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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주희영은 그제야 허연수의 존재를 발견했다.‘얘가 왜 여기 있어? 그리고 민지를 어떻게 교육했길래 서윤이가 이런 소리를 해! 그런데 먼 친척이라고?’주희영은 허연수를 자신의 먼 친척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송서윤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곧바로 허연수를 향해 무서운 눈빛을 보냈다.“네가 내 친척인 것을 생각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민지까지 이런 식으로 교육해? 너는 오늘부로 해고야!”허연수는 주희영의 호통과 사람들의 시선에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기댈 곳이 딸밖에 없었던 그녀는 고민지 쪽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고민지는 도와주지 않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송서윤은 그 장면이 우습기 그지없었다.그런데 그때, 고하준이 허연수와 주희영 사이에 끼어들었다.“할머니, 연수 이모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이모 탓이 아니에요!”고민지도 포기한 허연수를 단호하게 감싸는 아들을 보며 송서윤은 처음으로 자신의 교육 방법에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저 여자 탓이 맞아. 그러니까 당장 할머니 곁으로 와. 아니면 네가 아끼는 장난감들을 싹 다 버려버리라고 할 테니까!”주희영은 고하준이 행여라도 이상한 말이라도 꺼낼까 봐 얼른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고하준은 장난감을 버리겠다는 말에 움찔하더니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꾹 닫았다.“뭐해? 빨리 안 나가고. 한 번만 더 내 손주들 눈에 띄면 그때는 이렇게 안 끝날 줄 알아!”주희영의 말에 허연수는 결국 쓸쓸히 자리를 벗어났다.사건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한 주희영은 허연수가 나가자마자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우리 고씨 가문의 명예를 걸고 민지를 반드시 착한 아이로 만들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러니 한 번만 아이한테 기회를 주세요.”상류층 사이의 교류는 원래 어린이집부터 이루어지게 된다. 만약 고민지가 이 시기에 어린이집에서 쫓겨나게 되면 고씨 가문에 입양이 된다고 하더라도 상류층 사회에 제대로 섞이지 못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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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위험해요!”돌멩이가 송서윤의 머리를 강타하려던 그때, 웬 작은 아이의 몸이 송서윤을 옆으로 힘껏 밀어버렸다. 밀어버린 반동 때문에 아이의 몸은 송서윤의 반대편으로 굴러갔다.“언니!”“서윤아!”“외숙모!”“사모님!”송서윤을 걱정하는 음성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송서윤은 학부모들의 부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뭐가 뭔지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듯한 얼굴이었다.“언니,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고영은이 다급하게 외치며 송서윤의 몸을 이리저리 확인했다.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휴, 다행이다. 만약 어디 한군데 다치기라도 했으면 나는 오빠한테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응, 괜찮아.”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자신을 구해준 남자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아이의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는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확인했다.넘어지면서 바닥에 쓸린 듯 아이 손이 다 까져버렸다.“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모랑 같이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자.”아이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가 저한테 그랬어요. 남자는 원래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크는 거라고. 그보다 예쁜 이모는 괜찮아요?”남을 더 챙기는 아이의 모습에 송서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이에게 괜찮다고 해주고는 다음 순간,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고민지를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가 이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영원히 없을 거예요. 그렇게 아세요.”주희영은 고민지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는지 얼른 아이의 뺨을 내리쳤다. 그러고는 아이의 도우미들을 향해 외쳤다.“뭐해? 당장 아이를 데려가지 않고!”도우미들은 그제야 앞으로 다가와 고민지를 번쩍 안아 들었다.주희영에게 뺨을 맞은 고민지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 멍한 얼굴로 바닥만 응시했다.“민지야, 너는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야. 할머니도 아빠도 다 너를 제일 예뻐해. 너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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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소도윤은 송서윤이 자신의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집 주소를 속삭였다.아이는 자신의 생일날 소주원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다.고하준은 송서윤의 시선과 관심이 온통 다른 아이에게 있는 것을 보고는 심장이 욱신거리며 괴로워 났다.그래서 얼른 송서윤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엄마, 얘 생일에 가지 말고 선물도 주지 마세요. 그리고 나도 고모한테 맞은 엉덩이가 너무 아파요. 그러니까 빨리 호 해줘요.”송서윤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있는 고하준을 바라보았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것이 어지간히도 아픈 것 같았다.‘고영훈한테 뺨을 맞은 뒤로 누구한테 맞은 게 오늘이 두 번째지 아마?’송서윤은 괴로워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살짝 아팠지만 여아린을 생각하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아까 고민지의 행동을 말리지 않고 가만히 구경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물론 고하준 역시 아이라 미처 반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송서윤이 넘어진 뒤에도 고하준은 아무런 관심의 말도 보내오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다른 아이의 생일 파티에 가고 생일 선물도 준다고 하니 불만을 내비치며 그녀의 손을 잡아 왔다.송서윤은 차가운 얼굴로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모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잖아. 그리고 내가 누구 생일파티에 가든 누구한테 선물을 주든 그건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야.”송서윤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고하준, 오늘 내로 아린이한테 사고하지 않으면 그때는 네 엄마 안 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송서윤도 사람이었기에 상처를 단단히 받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말을 조금 더 단호하고 세게 했다.고하준은 그녀의 말에 벙찐 얼굴을 했다.아이의 머릿속으로 송서윤과 함께 했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예전의 그녀는 매일 밤 아이의 볼에 뽀뽀하며 네가 제일 소중한 아이라고 항상 속삭여주었다. 또한 언제나 아이의 곁에서 아이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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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문을 벌컥 열어젖힌 고영훈은 아무도 없자 미간을 사정없이 찌푸렸다.‘서윤이가 웬 남자랑 둘이 이곳으로 들어가는 걸 분명히 봤는데? 왜 없지?’그는 휴대폰을 꺼내 위치추적 앱을 켰다.송서윤이 이 건물 안에 있는 건 확실했다.“서윤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고영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그리고 지금 당장 소주원을 만나야겠으니까 내 앞으로 데려와.”경호원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건물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고영훈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비상계단을 확인한 후 발표회가 열리는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문이 닫힌 후 벽 쪽에 있던 숨겨진 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반짝였다.5분 전.고영훈이 문을 열려던 그때, 소주원은 송서윤의 허리를 와락 감싸고는 숨겨진 문 안쪽으로 빠르게 들어갔다.비밀 실험실에 들어온 뒤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찰싹 붙어있었다.송서윤의 두 손은 소주원의 가슴팍에 닿은 채로 있었고 소주원의 손은 그녀의 허리에 감긴 채로 있었다.소주원의 눈이 한층 더 짙어지고 이제는 뱉어내는 숨마저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졌다.애매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그때, 갑자기 실험실 불이 켜졌다.“교수님, 송서윤 씨를 데리고 오시는 것에 드디어 성공하신 거예요?”“송서윤 씨가 함께해주면 더 이상 데이터를 도둑맞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해커들의 신이라고 불리는 ‘케이시’가 이렇게도 아름다운 여성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사람들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서둘러 손을 거두어들이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조금 어색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가 또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소주원은 목을 한번 가다듬더니 금방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송서윤을 소개했다.그때, 실험실 조수인 박다은이 들어오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교수님, 고영훈 대표의 경호원들이 사모님을 찾느라 건물을 수색하면서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장비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연구원들의 업무까지 방해하고 있어요.”박다은은 송서윤을 힐끔 보고는 다시 소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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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소주원은 슬퍼하는 송서윤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심장을 마구 후벼 파는 듯한 기분이었다.잠시 후, 기계 작동이 멈춘 후 덮개가 열렸다.송서윤은 소주원과 두 눈이 마주쳤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을 의식하고 서둘러 몸을 웅크렸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소주원은 이미 뒤로 돌아서 있었다.“네 몸에서 아무런 칩도 발견하지 못했어.”소주원이 안도하며 말했다.송서윤은 그 말에 소주원의 등을 빤히 바라보다 서둘러 옷을 입었다.“다 입었어.”소주원은 천천히 뒤로 돌며 반지를 끼려는 송서윤 쪽으로 다가왔다.“그 반지, 늘 손에 끼고 있어?”송서윤은 고개를 저으며 옆에 있는 루비 목걸이를 집어 들며 말했다.“내가 늘 몸에 지니고 있는 건 이 목걸이야. 18살 때 엄마한테 선물로 받은 거거든.”송서윤은 말을 마친 후 뭔가 깨달은 듯 목걸이를 소주원에게 건넸다.소주원은 목걸이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후 다시 기계를 작동시켰다. 두 사람의 예상대로 곧바로 기계가 윙윙거리며 빨간색 불빛을 내뿜었다.“칩은 네 몸이 아닌 네 목걸이에 있었어.”소주원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지금 바로 칩을 꺼내 줄게. 걱정하지 마. 목걸이는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어디 있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해. 이런 일까지 선배한테 부탁할 수는 없어.”송서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목걸이에 있었구나. 내가 이걸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걸 알아서 여기에 심어둔 거야. 엄마를 향한 내 마음을... 이용한 거야.’송서윤의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나한테 부탁해도 돼.”어딘가 강압적인 소원의 말투에 송서윤은 조금 멍하니 있다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내장된 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루비 목걸이는 조금의 흠집도 없이 무사히 송서윤의 곁으로 돌아왔다.“고마워.”송서윤은 소주원에게 인사한 후 목걸이를 다시 걸려는 듯 손을 들어 자신의 목 쪽으로 가져갔다.그러자 소주원이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밀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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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당장 서윤이 내놔! 소주원!”비밀 실험실의 거대 모니터 속으로 고영훈의 얼굴이 보였다.고영훈은 이성을 잃은 채 발표회 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교수님, 지금 빨리 사모님을 내보내셔야 합니다. 더 이상은 잡아둘 수 없습니다!”박다은이 실험실 내부로 다시 들어왔다. 두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그는 곧장 안쪽에 있는 작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빨리 이것 좀 열어줘요!”송서윤이 덮개를 쿵쿵 두드리며 박다은을 향해 말했다.박다은은 그 소리에 서둘러 버튼을 누른 후 소주원을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었다.“교수님, 두 분이 왜 함께 이곳에...?”소주원은 몸을 일으킨 후 곧장 송서윤을 부축해 주었다.“발을 헛디뎌서 안에 갇히고 말았어요.”송서윤은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칩을 손에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숨겨진 문 쪽으로 걸어갔다.소주원이 뒤쫓아오자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그때는 이러지 않았잖아. 선배는 태어날 때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 연애나 결혼은 안 하겠다고, 그렇게 말했잖아.”당시 소주원은 좋아한다며 고백해 오는 여자들을 한 명도 예외 없이 전부 다 거절해 버렸다. 그러다 언제 한번은 아예 공개적으로 연애할 마음도 없고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얘기했다.송서윤은 그런 그를 늘 우상으로 여겨왔기에 그의 고백이 갑작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그때는 내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어.”소주원은 조금도 물러나려는 뜻을 보이지 않았다.“서윤아, 나한테 기회를 줘. 내가 고영훈보다 더 너를...”“일단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송서윤이 고개를 돌려 실험실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고영훈은 지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 서둘러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소주원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영훈을 바라보고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그는 송서윤에게 왜 요원이 된 건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당시 송서윤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엄마의 마지막 소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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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송서윤의 코드네임은 케이시였다.소주원은 송서윤의 얼굴을 보기 전부터 그녀의 능력에 완전히 반해버렸고 만난 뒤에는 꿈을 향해 뭐든지 하려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마음이 설레 버렸다.“선배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을 쓰는 동안 나는 최고의 요원이 되어 있을게. 정상에서 봐.”당시의 그녀는 세상을 다 자기 손안에 쥐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지금은...소주원은 자신의 손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모니터를 바라보았다.고영훈은 송서윤을 보자마자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어딘가 상처를 입은 듯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친 곳은 없는지 이곳저곳 확인했다.“대체 어디 갔었던 거야? 얼굴은 왜 이래? 소주원이 뭐라고 했어? 여보한테 손댔어?”송서윤은 걱정이 가득 어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칩을 들고 있던 손을 꽉 말아쥐었다. 그러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10년 전, 고영훈은 납치범들 손에서 그녀를 구출해 주었다.6년 전, 고영훈은 전 세계가 다 볼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을 켜 그녀에게 프러포즈했다. 그 프러포즈로 송서윤은 망설임 없이 그의 곁으로 돌아가 그와 결혼했다.그리고 5년 전, 고하준이 태어난 후 고영훈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전부 다 그녀에게 선물해 주었다.그녀로 하여금 그의 세상에는 온통 그녀밖에 없다고 여기게 했다.하지만 모든 건 다 그가 만든 허상일 뿐이었다.송서윤은 주먹을 천천히 펴며 그의 눈앞에서 칩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꼭 두 사람의 모든 추억을 다 버리듯 말이다.“대체 언제부터 나를 미행하고 있었어?”송서윤의 입에서 실망과 원망이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나를 못 믿어?”“그,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고영훈은 당황한 얼굴로 송서윤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빨개진 눈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때처럼 여보가 또 납치라도 당할까 봐, 그래서 심어둔 거야. 다 여보를 위해서야. 정말이야!”고영훈은 말을 마친 후 있는 힘껏 송서윤을 품에 끌어안았다. 이렇게 세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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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고영훈의 눈빛이 다시금 사납게 변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주원의 손에서 머리핀을 빼앗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내 아내의 머리핀이 왜 그쪽한테 있습니까?”소주원은 고영훈의 손을 가볍게 피하고는 머리핀을 송서윤의 앞에 건넸다.송서윤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그의 행동에 당황한 듯 온몸이 다 얼어버렸다.“왜긴요. 실험실에서 주웠으니까요.”고영훈은 그 말을 도발이라고 느꼈는지 순식간에 소주원의 멱살을 잡았다.“서윤이랑 실험실에서 뭐 했어?”고영훈의 날카로운 눈빛이 송서윤의 목에 걸려있는 루비 목걸이에서 다시금 소주원의 얼굴로 향했다.흠집 하나 없는 목걸이, 그리고 실험실, 고영훈은 내장 칩을 꺼내준 사람이 소주원이라고 확신했다.소주원은 그의 분노를 가볍게 무시하며 송서윤에게 머리핀을 건넸다. 그러고는 미친 망아지 같은 고영훈을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고 대표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그 말에 고영훈과 송서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사람부터 특종을 발견한 듯한 얼굴의 기자들까지 전부 다 세 사람 쪽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라이브 방송을 켜기도 했다.재벌가의 치정은 늘 사람들의 좋은 유흥거리였으니까.그때, 박다은이 세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사모님, 제가 교수님께 가져다주라고 부탁한 머리핀은 받으셨습니까? 이건 사모님께서 두고 가신 기획안입니다.”박다은이 AI와 신약 개발에 관한 기획안을 송서윤에게 건넸다.“저희 교수님과 어떠한 트러블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연구소는 여전히 케이원 그룹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그쪽이 머리핀을 주운 거라고?”고영훈이 시선을 돌려 박다은을 바라보았다. 박다은은 매우 지적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네, 대표님.”박다은 그의 무례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영훈은 그제야 소주원의 멱살을 풀어주며 다시 이성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그는 헝클어져 버린 소주원의 넥타이를 잡더니 있는 힘껏 위로 올려주었다. 이대로 소주원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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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고영훈은 송서윤과 함께 청운 대학교에서 나와 케이원 그룹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부루퉁한 얼굴의 서지원이 두 사람에게로 다가왔다.“서윤아, 내가 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데 왜 계속 안 받았어?”“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송서윤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영훈이가 서원 그룹과의 협력관계를 갑자기 중지해 버렸어.”서지원이 눈을 부릅뜨며 고영훈을 노려보았다.‘우리 회사가 케이원 그룹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능력이 안 된다고 협력을 중지해 버린 게 분명해!’“그러니까 서윤이 네가 말 좀 해줘.”고영훈의 시선이 송서윤에게로 향했다.“그거 내가 내린 지시야.”송서윤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영훈 씨가 한 거 아니야.”“뭐?”서지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이유가 뭔데?”송서윤은 그녀의 목소리에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능력이 안 되니까.”“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언제는 노력만 하면 분명히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서지원은 지금 상당히 벙찐 상태였다.“프로젝트를 맡기는 족족 형편없는 결과를 내는데 여기서 더 노력한다고 해서 그게 바뀔까?”송서윤은 더 이상 흡혈귀 같은 인간들이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서지원은 상당히 당황한 얼굴로 송서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서윤아, 왜 그래. 나야 지원이. 네 제일 친한 친구. 전에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도 네가 도와줬잖아.”송서윤은 정처 없이 흔들리는 서지원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도와주고 싶지 않아졌어.”말을 마친 후 송서윤은 서지원의 손을 홱 뿌리쳐버렸다.서지원과 허연수가 웃음꽃을 피우며 함께 차를 마시던 장면만 떠올리면 송서윤은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았다.서지원은 이럴 수 없다는 듯 송서윤을 향해 외쳤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그러고는 타깃을 바꿔 이번에는 고영훈을 바라보았다.“영훈아, 나 좀 도와줘. 너랑 나랑은 소꿉친구잖아.”고영훈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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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한발 늦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정지욱은 얼떨떨한 얼굴로 눈을 껌뻑거리다 대뜸 서지원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서지원, 너 형수님한테 크게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아니면 형수님이 화를 낼 이유가 없잖아. 물어보나 마나 네가 잘못했겠지. 너랑 헤어지고 연수랑 사귄 게 내가 한 짓 중 제일 잘 한 짓이야!”정지욱은 고영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더 목소리를 크게 내며 자신이 허연수의 남자 친구라는 것을 어필했다.송서윤은 그의 행동이 그저 가소롭기만 여겨질 뿐이었다.얼굴이 완전히 옆으로 돌아간 서지원은 머리카락으로 표정을 감추며 이를 꽉 깨물었다.‘엄마랑 아빠한테도 맞아본 적이 없는데 감히 네가 날 때려? 두고 봐. 언젠가 백배 천배로 갚아줄 테니까!’서지원은 분노를 꾹 억누르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송서윤을 바라보았다.“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를 때려?”주희영과 고영훈은 송서윤이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숨을 꾹 참고 있었다. 그녀가 어디서부터 들은 건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송서윤은 순간 현기증이 일어 뒷걸음질 치며 벽에 몸을 기댔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누구 한 명 먼저 나서서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아직도 그녀의 눈치를 보며 어디까지 들었을지 추측만 하고 있었다.송서윤은 무엇보다 서지원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왜 허연수를 고영훈의 곁에 붙여두는 짓을 한 건지.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역겨운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서지원은 고영훈을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허연수를 소개해 준 거였어. 나랑 고영훈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그런데 왜 나한테는 그동안 고영훈과 잘해보라며 등을 떠밀었던 거지? 왜 고영훈이 아닌 정지욱과 사귀었던 거지? 서지원은 애초에 나를 친구로 생각하기는 한 거야?’송서윤은 고영훈에게 진심이었던 만큼 서지원에게도 늘 진심이었다.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송서윤은 더 이상 그들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휘청거리며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눈앞이 핑 돌며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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