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승오는 하니를 본 순간, 마음 약해져, 하려고 했던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그는 온 정신이 하니에게 쏠려, 오롯이 그녀만을 바라봤다.“하니야,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왜 여기 이렇게 오래 있어?”승오의 말투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빈이 먼저 폭발했다.그는 하니의 손을 붙잡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저 남자가 왜 하니 씨를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거지?’‘나도 하니 씨를 저렇게 부른 적 없는데,’“하니야?”승오는 또 한발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제야 권아가 아직 자기 손을 잡고 있다는 걸 느끼고, 망설임 없이 밀쳐냈다.대놓고 거절당한 권아는 믿기 어려운 듯 텅 빈 손을 바라보다가, 눈앞에 있는 몇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그 순간, 권아는 이 공간 속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오빠, 나한테 했던 약속 잊지 마!”권아는 빠르게 다가가 다시 승오를 붙잡았다.“나랑 같이 가자.”승오는 이곳에 무슨 생각으로 왔던지도 새까맣게 잊었다.그저 눈앞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자, 당장 하니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하니 씨!”건빈도 하니를 잡아당기며, 두 눈에 분노를 드러냈다.하니가 다른 남자와 이렇게 친하게 지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는, 순식간에 짜증이 치밀었다.하니는 순식간에 두 남자 사이에 낀 상황이 되어버렸다.자기 손을 양쪽에서 잡은 두 남자를 보며, 하니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건빈은 모든 걸 잊었다.만약 하니가 이곳에 남으면, 승오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할 수 없었다.그러니 지금은 우선 승오를 쫓아내야 했다. 적어도 승오가 이곳에 남아 애매하게 구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생각을 마친 하니는 먼저 건빈의 손을 떼어냈다.그 광경을 본 두 남자는 동시에 멈칫했다.한 사람은 눈에 띄게 걱정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이내 걱정했다.“하니 씨?”건빈의 눈에 찰나의 혐오감이 스쳤다.그는 하니가 낯선 남자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빤히
승오의 그런 모습에, 권아는 순간 감정을 통제하기 힘들었다.‘이제 정말 실패를 선언해야 하나?’‘정말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걸까?’“오빠가 전에 말했었지? 이제 더 이상 이하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지금은 어때? 그때 날 속인 거야?”권아는 멍하니 승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난 오빠를 완전히 알았다고 생각했어.”어쩌면, 권아는 처음부터 승오의 마음을 알았던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승오가 바람을 피웠을 때부터 어쩌면 먼저 경계해야 했었다.‘한번 바람피운 사람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충성할 수 있을까?’그게 아니라면, 승오는 하니를 배신하지도 않았을 거다.그리고 현재, 승오는 예전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하니를 버릴 때처럼 권아를 버렸다.권아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승오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며 권아가 따라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아가 힘겹게 보폭을 맞추며 승오를 따라잡아야 했다.한편, 하니는 병실 안에서 건빈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손에 든 서류를 뒤적이는 모습을 보며, 하니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건빈이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는지 몰랐지만, 진지한 모습을 보니 꽤 신기했다.“혹시 언제쯤 퇴원할 생각이에요?”하니가 작은 목소리로 물으며 싱긋 웃었다.건빈은 입원한 후, 오히려 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보였다.원래 건빈의 상태를 걱정했던 하니도, 자기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건빈이 매번 힘든 표정을 지을 때면, 하니는 승오에 대한 증오심이 커졌다.지금 승오를 제대로 손봐주지 않은 건, 단지 때가 되지 않아서였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했으니까.건빈이 완전히 기억을 되찾거나, 아니면...뭐가 됐든, 하니는 반드시 승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그때, ‘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곧바로 박미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나가
방금까지만 해도 상대를 어느 정도 배려하던 승오는, 갑자기 나타난 비서의 보고를 듣고 즉시 태도를 바꿨다.“백권아, 이거 놔!”현재, 그가 가장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승오는 지금 당장 병원에 달려가 하니를 찾고 싶었다.하지만 권아는 눈앞의 사람을 보며 손을 놓지 않았다.“오빠, 아직도 모르겠어? 이하니 마음속에 오빠 자리는 없어! 이하니는 오빠를 사랑하지 않아!”권아는 아예 승오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아니면 같이 병원에 가 볼래? 같이 가서 이하니의 반응을 보는 거야. 어때? 갈 수 있겠어?”‘내가 보낸 사람이 들킬 줄은 몰랐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강승오를 공략해야겠어!’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만 있다면, 권아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승오는 권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이에 권아가 이어 말했다.“나도 데려가. 그럼 이하니의 반응을 볼 수 있잖아. 만약 그런 상황에서 질투하지 않으면, 오빠도 포기해야 하지 않겠어?”말을 마친 권아는 승오를 빤히 응시했다.“오빠, 난 오빠 곁에 있고 싶어. 오빠 곁에 남아 있으려는 사람은 나뿐이야.”권아의 말은 마치 마력을 지닌 듯 승오를 살살 유혹했고, 따라서 목소리도 조금씩 줄였다.“나를 데려가지 않으려는 거, 설마 이하니가 오빠를 신경 쓰지 않을까 봐 무서워서 그래?” “오빠, 내가 오빠를 포기하길 원한다면, 최소한 행복하게 잘 사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승오를 바라보는 권아의 눈빛에 흠모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노골적으로 승오를 도발하기도 했다.권아를 바라보는 승오의 마음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고, 눈에 오직 권아만 남아 있었다.비록 권아의 말에 끌려가기 싫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권아의 말은 확실히 승오의 마음을 움직였다.하니 마음속에 자신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권아를 데리고 나타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승
이건 사실 하니가 조심하지 않은 탓에 김숙에게 자신을 해칠 기회를 준 탓이었다.게다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김숙을 한없이 포용하고 양보했기에, 김숙이 계속해서 하니를 해칠 수 있었다.지나 번, 김숙은 돈을 받고 잠시 떠났지만, 하니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건 절대 마지막일 리 없다.“몸 잘 챙기고 치료받아요.”건빈이 하니를 보며 말했다.“차라리 입원하는 게 어때요?”“...”건빈의 진지한 모습에, 하니는 의자를 끌어와 옆에 앉았다.“나랑 같이 있고 싶고, 내를 더 오래 보고 싶어서 그런 말 한 거로 이해해도 돼요?”비록 건빈이 자시능ㄹ 보는 눈빛이 여전히 예전과는 달랐지만, 하니는 두 사람 사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어쩌면... 어떤 건 이미 본능이 되어버려, 기억이 사라져도 바뀌지 않는지도 모른다.건빈은 하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아니면 대답하기 부끄러운 건지 알 수 없었다.다행히, 하니는 이런 변화를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건빈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말 안 해도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요. 내가 보고 싶은 거죠?”하니는 말하는 동시에 뻔뻔하게 건빈에게 바짝 다가갔다.예전이었다면, 하니는 절대 건빈한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건빈이 기억을 잃은 이후, 하니는 오히려 말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는 걸 발견했다.건빈의 눈가에 찰나의 당황함이 스쳤고, 하니는 그걸 정확히 포착했다.하니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건빈의 이런 반응에 매우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건빈 씨, 미리 말해두는데, 나를 빨리 기억해 내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하니는 한쪽 팔을 탁자에 기대며, 건빈을 올려다봤다.그 모습은 매우 오만방자했고, 편안해 보였다.고개를 돌린 건빈은 하니의 그런 모습을 눈에 담았고, 동시에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네...”도무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한편.권아와 대치하던 승오는 결국 심한 말을 내뱉었다.
인기척을 느낀 건빈은 마침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봤고, 하니와 시선이 마주쳤다.“나 봐서 기쁘죠?”하니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하려다가, 건빈의 눈동자에 드리운 평온한 기색을 보고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어요.”건빈이 자기를 바라보자, 하니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들었다.‘왜 이러지?’‘분명 내가 더 주동적이고, 항상 내가 우세를 차지해야 하는데...’‘왜 건빈 오빠 눈을 보니 이렇게 찔리지?’“상처는 어때요?”건빈은 갑자기 다가오며 물었다.이에 하니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며, 조건반사적으로 팔을 등 뒤로 숨겼다.그러고 나서는 고개를 번쩍 들어 건빈의 기색을 살폈다.‘왜 갑자기 이렇게 걱정하지?’‘설마 내가 기억났나?’“왜 피해요?”건빈의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려 했자만, 하니가 그를 피해버렸다.“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비록 고작 팔이지만, 그래도 내 몸의 일부인데, 어떻게 함부로 볼 수 있어요?”하니의 뺨은 순간 화끈 달아올랐다.‘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건빈은 고개를 들어 하니를 흘긋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두 눈에는 약간의 의문이 스쳤다.“갑자기 신경 써주니까 좀 이상해요. 좀, 비켜 봐요.”건빈의 모습을 보니, 하니는 그가 아직 자신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건빈이 괘 갑자기 자신을 신경 쓰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유를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고 싶었다.건빈은 이내 시선을 돌리며, 더 이상 하니를 보지 않았다.그러다 뭔가 생각하는 듯, 시선을 눈앞에 있는 서류로 옮겼다.“오해하지 마요. 다쳤다고 하니 보려고 한 것뿐이에요.”건빈은 목소리를 억누르려고 애썼고,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다.처음 하니를 봤을 때, 건빈은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심지어는 아주 냉담하게 대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밤만 되면 자꾸만 하니가 떠올랐고, 심지어 머릿속에 하니와 함께 지냈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재생되었다.그러다 어젯밤, 건빈은 하니의
[해가 서쪽에서 떴어요? 나한테 답장을 다 하다니. 몸은 좀 회복됐어요? 나에 관해서 떠오른 건 없어요?]화면 상단에 뜬 ‘입력 중...’이라는 글을 본 순간, 하니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고, 상대방이 어떤 문자를 보낼지 기대가 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건빈의 문제가 도착했다.[네.]화면에 뜬 글자를 보며, 하니는 잘못 본 거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정말 괜찮은 거 맞나?’‘분명 나랑 대화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보낸 게 고작 이거라고?’[네?]상대방은 다시 뭔가를 입력하고 있었다.하니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만약 건빈이 또 대충 대답한다면, 당장이라도 전화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의외로 1분을 기다렸는데도 문자는 도착하지 않았다.“좋아! 아예 답장도 안 한다 이거지?”하니는 연락처를 뒤적이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예상 밖으로, 전화는 바로 통했다.이에 하니는 오히려 깜짝 놀라며 말했다.“왜 답장 안 해요? 바빠요?”하니는 따져 물으려다가 이내 변명을 덧붙였다.어쨌든 지금은 바쁠 시간이었으니까.건빈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온화했다.[저번에 병원에 왔을 때, 팔에 붕대를 감았던데. 어디 다쳤어요?]건빈이 갑자기 팔에 난 상처를 언급하자, 하니는 멈칫하더니, 팔에 감은 붕대를 흘긋 내려다보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곧 나을 거예요.”하니는 최근 특별히 상처를 돌보진 않았지만, 곧 다시 붓을 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 말에 건비는 ‘음’하고 짤막하게 대답하더니, 말을 이었다.[시간 되면 병원에 한 번 와요.]“네?”하니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건빈이 먼저 병원에 오라고 초대하다니, 실로 놀라웠다.“혹시 내가 보고 싶어요?”하니는 다급히 물었다.“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갈게요.”약 10초 뒤, 전화 너머에서 짤막한 대답이 들려왔다.“네.”하니는 순간 멈칫했다.순간 가슴이 고동쳤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