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허연수였으면 부모님이 결혼 얘기를 꺼내자마자 제지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즉, 이 기간만큼은 고영훈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었다.그 시각, 페라리에 앉아 있던 송서윤의 시선도 고영훈의 얼굴로 향했다.“저는 연수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고영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송지철과 허미연의 안색은 한순간에 가라앉았고 허연수는 서둘러 입을 열며 부모님을 안심시켰다.“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 지금은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보다 빨리 드세요. 여기 음식 엄청 맛있어요.”송지철과 허미연은 할 말이 매우 많았지만 딸의 눈빛에 결국 화제를 돌렸다.허연수 가족이 식사하는 동안, 고영훈은 몇 번 젓가락을 움직이다 이내 화장실로 향했다.“딸, 그런데 왜 아직도 결혼 얘기가 없어? 둘째까지 임신했는데 이건 아니지. 와이프랑 사이 안 좋다며?”허미연이 물었다.“오빠 입장도 고려해 줘야죠. 회사 대표가 멋대로 이혼해버리면 주가 내려가요.”허연수가 해명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 나한테 엄청 잘하니까. 오빠 와이프가 가지고 있는 건 나도 다 있어요. 아까도 들었잖아요. 여기 매니저가 나한테 사모님이라고 했던 거.”“하긴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면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겠지.”허미연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송지철은 왠지 모르게 뭔가 찝찝했다.“저놈 설마 단물만 쏙 빼 먹고 널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우리 가문도 어디 꿀릴 것 없으니까 너무 떠받들어주지 마.”“여보, 고 서방 이름 말이에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요?”허미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기억을 훑었다.송지철도 그녀의 말에 시선을 내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부릅떴다.“서윤이 남편이잖아!”짝!허연수의 얼굴이 한순간에 옆으로 돌아갔다.“많고 많은 남자 중에 하필이면 네 언니의 남편을 뺏어?!”송지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 장면을 화면으로 보고 있던 송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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