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이 열리자 송서윤의 온화했던 표정은 순식간에 차갑고 매서워졌다. 고영훈의 심장은 세게 찢기는 듯했다.그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문은 고영훈의 얼굴 앞에서 세차게 닫혔다.“여보, 나 사과하러 왔어.” 고영훈은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지만 마음은 어둑하게 가라앉고 있었다.“내가 좀 조급했던 건 맞지만 소 교수님이나 소도윤 군을 해칠 생각은 전혀 없었어.”고영훈의 길쭉한 손이 문짝을 조심스레 건드렸다. 마치 사랑하는 물건을 만지듯 했다.송서윤의 쇠약해진 모습, 추락 사고로 인해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니 뼛속까지 스며든 그리움이 그의 검은 눈동자에 가득 고였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안고 싶었다.방문이 갑자기 열렸고 고영훈의 속눈썹이 떨렸다.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순간 그는 소주원의 의기양양한 눈빛과 마주쳤다.“이건 도윤이에게 주는 변신 로봇이고, 이건 소 교수에게 주는 협력 의향서입니다.”고영훈의 검은 눈동자가 아래로 가라앉았고 말투는 다소 딱딱했다. 시선이 안을 향했지만 소주원이 직접 걸어 나와 문을 닫아버렸다.“필요 없습니다!”소주원은 경호원이 내민 물건을 차갑게 훑어보았다.“고 대표님은 자중하시고 더 이상 저와 아이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말아주세요.”소주원은 ‘아이 엄마’ 네 글자에 특히 힘을 주어 짓밟듯이 말했다.고영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울컥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지만 억지로 견뎌야 했다. “도윤이에게 주는 선물은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가 없어요.”그는 변신 로봇을 직접 건네주었다.아이의 자율성을 길러주기 위해 본인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본 뒤 결정하는 터라, 소주원은 빌라 안으로 들어가 소도윤에게 물어본 후 다시 나와 선물을 받았다.“가보셔도 좋습니다!”내쫓듯 차갑게 뱉어낸 소주원의 말에 고영훈도 하는 수 없이 빌라로 돌아갔다.“대표님, 화면이 아주 선명합니다.” 경호팀장이 손에 든 태블릿 PC를 고영훈에게 건넸고 디스플레이에는 동기화된 감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시야가 가끔 가려지기도 하고 가끔 선명해지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