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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가까운 배신: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내가 왜 이모 앞에서 그런 말을 하겠어. 나는 그냥 너희 회사랑 우리 회사가 다시 좋았던 관계로 돌아왔으면 했을 뿐이야. 너도 알잖아. 친척들이 허구한 날 내 자리를 노리려고 드는 거. 만약 케이원과의 협력관계가 끊어지면 그때는 모든 걸 다 잃게 돼. 그러니까 네가 한 번만 봐줘. 응? 서윤아.”송서윤은 서지원에게 잡힌 손을 빼내고 그녀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았다.서지원은 송서윤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더니 씩씩거리며 병실을 나왔다.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그녀는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허연수에게 전화를 걸어 송서윤의 임신 사실을 얘기해주었다.‘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똑똑히 봐!’서지원이 떠난 후 고영훈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렸다.잠시 후, 병실 문이 열리고 허연수가 안으로 들어왔다.“언니도 임신했을 줄을 몰랐네?”송서윤의 시선이 병실 문 쪽으로 향했다.“그런데 임신했다고 해서 뭐 달라는 건 없을 거야. 어차피 오빠 마음은 이미 완전히 나한테 넘어왔으니까. 게다가 딸을 임신했다며? 나는 오빠네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아들이야.”허연수가 턱을 빳빳이 치켜들며 병상 가까이 다가왔다.“우리 회사에 투자하기로 한 거 철회한 사람, 언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언니밖에 없거든. 언니가 이렇게 못돼 먹은 짓만 하니까 아들이 아니라 딸을 낳는 거야. 하나 더 알려줄까? 투자 철회된 거 오빠한테 말했더니 바로 카드를 주더라? 그것도 한도 없는 카드.”딸이라는 말에 송서윤은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4년 전에 하늘나라로 간 딸이 다시 찾아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허연수는 멍한 얼굴의 송서윤을 보며 자신이 성공적으로 그녀를 자극했다고 생각했다.“영훈 오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병실에 있었지? 갑자기 왜 뛰쳐나갔는지 알아? 배가 아프다고 지금 당장 나한테 오라고 했거든. 불쌍해서 어떡해? 어릴 때는 아빠한테 버림받고 지금은 또 남편한테 버림받고. 아, 하준이도 너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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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떨어진 사람은 허연수였다.고영훈은 급히 의사와 간호사를 불러온 후 그들에게 허연수를 맡겼다. 그러고는 곧바로 2층 병실로 향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송서윤이 창문에 기댄 채 공허한 눈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영훈은 멀쩡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창문 쪽으로 다가가 송서윤을 꼭 끌어안으며 철렁 내려앉았던 가슴을 진정시켰다.송서윤은 그의 품에 기댄 채 힘이 다 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됐어?”“아직 수술 중이야.”송서윤은 고영훈의 익숙한 체향을 들이마시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허연수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어. 나를 밀치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그래서 그 반동으로 허연수가 떨어진 거야.”고영훈은 그녀의 말에 아주 잠시 몸을 움찔했다.“나는 너만 괜찮으면 돼. 아무 일도 없게 조치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공허했던 송서윤의 눈빛이 아주 조금 날카롭게 변했다.고영훈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예전의 그는 언제나 그녀의 말만 믿고 그녀의 편만 들어줬는데 이제는 아니었다.송서윤은 고영훈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우연히 밖에 있는 CCTV를 발견했다. 정확히 병실 쪽을 찍고 있는 CCTV였다.하지만 송서윤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어차피 믿을 사람은 믿게 되어있고 믿지 않는 사람은 증거를 보여줘도 조작이라고만 할 테니까.쾅!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송지철과 허미연이 안으로 들어왔다.허미연은 들어오자마자 송서윤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죽어도 시원찮을 년! 네가 감히 내 딸을 밀어? 연수는 네 동생이잖아. 임신까지 한 애를 꼭 밀어버려야만 속이 시원했어?”허미연이 송서윤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를 토해냈다.고영훈은 그런 허미연의 손을 뿌리치고는 송서윤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네가 원하는 게 뭔지 이제야 알겠네. 내 딸이랑 내 손주가 죽으면 사모님 자리를 내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밀어버린 거지? 꿈 깨! 연수가 조만간 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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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이 여성분의 말이 사실입니까?”경찰이 물었다.고영훈은 아진시의 최고 재벌이라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고 사생활도 자주 언급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경찰도 그가 아내를 목숨처럼 여기고 있는 남자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송지철과 허미연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고영훈을 바라보았다.“고 대표가 서윤이를 얼마나 끔찍이 생각하는지는 잘 알지만 그래도 지금은 사실대로 얘기해야지. 자기 기분 안 좋다고 동생을 밀어버리는 앤데 아직도 감싸고 싶어? 고 대표도 봤잖아. 연수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던 거.”송서윤은 망설이는 고영훈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창백해진 얼굴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주희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며느리가 얼마나 착한 앤데 절대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어요!”주희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는 이내 송서윤과 경찰 사이에 끼어들었다.“다시 한번 말할게요. 허연수는 우리 며느리가 민 게 아니에요. 그치, 아들?”고영훈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제 와이프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조사 똑바로 해주세요.”송지철과 허미연은 고영훈의 답변에 바로 얼굴을 굳혔다. 할 수만 있다면 고영훈의 목을 세게 졸라버리고 싶었다.“허연수 씨 보호자분 계세요?”그때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네! 저희가 보호자예요.”송지철과 허미연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안타깝지만 아이를 살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허연수 씨는...”간호사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고영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살려내 주세요.”사람들의 기이한 눈빛에 주희영이 얼른 말을 보탰다.“연수는 내 먼 친척이니까 당연히 그래야지.”송서윤은 손발이 척척 맞는 모자를 보며 더는 못 참고 입을 열었다.“어머님, 허연수는 내 아빠라는 사람이 불륜해서 낳은 사생아예요. 어머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때 기억나세요? 우리 엄마가 아빠한테 배신당한 뒤에 나를 데리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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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이 여편네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송지철이 허미연의 뺨을 내리쳤다.“연수 때문에 정신이 나간 거야? 정신 차려!”간호사들과 환자 보호자들이 수군거리며 송지철 부부를 향해 삿대질했다. 모든 이가 다 송서윤의 편이었다.허미연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이를 꽉 깨물며 다시 머리를 굴렸다.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밝혀버리면 허연수가 무사히 깨어난다고 해도 고영훈에게 버려질 게 분명했다.‘지금은 참아야 해. 아직 민지가 있잖아. 민지가 있는 한 고영훈은 우리 연수를 버리지 못해.’송서윤은 급 조용해진 허미연을 보며 통쾌한 듯 피식 웃었다.간호사는 상황이 진정되자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 중에 혹시 RH- 혈액형을 가진 분이 계신가요? 출혈이 심해 지금 당장 피가 수혈해야 합니다.”“저요!”송지철은 손을 번쩍 들었다가 뭔가 떠오른 듯 송서윤을 가리켰다.“쟤도 똑같은 혈액형이니까 쟤 피를 뽑아요. 애초에 쟤 때문에 우리 연수가 다친 거니까 쟤가 피를 주는 게 맞죠!”송서윤은 송지철의 말이 다 끝났는데도 가만히 있는 고영훈을 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너도 내가 피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안 돼요. 서윤이는 원체 몸이 안 좋기도 하고 지금은 임신 중이에요. 그리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죠? 허연수를 민 건 서윤이가 아니에요!”“한 분이면 충분하니까 얼른 따라오세요.”간호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송지철은 송서윤을 힘껏 노려보고는 허미연과 함께 간호사의 뒤를 따라갔다.잠시 후.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건물 밖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CCTV를 확인해 보니 허연수 씨가 송서윤 씨를 창문 쪽으로 끌고 와 밀어버리려고 했더군요. 하지만 밀쳐지려는 순간 송서윤 씨가 빠르게 피했고 허연수 씨는 그렇게 혼자 창문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허연수 씨의 현재 상황을 들어보니까 목숨이 위험한 정도라고 하던데 웬만하면 합의 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합의가 안 되면 저희한테 다시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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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무슨 소리야! 납치라니!”송지철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고영훈은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송서윤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무서운 눈길로 송지철을 바라보았다.“하긴, 10년이나 더 된 일이고 증인도 없고 마땅한 물증도 없으니까 당신이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닌 게 되기도 하겠죠.”송서윤은 송지철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나는 분명히 기회는 줬어요. 잡지 않은 건 당신이에요.”고영훈은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송지철을 바라보았다. 송서윤을 해한 사람이 그게 누구든 그는 용서해 줄 생각이 없었다.고영훈이 옆을 바라보며 눈빛을 보내자 경호원이 성큼성큼 다가와 송지철을 포박했다.“고 대표, 거짓말이야! 서윤이가 거짓말하는 거야. 내가 왜 서윤이를 납치하겠어! 안 그래?”송지철은 증인도 없고 물증도 없다는 송서윤의 말을 되새기며 서둘러 입을 놀렸다.“분명 자기 엄마 일 때문에 날 원망해서 아무런 말이나 지어낸 게 분명해. 애초에 증거가 없잖아!”사실 고영훈은 허연수를 봐서 송지철 부부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송서윤을 납치한 사람이 송지철이라는 얘기를 들어버렸다. 그 일로 송서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고영훈은 송지철을 이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끌고 가.”“고 대표, 제발... 악!”경호원이 송지철의 손을 뒤로 꺾어버렸다.고영훈은 그러든 말든 송서윤과 함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으로 걸어갔다.“사람 살려! 윽!”깜짝 놀란 허미연이 소리를 질렀다가 금세 경호원에 의해 기절 당하고 말았다.송지철은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경호원이 힘을 살짝 풀었을 때 얼른 송서윤의 앞으로 뛰어갔다.“자수할게. 대신 합의해 줘.”송서윤은 입이 쓰고 가슴이 욱신거렸다.“알겠어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원을 나갔다.고영훈은 자수하겠다는 송지철의 말에 경호원에게 눈빛을 보내며 풀어주라고 했다.고씨 가문 본가.고하준과 여아린을 집으로 데려온 고영은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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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마침 그때 고영훈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주희영은 고하준의 입을 막기 위해 서둘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당연히 연수 이모 아이죠.”고하준이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말투로 얘기했다.송서윤은 아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하긴 이제 막 5살 된 아이인데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하준아, 앞으로 그 여자 얘기는 꺼내지 마.”주희영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그리고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야. 엄마 임신했어. 조만간 하준이한테 여동생이 생길 거야. 얼른 엄마한테 가서 안아 줘.”주희영은 고하준과 송서윤의 사이를 풀어보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등을 밀었다.송서윤은 바닥에 넘어진 여아린을 보더니 고하준에게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사탕을 꺼내 여아린에게 건네주었다.“고하준, 아린이한테 사과해.”고하준은 여아린 때문에 또다시 무서운 얼굴을 한 송서윤을 보며 불만 가득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사과 안 해요. 아린이가 먼저 연수 이모를 나쁜 사람이라고 했단 말이에요.”아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송서윤을 향해 크게 외쳤다.“나는 다른 동생 필요 없어요. 내 동생은 민지 하나예요!”고하준은 고영훈 쪽으로 달려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아빠, 우리 같이 병원으로 가요. 민지가 그러는데 연수 이모가 죽을지도 모른대요.”고영훈과 주희영의 시선이 동시에 송서윤 쪽으로 향했다.“고하준, 네 동생은 엄마 배 속에 있는 아이야. 그리고 민지는 입양 안 할 거니까 앞으로 민지랑 연락하지 마!”고영훈은 단호하게 말한 후 시선을 돌려 집사를 바라보았다.“하준이 스마트 워치를 다른 거로 바꿔주세요. 불필요한 연락처는 삭제해 버리고요.”고영훈은 훈계라도 하려는 듯 고하준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송서윤은 마지막까지 반항하는 아들을 보며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아빠를 제일 무서워하는 아이가 허연수의 일에서는 전혀 타협하려고 하지 않았다.“원주 씨, 위로 올라가서 하준이 수업 준비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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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고영훈은 허연수가 정신을 차리는 즉시 아진시에서 쫓아내 버릴 생각이다.또한 고민지 역시 해외로 보낼 생각이다.두 사람을 보내고 나면 모든 게 다 정상으로 돌아갈 테니까.송서윤은 주희영과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결국 도우미가 따라오는 것을 허락했다.차량이 차고에서 천천히 나오던 그때, 갑자기 고하준이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깜짝 놀란 집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송서윤은 놀란 나머지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집사는 차에서 내려 고하준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는 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엄마, 나도 엄마랑 같이 아파트로 갈래요. 나도 데려가 주세요.”“하준아!”뒤늦게 저택에서 나온 이원주는 송서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얼른 고하준의 손을 잡았다.“갑자기 사라져서 깜짝 놀랐잖아. 얼른 다시 방으로 가자. 피아노 선생님 도착했어. 아린이도 이미 방에 와 있고.”“싫어요.”고하준은 송서윤을 와락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엄마, 나 피아노 레슨 받고 싶지 않아요. 엄마랑 같이 갈래요.”송서윤이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바라보자 이원주가 얼른 나서며 설득하기 시작했다.“하준아, 얼른 가야지. 안 그러면 아빠가 뭐라고 할 거야. 피아노 레슨이 끝나면 영어 수업이 있으니까 그때...”이원주의 말에 고하준은 아예 눈물까지 보였다.“싫어요. 싫다고요! 엄마, 나 데려가요. 네? 하준이도 데려가요.”고하준은 자신이 이렇게 하면 송서윤이 무조건 허락할 거라고 확신했다. 수업을 듣기 싫어서 이러는 것도 있지만 주요하게는 외할머니의 얘기 때문이었다.몇 분 전, 스마트 워치를 내놓기 싫었던 고하준은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그러고는 속상한 얼굴로 고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고민지가 아닌 허미연의 목소리였다.“하준이니? 나는 민지 외할머니야. 그렇다는 건 하준이 외할머니도 된다는 뜻이겠지?”아이는 허미연의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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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사모님!”이원주가 빠르게 송서윤을 낚아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하지만 손을 거둘 타이밍을 놓친 고하준은 그대로 땅에 넘어지고 말았다.“도련님!”집사가 서둘러 고하준을 끌어안았다.고하준의 이마에서 흐르는 빨간 피를 발견한 송서윤은 안색을 바꾸며 집사를 향해 외쳤다.“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요!”“네, 사모님!”“원주 씨는 지금 바로 영훈 씨랑 어머님한테 연락해 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집사의 품에서 고하준을 건네받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병원으로 가는 길, 송서윤은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쉴 틈 없이 눈물을 흘렸다.“엄마, 나... 아파...”고하준의 입에서 곧 끊길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괜찮아. 엄마가 곁에 있어. 하준이 괜찮을 거야.”송서윤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이원주에게서 건네받은 손수건으로 아이의 상처를 꽉 감쌌다.“엄마, 미안해요. 내가...”고하준은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송서윤의 얼굴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생각보다 너무 아팠으니까. 그녀를 정말 밀어버린 스스로가 매우 한심하게 느껴졌다.“괜찮아. 아무 말도 하지 마.”송서윤은 아이의 볼에 자신의 볼을 맞대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준이 잘못 아니야. 하준이한테 이상한 물을 들인 사람이 잘못한 거야. 그 나쁜 사람 때문에 우리 착한 하준이가 아린이한테 화를 내고 이상한 아이의 편을 들게 된 거야. 하준이는 잘못한 게 없어. 엄마는 다 알아. 조금만 더 크면... 하준이도 뭐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엄마는 다 알아... 하준이가 착한 아이인 거.”송서윤의 눈물이 고하준의 입속으로 흘러들었다.고하준은 자신을 위로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욱신욱신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선생님, 우리 하준이 좀 살려주세요!”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송서윤은 고하준을 꼭 끌어안으며 의사를 향해 외쳤다.고영훈이 미리 얘기해 둔 덕에 수술방은 금세 열렸고 송서윤은 간호사에게 고하준을 넘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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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송서윤은 의사의 손을 덥석 잡고는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우리 하준이 괜찮은 거죠?”“땅에 넘어질 때 돌멩이에 부딪히는 바람에 상처가 크게 난 거지 깊게 찔린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봉합도 잘 됐고 피도 금방 멎었어요. 하지만 이틀 정도 입원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의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송서윤은 피가 흥건했던 당시의 상황만 떠올리면 아직도 몸이 떨렸다.“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확신을 가지고 얘기한다는 건 정말 문제없다는 겁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송서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술실에서 나온 고하준은 아직 잠들어있는 상태였다.송서윤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의사가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됐으니까.그녀는 고하준이 병실로 옮겨진 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아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고영훈은 이러다 송서윤이 먼저 쓰러질 것 같아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너 지금 임신 중이야. 누구보다 안정을 취해야 할 몸이라고. 그러니까 집으로 가서 한숨 푹 자고 와. 그래야 하준이가 깨어나면 다시 힘을 내서 돌봐줄 거 아니야.”“그래, 영훈이 말이 맞다. 여기는 우리가 있으면 되니까 너는 쉬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옆방에서 자도 되고. 하준이 깨어나면 가장 먼저 너한테 얘기할게.”송서윤은 고하준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아까부터 배가 살살 아파 와 지금은 제대로 앉아 있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배 속의 아이가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송서윤은 각별히 몸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고 싶었으니까.그래서 그녀는 고영훈의 부축 아래 결국 옆방 침대로 와 누웠다. 고영훈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기에 송서윤은 고영훈에게 고하준의 곁으로 가 있으라며 그를 돌려보냈다.잠깐 누워있으니 잠은 오지 않아도 배 통증은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다시 괜찮아진 그녀는 병실 문을 열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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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선생님!”고영훈이 송서윤을 안아 든 채 의사와 간호사를 향해 외쳤다.“우리 와이프 좀 빨리 구해주세요!”의료진들이 다급하게 달려와 얼른 그를 수술실 안으로 안내했다.“선생님, 자궁내 출혈이 너무 심합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해요!”“마취 시작해!”의사가 외쳤다.“고 대표님, 수술해야 하니까 이만 나가주세요!”송서윤은 흐려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잡은 채 찌릿하게 아픈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민지’를 잃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송서윤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고영훈의 손을 덥석 잡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우리 딸 살려줘. 부탁이야...”송서윤은 부탁이라는 말을 끝으로 완전히 눈을 감아버렸다. 마취가 전신으로 퍼져간 것이다.하지만 주위의 목소리는 여전히 선명하게 들렸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도 아이도 지켜보도록 최선을 다할게요.”의사가 안심을 시켜주며 말했다.“그러니 얼른 나가세요.”고영훈은 주먹을 꽉 말아쥔 채 송서윤을 빤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이는 포기할 테니까 와이프를 살리는 데만 집중해 주세요.”“하지만 사모님은...”의사는 송서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었다.“남편은 나예요. 나는 내 아내한테 제일 최선인 선택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고영훈이 기절한 송서윤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자기 스스로를 설득하는 건지, 아니면 의사를 설득하는 건지, 잘 모를 말이었다.송서윤은 고영훈의 말에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느끼며 이번에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내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나는 내 와이프가 무사히 수술실을 빠져나가길 원합니다.”단호한 그의 말에 의사는 결국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수술실에서 나온 고영훈은 경호원 두 명을 남겨둔 후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병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허미연이 허연수에게 약을 먹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허연수는 고영훈의 등장에 환하게 웃었다. 너무나도 기뻤다.하지만 금방 아이를 잃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고영훈의 손을 잡으며 불쌍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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