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영훈이 허연수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 그 장면은 그녀의 가슴을 송곳처럼 후벼팠다.손끝이 저릴 정도로 커튼을 움켜쥔 채, 차라리 이 커튼을 확 걷어 기자들 앞에 두 사람의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다.그때, 고하준의 어린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엄마, 제가 외할머니 유골함 들게요.”아들은 어느새 곁에 다가와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순간, 송서윤의 머릿속에 전기가 스친 듯 번개가 내리쳤다.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밀회를 나누던 장면이 떠올랐다.그 기억은 오랜 세월 악몽처럼 그녀를 괴롭혀왔고 지금 이 자리에서 아들에게 같은 상처를 겪게 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밀려왔다.송서윤은 하준의 어깨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손아귀에서 커튼이 미끄러지며 내실의 광경이 다시 가려졌다.그 순간, 허연수가 애처롭게 고영훈에게 몸을 기댔다.그러나 고영훈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분노에 휩싸여 그녀를 밀쳐냈다. 핏줄이 도드라진 손등, 눈동자 속에는 제어할 수 없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영훈 오빠, 내가 도와줄게...”허연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영훈이 그녀의 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허연수의 몸이 벽에 짓눌렸고 숨을 못 쉬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발끝은 이혜정의 유골함을 스치기 일보 직전이었다.한편, 송서윤은 하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췄다.“하준아, 넌 아직 어려서 유골함을 들기 힘들어. 나중에 네가 멋진 어른이 되면 그때는 네가 외할머니 제사를 책임져야지.”“싫어요, 엄마. 저 지금도 진짜 힘세요! 어른처럼 다 할 수 있어요!”고하준은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 유골함을 잡으려 버둥거렸고 갓 퇴원한 송서윤은 그런 아들을 제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하준의 손이 커튼에 닿으려는 순간 내실에서 ‘쿵’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영은이 놀라 소리쳤다.“누구야, 거기서 뭐 하는 거야?”고영은이 하준을 안고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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