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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151 - Chapter 160

176 Chapters

제151화

그는 표정이 잔뜩 굳은 채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민하윤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그녀의 어깨를 잡은 임형섭의 손이 덜덜 떨렸다.“왜 그 사람과 결혼한 거야? 왜 내가 아니라 하 대표냐고!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도대체 왜...”임형섭은 손을 떼더니 힘없이 주저앉았다.이 상황에서 민하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한다고 해도 임형섭이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모든 일을 털어놓을 용기조차 없었다.황당한 하룻밤, 약혼자의 배신과 가짜 임신... 게다가 친부모님은 수양부모님을 들먹이면서 협박하고 아내를 몇 번이나 갈아치운 늙은 남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다.할 수 없이 병원에 가서 낙태 수술을 받으려고 했으나 혼인신고를 하러 가게 되었다.민하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무형의 힘이 그녀를 계속 앞으로 미는 것 같았다.차라리 돈이 많은 남자를 좋아해서 결혼한 거라고 오해받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러면 임형섭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잘해주지 않을 것이다.민하윤은 그가 오랫동안 딴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기억을 거슬러 24살 생일로 올라갔다. 그녀는 디저트 가게를 청소했고 퇴근 준비를 마친 후에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졌고 걷기 힘들 정도로 눈이 쌓였다. 민하윤은 컵에 따뜻한 물을 받고는 창문 앞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다.어느덧 밤이 깊어졌고 길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사장님, 눈이 가득 쌓이는 바람에 집에 가지 못했어요. 길에 택시도 없고요. 혹시 오늘 밤만 가게에서 쉬어도 될까요? 제발 부탁드릴게요.]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문자를 보낼지 말지 고민했다. 전송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가게의 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깜짝 놀란 민하윤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남자는 그녀를 등지고 서서 긴 우산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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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흔들리는 불빛이 가게 안을 밝혀주었다. 민하윤은 크림 향기를 맡으면서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나중에 소원대로 대학교를 순리롭게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아빠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니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두 사람은 창가에 앉아 눈이 흩날리는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차바퀴의 흔적과 그의 발자국이 두꺼운 눈에 덮였다.그들은 작은 케이크를 잘라서 나누어 먹었다. 민하윤은 아직도 새콤달콤한 딸기 케이크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임형섭은 그녀를 숙소에 데려다주었다. 코트 외투 안의 편지봉투를 매만지면서 고민하더니 끝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다.민하윤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다가 재채기했다. 그가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티슈를 꺼낼 때 편지봉투가 바닥에 떨어졌다.“하윤아, 먼저 들어가. 네가 들어가는 걸 보고 갈게.”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안녕하세요, 임형섭이에요. 그게 정말이에요? 알겠어요.”임형섭은 잔뜩 흥분한 어조로 물었다.“오늘 밤에 신청하면 되는 건가요? 지금 신청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정말 감사해요.”전화를 끊은 뒤, 그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신청한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 비자를 신청해야 해서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선배, 먼저 들어가 보세요. 친구가 감기약을 사 달라고 부탁해서 약방에 가야 해요.]“그러면 같이 가자.”[아니에요. 혼자 가도 되니까 얼른 가봐요. 선배,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임형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갔다. 두꺼운 눈 위를 걷던 민하윤은 편지봉투를 발견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집어 들더니 눈에 젖은 봉투에 적힌 익숙한 글씨체를 발견했다.[하윤에게]민하윤은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봉투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감기약을 산 후에 숙소로 돌아와 친구에게 건넸다.얇은 외투를 걸친 채 탁상용 전등을 켜고 편지를 읽어 보니 외국에서 아주 유명한 시였다.[시원한 여름밤의 바람이 되어 그대의 볼을 매만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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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하윤아, 내 말에 대답해.”바닥에 주저앉은 임형섭은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민하윤은 심호흡하더니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반짝이던 그의 두 눈이 빨개졌고 눈물이 천천히 차올랐다. 민하윤의 기억 속 20대 초반 남자의 얼굴과 눈앞 남자의 얼굴이 겹쳤다.그동안 임형섭은 늘 민하윤의 곁에 있어 주었다. 가장 행복할 때, 가장 슬플 때 옆에 있어 주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녀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7년 동안 단 한 번도 그에게 설레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거운 진심을 인정하기 두려웠다.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들고 카드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슬리퍼를 꺼내 입구 쪽에 놓으면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민하윤은 종잇장과 연필을 찾아 뭐라고 적기 시작했다.[선배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알아요. 아무도 저에게 대표님과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대표님과 있었던 일을 몇 마디로 설명할 수도 없고요.]“하윤아, 왜 내가 아닌 하 대표를 선택했어? 왜 나는 네 남자가 될 수 없는 거야?”민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필을 꽉 쥐었다.“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 만약 하 대표가 아니었다면 나와 진지하게 만날 생각이 있었어?”임형섭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몇 초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짓했다.[예전에는 선배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순간, 임형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민하윤이 그를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무정하게 내쳤다.“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그는 천천히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을 이었다.“하윤아, 나는 그 선만 넘지 않으면 영원히 네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너와 멀어지기 싫어서 마음을 감추었는데 사실 내가 틀렸던 거야. 7년이란 시간을 허비했고 무엇보다 소중한 너를 잃었어.”그 말에 민하윤은 감정이 솟구쳐 올랐고 눈가가 붉어졌다.“너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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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하도진은 그녀의 명함을 보고는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저와 아내의 결혼반지를 디자인해 줄 수 있을까요?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어요.”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조금 전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진소영 씨를 도와줬을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예전부터 진소영 씨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어요. 한 번쯤은 디자인을 맡기고 싶었거든요.”“어머! 젊어 보여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줄 알았어요. 아무튼 결혼을 일찍 한 편이네요.”그녀는 말하면서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일정을 확인했다.“사실 하반년까지 일정이 꽉 찼고 내년 5월까지 예약을 받았거든요. 조금 전에 저를 도와주셨으니 결혼반지를 디자인할게요. 이번 달 휴가 기간 안에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진소영은 디자인 앱을 클릭하고는 반지를 그리기 시작했다.“어떤 반지를 원하시는지 알려주세요.”“제 아내는 업무상 화려한 반지를 낄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빛나는 사람이니 깔끔하면서도 포인트가 돋보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이아몬드의 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고개를 숙인 채 초안을 그리던 진소영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 고객님이 직접 착용하는 반지는 어떻게 할까요? 선호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알려줘요.”그러자 하도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한눈에 보아도 결혼반지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 돼요.”진소영은 세 시간 동안 하도진의 요구대로 결혼반지 초안을 그려서 보여주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두 사람은 각자 일을 보러 갔다.그날 밤 진소영은 몇백 개의 천연 다이아몬드 사진을 수집해서 메일로 보냈다.하도진은 고심 끝에 순도가 높고 비룬의 고급 공예로 만든 다이아몬드를 골랐다.송년회가 열리기 하루 전, 제누오에서 반지를 공수했다. 하도진은 밤에 자지 않고 반지를 매만지면서 싱글벙글 웃었다.댄스 타임에 민하윤과 춤을 추고 나서 상을 받은 것이라고 거짓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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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민하윤은 창밖에 흩날리는 눈을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창문의 수증기가 얼음으로 맺혔고 높게 솟은 건물과 불빛이 몽롱하게 보였다.그녀는 조용히 앉아 맥주병을 따고 유리잔에 술을 부었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술을 마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작은 아파트 안에 있으면 숨이 트이는 것만 같았다. 술에 취한 그녀는 카펫 위에 누워 있다가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세상을 뒤덮은 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간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민하윤은 재빨리 욕실로 들어가 씻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지내는 아파트는 은행에서 가까워서 십몇 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었다.그녀는 눈이 온 날에 운전하기 두려워서 콜택시를 불렀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택시에 올라탄 그녀는 9시가 되어서야 은행에 도착했다.연말이라 그런지 은행 건물은 온통 붉은색 장식품으로 도배되었다. 귀여운 그림과 풍선이 달려 있었고 회사 동료들은 연말 보너스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토론했다.하지만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민하윤은 엘리베이터 구석에 서서 멍때리고 있었다.“혹시 그 소문 들었어요? 저번에 승진 공고를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사라졌대요.”“그게 정말이에요? 설마 누군가가 승진 명단을 조작한 건 아니겠죠?”“5분 안에 누군가가 명단을 다운로드했을 수도 있잖아요. 누가 승진 명단에 있었는지 알아요?”“들은 바에 의하면...”먼저 입을 연 사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했다.“지금 들은 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 돼요. 어젯밤에 인사팀에서 14명을 잘랐대요. 계약서에 따라 보상금을 넉넉하게 챙겨주었다니까요.”“왜 갑자기 자른 걸까요?”그중 한 사원이 너무 놀라서 높은 목소리로 물었다.“생각해 보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어요. 어제 명단을 올린 지 5분 만에 사라졌고 갑자기 14명을 잘랐어요. 심지어 마케팅팀 송유연 대리도 포함되어 있어요.”“송유연 대리처럼 유능한 인재를 잘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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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하지만 임형섭은 왜 아무 말 없이 연차를 낸 걸까?민하윤은 갑자기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아주 당황했다. 그녀는 심호흡하고는 연필로 종잇장에 글을 적었다.[회사에서 연차 신청을 통과했어요?]이남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온라인으로 신청한 것 같아요. 그러면 몇 시간 안에 확인하고 통과하거든요. 하윤 언니, 임 팀장님이 왜 갑자기 연차를 냈는지 아세요? 집에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요? 팀원들은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결국 알게 될 거예요. 연말에 업무가 많아서 모두 예민해져 있어요. 만약 임 팀장님이 자리를 비운다면...”그녀는 말하면서 감정이 점점 솟구쳐 올랐다.태유 은행은 사립 은행으로서 암묵적인 사내 문화가 있었다.각 부서의 업무 청산에 따라 연말 보너스 금액이 정해졌다. 올해 11월에 업적이 높아도 12월 업무를 게을리하면 보너스 금액이 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평소에 업무가 적은 부서에서 마지막 한 달에 미친 듯이 일하는 것도 전부 보너스를 받기 위해서였다.열심히 일하지 않던 사원들은 업적과 부서의 보너스를 위해 부지런하게 일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신용대출팀 팀장인 임형섭은 아무 말 없이 연차를 내고 사라졌다.이 소식이 퍼지면 팀원들의 사기가 꺾일 것이고 보너스를 많이 받을 수 없을 것이다.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임형섭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윤 언니, 지금 연락해도 소용없어요. 임 팀장님은 연차 절차를 마친 후에 저한테 메일을 보냈어요.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더라고요.”이남주는 조급한 마음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달 업적을 위해 매일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전화 한편에서 차가운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임형섭이 연차를 내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린 것이다.예전의 민하윤이라면 연말 보너스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할 것이다. 그때는 돈이 부족해서 일했지만 지금은 월급을 받아도 딱히 쓸 곳이 없어서 계속 저축했다.예전에는 서동민의 입원 비용과 서정아의 월급,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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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민하윤은 이 사실을 다른 팀원한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고는 업무를 처리했다.부서 회의가 시작되자 한 팀원이 물었다.“어라? 이제 보니 임 팀장님이 안 보이네요. 어디에 갔는지 아세요?”그러자 이남주는 민하윤을 힐끗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임 팀장님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치료받고 있어요. 며칠 동안 복귀하지 못할 거예요.”그 말에 모든 팀원이 중간에 앉아 있는 민하윤을 쳐다보았다.“그러면 연말 심사는 어떻게 준비해요?”민하윤이 적은 글이 화면에 나타났다.[임 팀장님 대신 제가 여러분을 이끌고 부서 연말 심사를 준비할 거예요.]팀원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 눈치만 보았다. 민하윤이 올해 태유 은행에서 업적이 가장 높은 사람이기에 모든 이의 인정을 받았다.비록 민하윤이 임형섭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건 절차상 알맞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임형섭의 부재에도 팀원들은 흔들리지 않고 힘을 합쳐 업무를 처리했다.민하윤은 하루 종일 업무를 보느라 머리가 지끈했다. 팀원들이 다 퇴근한 후, 그녀는 코트를 걸치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러 갈 때, 마케팅팀 사무실에서 사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커피를 석 잔씩 마시면서 업적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조용한 건물 안에 온통 사람으로 가득 찼고 모두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민하윤은 머뭇거리더니 코트를 여미고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렸다.밤 8시, 건물 주위의 가로등이 길을 밝게 비추어서 그런지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났다. 도로 양 편의 나무에 반짝이는 전등과 귀여운 장식품이 달려 있었다.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두 눈은 초점 없이 바닥을 보고 있었다.모두 일에 치여 연말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가 부른 콜택시는 몇백 미터 되는 곳에서 오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이때 길가에 검은색 벤틀리가 멈춰 서더니 뒷좌석 창문이 천천히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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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하도진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민하윤, 내가 한가한 줄 알아? 네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강아지인 줄 아냐고! 그 의사에게 진료받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르겠지.”하늘색 벨벳 반지 상자를 잡고 있던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그러자 유청원은 룸미러로 민하윤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는 화가 난 하도진을 바라보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듯 손목을 잡았다.하도진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나랑 같이 미넬에 갈 거지?”민하윤은 결정을 무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는 휴대폰에 무언가를 적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화면을 들이밀었다.[약속을 어겨서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팀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요.]그러자 하도진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그녀의 손을 내쳤다.“민하윤,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다고 빌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그 말에 민하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예전의 그녀라면 미넬의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하도진은 권력과 재력으로 그녀에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삶을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민하윤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얼마 후, 차량은 르네 별장으로 들어갔다. 하도진이 차에서 내리지 않자 유청원은 가만히 앉아 눈치를 살폈다.그의 뜻을 알아챈 민하윤은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민하윤, 나는 분명 너에게 기회를 주었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을 거야.”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민하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그는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몇 초 후, 차량은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홀로 그 자리에 남은 민하윤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별장으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별장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식탁 위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여러 가지 놓여 있었고 나지혜가 남긴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사모님, 다음 주에 대표님과 함께 외국에 간다고 들었어요. 대표님께서 휴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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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나오는 사원들도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민하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검은색 패딩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이남주가 시야에 들어왔다.그녀는 검은색 안경을 쓰고 있었고 헤드폰을 꼈다. 사람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남주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오면서 말했다.“잠시만요!”버튼 쪽에 선 사원이 기다려준 덕에 이남주는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었다.“정말 고마워요.”이남주는 왼손에 서류를 여러 개 들고 있었고 오른손에 커피를 들었다.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멘 채 재빨리 들어왔다.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불편했기에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예상과 달리 이남주는 단번에 민하윤을 발견했다. 그녀는 헤드폰을 벗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하윤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민하윤이 아무리 인사하고 싶지 않아도 소용없었다. 그녀가 미소로 화답하자 이남주는 그쪽으로 걸어오면서 말을 이었다.“언니라면 당연히 해낼 줄 알았어요. 정말 축하해요!”[그게 무슨 뜻이에요?]민하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때 그녀와 이남주를 향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하윤 언니, 저한테 숨기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회사 홈페이지에 승진 명단이 떴어요. 언니는 신용대출팀 팀장 자리에 올랐다고요!”이남주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성격이 매우 털털하지만 일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세심했다.회사 밖에서는 제멋대로였으나 회사 안에서 절대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업무에 집중했다.그녀는 연말 보너스를 위해 매일 컴퓨터 앞에 마주 앉아 하루 종일 부지런하게 일했다.평소에 회사 내부의 소식에 관심이 없었지만 민하윤이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순간, 민하윤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터질 것만 같았다.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여러 사원이 토론하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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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민하윤은 이남주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에 글을 적어서 보여주었다.[임 팀장님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연차를 낸 것 같아요. 직무 변동 때문에 사이가 틀어질 리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랑 저는 여전히 친한 선후배 사이예요.]이남주는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민하윤이 적은 글을 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젯밤 12시에 회사 홈페이지에 승진 명단이 업로드되었어요. 아침에 메일을 확인할 때 봤더니 승진 명단 다운로드 횟수가 3000회를 넘겼어요. 그러니까 대부분 사원이 알고 있다는 뜻이죠.”이남주는 민하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멈추자 두 사람은 사무실로 향했다.신용대출팀 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일제히 민하윤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사무실 문 옆에 서 있던 팀원들이 축포를 터뜨렸다.펑!오색 테이프가 허공에 날리자 잔뜩 겁먹은 민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윤 씨의 승진을 축하해요!”이남주도 깜짝 놀랐지만 팀원들과 함께 민하윤을 축하해 주었다.주인공이 된 민하윤은 미소로 화답하고는 수어로 마음을 전했다.[여러분, 정말 고마워요. 정식으로 팀장 직무를 임명받은 후에 밥을 살게요. 오늘도 같이 힘내요.]민하윤이 손짓하자 옆에 서 있던 이남주는 팀원들에게 그녀의 뜻을 전했다. 몇 년 동안 민하윤의 조수로 일하면서 간단한 수어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이남주는 미소를 지은 채 민하윤의 마음을 전달했다.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처리했다.뒤돌아선 민하윤은 표정이 굳어진 채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기대앉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임형섭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대화창에 썼다가 지우는 걸 반복하더니 고심 끝에 문자를 보냈다.[선배는 제가 승진할 거란걸 알고 있었어요?]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 그녀는 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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