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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서지원도 늘 송서윤에게 잘해 주던 친구였다.그래서 아직도 서지원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네가 허연수를 용서할 수 있다면 난 네 선택을 존중할게.”송서윤이 조용히 말했다.서지원이 잠시 망설이자, 송서윤은 다시 덧붙였다.“내가 그날 별장에 왔을 때, 네가 허연수랑 아주 잘 지내는 걸 봤어. 허연수가 내놓은 차도 맛있다고 마시던데.”그 말이 끝나자, 이 자리에 있던 네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서지원은 거의 반사적으로 허연수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불안이 엄습했다. 어쩌면 송서윤이 별장 밖에서 자신들의 대화를 엿들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서지원은 그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머릿속에서 급하게 되짚었다.허연수와 고영훈이 5년 동안 함께 지냈다는 사실만 빼면 딱히 들킬 만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아 그나마 안도했다.“서윤아, 용서 못 해. 강에 던져 버리자.”서지원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허연수가 거의 비명을 지르듯 고영훈을 향해 외쳤다.“안 돼!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 나 수영 못 해! 나 정말 죽을 거야!”이 순간까지도, 허연수는 끝까지 고영훈 앞에서 그들의 관계를 모두 털어놓지 않았다.송서윤은 조용히 고영훈을 바라봤다.고영훈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그 얼굴은 조금 전 명문가 여성들이 허연수를 몰아세울 때와 다를 바 없었다.하지만 그 눈빛만은 달라져 있었다. 허연수를 보는 그의 눈빛에는 짧지만 분명한 연민이 스쳤다.한 번도 송서윤에게는 보여준 적 없는 눈빛이었다.고영훈은 잠시 안타까워하다가,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표정을 바꿨다.“그래. 강에 던져버려.”고영훈이 단호하게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송서윤을 바라볼 때만큼은 다시금 다정하게 변했다.“서윤이를 아프게 한 사람은 누구든 용서하지 않아.”그 순간, 송서윤은 잠시 멈춰 섰다.진실을 몰랐다면 이번에도 그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송서윤은 살며시 고영훈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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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정지욱은 곧장 강물로 뛰어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허연수를 물에서 건져내 끄집어냈다.허연수는 온몸이 물에 젖은 채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기침했다.“형님, 형수님, 제발 연수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저... 저 이제 지원이랑 정리하고 허연수랑 함께하겠습니다.”정지욱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애원했다.송서윤은 정지욱이 마지막 순간 허연수를 위해 물에 뛰어든 것이 뜻밖이었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영훈의 재킷을 벗어 강물에 던져 버리고 묵묵히 그 자리를 떠났다.서지원이 곧장 그녀를 따라왔다.페라리 조수석에 앉은 서지원은 불안한 눈빛으로 송서윤을 바라봤다.“서윤아, 정말 미안해. 나, 일부러 영훈 오빠 일 숨긴 거 아니야. 몇 번이나 말하려 했는데, 네가 너무 상처받을까 봐... 너무 힘들까 봐 차마 말을 못 했어.”서지원이 조급하게 해명했다.“영훈 오빠랑 허연수는 진심이 아니었어. 영훈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너였잖아. 오늘 네가 다 봤지? 네가 진짜로 화나니까 오빠가 허연수를 강에 던지라고까지 했어. 그만큼 널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야. 나는 네가 오빠를 너무 사랑하는 걸 알아서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어. 둘 다 너무 소중해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송서윤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서지원을 바라보았다.잠시 눈이 마주쳤다가, 이내 창밖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내가 떠나려 했다는 걸 영훈 씨에게 말하지 않은 건 고마워. 지원아, 부탁인데 앞으로는 내게 거짓말하지 마.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정말 널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지원의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송서윤, 정말 잘 속는구나.’서지원은 속으로 조용히 비웃었다.“서윤아, 결국 또 마음이 약해진 거네. 허연수 같은 애는 죽어도 싸. 만약 살아남으면 또 영훈 오빠를 놓지 않으려고 할걸.”서지원이 의미심장하게 내뱉었다.송서윤은 한 번도 누구를 죽음으로 내몬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범죄를 용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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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고영은은 송서윤이 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본 동생이었다.그녀는 한 번도 송서윤에게 나쁘게 마음을 먹은 적 없었고 늘 친언니처럼 다정하게 굴었다. 어쩌면 서지원보다 더 살가웠을 때도 있었다.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결국 고영은은 오빠 고영훈을 위해 송서윤에게 거짓말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더 끔찍한 건 조카인 고하준까지 상처 입히려 들었다는 사실이었다.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일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녀는 그걸 막지 않았다.송서윤은 더 이상 고영은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혹시나 고영은이 고영훈에게 또 무슨 소리를 할지 걱정돼, 조심스럽게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응, 아까 허연수랑 직접 얘기해 봤는데, 네 오빠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래.”고영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어린 시절처럼 잘못한 아이처럼 송서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애교를 부렸다.“언니, 진짜 언니가 화 안 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하지만 송서윤의 마음에는 더 이상 예전의 따뜻함도 연민도 남아 있지 않았다.수년간 쌓아온 애정과 정성, 그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고씨 가문에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식게 했다.더 이상 연기를 할 이유도, 의지도 없었다.송서윤은 고영은을 밀어내듯 떼어내고, 조용히 등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갔다.“언니! 전에 언니 명의로 된 주식 다 나한테 넘겨준다고 했던 거, 기억하지?”고영은이 소리쳤지만, 송서윤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거실을 빠져나갔다.잠시 후, 씻고 방으로 돌아오니 고영훈이 이미 집에 와 있었다.“여보, 북원구 별장은 이미 헐값에 정리했어.”고영훈이 부동산 계약서를 내밀었다.그가 내민 종이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증거이자, 일종의 사과였다.송서윤은 계약서를 받아 들고 무심하게 옆에 내려놓았다.“나 먼저 씻고 올게, 이따가 다시 얘기해.”고영훈은 그렇게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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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송서윤은 고영훈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기가 건넨 약을 기꺼이 받아 입을 벌려 삼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는 약을 다 삼킨 뒤, 또다시 약병에서 하얀 알약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송서윤은 그의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나는 것을 보고 갑자기 약을 삼킬 의욕마저 사라졌다.순간, 이 비타민은 그녀가 고영훈을 만나기 전부터 복용하던 제품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설마 정말 날 해칠 리는 없겠지...’의심과 불신이 뒤섞였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비타민 병을 쳤다. 하얀 알약들이 바닥에 흩어졌다.고영훈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조용히 몸을 숙여 약병을 주웠다.“도우미들에게 정리하게 할게.”결혼식 날, 그는 자신의 모든 자산에 그녀의 이름을 올려주었고 고하준을 낳은 날에는 케이원 그룹의 지분까지 모두 넘겨주었다.조금 전의 통화는 이미 허연수가 끊어버린 뒤였고, 핸드폰 케이스에는 ‘사랑하는 아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송서윤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정말 허연수가 날 속인 건 아닐까...’책상으로 다가가 북원구 별장 매매계약서를 뒤적였지만, 종이들은 손끝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흩어졌다.그가 모든 걸 내어줬다 해도 결국 자신을 배신했고, 심지어 그 별장조차 자신은 처음부터 알지 못했던 곳이었다.송서윤은 바닥에 흩어진 하얀 알약 한 알을 주워 서랍 안에 넣었다.내일 아침, 안소영을 찾아가 꼭 약을 검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잠시 뒤, 도우미들이 들어와 바닥의 약들을 치웠다.“사모님, 대표님이랑 영은 아가씨가 뒤뜰에서 크게 다투고 계세요.”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먼저 나서서 둘을 말렸겠지만, 이제는 아무런 관심도 생기지 않았다.그래도 몸이 먼저 반응해 습관처럼 2층으로 내려가 보았다.계단에 발을 딛자마자 고영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제삿날, 내가 입에 댄 건 네가 준 물 한 잔뿐이야. 대체 왜 그 물에 약을 탔지?”“오빠...”고영은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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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내일부터 서윤이랑 같이 회사 나가. 서윤이가 납치 사건 이후로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표정이나 말투, 뭐든 이상한 게 있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고영훈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알았어, 오빠. 걱정하지 마.”고영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밤, 북원구 별장에서 송서윤이 결혼반지를 빼내 던진 순간과 이혼을 선언하며 등을 돌려 사라지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고영훈의 가슴은 바짝 조여 들었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혹시 서윤이가 내가 허연수와 어떤 사이였는지 알아챈 걸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영은이한테는 분명 오해라고 직접 말했으니까...’송서윤은 그 대화를 엿듣고 조용히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고영훈이 고영은을 통해 자신을 감시하려는 걸 눈치챈 이상, 더는 그가 의심할 만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뒤뜰에서는 또다시 고영은의 애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제 송서윤은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오빠, 여준기 좀 용서해 주면 안 돼? 소문이 퍼지면 아린이 인생도 망가질 거야. 남들이 아린이를 범죄자의 딸이라고 욕할까 봐 너무 걱정돼.”고영은이 간절하게 부탁했다.하지만 고영훈의 눈빛은 냉정하게 빛났다.“안 돼. 여준기는 서윤이를 해쳤으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 목숨을 붙이고 사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봐준 거야. 너희 모녀 때문에 더 봐줄 건 없다.”“오빠... 그러면 아린이는...”“아린이는 내 조카야. 내가 있는데 누가 감히 함부로 하겠어. 내가 직접 하준이 다니는 유치원에 입학시킬 테니까, 내일부터 하준이랑 같이 등원해.”고영은은 대체로 그의 배려에 만족하는 듯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씁쓸함이 남았다.‘오빠 마음속에서 나와 아린이는 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언니가 그렇게 소중하다면서 바람은 왜... 정말 언니만이 오빠 인생의 전부야?’고영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서윤이는 내가 평생 지켜야 할 사람이야. 그 어떤 누구보다도 소중해.”고영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속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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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송서윤의 말에 사람들의 안색이 한순간에 변했다.고영훈은 아이를 놓아주더니 얼른 송서윤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여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당신을 바보로 봐?”송서윤은 고영훈의 잔뜩 긴장한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의 손을 밀어냈다. 그러고는 그네 위에 있는 여자애를 가리켰다.“저 여자애가 먼저 남자애가 타고 있는 그네를 빼앗았어. 그래서 남자애가 화가 나서 여자애를 밀어버린 거야. 그런데 뒤에 온 이 여자애는 모든 상황을 다 봐놓고서도 저 여자애를 도와 남자애한테 소리를 질렀어. 그런데 지금 나더러 이런 애를 입양하라고?”송서윤이 화가 난 얼굴로 고민지를 바라보았다.고영훈은 그녀의 말에 안도한 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랬어? 내가 그 장면을 못 봐서 오해했네.”하지만 송서윤이 화를 내면서까지 말한 이상 쉽게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는 원장 쪽을 바라보았다.“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겁니까?”“그게... 저...”원장은 삐져나오는 식은땀을 연신 닦아내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고민지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그간 보육원에서 쭉 왕 노릇을 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고영훈이 아이의 착한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원장에게 요구해 왔다.요구 자체도 터무니없었는데 이제는 연출이 잘못됐다며 그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버렸다.“제, 제가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민지는 줄곧 말을 잘 듣고 착한 아이였어요. 아무래도 아이가 뭘 잘못 보고 행동한 것 같아요.”“이모, 죄송해요. 제가 잘못 봤어요.”고민지가 다가와 송서윤의 손을 잡았다.잘 보이려고 작정한 듯한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송서윤은 순간 오한이 들어 손을 확 빼내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지금 바로 오빠한테 가서 사과할게요.”하지만 아이는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아예 그녀의 품에 덥석 안겼다.“저 정말 착한 애예요. 그러니까 저를 입양해 주세요. 네? 이모.”송서윤은 순간 4년 전에 딸아이를 잃었을 때의 감정이 치밀어 올라 고민지를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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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래요.”옆에 있던 원장도 거들었다.“대표님께서 줄곧 저한테 하준이 닮은 아이가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얼굴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비슷한 민지가 적합할 거라고 생각한 거고요. 이렇게 세 분이 나란히 서 계시니 꼭 한 가족 같네요.”송서윤은 고민지를 빤히 바라보다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시선을 들어 원장을 바라보았다.“아이에 관한 자료를 보고 난 뒤에 문제 될 게 없으면 입양하는 거로 결정할게요. 정식 입양 절차는 하준이 생일날 진행하는 게 좋겠네요. 그날은 정계와 재계를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오실 테니까요.”그날 송서윤은 애초에 없었던 사람처럼 완전히 사라질 생각이다.‘그래도 오래 함께 부부였는데 서프라이즈 스케일은 크면 클수록 좋겠지.’“좋은 생각이야.”고영훈이 송서윤의 손을 잡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송서윤이 입양에 긍정적이라는 건 더 이상 임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으니까.‘민지를 입양하면 서윤이도 아이를 잃었던 일을 금방 잊을 수 있을 거야.’고민지는 계획대로 됐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 채 한껏 웃었다. 그리고 송서윤은 그런 아이의 얼굴을 차가운 눈길로 가만히 바라보았다.잠시 후, 원장이 자료를 들고 와 송서윤에게 건넸다.송서윤은 한 장 한 장 펼쳐보다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출생증명서는 왜 없죠? 이러면 입적을 못 하잖아요.”고영훈은 그 말에 얼른 원장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원장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이곳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대부분이 다 버려진 아이라 출생증명서가 없어요. 입적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시면 입양에 필요한 자료들이 다 있는 게 보이실 거예요. 그것들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입양할 수 있습니다.”송서윤은 원장의 말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바라보았다.호적등본에는 ‘고민지’가 아닌 ‘민지’로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2021년 4월 20일생이라고 적혀있었다.4월 20일은 고영훈과 허연수의 딸이 태어난 날이었다.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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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영상이 흘러나오던 모니터는 이미 송서윤에 의해 꺼진 상태였다.송서윤이 고개를 돌려 고영훈을 바라보았다. 휴대폰 전원도 꺼버렸고 차도 택시를 타고 왔는데 고영훈은 지나치게 빨리 그녀가 있는 곳을 특정해 냈다.병원의 직원이 고영훈에게 연락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빨랐다.‘설마 내 소지품에 위치추적기라도 달아둔 건가?’송서윤은 문득 모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요즘은 칩도 전보다 훨씬 더 작아져 사람들의 몸에 심어둬도 이질적인 느낌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했었다.‘그때 분명 실제로 그 칩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었지...’순간 송서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컨디션이 별로라 소영 씨한테 진찰받으러 왔어.”고영훈은 안색이 파리해진 송서윤을 보더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같이 가.”그런데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를 확인한 고영훈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고는 송서윤에게 말했다.“회사 전화야.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알았어.”보안실에서 나온 고영훈은 곧바로 계단을 올라 산부인과 진료실로 향했다.고영훈이 들어온 것을 본 의사는 눈치껏 진료실을 나가주었다.“오빠.”허연수가 울먹거리며 고영훈의 손을 잡았다.“소식 들었어. 언니가 우리 민지를 입양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며? 그것 때문에 불안해져서 신경을 좀 썼더니 갑자기 배가 아파 났어. 언니랑 함께 있는 거 일부러 방해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야. 엄마랑 아빠가 이곳에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빠한테 전화한 거야. 미안해...”허연수는 불쌍한 척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 갈 듯한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하면 고영훈이 봐준다는 걸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고영훈은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리더니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은 어때? 괜찮아?”허연수는 그의 목소리에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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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내가 민지 목덜미에 매화 꽃잎 모양의 흔적을 남긴 거 기억해? 죽은 내 딸도 똑같은 곳에 모반이 있었어. 만약 서윤이가 그걸 보게 되면 매우 기뻐하면서 민지를 입양하려고 할 거야.”“언제 그런 것까지 생각했대? 역시 오빠는 최고야!”허연수는 활짝 웃더니 그대로 고영훈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 위에 가져갔다.쪽 소리 나게 뽀뽀한 후 그녀는 부끄러운 듯 볼을 핑크색으로 물들이며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였다.가슴 쪽으로 찰싹 붙어오는 여자의 말랑한 몸에 고영훈의 눈빛은 금세 욕망에 젖어버렸다.진료실 밖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송서윤은 자신을 바라볼 때보다 훨씬 더 깊은 눈빛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아무 말 없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고영훈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허연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파란색 커튼 안쪽에 있는 검사실로 들어가 그녀를 임산부 전용 의자에 내려놓았다.두 다리가 활짝 벌어진 허연수는 빨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문... 안 잠갔잖아.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잠그지 않는 게 더 스릴 있지 않아?”고영훈의 말을 끝으로 검사실 안은 곧바로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 메워졌다.송서윤이 차가운 눈으로 진료실 안을 응시하고 있던 그때, 안소영이 곁으로 다가왔다.안소영은 두 남녀의 더러운 움직임을 듣고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검사지를 송서윤에게 건넸다.해당 검사지는 송서윤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안소영에게 부탁했던 흰색 알약의 성분 검사지였다.검사지를 건네받은 송서윤은 결과를 훑어보더니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고영훈이 내 비타민을 바꿔치기했어!”그녀는 울분을 토하듯 이를 꽉 깨문 채 말을 내뱉었다.“하준이를 출산한 뒤부터 고영훈은 쭉 나한테 피임약을 먹여 왔어.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나한테 비타민을 먹지 말라고 했고. 그러다 아이가 죽은 뒤부터 다시 나한테 먹으라고 했어. 내 딸은 대체 뭣 때문에 죽은 거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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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오빠, 우리 엄마랑 아빠 오늘 저녁 비행기로 떠나. 가기 전에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을래? 잠깐 얼굴만 비춰도 되고.”허연수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에 커튼을 열어젖히려던 송서윤의 손이 우뚝 멈췄다.고영훈은 따뜻한 눈빛으로 허연수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같이 먹자.”“진짜지? 너무 좋아!”고영훈과 허연수가 커튼을 열고 나왔을 때 진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병원에서 나온 송서윤이 회사로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영훈도 사무실에 도착했다.“여보, 몸은 어때? 좀 괜찮아?”“응.”송서윤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여기, 민지 사진 좀 봐봐.”고영훈이 건넨 사진은 민지의 뒷모습이 찍혀있는 사진이었다.송서윤은 민지의 목덜미에 있는 매화 꽃잎 모양의 모반을 보더니 멈칫하며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우리 딸이랑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모반이 있을 수 있어?”“여보, 아까 자료에서 민지가 태어난 날짜 봤지? 우리 딸이 하늘나라로 간 날짜와 똑같아. 이건 운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어. 우리 딸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거야!”고영훈은 잔뜩 흥분한 채 송서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사진을 왜 이제야 나한테 보여줘?”송서윤은 티 안 나게 그의 손을 밀어버리고는 다시 사진을 바라보았다.“사실은 처음부터 이것 때문에 민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때는 너한테 얘기할 수 없었어. 얘기하면 네가 슬퍼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줄곧 비밀로 했던 거야. 여보, 우리 이 아이 입양하자. 응?”송서윤은 담담한 얼굴로 고영훈을 빤히 바라보았다.평소와 다를 거 하나 없는 다정한 눈빛과 미소였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라고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었다.“그래.”“진짜? 그럼 여보가 말했던 대로 하준이 생일 파티 때 사람들 앞에서 민지를 소개하는 거로 하자.”자신의 친딸이라 그런지 고영훈은 평소와 조금 다른 듯한 눈빛을 뿜어내며 부드럽게 웃었다.“응.”송서윤은 짧게 대답한 후 다시 사진을 바라보았다.고영훈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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