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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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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평소의 허연수였으면 부모님이 결혼 얘기를 꺼내자마자 제지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즉, 이 기간만큼은 고영훈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었다.그 시각, 페라리에 앉아 있던 송서윤의 시선도 고영훈의 얼굴로 향했다.“저는 연수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고영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송지철과 허미연의 안색은 한순간에 가라앉았고 허연수는 서둘러 입을 열며 부모님을 안심시켰다.“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 지금은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보다 빨리 드세요. 여기 음식 엄청 맛있어요.”송지철과 허미연은 할 말이 매우 많았지만 딸의 눈빛에 결국 화제를 돌렸다.허연수 가족이 식사하는 동안, 고영훈은 몇 번 젓가락을 움직이다 이내 화장실로 향했다.“딸, 그런데 왜 아직도 결혼 얘기가 없어? 둘째까지 임신했는데 이건 아니지. 와이프랑 사이 안 좋다며?”허미연이 물었다.“오빠 입장도 고려해 줘야죠. 회사 대표가 멋대로 이혼해버리면 주가 내려가요.”허연수가 해명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 나한테 엄청 잘하니까. 오빠 와이프가 가지고 있는 건 나도 다 있어요. 아까도 들었잖아요. 여기 매니저가 나한테 사모님이라고 했던 거.”“하긴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면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겠지.”허미연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송지철은 왠지 모르게 뭔가 찝찝했다.“저놈 설마 단물만 쏙 빼 먹고 널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우리 가문도 어디 꿀릴 것 없으니까 너무 떠받들어주지 마.”“여보, 고 서방 이름 말이에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요?”허미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기억을 훑었다.송지철도 그녀의 말에 시선을 내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부릅떴다.“서윤이 남편이잖아!”짝!허연수의 얼굴이 한순간에 옆으로 돌아갔다.“많고 많은 남자 중에 하필이면 네 언니의 남편을 뺏어?!”송지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 장면을 화면으로 보고 있던 송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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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비열하고도 간악한 목소리가 송서윤의 마음을 아프게 찔러왔다.만약 이렇게 직접 두 귀를 듣지 않았으면 송서윤은 송지철이 바로 납치범이었다는 사실을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마찬가지로 도우미인 척 집으로 들어온 허미연과 둘이 더러운 짓을 한 걸 직접 목격하지 않았으면 다정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했을 거라고 절대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서윤이 걔는 차라리 그때 화재로 죽는 게 나았어. 설마 사모님이 됐을 줄은 몰랐는데.”송지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때 걔가 이혜정한테 이르지만 않았으면 몇 년이나 길바닥 생활을 안 했어도 됐었어!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감히 그거 좀 봤다고 자기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 배은망덕한 것!”송지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송서윤은 문을 벌컥 열어젖히더니 송지철의 앞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뺨을 세게 내리쳤다.짝!짝!짝!쉴 틈 없이 이어지는 폭력에 송지철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너 뭐야!”“여기요! 여기 미친 사람이 있어요!”허미연도 소리를 지르며 매니저를 불렀다.송지철도 허미연도 눈앞에 있는 여자가 송서윤인지 조금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허연수는 깜짝 놀랐다가 얼른 송지철을 부축하고는 송서윤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우리가 누군 줄 알고 감히...!”송서윤을 알아본 허연수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했다.“너희가 누군데?”짝.송서윤의 손바닥이 이번에는 허연수의 뺨으로 향했다.“누가 이곳에서 식사해도 된다고 했지?”뺨을 맞은 허연수는 그대로 허미연의 품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허미연이 화를 내려고 하는데 허연수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딸,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송지철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이봐, 내 딸이 누군지 알아? 지금 어디서 행패야?”“누구긴, 임자 있는 남자나 꼬시는 더러운 년이지.”송서윤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10년 만에 보는 건데도 송지철은 새치가 언뜻언뜻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하지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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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어, 언니가 잘못 들은 거야. 사모님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허연수가 말을 더듬거리며 해명했다.“나, 네 언니 아니니까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송서윤은 말을 마친 후 문 쪽을 바라보았다.VIP룸은 원래 웨이터들이 항시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 서 있는 사람들이 웨이터들뿐만이 아닐 것이다.송서윤은 문을 열고 큰 소리로 매니저를 불렀다.그러자 보안팀을 대동한 매니저가 급히 룸 안으로 달려왔다.“양 매니저, 여기 있는 여자가 내 신분을 사칭하고 뻔뻔하게 이곳에 들어왔는데 왜 아무런 제재도 없이 들여보내 준 거죠? 아니면 양 매니저 눈에는 이쪽이 사모님으로 보이는 건가?”양진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멋대로 들어왔나 보군요. 저는 몰랐습니다.”양진수의 말에 허연수가 눈을 부릅떴다.“이봐요! 아까 분명 오빠랑...”하지만 말을 채 잇지는 못했다. 고영훈과의 사이를 송서윤에게 절대 들키지 않는 것이 바로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었으니까. 아니, 약속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요구당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허연수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송서윤을 도발하고 고영훈 몰래 그와의 사이를 송서윤에게 드러냈다.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만약 증거를 남겼거나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대놓고 둘 사이에 관해 얘기했다면 분명 고영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양 매니저, 교양 없는 손님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한다고 했죠?”송서윤이 물었다.“즉시 호텔에서 내쫓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두 번 다시 호텔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양진수가 호텔의 규정을 읊었다.“그런데 왜 멀뚱히 보고만 있어요? 지금 당장 이 세 명을 내쫓아버리세요. 그리고 케이원 그룹과 연관된 모든 기업들에 전하세요. 이 세 명을 영원히 블랙리스트에 올려두라고.”아진시의 산업들은 케이원 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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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래요?”송서윤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럼 영훈 씨한테 직접 전화해 보죠. 어떻게 된 상황인지.”허연수는 휴대폰을 터치하는 송서윤을 보더니 잔뜩 긴장한 얼굴로 손을 벌벌 떨었다.그도 그럴 것이 매번 송서윤과 트러블이 있을 때면 언제나 그녀의 패배로 끝이 났으니까.“아,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지금 바로 나갈...”“여보?”그때 휴대폰에서 고영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지금 레온 호텔 레스토랑인데 여기 있는 한 가족이 영훈 씨가 자기네들 사위라면서 영훈 씨의 초대를 받고 여기서 식사하고 있었다는데 맞아? 어떻게 된 일인지 당신이 직접 여기로 와서 한번 얘기해 봐.”송서윤의 싸늘한 목소리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다 귀를 쫑긋 세웠다.허연수도 혹시 하는 기대를 품고 송서윤의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았다.“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해? 나 지금 회의 중이라 당장은 못 갈 것 같으니까 여보가 알아서 해결해. 원하는 대로.”고영훈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먼저 끊을게. 여보, 사랑해.”달콤한 멘트와 함께 전화는 순식간에 끊어져 버렸다.송지철과 허미연은 말도 안 된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허연수는 절망한 듯한 얼굴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뭐해? 당장 저 인간들 내쫓지 않고. 사모님 눈에 거슬리잖아!”양진수가 눈치껏 상황을 종료하려고 했다.“네, 알겠습니다.”보안팀 직원들은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세 명을 번쩍 들어 곧장 호텔 밖으로 내쫓아버렸다.“우리는 고 대표가 초대한 손님이야! 손님한테 이래도 돼?!”“이거 안 놔?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송지철과 허미연은 끌려가는 순간에도 억울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반면 허연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만 계속 흘려댔다.상황이 종료된 후, 구경 중이던 손님들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그때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웬 남자 한 명이 송서윤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를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말을 걸려다가 사람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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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안쪽 자리로 다가온 소주원은 송서윤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금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애 데리고 이혼해.”송서윤은 그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룸 안에서의 소란을 전부 다 들은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소주원은 원체 섬세한 사람이라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내 얘기 말고 선배 얘기 하면 안 될까?”송서윤은 자신의 일에 소주원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소주원은 화제를 돌리려는 그녀의 말에 주먹을 살짝 말아쥐었다.‘아직도 고영훈 그놈을 사랑하고 있는 거야? 널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는데?’소주원은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결국 그녀의 원대로 화제를 돌렸다.“내일 청원 대학교에서 발표회가 열리게 될 거야. 거기서 내 신분을 정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내일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가 우리 연구팀에 합류했으면 좋겠어.”송서윤은 이 타이밍에 소주원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나는 조만간 아진시를 떠날 생각인데...’소주원은 대답을 망설이는 그녀를 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네 능력이라면 보안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거야. 서윤아, 나는 정말 네가 필요해.”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룸 문이 벌컥 열렸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던 송서윤이었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누군가의 품에 와락 안겨버렸다.“지금 남의 와이프와 단둘이 뭐 하는 짓이죠?”고영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머리 위쪽에서 흘러나왔다.주위의 공기가 한순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먼저 품에 있는 사람부터 놓아주시죠.”소주원이 음산한 목소리를 내며 명령하듯 말했다.“송서윤 씨가 아파하잖습니까.”소주원의 말대로 송서윤은 지금 매우 아팠다. 단지 품에 안긴 것뿐만이 아니라 왼쪽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혀버렸으니까.평소의 고영훈이었다면 얼른 놓아줬을 텐데 지금은 좀처럼 놓아주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잡아 왔다.“저와 제 아내의 일에 신경 끄시죠. 한 번만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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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고영훈의 입술이 송서윤의 입술 쪽으로 내려왔다가 송서윤이 머리를 옆으로 돌리는 바람에 그녀의 목 언저리 쪽에 내려앉았다.고영훈은 송서윤의 몸에 흔적을 남기려는 듯 있는 힘껏 흰 피부를 물고 또 빨았다.거칠게 치마를 찢은 그의 손이 송서윤의 잘록한 허리선을 따라 이내 허벅지 쪽으로 향했다. 고영훈은 송서윤의 허벅지를 들어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감은 다음 다시금 몸을 아래로 기울였다.당연히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고영훈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송서윤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기 때문이다.차 안은 말 그대로 죽을 듯이 조용했다.분노를 가득 담은 고영훈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향했다.송서윤의 머리카락은 어느샌가 엉망이 되어있었고 옷가지도 잔뜩 풀어 헤쳐져 있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물과 텅 빈 공허한 눈동자가 꼭 부서진 인형 같았다.생기가 하나도 없는 듯한 그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던 터라 고영훈은 얼른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미안해. 여보, 내가 미안해.”고영훈은 그제야 송서윤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떠오른 듯 이를 꽉 깨물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네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걸 보니까 너무 질투가 나서, 네가 발표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게 너무 질투 나서... 그래서 그랬어. 미안해. 하지만 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야. 서윤이 너는 내 거여야 하잖아. 그러니까 발표회에 참석하지 마. 그 남자 만나지 마. 응?”고영훈은 송서윤이 떠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그녀를 자신의 가슴팍 쪽으로 더 힘껏 끌어안았다.송서윤은 그의 말과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표정을 굳혔다.그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고영훈은 허연수와 바람이 나서는 안 됐다.그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고영훈은 그녀에게 피임약을 먹여서는 안 됐다.그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고영훈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됐다.‘이게 어떻게 사랑이야. 이건... 그냥 소유욕이고 독점욕일 뿐이잖아.’고영훈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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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사모님, 갑자기 이러시면 제가...!”“회사의 발전을 좀먹는 것들을 이번 기회에 싹 다 처리해버리면 대표님은 몰라도 주주들은 매우 좋아할 거예요.”“하지만...”팀장은 송서윤의 말에 곤란한 듯 말을 흐리다가 결국에는 알겠다며 지시를 따르겠다고 했다.하지만 말만 그렇게 했지 그는 곧장 고영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고영훈은 아직도 그녀의 집 문 앞에 있었다.경호원들이 본가에 있던 송서윤의 짐을 옮겨온 것을 본 고영훈은 이때다 싶어 문을 두드렸다.그런데 문을 두드리자마자 영업팀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방금 저한테 투자 철회와 두 기업과의 협력을 전부 끊어버리라는 요구를 해오셨습니다. 투자를 철회하라고 지시한 회사는 창...”팀장이 회사 이름을 얘기하려는데 고영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원하는 대로 해줘. 내 와이프의 뜻이 바로 내 뜻이니까.”고영훈이 전화를 끊은 순간 송서윤이 문을 열었다.“여보 짐 가져오라고 했어. 내가 안으로 옮겨줄까?”고영훈이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송서윤이 앞을 막아서며 거절했다.“그러면 경호원을 두 명 붙여둘 테니까 편히 쉬어. 나는 하준이 보러 이만 집으로 갈게.”고영훈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송서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송서윤은 차가운 태도로 현관문을 닫았다.다음날.송서윤의 아파트 앞에 고영은과 여아린이 찾아왔다.고영은은 오기 전에 울었는지 눈가가 빨개 있었고 여아린의 작은 얼굴에는 손톱자국이 나 있었다.“언니, 아린이랑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애가 아린이한테 아빠 없는 애라고 하면서 괴롭혔어. 언니가 가서 뭐라고 한마디 해줘.”사실 송서윤은 고영은의 말을 무시해 버린 채 얼른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여아린이 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여아린은 그녀가 딸을 잃었을 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줬던 아이였으니까.송서윤은 여아린과 눈을 맞추고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아린아, 많이 아파?”여아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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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바닥에 밀쳐진 고민지는 보육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다.아이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금방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쟤 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 엄마? 대표님 부부한테는 자식이 한 명밖에 없잖아요.”“네, 맞아요. 아들 한 명밖에 없어요. 애가 헛소리를 한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밀쳐버리면 안 되죠.”“그러니까요.”학부모들이 다가와 고민지를 일으켜 세우고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도 툭툭 털어주었다.“사모님.”그때 원장이 송서윤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갑자기 이 아이를 퇴원 조치시키라니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러시면...”그러자 송서윤이 여아린을 앞으로 내세우며 아이의 볼을 살짝 들었다.“아린이 얼굴에 난 손톱자국 보이세요? 저 아이가 이렇게 만든 거예요. 그런데 아무 이유도 없다고요? 지금 장난하세요?”“이건...”원장이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이 둘이 싸웠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는 했지만 분명 무사히 해결됐다고 했는데?’“아이 일은 저희가 제대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조사를 마치기 전까지 멋대로 아이를 퇴원 조치할 수는 없습니다.”“지금 원장님 아이가 아니라고 일을 대충 마무리하시려는 거예요?”고영은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저 민지라는 애가 우리 딸을 조롱하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기까지 했어요. 이 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그 조사, 지금 당장 하죠. CCTV 돌려보면 바로 알 수 있겠네요.”송서윤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또한 수군대는 학부모들을 향해 시선을 주며 그들에게도 한마디 건넸다.“이 아이를 다른 반으로 보내준다고 하면 납득할게요.”학부모들은 그 말에 너도나도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고민지가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휘어잡았는지 그들도 들은 바가 있었으니까.“원장님, CCTV 한번 돌려보죠. 시간 끄실 거 없잖아요. 아린이 얼굴을 보니 저희도 마음이 안 좋네요.”“맞아요. 만약 정말 의도적으로 괴롭힌 게 맞다면 당장 퇴원 조치시켜 주세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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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송서윤도 늘 부드럽게만 훈계했지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소리를 높이거나 때린 적이 없었다.고하준은 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운지 바닥에 드러누워 큰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송서윤이 달래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이 아이를 퇴원 조치시키는 데 반대 의견이 있는 분, 있으세요?”송서윤은 아이를 가볍게 무시하며 학부모들에게 물었다.“없어요.”단호한 사람들의 말에 원장과 선생님들도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었다.“있어요!”그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여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 민지 퇴원 조치시키면 가만 안 둘 거예요!”고민지는 허연수를 보더니 눈물을 왈칵 흘리며 그녀의 품에 와락 안겼다.학부모들은 허연수의 얼굴을 한번 훑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껏 많은 사모님들을 만나봤지만 허연수 같은 얼굴은 처음이었으니까.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새로운 얼굴이 있을 수도 있었기에 다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고영은은 허연수를 한눈에 알아봤다. 그야 지난번에 허연수에게 연락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까.고영은은 당시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었기에 허연수는 고영훈을 꼬시라고 유도한 사람이 고영은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뭐야. 설마 이 민지라는 애, 오빠랑 저 여자 사이에서 나온 애야? 그런데 이렇게나 컸다고? 이건 완전히 배신이잖아!’고영은은 지금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작 상간녀 딸이 여아린을 괴롭혔으니까.고영은은 허연수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대뜸 뺨부터 내리쳤다.“자식 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한 년이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허연수는 맞은 쪽 뺨을 감싸 쥐고는 눈을 부릅뜨며 고영은을 노려보았다.“지금 나한테 손을 댄 거예요?”허연수는 어제, 송서윤과 트러블을 일으킨 것 때문에 고영훈이 화를 낼까 봐 매우 조마조마해하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런데 자정이 넘어갈 때쯤 대뜸 고영훈이 찾아오더니 낮에 있었던 일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그녀를 안고 아침까지 그녀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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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고민지의 외침에 주희영은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고영은의 손이 느슨해진 틈을 타 고하준은 서둘러 주희영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할머니, 고모가 나 때렸어요. 그리고 엄마는 내 얼굴을 방석에 깔아뭉개고 숨을 못 쉬게 했어요.”주희영은 그 말에 고영은을 한번 노려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돌려 송서윤을 바라보았다.“서윤아, 엄마가 돼서 하준이를 괴롭히면 어떡해?”송서윤은 설명하기도 귀찮은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었다.그러자 고영은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대신 입을 열었다.“하준이가 우리 아린이를 때린 여자애를 감싸고 돌아서 혼 좀 낸 것뿐이에요. 언니도 가볍게 누르기만 한 거고요.”주희영의 시선이 다시 고영은 쪽으로 향했다.“애한테 손을 댄 자체가 못 할 짓인데 가볍고 아니고가 중요해? 만약 우리 하준이가 그것 때문에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리고 너! 너는 고모가 돼서 왜 애 엉덩이를 때려?”“나도 그냥 살살 때린 것뿐이에요.”고영은은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훈계를 듣는 게 창피한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주희영은 그녀가 그러든 말든 고하준의 눈물을 닦아주며 속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영은이야 그렇다 쳐도 서윤이는 갑자기 왜 이러지? 전에는 하준이가 이것보다 더한 잘못을 해도 넘어갔으면서.’그때 가볍게 무시를 당했던 고민지가 또다시 주희영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불렀다.“할머니.”그러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불쌍한 척을 했다.“할머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저보고 여기서 나가래요. 저 너무 무서워요. 도와주세요.”“방금 들었어요? 할머니래요. 저 애 정말 고 대표님이 밖에서 데려온 사생아 아니에요?”“정말 그런 거면 모든 게 다 이해가 가네요. 하준이가 이제 5살인데 저 여자애가 벌써 4살이니 화가 나는 게 당연하죠.”“남편의 바람을 용인할 수 있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학부모들이 확신하며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주희영은 그들의 시선 때문에 고민지를 안아주지 못하고 대신 아이의 어깨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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