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준은 고영훈과 허연수가 신신당부했던 말이 떠올라 입술을 꼭 다물었다.“저... 이름은 잘 몰라요.”“그 아이 이름, 한 번도 안 물어봤니?”송서윤은 지금까지 아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고하준이 진실한 아이란 걸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더듬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고하준을 보며 송서윤은 조용히 아이의 손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여아린의 방을 나서려던 순간, 고영훈과 고영은이 복도에 들어섰다.엄마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본 고하준은 얼마 전 아빠에게 뺨을 맞았던 아픈 기억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이번에도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아빠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두려운 마음에 고하준은 황급히 방을 뛰쳐나가 송서윤, 고영훈, 고영은 앞에 섰다.“엄마, 그 아이 이름은... 고민지야.”말이 입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옆에 서 있던 고영훈과 눈이 마주친 고하준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송서윤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곧바로 고영훈을 노려봤다. 그리고 고영훈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움켜쥔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고민지? 그 애 이름이 고민지라고?”두 눈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비통함이 가득했다.‘10년을 사랑한 사람,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 아이 이름을 고민지라고 짓고... 이렇게까지 나랑, 세상 떠난 우리 아이를 모욕할 수가 있냐고.’송서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이자, 고영훈이 그녀를 부드럽게 붙잡으며 조용히 말했다.“여보, 이 이름이 싫으면, 나중에 우리가 아이를 입양할 때 원하는 이름으로 바꿔도 돼.”“고민지? 고민지가 누군데?”고영은이 고하준을 일으켜 세우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언니가 왜 저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지?’고하준은 고영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이미 아빠와 약속했지만, 결국 비밀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아, 그 애는... 내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