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은은 송서윤이 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본 동생이었다.그녀는 한 번도 송서윤에게 나쁘게 마음을 먹은 적 없었고 늘 친언니처럼 다정하게 굴었다. 어쩌면 서지원보다 더 살가웠을 때도 있었다.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결국 고영은은 오빠 고영훈을 위해 송서윤에게 거짓말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더 끔찍한 건 조카인 고하준까지 상처 입히려 들었다는 사실이었다.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일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녀는 그걸 막지 않았다.송서윤은 더 이상 고영은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혹시나 고영은이 고영훈에게 또 무슨 소리를 할지 걱정돼, 조심스럽게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응, 아까 허연수랑 직접 얘기해 봤는데, 네 오빠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래.”고영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어린 시절처럼 잘못한 아이처럼 송서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애교를 부렸다.“언니, 진짜 언니가 화 안 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하지만 송서윤의 마음에는 더 이상 예전의 따뜻함도 연민도 남아 있지 않았다.수년간 쌓아온 애정과 정성, 그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고씨 가문에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식게 했다.더 이상 연기를 할 이유도, 의지도 없었다.송서윤은 고영은을 밀어내듯 떼어내고, 조용히 등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갔다.“언니! 전에 언니 명의로 된 주식 다 나한테 넘겨준다고 했던 거, 기억하지?”고영은이 소리쳤지만, 송서윤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거실을 빠져나갔다.잠시 후, 씻고 방으로 돌아오니 고영훈이 이미 집에 와 있었다.“여보, 북원구 별장은 이미 헐값에 정리했어.”고영훈이 부동산 계약서를 내밀었다.그가 내민 종이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증거이자, 일종의 사과였다.송서윤은 계약서를 받아 들고 무심하게 옆에 내려놓았다.“나 먼저 씻고 올게, 이따가 다시 얘기해.”고영훈은 그렇게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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