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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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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그는 밤새도록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송서윤이 깨어났을 때 침대 곁은 텅 비어 있었다. 고열은 이미 가라앉았다. 집사가 담백한 아침 식사를 들고 왔다.“도련님께서 사모님은 식당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집사는 약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송서윤이 멍하니 약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말했다. “열은 내렸지만 도련님께서 혹시라도 잔열이 남을까 염려되어 의사를 불러 약을 지으셨어요.”“도련님께서 어젯밤 사모님 곁을 밤새 지키셨습니다.”집사가 빙긋 웃었다.‘밤새 지켰다고?’송서윤은 자신이 기절하기 전에 심건모의 품에 쓰러져 그의 팔을 깔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분명 자신이 너무 무거워서 그가 팔을 뺄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식욕이 없어 죽을 두어 모금 마시고 심건모를 찾아 식당으로 향했다.정원을 지나던 중 이윤영과 마주쳤다.이윤영은 드디어 바라던 대로 심건모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수년 동안 그를 사모했다. 줄곧 그에게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파혼할 때까지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었다.“오빠, 그때 그 음료에 약이 들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고의로 중요한 일을 망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우리 그때 사이가 정말 좋았잖아. 아버님과 어머님은 이미 우리 오빠와 약혼식 올릴 의논까지 하셨고. 내가 굳이 오빠에게 약을 먹일 필요가 전혀 없잖아. 나는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었어.”이윤영은 울음이 터질 듯 괴로워하며 심건모의 소매를 붙잡았다. “정말 오해야, 오빠.”“나 좀 믿어줘, 응?”“서윤 씨와 결혼하지 마, 응?”“서윤 씨는 그냥 일개 사무직원일 뿐이고 집안 배경도 별로래. 게다가 어머니도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오빠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도움도 될 수 없어.”이윤영은 자신이 어떻게 저런 여자에게 질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격차가 너무 커. 어떻게 말이 통하겠어? 서윤 씨의 마음이 내 진심만 하겠어?”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그와 약혼했고 자라면서 장차 그의 신부가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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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이윤영은 명문가의 딸이었다. 어찌 체면도 없이 남의 남자에게 매달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번만은 그녀의 모든 자존심을 걸었다.그녀는 심건모의 허리를 감싸던 손을 풀고 대신 그의 팔짱을 끼며 비웃었다. “서윤 씨,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아?”그 말을 듣자 송서윤은 이윤영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떠올렸다.어쩐지 이윤영이 낯설지 않다고 느꼈던 이유가 있었다.두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가 확실히 닮아 있었다.“서윤 씨는 그저 오빠가 나에게 화가 났을 때 기분을 푸는 도구였을 뿐이야. 이제 내가 여기에 있고 오해가 풀렸으니 오빠는 곧 마음을 돌릴 거야. 오빠는 서윤 씨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이윤영은 송서윤에게 단언하듯 말하며 심건모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심건모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송서윤을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말이다.맑은 그의 검은 눈동자에 미세한 빛이 모였다.“정말 그런가요?”송서윤은 그렇게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미묘한 빛이 스쳤다.‘냉정하고 이성적인 심건모?’‘그리고 사랑받는 존재?’그녀는 도저히 그들을 연결 지을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카락으로 표정을 가렸다. 의지할 곳 없이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정말 그렇다면 제가 두 분을 이어 드릴게요.”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심건모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심건모가 처음으로 송서윤의 손을 붙잡았다. 목소리는 아주 잔잔했다. “내 말을 들어줘.”그는 그 누구에게도 부드러운 말로 화해를 구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에게만 그러했다.심건모가 송서윤의 손을 막 붙잡았는데 송서윤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녀가 바닷가로 홀로 달려가는 모습은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묘하게 떨리게 했다.“가지 마, 오빠.”이윤영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소리를 지르며 막으려 했다. 그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심건모의 눈썹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비서가 즉시 이윤영을 끌어당겼다.이윤영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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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예전에 인연이 있었다. 이씨 가문의 어르신이 심건모의 아버지를 구해준 적이 있었다.두 집안은 대대로 교류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씨 가문의 어르신은 두 집안이 사돈을 맺을 것을 제안했다.심경욱은 거절하기 어려웠다.그는 예전에는 남은 생을 누구와 보내든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씨 가문의 딸과도 괜찮을 것이라 여겼다.심경욱이 주선하여 이씨 가문의 딸 이윤영과 약혼을 정했다.심건모는 거절하지 않았다. 평생의 대사가 해결되었으니 마음 놓고 큰 포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송서윤을 만나기 전까지는.그녀를 만나고 나서야 그는 자신도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인생은 누구와 함께하든 똑같지 않았다.심건모의 심장이 미세하게 두근거렸지만 그는 아직 입을 열지 못했다.송서윤이 갑자기 몸을 돌려 그를 꼭 끌어안았다.그의 심장 박동이 순식간에 빨라졌지만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응시했다.“건모 씨, 저 좀 안아주세요.”송서윤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아까의 괴로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보고 계세요.”불과 몇 분 전, 심건모의 부모님은 송서윤이 어젯밤 고열로 앓았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하러 왔다가 정원에서 이윤영이 심건모에게 매달리는 광경을 목격했다.그들은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어머, 윤영이가 건모 손까지 잡았는데 서윤이는 왜 아무 반응이 없지.”“이런, 아예 안아 버렸네.”“건모 곁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 건모의 안전을 지키기는 하는 거야? 아무나 함부로 가까이 접근하게 하다니.”“어서 떼어내지 않고!”“건모도 참, 바보도 아니고 이윤영을 왜 안 떼어내?”“건모가 직접 떼어내면 오히려 더 엉겨 붙을걸.”심경욱이 말했다.“서윤이는 저렇게 아무 반응도 없으니.”“나라면, 당신이 다른 여자랑 저렇게 엉겨 붙으면 당장 화내면서 따졌을 거야.”“건모와 서윤이가 혹시 가짜...”송서윤은 멀리서 그들이 속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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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송서윤은 고영훈을 보자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며 나왔다.그녀가 미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심건모의 부모님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송서윤은 고영훈을 바라보았다. 그가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부모님은 그들 세 사람이 서로를 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건모는 워낙 무뚝뚝해서 뭘 물어봐도 답을 얻기 힘들 것 같았다. 곧바로 송서윤을 향해 말했다. “서윤아...”이정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건모는 송서윤을 감싸안았다. 그녀는 그의 품으로 안겨 들어갔다.두 사람의 키 차이는 20cm가 넘었다. 그녀는 몸이 들어 올려지면서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까치발을 든 채 가까이 다가오는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그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위로 드리워졌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기 직전, 불과 몇 밀리미터 거리에 멈췄다.가까이 다가가자 희미한 먹 향이 그녀의 달콤한 향기와 뒤섞였다.그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송서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두 사람의 얼굴이 거의 맞닿았다.심건모는 송서윤의 가는 허리를 안은 두 손에 힘을 주어 감쌌다.특수경찰들이 이미 도착해 안팎으로 세 겹의 인간 방패를 만들었다.고영훈은 눈이 찢어질 듯 분노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 자신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떨어져!”그는 그저 그들이 엉겨 붙은 몸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그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피가 솟구치면서 순식간에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말도 안 돼!’‘내 아내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리 없어. 다른 남자에게 키스할 리도 없어. 오직 나에게만 키스해야 해!’그의 머릿속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나눴던 격렬한 스킨십의 순간들과 그녀가 자신과 허연수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상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서윤이도 지금의 나처럼 괴로웠을까?’이런 생각을 하자 그의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다.뒤따라온 경호 팀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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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심건모는 이미 평소의 담담했던 모습으로 돌아왔다.“집사님에게 들었는데 어젯밤 저를 밤새도록 지키셨다면서요?”송서윤은 무의식적으로 심건모의 손을 바라보았다. 등 뒤 허리 부근에서 방금 그 손이 자신을 얼마나 세게 안았는지 떠올라 저릿한 감각이 전해졌다.“서윤 씨가 아픈데 돌봐야지.”심건모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검은 눈동자에는 빛이 일렁였다.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깊은 피로감에 잠이 들었다.깨어났을 때, 그는 그녀와 함께 누워 있었다.그는 그녀를 안고 있었고 그녀는 그의 품에 파묻혀 있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했다.“고마워요, 건모 씨.”송서윤은 살며시 웃었다. 심건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들은 해변가에서 잠시 머물렀다.멀리서 이윤영은 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의 뒤에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서 있었다.“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승산이 없어, 윤영아.”말하는 사람은 심건모의 외삼촌, 이태석이었다.“나는 건모가 한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 본 적이 없어. 분명 마음이 움직인 거야.”“아니에요!”이윤영은 이태석을 바라보았다. “건모 오빠와 서윤 씨가 함께한 지는 일 년 남짓이지만 저는 건모 오빠와 스무 해를 함께 했어요.”“삼촌도 두 사람 관계를 찬성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왜 건모 오빠의 행방을 저에게 알려주셨겠어요?”이태석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어머니의 뜻이었어.”“마지막으로 저를 도와주세요.” 이윤영이 간청했다. “만약 건모 오빠가 그래도 서윤 씨를 선택한다면 다시는 집착하지 않을게요.”“응.”이태석은 별다른 감정 없이 덤덤하게 답했다.잠시 후 비서들이 달려왔고 송서윤과 심건모는 돌아갔다.심건모는 업무에 몰두했다. 송서윤 역시 노트북을 안고 컴퓨터 부서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동시에 온라인으로 송정우의 행방을 찾고 은행 내부 직원들을 조사했다.정오, 식탁에서 이태석이 사냥을 제안했다.이씨 가문은 강철 케이블 사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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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다쳐 누워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그녀가 당혹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윤영 씨?”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심건모를 찾았다. 온몸에 피를 묻힌 채 그녀에게 다가오는 심건모를 보았다.비서들이 손수건으로 그의 몸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윤영이가 나를 구하려다 화살에 맞았어.” 심건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담담하게 설명했다. “놀랐지?”송서윤은 넋이 나간 듯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오빠...”이윤영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심건모는 송서윤에게서 시선을 옮겨 이윤영의 상태를 살폈다. “위험한 곳에는 맞지 않았어. 헬리콥터가 곧 병원으로 데려다줄 거야.”“날 떠나지 마.”이윤영은 목숨을 걸고 연민을 사고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몸의 고통이 극심하여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지만 그녀는 심건모의 손을 잡았다. “나 너무 무서워.”심건모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 뒤를 부축했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옆에 있는 수행원에게 말했다. “헬리콥터가 도착하면 내가 윤영이와 함께 병원에 갈 거야. 일부 인원은 남아서 서윤이와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집에 가.”“예.” 비서가 즉시 대답하고 바로 준비했다.심건모의 시선은 이윤영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송서윤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몇 분 후, 그는 이윤영과 함께 헬리콥터에 올랐다.송서윤은 그 자리에 서서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집을 나설 때 신발 신는 것을 잊어 맨발로 달려왔다. 나뭇가지에 긁혀 발바닥에 여기저기 상처가 생겨 있었다.그래서 발이 시리고 아프게 느껴졌던 것이다.“사모님.”비서가 갑자기 헐떡이며 달려와 신발 한 켤레를 송서윤에게 건넸다. “도련님께서 사모님은 반드시 의사에게 진찰받으라고 하셨습니다.”해변에는 이미 다른 헬리콥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송서윤은 먼 하늘을 한 번 바라보았다. 비서가 가져온 신발을 신고 숙소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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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헬리콥터는 해안에서 그리 멀리 날아가지 않은 상태였다. 송서윤과 고영훈이 잇따라 바다로 추락하고 곧바로 특수경찰들에게 발견되었다.“무슨 일이에요?”심여진이 급히 달려왔다.“사모님께서 고 대표님 헬기에 타셨는데 두 분 다 바다로 떨어졌어요.”하은이 심여진에게 말했다.하은은 심건모가 심씨 가문 사람들을 돌보라고 남겨둔 사람이었다.“당장 사람 건져 올리지 않고 뭐 해요!” 심여진이 호통쳤다.특수경찰들은 이미 그들이 떨어진 방향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송서윤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몸이 누군가에게 휘감겼다.뒤를 돌아보니 고영훈이었다. 그녀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 “만지지 마!”고영훈이 그녀에게 닿자 전나무 향이 그녀의 콧속에 감돌았다. 송서윤의 머릿속에는 그와 허연수가 자신의 눈앞에서 추한 짓을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만 같았다.“여보, 여긴 보통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야. 자칫하면 파도에 휩쓸려 갈 수도 있어.”고영훈은 송서윤을 더욱 세게 안았고 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 뒤에 밀착되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해변에 가면 놔줄게.”송서윤은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두 손으로 그를 때리고 발로 그를 걷어찼다. 그의 큰 손이 즉시 그녀의 손과 가슴을 짓눌렀다. 발목도 그의 큰 손에 붙잡혔다. 발바닥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밀려왔다.그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몸이 채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차가운 바닷물에 휘감겨버리고 말았다.그녀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체력은 조금씩 소진되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고영훈은 자신이 그녀의 발을 아프게 잡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물속에 잠겨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달랬다. “여보, 말 좀 들어. 더 움직이면 체력이 다 소진돼서 결국 나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어.”송서윤의 눈빛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그녀는 구역질을 했다.머리 위의 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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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오빠, 이게 어떻게 된 거야?”심여진이 걱정스러운 듯 고영훈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송서윤이 떠난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고영훈은 시선을 거두고 경호 팀장과 함께 자리를 떴다.“오빠, 내가 의사에게 얘기할게.” 심여진이 따라가려 했다. 아무리 불러도 고영훈은 돌아보지 않았다.흰 셔츠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두 줄의 핏자국은 분명히 이빨 자국이었다.그녀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왜 자신의 올케와 같은 헬리콥터에 있었는지, 그리고 왜 함께 바다로 떨어졌는지?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심여진의 마음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영훈과 송서윤 사이에 뭔가 숨겨진 일이 있는 것 같았다.하은이 심여진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 “혹시 고 대표님 부인을 본 적 있으세요?”심여진은 당연히 고영훈의 아내를 본 적이 없었다.3년 전, 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고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터넷에는 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그녀는 고영훈의 휴대폰에서 여자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지만 아주 멀리서 흘긋 본 것뿐이라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녀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하은을 바라보았다.‘그럴 리가?’‘말도 안 돼!’그녀가 대답했다. “못 봤어요.”“분명 누군가는 봤을 텐데요.”하은은 그 말을 끝내고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신분으로는 비밀을 누설할 수 없었다.당연히 심여진에게 송서윤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줄 수도 없었다.‘하지만 발설한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면?’심여진은 아진시 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영은 언니, 곧 방학이죠?”“언니랑 아린이랑 같이 와서 놀래요?”...송서윤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젖은 머리를 말리며 욕실에서 나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진도연이 보였다.“나 괜찮아요.”“언니.”진도연은 초조하게 입을 열었다. 마음속으로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소 교수님 댁에 손님으로 왔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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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송서윤은 차창문을 닫았다.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주소를 알려주었다.고영훈은 송서윤의 말을 듣고 마치 바늘을 삼킨 듯 온몸이 저려왔다.사랑하는 아내가 그를 감옥에 보내려 하다니.그녀를 한 번 더 보려 했지만 그녀는 냉정하게 창문을 닫아버렸다.송서윤이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미 와 있었다.소주원과 소도윤은 다행히 무사했다. 그녀는 소도윤을 껴안았다.“미안해, 도윤아.”송서윤은 슬픔에 잠겨 소도윤을 안았다. “이모가 늦었어.”하지만 소도윤의 시선은 송서윤을 넘어섰다.“아저씨.”송서윤은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고영훈을 보았다. 그의 상처투성이 눈빛과 마주쳤지만 망설임 없이 경찰에게 그를 지목했다. “제 친구를 불법 감금한 사람입니다.”이 한마디는 고영훈의 심장을 단번에 찔렀다.그의 온몸에서 살기가 번졌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위해 자신을 신고하다니. 그가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화가 난다고 한들 어찌하겠는가, 자신의 아내인 것을.고영훈은 송서윤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이 사람이 맞습니까?”경찰이 소주원에게 물었다.“네.”소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전에 우리 집에 온 후로 제 휴대폰과 차 열쇠를 압수하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우리를 감금했습니다. 그때 도연 씨도 현장에 있었습니다.”진도연이 이때 송서윤 뒤에서 걸어 나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진도연입니다. 그때 고 대표님이 교수님의 휴대폰과 차 열쇠를 가져간 것은 맞지만 못 나가게 하지는 않았어요.”소주원은 진도연의 말에 약간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도윤이와 도연 씨를 보호하기 위해 충돌하지 않은 것뿐입니다.”“저희가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관련 인원들은 경찰서로 가셔야 합니다.”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다.송서윤은 당연히 진술을 위해 동행해야 했다. 소주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걸어 나가는 내내 그녀는 죄책감 가득한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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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고영훈은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소주원을 두들겨 패서 이빨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그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다.다만...그는 아내를 더 이상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소 교수 집 옆에 있는 별장을 사.”고영훈이 경호 팀장에게 지시했다.경호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따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심여진 씨가 따님과 아린 양을 경원시로 초대했다고 합니다. 하준이도 함께 데려오고 싶어 합니다.”고영훈은 고하준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빛이 음울하게 변하였다. 경호 팀장은 고영훈이 여전히 고하준 때문에 송서윤이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다.삼 년 동안, 고하준은 줄곧 보육원에서 지냈다. 심장병 진단을 받았는데도 고영훈은 그를 데려오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너무 안타까웠다.경호 팀장은 고영훈의 미움을 살 위험을 감수하고 설득했다. “사모님께서 도련님을 보시면 혹시 마음을 돌리실지도 모릅니다.”“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사모님이 예전에 도련님을 얼마나 아끼셨습니까. 도련님 일은 뭐든 전부 직접 챙기셨습니다.”고영훈은 경호 팀장의 말과 함께 과거를 떠올렸다. 고하준의 유치원 숙제인 수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며칠 동안 고영훈을 냉대할 정도였다.그녀는 고하준을 더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고영훈은 덤덤하게 답했다.“응.”...군 병원, 입원실.이윤영은 수술을 마치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심건모는 병실 소파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도련님, 저희가 여기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비서가 그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권유했다.심건모는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손으로 미간을 가볍게 짚었다.이윤영이 기절하기 전에 자신에게 애원했던 모습, 그리고 이씨 가문의 행태를 떠올렸다.“조사는 어떻게 되었지?”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비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외삼촌입니다. 사냥 중 멧돼지에게 부딪히면서 손에 쥐고 있던 활이 느슨해져서 실수로 쏜 것이라고 합니다.”“어르신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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