즉 이 지역 전체를 나타내는 거라 개인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장영국은 다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송서윤은 장영국에게 말했다. “장 국장님, 제가 저런 네트워크 해커들의 습관을 기반으로 유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시스템을 건드리는 순간, 시스템이 끝까지 추적하여 찾아낼 것입니다!”“좋아요.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하죠?” 장영국은 모든 희망을 송서윤에게 걸었다.“지금 이 시스템을 은행 시스템에 추가 설치하고 트리거가 발동되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송서윤은 말하며 키보드 위에서 두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장영국은 깊이 탄복했다. 왜 자신의 아들은 송서윤 같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을까? 좋은 일은 심씨 가문 늙은이가 모두 선수를 쳐버렸다.컴퓨터실 안에서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갑자기 컴퓨터 화면 위로 파란 점 하나가 깜빡였다.한 직원이 전화를 받고 보고했다. “은행 쪽에서 계좌가 도난당했습니다. 수억 원이 인출되었습니다.”화면에는 즉시 빨간 점이 나타나 파란 점을 따라가기 시작했다.“금방 잡을 수 있겠어요?” 장영국은 긴장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지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갔다. 압박감이 엄청났다.“아직요.” 송서윤은 빨간 점과 파란 점이 경유하는 서버 경로를 지켜보았다.“수만 개의 서버를 바꿨습니다. 아시아 인터넷의 절반을 커버하고 있어요!”장영국도 긴장하며 송서윤을 수시로 쳐다보다가 다시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파란 점이 돌아오고 있었고 그들과 점점 가까워졌다.빨간 점이 순식간에 직선으로 타격하며 파란 점 속으로 파고들었다!송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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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송서윤이 고개를 들자 차갑고 음산한 시선이 그녀를 마주했다. 그 남자는 심씨 가문 연회에서도 본 적이 있는 이윤영의 큰오빠 이민호였다.이민호는 그들 쪽으로 걸어와 송서윤과 그녀 손에 들린 컴퓨터를 흘끗 보았다. 컴퓨터는 지금 화면이 꺼져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이거 심건모 씨 약혼녀 아니신가요?”“삼촌이랑 여기서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송 부장님은 우리 사무실 직원이야.” 장영국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민호야, 회사 컴퓨터 부서 매니저인 송정우가 네트워크 절도 사건에 연루되었어. 송정우는 지금 어디 있어?”장영국은 이민호에게 꽤나 불친절했다.이민호의 태도는 오히려 온화했지만 그의 거친 목소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삼촌, 송정우 씨가 이틀 동안 출근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저도 마침 송정우 씨를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설마 위법을 저질렀을 줄은 몰랐어요.”“송정우...” 장 국장은 이 단어를 힘주어 발음했다.“혼자 한 짓이야?”이민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공범이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일은 후배인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사업만 하니까 조사 쪽은 국장님께 맡겨야죠.”“너와 네 회사가 조사에 협조만 잘하면 돼. 정말 배후에 누가 지시했거나 공범이 있다면 내가 반드시 찾아내서 뿌리째 뽑아버릴 거야.” 장영국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민호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증거를 모두 수집하고 송서윤이 장영국 일행을 따라 돌아왔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점심이었다.이민호는 88층 꼭대기에 서서 개미 같은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손에 든 유리컵을 폭력적으로 박살 냈다. 손바닥에는 유리 조각이 가득 박혔다.“사장님, 이제 제가 노출되었는데 어떡하죠?” 옆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송정우가 입을 열었다.“저 사람을 납치해서 호수에 던져버려.” 그는 막 차에 타는 송서윤을 가리켰다.송정우는 거리가 너무 멀어 확실히 보이지 않자 눈을 가늘게 떴다. “납치하라고요?”“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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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전화가 갑자기 끊어졌다.고영훈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온몸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내 아내가 어디 있는지 말해!”“절대 말 안 해준다고 했잖아!” 소주원이 차갑게 대답했다.“휴대전화 돌려줘.”“내 아내가 경원시에 있다는 걸 알아. 심지어 어젯밤 전까지는 이 빌라에 살았고 네가 어젯밤 호텔에서 데려온 거지.” 고영훈이 하나씩 따질수록 소주원의 안색은 더 굳어갔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찾아낼 수 있어.” 고영훈이 테이블 위의 차 키를 흘끗 보자 경호원이 즉시 그것을 들고 별장을 나섰다.“뭘 하려는 거야?” 소주원이 노발대발 소리쳤다. 그때 위층에 있던 소도윤과 진도연이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소주원은 즉시 소도윤을 품에 안았다.“네 차가 말해 줄 거야. 어디를 다녀왔는지.”고영훈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밤새 잠을 못 자 몸은 극도로 피곤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피곤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는 생각에 잠겼다.그는 송서윤의 모습을 떠올렸다. 주방에서 그녀는 요리하고 있고 아들 고하준은 옆에서 흔들 목마를 타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좀 더 맵게 해 줄까?”고영훈은 웃었다.갑자기 터져 나온 그 씁쓸한 웃음은 소주원과 진도연에게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그들은 고영훈이 지금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는 눈을 뜨나 감으나 송서윤만 떠올랐다. 하지만 손에 닿지도, 품에 안을 수도 없다. 가슴속 그리움이 산처럼 밀려와 파도처럼 그를 끝없이 삼켜버렸다. 매일 그리움 때문에 잠들 수 없었다.곧 경호 팀장이 들어왔다. “대표님, 찾았습니다! 차가 어제 아침 장 국장님의 회사에 갔었습니다!”고영훈은 경악하여 두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즉시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경호 팀장은 소주원의 차 키와 휴대전화를 챙겼다.고영훈은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앉아 방금 소주원이 했던 말을 계속 되뇌었다. 소주원은 송서윤에게 먼저 좀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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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그는 허연수의 오빠이자 송지철의 아들이었다.“날 풀어줘요.”송서윤은 그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경찰에게 수배 중이에요. 게다가 날 납치까지 했으니 만약 날 해친다면 죄가 가중되어 당신 부모님과 함께 감옥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이런 천박한 계집애 같으니!”송정우는 송서윤의 뺨을 후려쳤다. 얼굴에는 붉은 자국이 남겨졌다. “널 강물에 던져 죽여버리면 누가 내가 한 짓인 줄 알겠어?”“내 컴퓨터가 알아요. 내 컴퓨터는 매일 강력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거든요. 내가 하는 말은 모두 기록되어 그 네트워크에 전송돼요.” 이것은 송서윤이 출장 중인 모든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안전 네트워크였다. 모든 컴퓨터는 그들의 조작을 기록하고 그들이 처한 환경의 위험 상황을 지속적으로 평가했다.“거짓말 마! 그런 대단한 물건이 어디 있어!” 송정우는 송서윤이 메고 있던 노트북 가방을 집어 강물에 던졌다. 파도는 순식간에 노트북 가방을 휩쓸어갔다.“설령 사실이라 해도 지금은 널 추적할 수 없을 거야!” 송정우는 송서윤을 자동차 트렁크에서 끌어 내렸다. 커다란 돌덩이들을 그녀의 손발에 하나씩 묶기 시작했다.송서윤은 이곳이 경원시 운하라는 것을 깨달았다.“여기는 장 국장님 회사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죠. 세 시간이면 충분해요.” 송서윤이 웃었다.“뭘 웃는 거야? 뭐가 충분하다는 거지?” 송정우는 약간 당황했다.“세 시간 전에 이미 누군가 내 위험을 감지했을 거예요. 분명 경찰에 신고했을 거고 경찰은 오는 중일 겁니다. 당신은 곧 잡힐 거예요.” 송서윤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무 멍청해서 우습네요.”“말도 안 돼!” 송정우는 화가 치밀어 얼굴을 붉혔다. “네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미 늦었어.”그는 송서윤을 강가에서 한 발짝 거리에 옮겨 놓고 그녀의 등 뒤로 갔다. 발로 차기만 하면 그녀는 강물로 떨어질 터였다.“누가 시켰는지 말해봐요. 내가 두 배로 줄게요!”“넌 더 이상 고 대표 부인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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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그녀는 강물에 떨어졌다. 숨이 막히더니 호흡이 점점 어려워졌다.갑자기 커다란 두 손이 그녀의 팔 밑을 가로질러 감싸안고 그녀를 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녀는 차가운 품에 안겼다.귓가에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들렸고 눈앞에는 눈 부신 불빛이 가득했다.하지만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공기와 물이 가득 차 가슴을 압박했다.그녀는 소리쳐 구조를 요청할 수도, 눈을 떠서 신호를 보낼 수도 없었다. 고통이 심장을 쥐어뜯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그녀를 단단히 안고 있었다.갑자기 그녀의 입술 위로 다른 입술이 거칠게 찍혀 눌러졌다. 강제로 공기가 연이어 그녀의 입속으로 주입되었고 가슴속의 물을 끊임없이 압박하여 밀어냈다.마침내, 신선한 공기가 훅 들어왔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면서 그녀는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몸속의 물을 전부 토해냈다. 그 물은 눈앞의 사람에게 쏟아졌다.흐릿했던 그녀의 시야는 점차 초점을 맞추었다. 눈앞에 나타난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맑고 고요한 물처럼 담백한 표정이었다.사경을 헤매다 돌아온 그녀는 심건모의 품속에서 익숙하면서 옅은 먹물 향을 맡았다. 공포감에 사로잡혀 통제할 수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2분만 늦게 왔으면... 전 죽었을 거예요.”송서윤은 눈물과 콧물을 모두 심건모의 옷에 닦아냈다. “건모 씨.”그녀의 등에 얹힌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그녀를 감싸안았다. 심건모는 그녀의 얼굴 옆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괜찮아.”그는 속으로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정을 다 토해낸 뒤에 송서윤은 부끄러워하며 심건모의 품에서 벗어났다. 장영국이 사람들을 이끌고 강물 속에서 송정우의 행방을 찾는 모습을 보았다.“건모 씨, 리안이...”심건모와 자신 모두 집을 떠나 이리안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나니 이리안이 더욱 그리웠다.“육아 도우미가 잘 돌볼 거야.”심건모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돌아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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