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윤영을 만났을 때 그녀의 당돌함이 떠올랐다.하지만 지금, 차갑게 박힌 이 글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생각보다 그토록 강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측은해 보였다.송서윤은 손가락을 말아 주먹을 쥐고 노트북 옆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 순간,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옅은 먹 향이 코끝을 감쌌다. 송서윤은 눈을 떴고 심건모의 담담한 눈빛과 마주쳤다.“왜 바닥에 앉아 있어?”심건모는 송서윤을 잡아끌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분명히 떠날 때는 침대에 잘 누워 있었는데.송서윤은 전기에 감전된 듯 심건모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것도 아니에요.”심건모는 허공에 멈춘 손을 거두었고 자세를 바르게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방 안에는 옅은 담배 냄새가 잣나무 향과 섞여 있었다.그의 검은 눈에는 그녀가 볼 수 없는 어두운 물결이 소용돌이쳤다.“건모 씨, 일찍 쉬세요.” 송서윤의 의도적인 거리 두기에 심건모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한순간일 뿐 다시 풀렸다.“응.”심건모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방을 나서자 뒤편의 문이 도둑을 막기라도 하듯 빠르게 닫혀버렸다.그는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다.하은이 심건모 앞으로 불려 나갔을 때, 특수경찰들은 고개를 숙인 채 호되게 혼나고있었다.심건모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을 살짝 구부린 채 맞은편의 굳게 닫힌 방문을 응시하고 있었다.“국장님, 저희는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이고 그때 하 비서가 지키고 있었어요.” 그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그대로 있고 사라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하은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상황을 알아차렸다. “국장님, 제가 배가 좀 불편해서 몇 분 자리를 비웠는데 사모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심건모가 구부린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 번 두드렸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세 사람의 몸이 크게 떨렸고 거의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을 지경이었다.“내 옆에 있을 필요 없어.”이 말을 듣자 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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