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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가장 가까운 배신: Kabanata 21 - Kabanata 30

100 Kabanata

제21화

고하준은 고영훈과 허연수가 신신당부했던 말이 떠올라 입술을 꼭 다물었다.“저... 이름은 잘 몰라요.”“그 아이 이름, 한 번도 안 물어봤니?”송서윤은 지금까지 아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고하준이 진실한 아이란 걸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더듬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고하준을 보며 송서윤은 조용히 아이의 손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여아린의 방을 나서려던 순간, 고영훈과 고영은이 복도에 들어섰다.엄마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본 고하준은 얼마 전 아빠에게 뺨을 맞았던 아픈 기억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이번에도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아빠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두려운 마음에 고하준은 황급히 방을 뛰쳐나가 송서윤, 고영훈, 고영은 앞에 섰다.“엄마, 그 아이 이름은... 고민지야.”말이 입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옆에 서 있던 고영훈과 눈이 마주친 고하준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송서윤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곧바로 고영훈을 노려봤다. 그리고 고영훈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움켜쥔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고민지? 그 애 이름이 고민지라고?”두 눈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비통함이 가득했다.‘10년을 사랑한 사람,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 아이 이름을 고민지라고 짓고... 이렇게까지 나랑, 세상 떠난 우리 아이를 모욕할 수가 있냐고.’송서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이자, 고영훈이 그녀를 부드럽게 붙잡으며 조용히 말했다.“여보, 이 이름이 싫으면, 나중에 우리가 아이를 입양할 때 원하는 이름으로 바꿔도 돼.”“고민지? 고민지가 누군데?”고영은이 고하준을 일으켜 세우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언니가 왜 저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지?’고하준은 고영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이미 아빠와 약속했지만, 결국 비밀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아, 그 애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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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사흘째 되던 날, 송서윤은 여씨 가문이 결국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여권식 회장은 그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너 때문에 두 집안이 원수지간이 됐어, 그것도 하잘것없는 불륜녀 하나 때문에!”주희영이 고영은을 향해 쏘아붙이며 뒤따라 들어왔다.고영은은 얼른 송서윤 뒤로 몸을 숨겼다.“네 오빠가 너 하나 지키겠다고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고 은혜를 배신하는 짓까지 하게 됐어. 그동안 고씨 가문을 믿고 의지해온 가문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니? 오늘은 반드시 너를 쫓아낼 거야!"주희영이 눈짓을 보내자, 도우미들이 일제히 고영은을 붙잡으려 달려들었다.고영은은 다급히 송서윤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언니, 제발 나 좀 도와줘...”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송서윤이 중간에서 두 사람을 말렸을 것이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히 고영은의 손을 떼어내고는 방을 나섰다.모두가 놀랐지만, 지금은 누구도 송서윤의 감정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2층에서 고영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엄마, 이제 와서 저를 쫓아낸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요? 남들은 그걸 대의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이제 그만 착각해요.”이어진 건 거침없는 뺨 소리였다.그 순간부터 송서윤은 모든 소음을 등진 채 저택을 나섰다.차를 몰고 별장 구역을 빠져나오는 내내, 그녀는 쓸쓸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마음속 응어리를 조금씩 털어냈다.한참을 달리던 중,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앞으로 스쳤다.급하게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결국 길을 벗어나 큰 나무에 부딪혔다.안전벨트와 에어백이 동시에 작동하며 송서윤의 의식이 서서히 흐려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손과 발이 저렸고 조금만 고개를 움직여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몸이 나무 의자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이 납치당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힘 빼. 고영훈한테 전화해서 고영은 데리고 당장 여기 오라고 해.”낡은 철문 너머로 여준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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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쏟아지는 가운데, 사진 속 파편들만이 허공을 헤집으며 흩날렸다.여준기는 광기에 휩싸여 웃어댔고 그 사이 송서윤만이 어렴풋이 보이는 사진 속 고영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얼굴에는 들통난 자의 당혹이나 후회 따윈 없었다.오히려 깊고 고요한 어둠, 단단한 결의가 눈동자 밑에 내려앉아 있었다.고영훈은 여준기가 송서윤의 목에 겨누던 칼을 낚아채 힘껏 내던지며 쓰러지는 송서윤을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여준기는 고철 더미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경호원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다.얼굴이 이미 일그러지고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여준기는 끝까지 미친 듯 저항하며 소리쳤다.“영은아, 잘 봐! 네가 그렇게 믿는 오빠가 그동안 얼마나 지저분하게 살아왔는지! 아진시 상류사회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네 오빠의 추악한 실체!”고영은은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을 바라보다, 고영훈과 송서윤을 번갈아 올려다보았다.‘설마, 오빠가 언니를... 오빠는 언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사람이었는데. 하지만, 사진 속 남자는 분명히 오빠야.’송서윤은 극도의 혼란과 현기증에 휩싸여 힘없이 고영훈의 품에 기대었다.칼은 고영훈의 손에서 떨어졌고 손바닥에 붉은 피가 흥건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송서윤의 뇌리에는 오래전 기억이 밀물처럼 떠올랐다.한때 고영훈은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진 적이 있었다.그렇게 송서윤은 고영훈을 사랑하게 됐다.하지만 이제는 그의 이런 모습들마저도 더 이상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이제 24일만 지나면 완전히 떠날 수 있어...’고영훈은 떨리는 숨결로 송서윤의 이마와 눈가에 입을 맞추며 안도와 애틋함을 드러냈다.“여보, 정말... 나 너무 무서웠어.”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그는 송서윤을 힘껏 안고 일어섰다.“지금 당장 병원에 데려갈게.”고영훈은 문턱을 나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저 자식은 바로 경찰서로 넘겨.”그제야 고영은이 넋을 차렸다.경호원들이 여준기의 입을 막아 끌고 가는 모습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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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고영은은 여아린을 떠올리자,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아니야, 이 모든 건 다 네 잘못이야. 네가 나한테 했던 짓, 절대 용서할 수 없어.”“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 부족한 거 없이 다 해줬고 아린이 역시 여명 그룹의 후계자 자리에 올려줬잖아. 그런데도 넌 결국 우리 모두를 망가뜨렸어.”여준기는 고영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녀가 무너질 듯 흔들리는 모습을 마지막 기회로 느낀 것이었다.“그 여자 이미 내쫓았어. 아이도... 더는 없어. 우리 예전처럼 돌아가자. 영은아, 제발 나를 용서해줘. 그리고 네 오빠한테도 부탁해, 여명 그룹만은 건드리지 말라고... 부탁이야...”그 순간, 무언가가 여준기의 목덜미를 세차게 내리쳤다.여준기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고 경호원들이 재빨리 그를 제압해 차에 태웠다.경호원 한 명이 고영은에게 조용히 말했다.“아가씨, 저런 남자한테 더는 미련 두지 마세요. 사모님께 손을 댄 이상, 감옥행으로 끝날 일이 아닐 겁니다. 부디 고 대표님과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고영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지만, 입술에서는 단호한 말이 흘러나왔다.“당연하죠. 저 인간... 죽어도 모자라요. 바람피우고 배신한 것도 모자라, 언니까지 납치하다니. 오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 주세요. 언니부터 봐야겠어요.”경호원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 고영은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차 뒷좌석에 앉은 고영은은 손에 쥔 사진들을 조용히 구겨버렸다.잠시 후,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여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봐. 하나도 빠짐없이.”‘여준기 말만 믿고 오빠랑 언니를 의심할 순 없어. 진실은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해.’병실 안, 송서윤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영훈은 피투성이가 된 손을 신경 쓸 틈도 없이 침대 곁에서 송서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고 대표님, 사모님은 얼굴에 작은 상처 외에는 큰 부상은 없습니다.”아진시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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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누군가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싸자, 고영은은 뒤돌아보다가 그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지원 언니...”두 사람은 병원 휴게정원 한가운데 나란히 앉아 있었다.휴게정원에는 오로지 튤립만이 가득했고 다른 꽃은 없었다.이곳은 케이원 그룹 산하 병원이었다.예전에 송서윤이 이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을 때, 무심코 ‘병원 마당을 튤립으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 한마디에 고영훈은 병원 정원에 있던 다른 꽃들을 모조리 뽑아내고 온 정원을 오직 튤립으로 뒤덮게 했다.“영은아, 네 일 다 들었어.”서지원이 티슈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옛 인연 가면 새 인연이 오는 거야. 넌 고씨 가문 아가씨 아니냐,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만 해도 병원에서 에펠탑까지 줄 설걸?”‘고씨 가문 아가씨...’고영은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어른거렸다.“엄마가 날 집에서 쫓아낼지도 몰라.”그녀가 낮게 말했다.서지원은 깜짝 놀란 듯 다시 물었다.“말도 안 돼! 넌 이모님의 금쪽같은 딸이잖아.”고영은은 쓸쓸하게 고개를 저었다.“금쪽같은 딸? 서윤 언니가 나타나기 전까진 그랬겠지.”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배어 있었다.그녀는 주희영이 자신과 송서윤을 얼마나 다르게 대했는지 떠올렸다.그녀에게는 늘 냉정하고 엄격하게 굴며 온갖 엘리트 교육과 각종 훈련을 쉴 새 없이 시켰다.반면, 송서윤에게는 모든 걸 허락하고 원하는 대로 살게 해줬다.‘나는 이 집안의 후계자, 언젠가 이 집안을 책임질 주인공이 되어야 했으니까. 송서윤은 어차피 우리 집에 잠깐 머무는 외부인일 뿐이라고 엄마는 설명했었지. 그런데, 언니가 결혼할 무렵에야 깨달았어. 엄마는 언니를 이미 오래전부터 며느리, 케이원 그룹 후계자의 아내로 점찍어 둔 거였다는 걸.’그때 느꼈던 알 수 없는 소외감을 잊을 수 없었다.하지만 송서윤은 언제나 다정했고 그녀를 친동생처럼 아껴주었다.송서윤의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뒤 고씨 가문에 시집온 그녀가 더 외로울까 봐 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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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사설탐정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허연수 씨는 송서윤 씨의 이복여동생입니다. 허연수 씨의 신상 정보를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고영은은 짧게 대답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잠시 후, 휴대폰으로 사설탐정이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메일에는 허연수의 사진과 함께 학력과 가족관계가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허연수는 청원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학 시절 퀸카였다는 소문에다 고영훈이 청원대학교에 건물을 기부하면서 예체능 특기생 명목으로 부정 입학까지 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기록돼 있었다.학적 서류 하단에는 ‘기부자: 고영훈(케이원 그룹 대표이사)'라는 설명이 추가돼 있었다.이 정도면 두 사람의 관계가 헛소문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임을 보여주는 자료였다.고영은의 시선은 화려한 허연수의 사진에서 가족관계란으로 천천히 옮겨갔다.아버지란에 적힌 이름은 [송지철]이었다.‘이 이름은... 언니가 이미 인연을 끊은 친아버지와 똑같잖아. 허연수가 언니의 이복동생이라니, 그리고 이제는 언니의 남편을 뺏은 불륜녀가 된 거잖아!’고영은의 속은 복잡하게 가라앉았다.입가에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오빠가 진짜 언니한테 못 할 짓을 한 건데...”이 진실은 고영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뿐이었다.고영훈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오빠이자, 그녀가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주희영이 아무리 반대해도 고영은은 오빠를 믿었고 여준기와의 결혼도 자신의 선택이었다.여씨 가문이 고씨 가문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다는 것도 알았지만, 여준기가 자신을 아껴주고 여아린까지 정성껏 챙겨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모든 걸 걸고 이혼을 선택했는데, 현실은 자신에게 냉정한 진실만을 남겼다.‘송서윤 언니도 오빠의 외도를 이미 알고 있었고 아무것도 밝히지 않은 채 견디고 있었어. 정작 나는 언니의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부부관계를 정리했는데, 만약 언니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냥 엄마 뜻대로 살았을지도 모르지...’고영은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언니는 오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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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고영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피가 맺힐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서러움을 이기지 못했다.고씨 가문의 딸로 태어났으면서 이제는 집안에서조차 외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을 수 없이 억울했다.송서윤이 처음 아진시에 왔을 때,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고영은은 이를 악물며 마음을 다잡았다.‘혜정 이모 기일은 내가 직접 챙길 거야. 언니가 감동해서 눈물 흘리게 해주겠어. 이렇게 된 이상, 아무도 행복하게 두지 않을 거야. 모두 똑같이 힘들어져야지.’한편, 병실 안 송서윤은 온몸이 지쳐 정신이 아득해졌다.희미한 의식 속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 이혼 후 처음 아진시에 왔던 날이 떠올랐다.아무도 없는 낯선 집, 그리고 그곳에서 겪었던 첫 번째 납치 사건, 몸값으로 요구된 건 16억 원은 엄마가 평생을 모아온 전 재산이었다.고영훈은 직접 돈가방을 들고 송서윤을 구하러 왔다.하지만 돈을 받은 범인은 약속을 어기고 그녀를 풀어주지 않았다.그때, 고영훈이 케이원 그룹 후계자임을 밝히며 스스로를 인질로 내세웠다.“날 데려가. 난 얘보다 훨씬 값어치 있을 거야.”범인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두 사람은 맞바꿔졌다.그러나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던 그 순간, 범인의 동료가 창고에 불을 질렀다.화염이 치솟는 공간에서 고영훈은 온몸으로 송서윤을 보호했다.“어서 도망쳐! 여기서 나가! 나 신경 쓰지 마!”숨이 막힐 듯 뜨거운 열기와 연기에 질식할 것 같은 공포, 그리고 고영훈이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는 순간,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안 돼, 제발... 영훈아!”송서윤은 그때를 떠올리며 흠뻑 젖은 환자복을 꼭 쥐었다.놀라서 눈을 번쩍 뜨자 고영훈의 핏기 없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괜찮아. 다시는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송서윤은 그를 올려다보며 억눌렀던 슬픔을 결국 눈물로 쏟아냈다.그때만 해도, 그는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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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뭐라고요?”송서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힘이 빠져 있었다.고영은은 놀란 얼굴로 진단서를 받아서 들었다.“수치가 확실히 임신 기준을 넘었어, 오빠. 데이터상으로 보면 언니, 임신 맞아.”주희영이 송서윤을 못마땅해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둘째를 바라왔고 송서윤 역시 오랫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애써왔다.이제야 겨우 그 바람이 이루어진 셈이었다.그런데도 고영은의 마음은 오히려 더 아려왔다.똑같이 남편에게 배신당한 입장인데도, 결국 누가 더 참고 견디느냐에 따라 ‘행복’이 주어지는 현실이 씁쓸했다.송서윤은 무표정하게 고영훈을 바라봤다.‘임신이 확실한데 왜 아니라고 하는 걸까...’고영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여보, 조 교수님이 착각하신 거야. 임신 아니야.”“오빠, 그게 아니잖아? 이 수치, 틀림없어.”고영은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가 고영훈의 눈빛에 겁을 먹고 그만 입을 다물었다.“넌 의사도 아니면서...”고영훈은 짧게 타이르듯 말하고는 다시 송서윤을 다정하게 바라봤다.송서윤은 그런 고영훈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조대웅 교수는 거짓말을 할 분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녀를 속이려는 건 고영훈 쪽이었다.이미 모든 기대가 무너진 지 오래였는데, 고영훈은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녀를 다시 한번 절망하게 했다.이 결혼에서 아이를 바란 사람은 오직 송서윤뿐이었고 유산한 아이 때문에 아파했던 것도 그녀뿐이었다.“여보, 조 교수님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조금만 더 쉬어.”고영훈은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는 냉랭한 얼굴로 조대웅을 불러 병실을 나섰다.송서윤의 시야는 금세 눈물로 흐려졌다.손을 꼭 잡아주는 고영은의 온기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언니, 괜찮아. 언니도 오빠도 아직 젊으니까,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야.”고영은의 조심스러운 위로에 송서윤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난... 이젠 임신하기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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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네, 그렇게 부탁할게요.”송서윤이 병실로 돌아오자, 주희영이 도우미들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주희영은 고영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고, 그 충격에 고영은은 소파 위로 휘청 넘어졌다.송서윤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어머님! 왜 영은이를 때리세요!”송서윤이 주희영에게 정색하며 ‘어머님’이라고 부른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결혼식장에서 그녀가 ‘어머님’이라 부르던 그 순간, 주희영은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이제 엄마라고 불러도 돼.'라며 웃어주었었다.주희영은 잠시 그 호칭에 눈이 흔들렸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영은이가 사고만 치지 않았어도, 네가 여준기한테 끌려가지도 않았을 거고 병원 신세도 지지 않았을 거다.”“그건 영은이 잘못이 아니에요!”송서윤은 고영은을 부축해 일으키며 단호하게 맞섰다.그러나 고영은은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차갑게 송서윤을 노려봤다.“굳이 얘 편들 필요 없어.”주희영은 긴장된 손길로 송서윤을 침대에 눕혔다.“엄마가 직접 보양식 해왔다. 얼른 먹고 기운 차려야지. 따뜻할 때 먹어.”송서윤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고영은의 처지가 떠올라 억지로 입을 열었다.“입맛이 없어요.”“입맛 없어도 몸보신은 해야지.”도우미들은 각자 보온병을 들고 와 온갖 영양식을 내놓았다.주희영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든 것을 준비해 온 듯했다.고영은은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쥔 채, 주희영이 송서윤만 챙기는 모습을 바라봤다.가슴 한구석이 저미고, 서러움이 몰려왔다.그때, 주희영의 냉담한 목소리가 다시 병실에 울려 퍼졌다.“병원 밖에 기자들이 떼로 몰려와 네 망신을 구경하고 있다. 지금 당장 유 집사랑 뒷문으로 나가서 집으로 들어가. 오늘부터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못 나가.”예전에 고영은이 여준기와의 결혼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겠다며 나섰을 때, 주희영은 끝내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결혼 후에도 여씨 가문을 위해 끊임없이 자원을 쏟아부으며 성원시의 명문가로 키워냈다.딸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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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송서윤이 퇴원하던 날, 병원 앞은 수십 명의 기자들로 북적였다.고영훈과 주희영이 양쪽에서 그녀를 감쌌고 경호원들과 도우미들이 그들을 둘러싸며 차까지 에스코트했다.“다친 게 찰과상뿐이라면서 며느리 퇴원하는데 시어머니까지 출동하다니, 역시 재벌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기자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웅성거렸다.“저 집안 며느리가 어디 평범하겠어요? 저분은 고영훈 대표님 아내잖아요. 고 대표가 얼마나 아내를 아낀다든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한다더라고요.”“큰 사모님도 친딸처럼 여기신다잖아. 진짜 금이야 옥이야 모시는 며느리지.”“여준기, 바람피운 대가로 고씨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그 사람 맞지? 게다가 고 대표님 아내를 건드렸으니, 앞날이 뻔하지 뭐.”“여씨 가문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여 회장은 쓰러져서 결국 병원 신세잖아... 몇 년이나 한 식구처럼 지냈는데,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있나 싶어... 이제 남은 자식도 하나뿐이라던데, 진짜 끝까지 쫓아낼 셈인가?”누군가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근데 나도 들은 얘긴데... 고 대표님도 사실 불륜을 저질렀다던데요? 그것도 아이까지 있다고 했어요. 여준기만 몰아붙이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요?”“입조심해요! 케이원 그룹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 들어오면 어쩌려고!”주변 기자들이 재빨리 그를 제지했다. 하지만 문제의 기자는 물러서지 않았다.“진짜예요. 서씨 가문 아가씨가 직접 말해준 거라니까요. 내일 고 대표님의 장모님 제사라고 합니다. 그때 기자들 다 들어간다던데,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봐요. 난 미리 현장부터 잡으러 갈 거니까...”기자들은 그 말에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그때, 인파 한쪽에서 도윤이가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아빠, 예쁜 이모 진짜 괜찮은 거죠?”남자는 아들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며칠 전, 모건을 통해 송서윤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제 곧 조직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의 소식을 말이다.과거, 사랑만 믿고 모든 걸 내던졌던 송서윤이 돌아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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