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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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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선배, 나 핸드폰이랑 노트북 둘 다 잃어버렸어. 오늘 밤은 못 들어가. 내일 갈게. 가면 자세히 얘기하자.”그녀의 말이 끝났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도윤이는 나한테 할 말 없대?”심건모는 가늘고 긴 손을 팔걸이에 얹은 채 손가락을 살짝 구부리고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누가 봐도 핸드폰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심건모의 핸드폰에는 분명 외부인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들이 많을 것이다!송서윤은 더 이상 오래 독차지할 수가 없었다. “도연 씨 좀 부탁할게요. 일은 다 끝났으니 이틀 뒤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줘요.”그녀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상대방의 숨소리는 들리는데 그 사람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심건모에게 돌려주었다.심건모는 머리를 들어 그녀의 뺨에 난 손자국과 껍질이 벗겨진 그녀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으며 말했다. “잠깐만.”“네?”송서윤은 빨리 떠나고 싶었다. 문 앞에는 비밀 특수요원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 그들이 등을 돌리고 있어 뭘 하는지는 볼 수 없었지만 소리는 다 들렸다. 마치 누군가 감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심건모의 비서인 하은도 때때로 고개를 들어 안을 쳐다봤다.“구급상자 갖고 와.”심건모가 하은에게 덤덤하게 명령하곤 손을 옆자리로 가져갔다.송서윤은 그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제야 자신의 손이 밧줄에 쓸려 껍질이 벗겨졌다는 것을 알았다.하은은 구급상자를 들여온 후 바로 물러났다. 심건모는 구급상자를 열어 그 안에서 소독 면봉을 꺼냈다.“됐어요, 건모 씨. 제가 직접 할 수 있어요. 작은 상처라 사실 소독 안 해도 괜찮아요.”송서윤은 지금 당장 노트북이 간절했다. 누군가 송정우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누군지 꼭 조사하고 싶었다.심건모는 면봉을 내려놓고 의료용 아이스 팩 하나를 집어 들었다.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붉게 부어오른 옆 뺨에 그대로 갖다 댔다.송서윤은 차가움에 살짝 놀라서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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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비명 소리가 고막을 찢고 지나갔다.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순식간에 방문이 열렸다.송서윤의 놀란 두 눈이 심건모의 침착한 눈빛과 마주쳤다.“악몽 꿨어?”송서윤은 일어나 몸을 웅크렸다. 목소리는 떨렸다. “괜찮아요, 건모 씨.”심건모는 송서윤을 바라보며 조용히 직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잠시 후, 집사가 마음을 진정시키는 차 한 잔을 들고 왔다.“사모님, 어서 드세요.”집사는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였다. 송서윤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살짝 닦아주었다.그녀는 심건모를 보며 말했다. “아마 뭔가에 놀라신 것 같아요. 밤에는 곁에서 지켜주는 게 좋을 거예요.”송서윤은 찻잔을 받아 들었다. 깨끗한 살구색 눈망울이 찻잔에 비쳤다. 송서윤은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다. “괜찮아요. 그냥 꿈꿨을 뿐이에요.”심건모는 문 앞에 서 있었고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았다. 송서윤이 차를 다 마시자 집사는 찻잔을 들고 나가며 방문을 닫았다.문이 닫힐 때까지 송서윤은 심건모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송서윤은 완전히 잠에서 깨 꺼져 있던 컴퓨터를 켰다. 송정우에 대한 정보가 즉시 화면에 나타났다. 동결된 그의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이 도난당했다. 같은 수법이었다!송서윤은 즉시 시스템을 가동하여 이 돈을 추적하려고 시도했지만 경로는 차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모두 파괴되었다.은행 강도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송정우의 배후에는 조종자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송정우는 실종되었다.그들이 떠날 때까지 장영국의 사람들은 강에서 그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송서윤은 은행 시스템부터 시작할 계획이었다. 은행 내부에 내부자가 있어 배후의 인물이 동결된 자금을 쉽게 훔칠 수 있었을 것이다.심건모는 서류에 서명하면서 때때로 맞은편 창문에 비치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소주원은 소도윤을 달래고 진도연까지 안심시킨 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고영훈이 TV 뉴스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강변에서 납치 사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자는 구출되었다. 납치범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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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이정희는 깜짝 놀랐다. 송서윤은 젊고 생기 있어 보여서 엄마 같아 보이지 않았다.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이 사연이 좀 딱해요. 친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저도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요. 이번에 모처럼 돌아왔는데 저를 좀 따르네요.”“그렇구나.”이정희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 아이도 데려오는 게 어때? 그냥 집에서 지내.”“너도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고 건모도 함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니? 게다가 우리 집엔 산과 물이 좋으니 아이를 데리고 같이 가서 놀 수도 있고.”송서윤은 이정희의 기대하는 눈빛을 보고 말했다. “그럼 제가 이따가 가서 짐을 챙기고 도윤 아빠에게 의견을 물어볼게요. 그분이 괜찮다고 하면 도윤이를 데려올게요.”이 말을 듣자 이정희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심건모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약간의 질책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소도윤의 의붓아빠는 당연히 심건모가 아니던가?’‘어떻게 다른 사람일 수 있지?’‘어젯밤에 송서윤은 다른 남자의 집에서 잤다는 말인가?’어젯밤 집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심건모와 송서윤이 따로 지내고 말이나 행동이 매우 담담했다고 말했다. 송서윤이 악몽을 꾸었는데도 심건모가 제대로 위로해 주지 않았다니.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이정희를 걱정시켰다.신혼부부는 본래 금실이 좋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심건모는 확실히 바쁘기도 했고 집에는 온통 사람들뿐이니 정말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불편했을 것이다.이정희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말했다. “도윤이의 아빠도 며칠 동안 와서 지내라고 해. 네가 일부러 오갈 필요 없잖아. 주소를 알려주면 내가 사람을 보낼게.”심건모는 남자 비서를 바라보았고 비서는 송서윤에게 말했다. “소 교수님께서 최근 대표님과 연락해서 업무를 조율하고 싶어 하셨습니다.”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은 그렇게 결정되었다.심씨 가문에서는 운전기사를 보내 송서윤을 은행으로 데려다주었다. 송서윤은 어젯밤에 파악한 상황을 장영국에게 알렸다.“저는 배후의 조종자가 이민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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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송서윤은 하루 종일 진도연을 보지 못했다. 휴대폰으로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씨 가문 운전기사에게 아직 그들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져서 직접 그들을 데리러 오기로 결정했다.송서윤은 거실의 유리창 앞으로 다가갔다. 빌라 1층은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2층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그녀가 문손잡이를 잡았을 때, 뒤뜰에서 갑자기 화분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소도윤이 자신과 숨바꼭질하는 줄 알았다.송서윤은 유리창을 돌아 뒤뜰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소도윤, 이모가 곧 너를 찾을 거야.”그녀는 투명한 유리창과 커튼을 사이에 두고 한 그림자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생기 있고 발랄해 보였다. 날씬한 몸매, 발그레한 뺨, 웃을 때는 마치 작약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그녀의 밝은 미소는 봄바람처럼 그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녀가 슬퍼하고 절망했던 모습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서 뛰놀았다. 이미 피범벅이 된 그의 마음을 날카로운 칼처럼 조금씩 갈라놓았다.송서윤은 뒤뜰로 가서 깨진 화분을 찾았지만 소도윤은 보이지 않았다. 거실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웃으며 뒤뜰 문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소도윤, 잡았다!”아무도 없었다.송서윤의 시선은 2층으로 향했다.“위로 올라갔나?”송서윤은 웃으며 거실로 들어섰다.고영훈은 지금 거실 중앙에 서서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의 코끝에는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가득했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고 피가 끓어올랐다. 마음은 더욱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그는 그녀를 안고 싶었고 다시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으며 다시는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는 그녀가 슬퍼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영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송서윤은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갔다가 한 팔 거리에서 멈춰 섰다.그녀의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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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진도연은 비서와 함께 앞에서 걸으며 투덜거렸다. “소 교수님 댁 손님, 좀 이상하고 무서웠어요. 아직도 위에서 얘기 중이신가 봐요.”“소 교수님은 다 연구계 거물들하고만 교류하시는데 그분들의 전문 용어를 이해 못 하는 건 당연해요.”비서가 농담조로 말했다.“그것도 그렇네요. 엄청 유능해 보이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딱 연구계 거물 같아요.”심건모는 송서윤의 곁에서 걸었다. 그의 흰 셔츠 소매가 그녀의 얇은 겉치마 소매를 살짝 스쳤다. 그는 조용히 물었다. “팔짱 낄까요?”“응.”심건모의 시선은 문 쪽을 향해 있었다. 말할 때마다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심건모의 부모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의 팔짱을 꼈다.얇고 부드러운 옷감 사이로 피부가 미세하게 맞닿았다.그들은 나란히 빌라를 나섰고 차 안에 있는 부모님에게 인사를 한 뒤 검은색 세단에 올라탔다.일렬로 늘어선 검은색 세단들이 빌라 단지를 빠져나갔다. 그 안에는 잘 훈련된 총기 무장 특수경찰 인력들도 있었다.이로 인해 빌라 안에 집결해 있던 경호원들은 감히 경솔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빌라 2층 발코니, 고영훈의 눈빛은 어둡고 깊어 도무지 속을 읽을 수 없었다.“대표님, 심씨 가문입니다.”경호 팀장이 보고했다. “저런 위세는 경원시에서도 손에 꼽힙니다.”“사모님이 소 교수와 함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어떻게...”고영훈은 태극기가 꽂힌 검은 세단에서 들려오던 벨 소리를 떠올렸다. 그때 송서윤이 차 안에 있었다.아진시 정부 청사에서 그녀를 찾다가 심건모와 마주쳤던 장면을 떠올렸다. 정부 고위 관료가 화재 현장에서 어떻게 여직원과 문란한 짓을 할 수 있겠는가?그때 송서윤은 정부 청사 안에 있었다.군사 비행장에서 온 휴대폰 신호, 그때 송서윤은 심건모의 비행기에 있었다.그놈이다!‘이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가!’틈을 타서 그의 아내를 데려간 것이다.수없이 아내와 엇갈렸던 순간들을 떠올렸다.고영훈의 눈빛 속에서 살기 어린 광기가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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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송서윤은 자신이 다시 고영훈을 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귓가를 때리는 파도 소리와 함께 과거의 기억들이 밀려왔다.그녀는 자신이 오래전에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영훈과 허연수가 바람을 피우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되돌아왔다.그들은 그녀 몰래 5년 동안 외도했다. 그녀가 난산으로 고통받을 때 그는 내연녀의 출산을 옆에서 지켰다.그들의 딸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내연녀의 딸에게 그녀의 딸 이름을 대신하게 했다. 심지어 그녀에게 내연녀의 아이를 입양하게 하여 그 아이가 그녀의 무릎 아래에서 자라며 그녀의 딸이 누리지 못했던 삶을, 그녀의 딸이 얻지 못했던 미래를 누리게 하려 했다.그는 허연수가 그녀의 이복동생이라는 것을, 그녀의 어머니가 허연수의 어머니 때문에 한을 품고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허연수와 관계를 맺었다.그는 또 그들의 아들에게 내연녀를 엄마라고 부르게 했고 내연녀의 딸을 그들의 딸로 인정하게 했다.그는 그녀 어머니의 막대한 보험금과 유산을 가로챘다.여러 번 무정하게도 그녀 뱃속의 아이를 없애려 했다.송서윤은 힘껏 고영훈의 손을 뿌리쳤다. 고영훈의 큰 손은 그녀에게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전나무의 맑고 서늘한 향기가 순식간에 그녀의 코를 가득 채웠다. 그녀의 속은 뒤집히고 구역질이 솟아났다.“여보, 제발 내 말을 들어줘.”고영훈은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녀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자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피가 끓어올랐으며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내가 잘못했어.”“다시는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을 거야.”“나 3년 전에 연수를 아진시에서 내쫓았고 민지를 보육원에 보냈어. 그리고 엄마의보험금 말인데, 엄마가 나한테 대신 관리해 달라고 내 이름으로 적은 건 맞아. 그 돈 전부 네 명의로 저금해 뒀어.”“네가 그때 딸을 너무 갖고 싶어 했지만 네 몸이 출산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었잖아. 그래서 나는 우리를 닮은 딸을 너에게 낳아주려 했던 거야.”“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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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그녀가 계속 멀어져갔다. 다른 남자의 품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자 고영훈은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송서윤은 숨을 헐떡이며 심건모 곁으로 달려갔다. “건모 씨.”“너무 멀리 뛰지 마.”심건모는 살짝 구겨진 그녀의 옷과 옆머리가 조금 흐트러진 것을 보고 숲속 깊은 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새언니, 숲속 안에서 짐승들을 사육하고 있어서 밤에는 좀 위험해요.” 심여진이 앞으로 나서서 송서윤의 팔짱을 꼈다. “바비큐가 준비됐대요. 외할머니께서 다들 식탁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어요.”송서윤은 숨을 가다듬었다. 심여진 외에도 이씨 가문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일로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 말 없이 심여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새언니, 아까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 오빠 엄청 놀랐어요.”심여진이 송서윤의 귀에 속삭였다. “오빠가 성격이 무뚝뚝해서 아무것도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언니를 엄청 아낀다니까요.”송서윤은 그 말을 듣고 그저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건모는 걸음을 멈춘 채 그 자리에 머물렀다. 담담하던 눈빛 속에 냉혹함이 스며들었다. 잠시 후, 특수경찰이 숲속에서 나와 몸을 숙여 그의 옆에서 보고했다.“국장님께 보고드립니다. 안에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있었고 바닥에 피가 흥건했습니다. 추적했으나 사람은 찾지 못했습니다.”숲속이 워낙 넓고 더 들어가면 깊은 산이었다.이 말을 듣고 심건모는 발걸음을 옮겨 빌라를 향해 걸어갔다.특수경찰은 즉시 방어 구역을 확대하고 경비를 강화했다.헬리콥터도 상공을 순찰하며 거의 이씨 저택 전체를 빈틈없이 포위했다.사람들의 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변의 모닥불 만찬에서 이씨 가문의 식탁으로 돌아왔다.집사가 구운 바비큐를 내왔다. 심건모는 마디가 뚜렷한 긴 손으로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느긋하게 구운 고기를 한 조각씩 잘라내어 송서윤 앞접시에 놓아주었다.그녀는 돌아온 후로 표정이 굳어 있었고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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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그의 등장에 송서윤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 “모르는 사람이에요.”이 순간, 고영훈의 심장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의 시선은 송서윤의 작은 얼굴에 단단히 고정되었다.그는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서윤이 모른다고 말하자 고영훈도 부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생각했다.송서윤은 원래 예뻤기에 처음 보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더 볼 수 있을 터였다. 사람들은 고영훈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약혼자인 심건모조차도 고영훈을 그저 한 번 더 쳐다봤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여진이가 말한 친구가 고 대표님일 줄이야. 대표님은 여자 친구의 초대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데. 부인은...”말을 하던 사람은 심건모의 외삼촌인 이태석이었다. 그는 그들보다 몇 살 많았다.그는 고영훈의 얼굴이 그늘진 것을 보고 말을 멈추더니 문득 상황을 떠올렸다. “계속 은둔해 계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오시다니 다행이네요.”“여러분께 이분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아진시의 최고 부자인 고 대표님이세요. 저와 해외에서 사업상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태석은 집사에게 고영훈의 자리를 마련하게 했다. 그를 자신의 옆에 앉히고 상당한 존중을 표했다.“아, 고 대표님이시군요. 어서 앉으세요.”심건모의 외할머니가 말했다.아진시 최고 부자에 대한 뉴스는 그들도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다. 지극히 순정적인 사람이라는 것도.고영훈은 옅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는 심건모와 송서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이 맞잡은 두 손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마음을 억눌러도 가슴은 아파왔다.그들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고영훈의 시선은 시종일관 송서윤에게 머물렀다. 그녀를 계속 바라보지 않으면 그녀가 어느 순간 사라질 것 같았다.송서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때로는 심건모와 대화하고 때로는 이씨 가문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했다.이씨 가문 사람들은 송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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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심건모는 손가락 끝으로 핏자국을 문지르며 고영훈의 정장 깃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피 흔적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심건모가 무시하자 고영훈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특수경찰들이 있는 상황이라 그는 입으로 심건모에게 경고할 수밖에 없었다. “서윤이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심건모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수년 동안 아무도 감히 그의 앞에서 이렇게 무례하게 군 적이 없었다. 크고 늘씬한 뒷모습은 헤아릴 수 없는 거리감을 드러냈다. 목소리는 온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싸늘했다. “내보내세요.”특수경찰은 즉시 고영훈을 가로막아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고영훈은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심건모가 특수경찰들의 경호 속에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심건모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심여진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자신의 동생이 몰래 마음을 품은 것을 알았다. 목소리에 약간의 쓸쓸함을 담아 말했다. “여진아, 고영훈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심여진은 심건모를 노려보았다.심여진은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평소 하고싶은 대로 하며 자라 좌절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제지에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오빠, 영훈 씨 아내는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을 거래. 나는 영훈 씨를 정말 좋아하고 재혼하는 것도 괜찮아. 영훈 씨 아들 새엄마가 되는 것도 신경 안 써.”심건모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아직 너무 어려. 너도 아직 아이잖아.”심건모가 반대하자 심여진은 여전히 조금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 “오빠, 나 이제 다 컸어. 배울 수 있잖아. 나는 오빠의 연애사에 간섭한 적 없으니 오빠도 내 일에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외할머니와 외삼촌들은 새언니의 신분과 배경이 오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줄곧 오빠 편이었잖아. 오빠는 왜 내 편이 되어줄 수 없어?”“이렇게 클 때까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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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고영훈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저택 전체는 다시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저택 전체가 불과 몇 분 만의 혼란 끝에 다시 질서를 회복했다.날아갔던 헬리콥터가 다시 하늘을 선회했고 특수경찰과 이씨 가문 경호원들이 질서정연하게 교차 순찰하며 심건모가 머무는 건물을 빈틈없이 포위했다.고영훈을 담당하던 집사가 서둘러 달려와 설명했다. “고 대표님, 죄송합니다. 쥐 한 마리가 총 전원선을 물어 끊는 바람에... 하지만 저희 예비 전원이 즉시 가동되었습니다. 접대가 미흡했던 점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고영훈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집사는 고영훈이 다른 지시를 하지 않자 자리를 떠났다.고영훈은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빈틈없이 짙은 어둠이 심건모와 송서윤의 모습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는 아주 작은 부분도 엿볼 수 없었고 여기서 송서윤을 데려갈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고통이 그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것만 같았다.“고 대표님,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심건모의 비서인 하은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송서윤은 복고풍 궁전식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침대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거칠어진 숨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환경 속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심건모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녀 옆에 섰다. 길고 가느다란 손으로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그녀의 옆머리를 쓸어 올리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좀 뜨겁네. 어제 강물에 빠져 감기에 걸린 것 같은데.”그는 포장지를 뜯어 해열 패치를 송서윤의 이마에 붙였다. 차가운 감촉이 갑자기 이마로 전해지자 송서윤은 오한을 느꼈고 몸이 주저앉을 듯 아래로 미끄러졌다.심건모는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 그녀를 지탱했다.시야가 어두웠지만 송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지만 그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아까 숲에서 고영훈을 만났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심건모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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