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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가장 가까운 배신: Kabanata 31 - Kabanata 40

100 Kabanata

제31화

송서윤은 눈살을 깊이 찌푸렸다.반박하려던 순간, 상대가 먼저 말을 이었다.“그냥 사진 몇 장만 찍어주면 영은이한테 큰 도움이 될 거야. 서윤이랑 한 번 얘기해 봐. 지금 밖에선 영은이를 사람 잡는 여자라고 몰아가고, 우리 케이원 그룹이 권력으로 약자 괴롭힌다고 떠들고 있잖아.”고영은의 처지를 생각하니, 송서윤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서윤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고영은이 다급히 다가왔다.“언니, 아린이가 도우미들 얘기 듣고 아빠가 잡혀갔다는 걸 알아버렸어. 지금 계속 울고불고 난리야.”“내가 가볼게.”송서윤은 고영은을 따라 여아린의 방으로 들어가, 힘없이 울고 있는 여아린을 꼭 안아주었다.“외숙모, 혹시 다치신 거 아빠 때문이에요? 도우미 아줌마들이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서 외숙모를 다치게 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외삼촌이 저랑 엄마를 쫓아내려고 한다고... 아빠는 절대 나쁜 사람 아니죠? 그분들이 저를 속이는 거 맞죠?”여아린의 순진한 얼굴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했다.만약 자기 딸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여아린처럼 자랐을 거라는 생각에 송서윤의 마음이 저릿하게 아팠다.그녀는 여아린이 상처받는 모습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아린아, 아빠가 외숙모를 다치게 한 게 아니야. 외숙모가 실수로 얼굴을 긁힌 거야.”“그러면 저랑 엄마, 여기 계속 있어도 돼요?”여아린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럼, 이 집은 아린이 집이고 아린이 엄마 집이기도 해.”송서윤은 다정하게 여아린의 볼을 어루만졌다.“고마워요, 외숙모.”아린이는 송서윤의 볼에 뽀뽀하고는 중얼거리며 놀이방으로 가 고하준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그러면 아빠한테 전화해서 여기 오래 살겠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왜 아빠는 전화를 안 받는 거지...”그 모습을 바라보는 송서윤의 마음에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번졌다.부모의 감정싸움에 결국 가장 상처받는 건 언제나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송서윤은 고영은의 손을 꼭 잡았다.“며칠 뒤에,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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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송서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영훈이 허연수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 그 장면은 그녀의 가슴을 송곳처럼 후벼팠다.손끝이 저릴 정도로 커튼을 움켜쥔 채, 차라리 이 커튼을 확 걷어 기자들 앞에 두 사람의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다.그때, 고하준의 어린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엄마, 제가 외할머니 유골함 들게요.”아들은 어느새 곁에 다가와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순간, 송서윤의 머릿속에 전기가 스친 듯 번개가 내리쳤다.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밀회를 나누던 장면이 떠올랐다.그 기억은 오랜 세월 악몽처럼 그녀를 괴롭혀왔고 지금 이 자리에서 아들에게 같은 상처를 겪게 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밀려왔다.송서윤은 하준의 어깨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손아귀에서 커튼이 미끄러지며 내실의 광경이 다시 가려졌다.그 순간, 허연수가 애처롭게 고영훈에게 몸을 기댔다.그러나 고영훈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분노에 휩싸여 그녀를 밀쳐냈다. 핏줄이 도드라진 손등, 눈동자 속에는 제어할 수 없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영훈 오빠, 내가 도와줄게...”허연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영훈이 그녀의 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허연수의 몸이 벽에 짓눌렸고 숨을 못 쉬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발끝은 이혜정의 유골함을 스치기 일보 직전이었다.한편, 송서윤은 하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췄다.“하준아, 넌 아직 어려서 유골함을 들기 힘들어. 나중에 네가 멋진 어른이 되면 그때는 네가 외할머니 제사를 책임져야지.”“싫어요, 엄마. 저 지금도 진짜 힘세요! 어른처럼 다 할 수 있어요!”고하준은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 유골함을 잡으려 버둥거렸고 갓 퇴원한 송서윤은 그런 아들을 제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하준의 손이 커튼에 닿으려는 순간 내실에서 ‘쿵’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영은이 놀라 소리쳤다.“누구야, 거기서 뭐 하는 거야?”고영은이 하준을 안고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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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너무 보고 싶었어, 영훈 오빠.”허연수가 불쌍하게 애원했다.“오빠도 나 많이 보고 싶었잖아?”“네가 감히 제사에 와서 난동을 피워? 죽여버릴 거야.”고영훈이 허연수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어버릴 기세였다.송서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건 어머니였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받을 상처를 그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롤스로이스 유리에는 방범 필름이 붙어 있어 송서윤은 희미한 실루엣만 볼 수 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보안 코드를 입력하고 차량 내부 영상을 해제했다.화면에 잡힌 건 고영훈의 등뿐이었지만, 그 앞에서 허연수의 몸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그 광경은 송서윤 눈에 참담하게 비쳤다.‘여기까지 숨어와서도 멈추질 못하네. 고영훈, 장모님 제삿날에 이 짓거리를 하고도 네가 인간이야...’그동안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고영훈의 다정함과 달콤한 약속들이, 단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났다.‘날 속였어. 이건 육체적 바람이니 뭐니 할 것도 없어. 마음까지도 다 내어준 거니까...’송서윤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때, 좁은 길 위로 갑자기 기자들이 몰려들었다.그 한가운데 고영은이 고하준의 손을 붙잡고 서 있었다.“언니, 이모 유골함 부순 범인 찾았어? 이거 오빠 차 아니야? 그놈이 감히 오빠 차에 숨다니! 이런 악질은 공개해야 해! 고인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인간도 아니야!”기자들이 맞장구쳤고 생방송 화면을 본 네티즌들도 분노로 들끓었다.“언니, 빨리 문 열어!”고영은이 재촉했다.“하준이도 범인 잡고 싶어 안달이잖아, 맞지? 하준아.”고하준은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빨리 문 열어요.”“열어!”“열어!”성난 기자들 때문에 분위기가 과열됐다.송서윤은 낯선 얼굴들을 바라봤다. 겉으로는 자신을 위해 분노하는 듯했지만, 그 눈빛 속엔 그저 구경거리를 찾는 호기심만이 번들거리고 있었다.고영훈의 불륜이 세상에 드러나는 건 그들에게 이득이 될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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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차량 내부로 쏠렸다.문이 열리자, 고영훈이 구김 하나 없는 정장 차림으로 차에서 내렸다.그는 곧장 분노와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봤다.“여기서 지금 뭐 하는 겁니까?”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영훈은 본능적으로 송서윤을 품에 감쌌다.차 문은 곧바로 닫혔고 더 이상 누구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아빠, 우리 지금 외할머니 유골함 망가뜨린 나쁜 사람 잡으려고 하는 거예요!”고하준이 한 걸음 다가오며 또렷하게 말했다.고영훈은 그제야 조금 전 허연수를 내동댕이치며 그녀가 탁자 모서리에 부딪혀 유골함이 떨어졌던 순간을 떠올렸다.송서윤의 창백한 얼굴 위로는 절망이 드리워졌고 고영훈의 시선에는 복잡한 연민이 담겼다.“여보, 내가 반드시 밝혀낼게. 누가 어머니 유골함을 훼손했든,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송서윤은 고하준의 손을 꼭 잡고 이 자리를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범인이 도리어 정의를 외치다니... 무슨 수로 내게 해명하겠다는 건가.’“오빠, 당신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거야? 혹시 골목길로 들어온 사람 못 봤어?”고영은은 결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고영훈은 싸늘하게 받아쳤다.“내가 네게 일일이 보고해야 할 이유가 있나? 이 묘지에는 모든 구역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지금 바로 보안실 가서 영상 확인하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거야.”고영은은 그의 냉정한 시선을 무시하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기자들도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고 뉴스 채팅창에는 ‘사모님을 위해 정의를!’이라는 댓글이 폭주했다.“엄마, 우리 빨리 가서 찾아내요!”고하준마저 고영은의 말에 휘둘려 기대감에 부풀었다.고영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오늘 이 자리에서 고영훈의 불륜을 폭로하지 못하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였다.송서윤은 한때 고영은의 미래를 걱정해 주고 싶어 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왠지 모를 허탈감에 사로잡혔다.“안 돼.”고영훈이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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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보안 팀장이 기자들과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CCTV 영상을 공개했다.화면 속, 검은 복면을 쓴 남자가 외진 오솔길을 따라 허겁지겁 달아났다.“범인은 곧 잡힐 겁니다. 결과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기자님들과 네티즌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고영훈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현장은 금세 정리됐고 기자들은 하나둘 현장을 떠났다.송서윤은 어머니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향을 태우고 있었다.고영훈은 경호원을 남겨둔 채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그때, 송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는 허연수였다.무심코 전화를 받자, 그 끝에서는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서윤 언니, 오늘 정말 자극적이었지? 영훈 오빠랑 이렇게까지 뜨겁게 논 건 처음이었어. 며칠 못 봤더니 언니 엄마 앞에서 나를 안고 싶었다나 뭐라나.”여자의 비웃음과 함께,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여자의 유혹적인 신음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근데 영훈 오빠가 그러더라고... 장모님께서 마지막 몇 년은 병상에 누워서 남자도 없이 얼마나 외로웠겠냐고. 우리 둘이 이렇게 노는 걸 보여드리면 심심한 영혼도 달래질 거라고. 아, 영훈 오빠, 잠깐만요, 나 아직 아프다니까...”전화는 그녀의 신음과 함께 일방적으로 끊겼다.송서윤은 그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심지어 돌아가신 엄마까지 모욕하며 저지른 짓을 떠올렸다.가장 깊은 상처는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는 법이었다.더는 고영훈 곁에 한순간도 머무를 수 없었다.이 집을,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바로 그때, 고영은이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쥔 채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영정 앞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송서윤 앞에 놓인 화로를 발로 걷어찼다.“언니! 우리가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언니가 이렇게 뻔뻔할 줄은 몰랐어! 내가 오빠 불륜 폭로하는 거를 막아서고 언니는 자기 친엄마 유골함이 산산조각 나는 걸 눈앞에서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버텼잖아! 언니, 우리 집안 재산에 환장했지? 진짜 뻔뻔함의 끝판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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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송서윤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계단에 서서 거실을 내려다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턱 막혔다.두 사람은 감정에 휩쓸린 채 서로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고 주변에 누가 있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흩어진 콘돔 상자와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 지저분하게 남겨진 흔적들...그 한 장면이 송서윤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다.손에 쥔 골프채가 점점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소파 옆에 있던 고영훈의 휴대폰에서 정지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영상통화 화면 속 정지욱은 시끄러운 음악에 둘러싸여 양옆에 여자를 끼고 있었다.입에 담긴 민망한 신음까지 배경처럼 섞여 있었다.“작은 형수님 오셨다며? 내가 뭐랬어, 형이 애초에 형수님 내쫓은 게 잘못이라니까. 작은 형수님 얼마나 좋아, 가식도 없고 본능대로 살아서 좋지. 형수님은 너무 고고해서 내가 다 답답해. 몇 년이나 금욕했냐, 형? 두 사람 여기로 합류 안 할 거면 내가 선물 보낼까?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놀아봐야지.”고영훈은 정지욱의 이런 저급한 농담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정지욱이 음흉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자, 송서윤은 골프채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생각해 보면 송서윤도 예전에 고영훈을 따라 처음 아진시에 왔을 때, 억지로 이런 방탕한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그때도 누군가 만취해 그녀를 건드리려 했고 고영훈은 망설임 없이 그 남자를 때려눕히고 송서윤을 데리고 나왔다.파티가 끝난 뒤, 고영훈은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서윤아, 나도 이런 데 처음이야. 네가 싫다면 다시는 안 올게. 앞으로 내 사람들한테도 이런 파티 다 금지야. 네가 싫어하는 건 나도 싫어.”그 약속대로 그는 그 뒤로 파티는커녕, 아예 이런 자리에 나가지도 않았다.정지욱 같은 친구들도 철저히 단속했고 사소한 일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한 번은 파티 참석자 중에 전염병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모두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파티 현장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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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연수야, 내 비위만 맞추면 팔자 좀 폈다는 소리 들을 수 있을 거야.”고영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송서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 말은 그녀의 가슴을 세차게 후려쳤다.‘고영훈이 허연수 가족을 돕겠다고?’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들, 어머니를 눈도 감지 못하게 만든 그들을 위해 고영훈이 손을 내밀려 한다니!’한때 그가 자신의 전부였고 온 마음 다해 사랑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어떻게 내가 이런 사람을 사랑했을까 하는 참담한 후회가 온몸을 타고 번졌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하지만 지금 무너질 수 없었다. 어머니의 유골을 반드시 모시고 이곳을 떠나야 했고 어머니를 해친 자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아직은 모든 걸 드러낼 때가 아니야.’속이 뒤집히고, 심장이 비명을 지르듯 요동쳤다.송서윤은 가슴을 움켜쥔 채 휘청이며 계단을 내려갔다.그 순간, 손아귀에서 미끄러진 골프채가 ‘쾅’ 하고 계단에 부딪히며 굴러떨어졌다.“누구야, 거기 있는 사람!”위층에서 고영훈의 짜증 섞인 목소리와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송서윤은 힘없이 별장 현관까지 걸어가, 문틀에 몸을 기대고 그동안 꾹꾹 눌러온 모든 걸 끝내 쏟아냈다.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선 순간, 도로 한가운데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6년 만에 마주한 얼굴이었다. 이토록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다시 그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남자는 여전히 곧은 어깨와 나무처럼 단단한 체구, 칼로 다듬은 듯 날카로운 턱선,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예전과 달라진 건 더 짙어진 구릿빛 피부뿐이었다.송서윤의 입에서 아주 작은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선배...’그는 모건이 인정하는 최고의 제자이자 조직 내에서 신처럼 추앙받던 존재, 그리고 송서윤이 오랫동안 동경해 온 남자, 소주원이었다.서로를 바라보는 짧은 눈빛에 할 말은 너무도 많았지만, 이 순간 모든 감정은 침묵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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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고영훈이 카페 문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오더니, 송서윤을 자기 등 뒤로 힘껏 끌어당겼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송서윤은 반응할 틈도 없었고, 곧장 고영훈의 주먹이 소주원을 향해 날아들었다.하지만 소주원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피했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히 맞부딪혔다.카페 안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때, 카페에 있던 인근 별장 주민 중 한 사람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머, 고 대표님하고 사모님 아니세요?”“며칠 전 단지에서 사모님 쓰러지셨을 때, 소주원 씨가 119 불렀잖아요.”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별장 구역의 내로라하는 이웃들이었다.비록 남부 재벌 구역만큼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이었다.최근 고씨 가문의 소문이 워낙 자자해, 세 사람을 금세 알아봤다.송서윤은 고영훈이 점점 더 세게 조여 오는 손을 홱 뿌리쳤다.예상치 못한 반응에 고영훈이 놀란 눈으로 돌아봤다.그녀의 시선은 그의 음울한 표정에서 한 치 흐트러짐 없는 맞춤 슈트로 천천히 내려갔다.‘이렇게 단정하고 번듯한 남자가,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추잡한 모습이었을 줄 누가 알겠어...’고영훈은 그녀가 손목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너무 세게 잡았음을 깨달았다.순간 눈빛이 흔들렸지만, 옆에서 들려온 입주민의 말에 곧바로 표정이 싸늘해졌다.“여보, 설마 이 남자 만나려고 온 거야?”송서윤은 손목을 감싸 쥔 채, 시선을 천천히 소주원에게로 옮겼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훑어보듯 간단히 살폈다.“혹시... 그날 저를 도와주신 분이세요?”소주원은 그녀의 차가운 눈길을 묵묵히 받아냈다.“네.”“감사합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옆에 있던 주민이 나섰다.“아, 사모님. 소주원 씨는 청원대 교수님이에요. 얼마 전 우리 단지로 이사 오셨는데, 그날 소주원 씨 아니었으면 사모님이 차 안에서 쓰러진 걸 아무도 못 알아챘을 거예요.”송서윤은 다시 소주원을 바라보았다. 눈빛 속에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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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천재라고요?”고영훈이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네, 들리는 말로는 정체도 평범하지 않고 실력도 상당했다더군요. 청원대학교 학과장이나 총장도 종종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한 업계 인사가 곁에서 말을 거들었다.이들 모두 돈과 권력을 쥔 상류층이었지만, 고영훈 같은 재벌 앞에서는 저절로 한 걸음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하지만 그 재벌조차도 진짜 과학자나 군사 전문가들 앞에서는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다.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결국 그런 인재들이었고 고영훈 역시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사람이었다.오랜만에 고영훈과 마주한 김에 소주원 덕분에 한 번쯤 이런 재벌 앞에서 체면을 세우고 싶었던 건지, 그 사람은 스스로 뿌듯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고 대표님, 사모님,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가 자리를 물러나자, 고영훈은 송서윤의 어깨를 감싸며 다정한 척 말했다.“여보, 장모님 묘소에 남으려던 거 아니었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송서윤은 그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그 손 치워, 더러우니까! 당신, 엄마 유골함 깨트린 범인 찾았다고 했지? 결과는 어때? 그런데 왜 여기 있어? 급한 고객사 미팅 처리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여기 있는 거야?”고영훈은 그녀의 날 선 질문에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송서윤이 싸늘한 얼굴로 그를 외면하자,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한 듯 미소를 지었다.“여보, 장모님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북원구 이 별장이 아직 비어 있어서, 당신이랑 하준이 데려와 같이 지내려고 했어.”“나 여기서 안 살 거야. 공기부터가 불쾌해.”며칠 전 서지원의 배신이 떠오르며 송서윤의 마음에는 아직도 아픔이 남아 있었다.“그날, 우리 넷이 같이 식사했었지. 지원이가 먼저 간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 따라왔더니, 여기로 들어오는 걸 봤어.”송서윤은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뭘 봤는지 알아?”고영훈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뭘 봤는데?”“허연수가 이 단지에서 제일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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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조금 전 고영훈이 허연수의 두 손목에 감았던 바로 그 벨트였다.송서윤은 벨트를 집어 고영훈의 발치에 힘껏 내던졌다.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제야 고영훈의 눈에 당황과 불안이 스치듯 떠올랐다.송서윤은 곧장 별장을 뛰쳐나왔다. 밖으로 나서자, 놀란 얼굴의 단지 관리팀장과 마주쳤다.“고씨 가문 별장이 어디예요?”그녀가 묻자, 관리팀장은 땀을 닦으며 머뭇거렸지만 거짓말은 하지 못했다.“사모님, 바로 이 동이 단지에서 제일 좋은 그 별장입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영훈이 급히 그녀를 따라 뛰어나왔다.그 순간, 송서윤은 여전히 변함없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했다.더는 아플 일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그녀는 조용히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빼내어 고영훈에게 던졌다.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우리 이혼해.”송서윤은 그대로 차도로 뛰어나갔다.고영훈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졌고 눈빛에는 깊은 후회가 어렸다.도망치듯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달려가 송서윤을 끌어안았다.“여보, 내 말 좀 들어봐!”그러나 송서윤은 그의 품에서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놔, 고영훈! 너희 둘, 잘해 봐!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제발 내버려둬!”머릿속이 쏟아지는 아픔으로 가득했다. 가슴을 움켜쥔 채, 숨조차 쉴 수 없었다.시야가 흐릿해지더니 결국 모든 것이 까만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의식을 잃기 직전 고영훈의 애절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여보, 난 죽어도 널 떠날 수 없어.”송서윤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눈을 떴을 때, 그녀는 다시 별장 거실에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똑같이 생긴 벨트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정지욱과 허연수는 송서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정지욱은 스스로 뺨을 때리며 용서를 빌었다.“형수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형님과 같은 벨트를 써서 형수님이 오해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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