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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가장 가까운 배신: Kabanata 181 - Kabanata 190

553 Kabanata

제181화

“네.”송서윤은 담담히 대답하며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통화를 끊지 않았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입국장 밖,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선 직원이 눈에 들어왔을 즈음, 수화기 너머의 심건모가 말했다.“리안이는 걱정하지 마.”송서윤은 짧게 숨을 고르고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건모 씨가 있는데, 제가 뭘 걱정하겠어요.”“휴대폰은 계속 켜두고...”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네, 알겠어요.”송서윤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진도연에게 돌려주었다.마중 나온 직원은 그녀를 확인하자 ‘송서윤’ 이름이 적힌 팻말을 난간에 걸어두고 공손히 안내했다.진도연은 그녀의 뒤를 따라오며 투덜거렸다.“또 목석처럼 굴었어요? 진짜 이해가 안 가요. 부장님 청혼은 왜 받아준 거래요? 진짜 미스터리라니까, 미스터리!”“도연 씨, 제 사생활까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알겠죠?”송서윤은 짧게 답하며 왼손 약지의 은빛 반지를 손끝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그녀는 말없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송 부장님, 먼저 호텔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송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먼저 장 국장님을 뵙고 싶어요.”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마침 장 국장님도 직접 환영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그는 기사에게 말했다.“골든타워로 가주세요.”...그때, 입국장 출구 쪽에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걸어 나왔다.선두에 선 남자는 키가 190cm 가까이 되었고 깨끗하게 여민 흰 셔츠와 검은 슬랙스를 차려입고 시크하게 걸어 나왔다. 단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목구비 덕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우라가 남달랐다.“영훈 오빠!”애교 섞인 목소리가 입국장 로비에 울렸다.몸에 딱 붙는 원피스와 진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는 심여진이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한참 동안 기다렸네. 밥 먹으러 가.”그녀는 자연스럽게 고영훈의 팔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그의 눈빛이 차갑게 스치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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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고영훈은 뒤를 돌아 경호팀장을 바라봤다.“어디서 발견했지?”“공항 출구 쪽 얼굴 인식에서 포착됐습니다.”경호팀장이 즉시 보고했다.고영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VIP 룸 안으로 들어가 장영국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제가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해서 인사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장영국은 다소 무례하다고 느꼈지만 심여진이 함께 있는 상황이라 별다른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영훈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룸을 나섰고 심여진도 황급히 그를 따라 뛰어나갔다.“영훈 오빠! 잠깐만, 나 좀 기다려!”그들이 떠난 뒤 잠시 후, 장영국이 옆 룸으로 찾아와 송서윤에게 고개를 숙였다.“송 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조카아이가 성격이 좀 급해서요.”“괜찮습니다.”송서윤은 손끝을 살짝 움켜쥔 채 조용히 대답했다.“장 국장님, 제 신분은... 아시다시피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물론입니다.”장영국의 얼굴에 잠시 미묘한 미안함이 스쳤다.“앞으로 차량은 제가 직접 배정하고 숙소도 제 아내 명의로 예약하겠습니다. 송 부장님의 위치는 누구도 알 수 없게 신경 쓰겠습니다.”“감사합니다. 계획서는 호텔에 도착하는 대로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검토 후 이상 없으면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고 곧바로 실전 단계로 들어가겠습니다.”“좋습니다. 차는 뒤편에 대기 중입니다.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괜찮습니다. 기사님이 데려다주시면 돼요.”송서윤은 진도연이 건네는 서류 가방을 받아 들고 조용히 걸어 나갔다.그녀들이 떠난 뒤, 장영국의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장님... 부장이라는 여성분 말인데요, 너무 젊어 보이시던데요? 솔직히 세상 물정 잘 모를 것 같았어요. 정말 도움이 될까요?”장영국은 비서를 단호히 바라봤다.“겉모습 보고 판단하지 마. 그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그는 말을 멈췄다.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는 단어였다.“기억해. 송 부장님에 관한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송서윤은 차에 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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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심지어 고영훈은 송서윤을 끌어내기 위해 직접 법원 직원을 불러 이혼 서류에 서명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법원 시스템에서는 그들의 혼인 기록이 조회되지 않았다.결국 오래된 종이 문서 보관 창고를 샅샅이 뒤진 끝에야 낡은 원본 서류를 찾아낼 수 있었다.그때 고영훈은 처음으로 의심했다. 혹시 송서윤이 컴퓨터 관련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건 아닐까 하고.하지만 그녀에 관한 모든 정보는 이미 인터넷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성적 기록조차 삭제되어 있었고 일부만 지류로 남아 있을 뿐, 대부분은 흔적조차 없이 지워져 있었다.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역시 그때와 똑같다는 사실만이 명확했다.“대표님... 혹시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경호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아니.”고영훈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서윤이야. 서윤이가 돌아온 거야.”아까 골든타워의 엘리베이터 문이 스칠 때 느꼈던 그 감각, 숨결처럼 가까웠던 거리에서 그는 확실히 느꼈다.그때, 숨을 헐떡이며 심여진이 뛰어왔다.“영훈 오빠... 왜 안 기다리고 가버렸어... 삼촌은 그냥 잠깐 언짢으셨던 거야. 기분 풀리면 해담도 건도 내가 알아볼게, 응? 같이 가자.”고영훈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장 국장님이 오늘 만난 전문가, 남자야? 여자야?”그 질문에 심여진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처음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본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그...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요즘 삼촌이 은행 시스템 해킹 사건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거든. 아마 보안 시스템 쪽 사람일 거야. 내가 물어볼게...”하지만 ‘보안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고영훈은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윤이라면... 내가 놓칠 가능성은 단 한 점도 없지.’“골든타워로 가.”심여진이 뒤늦게 따라나서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여진아, 오늘은 만나기 어렵겠다.”장영국의 차분한 목소리였다.“삼촌, 저는 그냥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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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밤은 깊었고 시야는 어둑했다.송서윤은 옆 베란다에서 두 남자의 실루엣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담배 냄새가 바람을 타고 건너오자, 그녀는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더니, 조용히 일어나 베란다 문을 걸어 잠갔다.그 순간, 고영훈 역시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장막처럼 흔들리는 커튼 너머로 보인 것은 그저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뿐이었다.“그럼 여진 씨 쪽은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경호팀장이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그는 여행용 가방에서 약을 꺼내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대표님, 약 드시는 거 잊지 마십시오. 술은 절대 안 됩니다.”고영훈은 짧게 시선을 들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경호팀장은 그를 더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적막이 순식간에 방 안을 채웠다.허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고영훈은 베란다 소파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경원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문득 신혼여행 때 이곳에 왔었던 기억이 스쳤다.‘서윤이가 여기 있다면... 아마 예전처럼 다시 걸어보고 싶어 하겠지.’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을 나서서 혼자 외로운 도시를 거닐었다.둘이 함께 걷던 길, 함께 앉아 쉬던 벤치, 노을이 번지던 강가에서 그때의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정처 없이,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걸은 끝에 인도 블록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뒤를 따라온 경호팀장이 조용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경호팀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고영훈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말로 송서윤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시각, 샤워를 마친 송서윤은 흰 슬립 드레스를 걸치고 ‘육아 도우미’로 저장된 번호로 영상통화를 걸었다.연결음이 끝나자마자, 화면 가득 이리안의 볼록한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엄마! 나 엄마 보고 싶었어!”작은 입술이 핸드폰 화면에 달라붙었다. 침이 잔뜩 묻어 화면이 번들거렸다.송서윤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엄마도 보고 싶지. 오늘 어린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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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그 시각, 송서윤은 역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었다.“타이밍만 맞으면 IP 위치 추적이 가능합니다. 굳이 유인 시스템을 따로 설계할 필요도 없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단호했다.“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안으로 경원시를 떠날 수도 있고요.”송서윤은 장영국 국장 쪽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장 국장님, 먼저 IP 위치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곧 그녀는 역추적을 통해 용의자들의 IP 주소를 확보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단순한 개인이 아닌, 체계적인 범죄 조직이었다.그녀가 좌표를 전달하자, 장영국은 즉시 검거팀을 출동시켰다.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조직원들이 체포되었다.심문실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우린 계좌당 천 원밖에 안 훔쳤어요. 나머진 우리가 한 게 아니라고요.”“이 상황에 아직도 잡아떼? 그럼 누가 했다는 거야?”“죄 있으면 인정하죠. 하지만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긴 싫어요. 진짜 범인 못 잡는다고 우리를 희생양 삼을 생각은 버리시죠.”거칠지만 단호한 태도였다. 송서윤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장영국을 돌아봤다.“송 부장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노트북을 확인해 보죠.”지시가 떨어지자, 수사관이 압수된 노트북을 조심스레 가져왔다.그러나 화면에는 곧바로 로그인 창이 떴고 비밀번호 입력이 필요했다.“암호를 푸는 작업부터 지시할까요?”“괜찮아요.”송서윤은 손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날렵한 손놀림 사이로 긴 코드가 입력되더니, 잠긴 화면이 순식간에 풀렸다.장영국은 놀란 듯 숨을 죽였다. 곧 송서윤은 탐색 시스템을 구동했다.화면 가득 격자가 채워지며 수많은 코드가 흘러가더니 낯선 서버로 연결되었다.그러자 용의자들이 조종하던 송금 기록이 빼곡히 나타났다.그들은 조건이 발동된 계좌마다 천 원씩을 빼돌렸고 그 금액이 모여 수천만 원이 되어 있었다.“이 녀석들, 끈질기게 같은 수법을 돌린 것 같네요?”장영국이 감탄하듯 중얼거렸다.송서윤은 냉정히 화면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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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장영국이 돌아오자 진도연이 말했다.“부장님은 은행 쪽과 통화하러 가셨어요.”장영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서윤이 낯선 사람을 불편해한다는 걸 잘 아는 그는 곧 고영훈 일행에게 말했다.“회의실로 가시죠. 현재 상황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가능하다면 저희 본사와 바로 화상 연결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훨씬 효율적입니다.”고영훈은 차분한 목소리로 제안하며 장영국의 뒤를 따랐다.심여진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완전히 매혹되어 있었다. 성숙하고 절제된 고영훈의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두 번째 결혼이라 해도, 아이의 새어머니가 된다 해도 상관없었다.그 시각, 복도 반대편에서 돌아오던 송서윤은 장영국이 두 남자와 한 여자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밟혔다.‘경원시에 아는 사람은 없는데... 착각이겠지.’그녀는 곧장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모니터 앞에 앉았다.범행 패턴을 분석해 유인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회의실 안에서는 고영훈의 부하 직원이 방대한 데이터 보고를 마치고 있었다.그들의 접근 방식은 명확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표적 계좌를 역추적하고 동일 조건의 계좌를 실시간 감시하는 전략이었다.“좋습니다.”장영국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지금 그쪽 전문가에게도 연락해서 병행하도록 하죠. 힘을 합치면 더 빠를 겁니다. 그쪽에서도 이의는 없을 겁니다.”“전문가요?”심여진이 곁에서 능청스럽게 웃었다.“삼촌,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 대표님의 회사만큼 믿을 만한 데 없어요. 이번에 잘해두면 다음부터는 외국 전문가 안 불러도 되잖아요? 그냥 고 대표님의 회사에 바로 맡기시면 되죠.”장영국도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네. 그럼 그렇게 하죠.”그는 곧 사무실로 돌아와 송서윤에게 상황을 전했다.“대형 보안 회사 측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합니다.”“보안 회사요?”“예. 그쪽은 앱 기반의 계좌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추적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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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부장님, 경원시에 와보신 적 있으세요? 여길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아요.”진도연의 물음에 송서윤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대답했다.“네, 몇 번 와본 적 있어요. 밥 먹고 나서 저랑 선물 고르러 쇼핑 좀 해요.”“집들이 선물인가요?”“그런 셈이죠.”한편, 바로 옆 룸.심여진은 식사 내내 고영훈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오빠, 아까 언급했던 관광지들 다 신혼여행 명소잖아? 설마 전에...”“아내랑 갔었어.”송서윤을 떠올리니 가슴이 묵직하게 저렸다.“아... 그렇구나.”심여진은 억지로 웃었지만 속은 복잡했다.‘애도 남편도 전부 버리고 떠난 여자한테... 왜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는 거야.’그녀는 속으로 혀를 찼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을 본 심여진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어? 오빠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심여진은 주희영이 소개해 준 여자였다.처음 소개받을 당시, 고영훈은 심여진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어떤 여자에게도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지만 심씨 가문이 경원시에서 영향력 있는 가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상황이 달라졌다.그때 고영훈은 마침 태평양 해담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었고, 그곳은 개인의 힘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었다.결국 그는 심씨 가문의 인맥을 통해 길을 열어보고자 경원시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심여진과 접점이 생겼던 것이었다.‘심여진의 오빠 역시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겠지.’“오빠, 도대체 언제 철 들었어? 결혼했다고? 와이프까지 생겼다니, 엄마, 아빠 기절하시겠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심여진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오늘 저녁,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거야. 괜히 놀라게 하지 마.”“세상에, 결혼식도 안 올렸는데 벌써 아내 편부터 드는 거야? 결혼식은 언제 할 건데? 오빠 몇 년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새언니 혼자 온 거야? 오빠는 왜 같이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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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고영훈은 손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듯 여자의 손을 놓았다. 그의 목소리는 허망했다.“죄송합니다. 사람을 착각했네요.”그 여자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괜찮아요.”잠시 후, 심여진이 허둥지둥 달려왔다.“영훈 오빠, 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고영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담담히 말했다.“여진아, 나 오늘은 좀... 기분이 안 좋아. 미안하지만, 쇼핑은 다음에 하자.”그는 더 말을 잇지 않고 매장을 나섰다.심여진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쓸쓸하고 단단한 어깨가 멀어질수록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저렸다.‘도대체 어떤 여자였길래... 저렇게 깊은 상처를 남긴 걸까.’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계산대로 향했다.“아까 저랑 같이 온 분이 고른 옷 있죠? 어떤 제품이었어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방금 그 남성분이 고른 제품은 지금 다른 고객분께서 피팅하고 계신 실크 드레스예요.”점원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심여진은 숨을 멈췄다.은은한 연청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선 여자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송서윤이었다.조명 아래서 그녀의 피부는 차갑게 빛났고 긴 웨이브 머리는 옥비녀로 느슨하게 묶여 있었다.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귓가로 흘러내리며 은근한 숨결처럼 흔들렸다.드레스는 허리를 조이지 않아 오히려 단정했고 그녀의 품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요란하지 않지만 은근히 빛나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어때요?”송서윤이 거울을 보며 물었다.“너무 예뻐요, 부장님!”진도연이 감탄을 터뜨리자, 송서윤이 가볍게 웃었다.“쉿, 여기선 그냥 ‘서윤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이거 입고 저녁에 인사드리러 가면 괜찮을까요?”“그럼요, 완벽해요.”“그럼 이걸로 할게요.”송서윤이 점원에게 말했다.그러자 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심여진에게 안내했다.“고객님, 이 드레스는 마지막 한 벌이에요. 원하시면 지금 착용 중인 고객분께 양해를 구해보겠습니다.”“아니요, 괜찮아요. 이분한테 더 잘 어울리네요.”심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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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오빠한테서 전화 왔었어요?”“응, 왔어. 너는 얼른 올라가서 엄마 좀 도와줘. 새언니한테 첫 선물로 뭐가 좋을지 같이 봐줘.”2층에서 부드럽고 단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씨 가문의 안주인, 이정희였다.“여진아, 얼른 올라와.”그 말에 심여진은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이윤영은 홀로 거실에 남았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오늘따라, 이 집안의 공기가 유난히 낯설고 차가웠다.심건모의 약혼녀가 온다는 소식에 도우미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고 정원은 새로 손질되어 꽃향기가 퍼졌다.심건모의 방도 새 단장을 마쳤고 송서윤이 머물 수 있도록 침구까지 교체되어 있었다.이윤영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가 과거 심건모의 약혼녀였을 때조차 이런 대접은 없었다.‘건모 오빠는 내 남자야. 오빠의 옆자리는 내 거야.’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한편, 호텔로 돌아온 송서윤은 진도연과 함께 몇 시간 동안 시스템 구축 작업을 이어갔다.모든 구성이 완료된 뒤,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새로 산 청색 실크 드레스를 차려입었다.가볍게 머리를 묶고 준비해 둔 선물을 챙겨 들고 방을 나섰다.마침 옆 객실 문이 열리며 룸서비스 카트가 나왔다.송서윤은 조용히 비켜섰다.트레이 위, 손도 대지 않은 듯 음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하나도 안 먹었네... 버리긴 아깝겠다.’그녀는 잠시 의아한 눈길로 카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그 시각, 문 안쪽.고영훈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눈을 감으면 그리움이 환영처럼 밀려왔다.송서윤의 숨결, 활짝 웃던 얼굴, 그리고 품속에서 속삭이던 말들까지 모든 것이 여전히 생생했다.하지만 손끝에 닿으려 하면 언제나처럼 사라졌다.그는 눈을 뜨려다 다시 질끈 감았다. 눈을 뜨면 송서윤이 사라질까 봐.오늘도 눈을 감으면, 그녀가 웃으며 돌아오는 장면이 반복되었다.그것이 허망한 환상임을 알면서도 그는 여전히 허공을 더듬으며 그녀를 안는 동작을 흉내 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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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차가 심씨 가문의 정원 입구에 조용히 멈춰 섰다.운전기사가 문을 열자, 송서윤이 차에서 내렸다.정원 앞에는 이정희와 환한 미소를 띤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와! 언니가 우리 새언니였어요?”심여진의 눈이 반짝였다.“오늘 오후에 수제 자수 공방에서 봤었잖아요. 기억나세요? 언니가 실크 드레스 입고 나오셨을 때 진짜 예뻤어요.”밝고 다정한 말투에 송서윤은 자연스레 미소를 머금었다.“고마워요.”시선이 이정희에게로 옮겨졌다.이정희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심여진의 손을 가볍게 잡아끌었다.“여진아, 네 오빠... 아주 조용히 큰일을 해냈구나. 도둑놈 소리 듣겠어.”농담처럼 들렸지만 흐뭇함이 묻어있었다.“엄마, 삼촌이랑 큰아버지, 이모, 이모부들 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여진이 덧붙였다.송서윤은 순간 놀랐다.“손님이... 꽤 많네요.”그녀는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선물 상자 세 개를 바라보았다.이정희는 금세 그녀의 표정을 읽었다.“괜찮아, 잘 아는 이웃들이고. 거의 다 건모 아버지의 옛 동료들이니까. 평소에도 자주 오시니까 따로 선물은 준비 안 해도 돼. 오늘은 그냥 손님처럼 편안하게 즐기면 돼.”그 말에 송서윤의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언니, 오늘 오신 분들 중에 삼촌이나 큰아버지네 아들들은 전부 미혼이에요. 오빠가 드디어 장가가니까 엄마가 자랑하고 싶었나 봐요.”심여진의 말이 끝나자, 이정희가 이마를 톡 쳤다.“괜한 소리 하고 있어. 누가 자랑한다고 그래.”웃음이 번졌다. 이정희는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송서윤의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 문득 어머니 이혜정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움이 번져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그녀는 곧 표정을 다잡았다.집 안으로 들어서자, 환한 조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따뜻하게 퍼져 있었다.송서윤이 등장하자 여러 명이 동시에 감탄을 터뜨렸다.“아이고, 예비 며느리가 이렇게 고우면 어떡해요.”“축하합니다. 큰 복 받으셨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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