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한다고 말해줘: Bab 141 - Bab 150

176 Bab

제141화

민하윤은 가방을 들고 르네 별장의 문을 열었다. 하이힐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졌고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았다.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도시락통을 유청원에게 건넸다.유청원은 예전에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쳐주었고 데리러 갈 때도 있었다. 그는 별장으로 오면서 민하윤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시락통을 받았다. 이때 민하윤은 서랍에서 종이와 연필을 꺼내고는 글을 적었다.[수고하세요.]유청원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일찍 쉬세요.”민하윤은 미소로 화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닫힌 순간,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그녀는 김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진 채 벽에 기댔다. 다리를 감싸고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얼마 후, 객실의 불이 켜지더니 나지혜가 외투를 걸치고 나왔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있는 민하윤을 발견했다.나지혜는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재빨리 달려왔다.“사모님, 왜 여기에 앉아계세요? 바닥이 차가우니 제 손을 잡고 일어나세요.”나지혜는 힘겹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는 소파에 앉혔다. 눈앞의 여자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나지혜는 민하윤이 하도진과 싸운 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어찌 되었든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절대 화를 참지 말고 스트레스를 푸세요. 대표님은 회사를 관리하고 있으니 사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못할 수도 있죠.”민하윤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소파 구석에 앉아 두 눈을 질끈 감았다.“사모님, 식사하셨어요? 배고프시면 국을 데울게요. 조금이라도 드실래요?”나지혜는 여윈 그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강풍이 불면 민하윤도 따라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소파에 누웠다. 그러자 나지혜는 담요를 꺼내서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사모님, 조금만 쉬다가 방으로 돌아가서 주무세요. 아셨죠?”민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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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민하윤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동민을 좋은 요양원에 보내려고 했다. 여러 군데 알아보니 온통 의료 기술이 낙후하고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요양원뿐이었다.민성현은 그녀가 몰래 서동민을 다른 곳에 데려가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환경이 깨끗하고 지리적 위치가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요양원은 명원에 몇 개밖에 되지 않았다.그곳은 병실 침대와 간이침대가 있었고 화장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앞마당에서 간병인이 휠체어를 밀고 산책하면서 환자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민하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향했다. 서동민은 장식이 화려한 VIP 병실에서 지냈다.일반 병원과 달리, 이곳은 집에서 지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필요한 가구와 가전제품이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또한 간호사가 30분마다 들어와서 기기의 수치를 확인하고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다.수시로 체온과 혈압을 재고 의사 소견서에 따라 약을 먹이거나 주사를 놓았다.에스티 그룹 산하의 고급 요양원은 노인을 위한 사립 병원이나 마찬가지였다. 환자의 건강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심신 건강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민하윤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간병인 서정아는 서동민의 속옷을 빨고 있었다. 속옷에 노란색 배설물이 가득 묻어 있었다.서동민은 반신불수가 되었고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다. 자꾸 침을 흘려서 서정아가 그의 턱 밑에 손수건을 받혀 놓았다.침대에 누워 있는 서동민은 입을 살짝 벌린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음식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화면에 나타났다.서정아는 그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하윤 씨, 왔어요? 편하게 앉아 계세요. 속옷을 씻고 나올 테니 먼저 얘기를 나누세요.”민하윤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옷이 더러워지면 씻지 말고 버리세요. 새 옷을 사 올 테니 일일이 씻을 필요 없어요.]서정아는 몇 년 동안 서동민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었다. 민하윤과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간단한 수어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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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민하윤은 화가 솟구쳐 올라서 그 간병인을 밀쳤고 재빨리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병원 간호과에 간병인을 신고하면서 무조건 자르라고 했다.일이 커지자 민성현은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경찰서에 가게 되어서 체면이 구겨졌다고 했다.민하윤은 뺨을 맞은 그날 밤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 착하고 믿음직스러운 간병인을 만나 서동민을 보살피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간병 중개 업체에서 그녀에게 세 사람을 추천해 주었다. 민하윤은 그중에서 서정아를 선택했고 면접을 본 후에 채용했다.민하윤은 그녀에게 한 달 월급을 미리 주었다. 몇 년 동안 지내다 보니 두 사람은 모녀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민성현이 민하윤을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을 때, 서정아는 몰래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 덕에 민하윤은 서동민의 상태가 어떤지 알게 되었다. 서정아는 평소에 시간이 나면 그녀의 근황을 물어보았다.민하윤을 격려했고 끼니를 잘 챙겨 먹으라고 하면서 관심해 주었다.“하윤 씨, 요즘 더 야윈 것 같아요. 혹시 돈을 아끼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건가요? 제 월급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끼니를 거르지 말아요. 큰아들은 곧 졸업할 거고 둘째 아들은 올해 대학교 2학년이에요. 학기마다 장학금을 타서 생활에 보태고 있어요.”서정아는 속옷을 빨아서 빨래 건조대에 널었다.“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서정아는 민하윤을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민하윤은 수줍게 웃으면서 수어로 표현했다.[아주머니, 저 요즘 살이 쪘어요.]“그럴 리가 없잖아요. 얼굴이 주먹보다 더 작은데 살이 쪘다고요?”서정아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민하윤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서동민을 보살핀 지 벌써 7년이나 되었다.서정아는 민하윤이 서동민을 보러 온 날에 건넨 편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민하윤이 17살 되던 해,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바쁠 텐데 서동민을 보러 왔다. 그녀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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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아주머니, 얼른 드세요.]민하윤은 손짓하더니 서랍 위에 놓인 제철 과일을 가리켰다.[아빠랑 같이 드시라고 많이 사 온 거예요. 부담가지지 말고 드세요.]이때 귓가에 누군가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반백 살이 넘어가는 서동민이 침을 흘리면서 손가락으로 입안을 가리켰다.서정아는 재빨리 바나나 껍질을 발라서 그에게 건넸다. 그러자 서동민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면서 먹었다.“하윤 씨의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기 좋아해요. 오후에 날씨가 좋아서 산책하러 나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더라고요. 텔레비전을 보다가 자는 게 좋은가 봐요.”민하윤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재활 훈련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그 말에 서정아는 귤을 내려놓더니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이 요양원의 비용이 만만치 않죠? 환자를 위한 활동이 아주 많고 재활 훈련할 때는 전문적인 의사와 치료사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재활실까지 데려다준 후에는 의사에게 맡겼어요. 어느 한 번 아래층에 내려가서 산책할 때 간병인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이 요양원에서 지내려면 매달 적어도 600만 원이 든다고 했죠. 요양원에 간병인을 보내달라고 신청하면 매달 800만 원 정도 들 거예요.”서정아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을 이었다.“하윤 씨의 아빠는 의료 기기를 달고 살아야 해요. 매일 링거를 맞고 약을 먹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재활 훈련을 받아야죠. 집에서 지내면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될 텐데...”서정아는 말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생각에 잠긴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녀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두 아들은 얼마 후에 대학을 졸업해요. 그동안 다른 간병인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돈을 모았고요. 하윤 씨,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요양원의 비용을 제가 내는 게 아니에요.]“뭐라고요?”깜짝 놀란 서정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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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황급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서명인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하도진은 침대맡에 기대앉아 있었고 식탁 위에 도시락통이 놓여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채선화는 우아한 자태를 유지한 채 학술논문을 읽었다.병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서명인은 채선화가 무언가를 눈치챌까 봐 숨을 고르면서 힐끗 쳐다보았다.하도진은 서명인을 한눈 보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채선화는 안경을 벗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입맛에 안 맞아서 그래?”하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차분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어요.”채선화는 손목시계를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말했다.“조금 있다가 학술회에 참석해야 해서 이만 가봐야겠어. 끼니를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어.”그러자 하도진은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잘 다녀오세요.”하이힐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경쾌한 소리를 냈다. 채선화가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서명인은 너무 긴장되어서 이마에 땀이 맺혔다.채선화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서 비서, 한 겨울에 왜 땀을 이렇게 많이 흘리는 거야?”“뭘 잘못 먹었는지 배가 아파요. 대표님께 보고한 후에 진료받으러 가려고요.”서명인은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채선화는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캐묻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힌 순간, 서명인은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다급히 말했다.“승진 공시서를 게시하는 시간이 뒤로 미뤄졌어요. 사모님께서 이른 시간에 외출했지만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어요.”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뭐라고? 그러면 하윤이 어디에 갔다는 거야?”서명인은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바람을 쐬러 나간 게 아닌가 싶어요. 중요한 서류들이 르네 별장에 있는 걸 봐서는 멀리 나간 것 같지 않아요.”“하윤에게 연락해 봤어?”하도진의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그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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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송년회가 열린 날에 민희수는 사모님과 그 옆에 있는 남자가 부적절한 관계라고 오해한 것 같아요.”서명인은 하도진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대표님도 아시는 분이에요. 태유 은행 신용대출팀 팀장 임형섭은 사모님의 상사이자 대학 선배예요. 민희수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그 말에 하도진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놈이 하윤에게 딴마음을 품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어?”그는 차갑게 웃더니 두 눈에 살기가 맴돌았다.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서명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민씨 가문 사람들은 딸이 얼마나 멍청하고 거만한지 모르는 건가?”하도진은 말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민씨 가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그의 주변에 있는 재벌가 아가씨들은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었으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교양 있는 척 연기했다.세력이 굳건한 여러 가문의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안면을 텄다.민씨 가문에서 아무리 자산을 끌어모아도 상류 사회의 발꿈치에 닿지 못할 것이다.명원의 재벌가 모임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는 민씨 가문에서 어떻게 자식을 교육했기에 민희수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걸까?하도진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민하윤은 고고하지만 잔혹한 현실 앞에서 머리를 수그릴 줄 아는 여자였다.그러나 고귀해 보이는 민희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비위에 맞췄다.이때 서명인은 가볍게 기침하고는 입을 열었다.“민희수는 민씨 가문의 양녀이고 사모님이 받아야 할 사랑을 독차지했어요. 심지어 곧 형부가 될 남자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도진이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든 관심 없어. 하윤이 어디에 있는지 찾은 거야?”민희수처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서명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하도진은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차가운 안내음을 듣고 있던 그의 두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무조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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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도진 씨, 무슨 일로 연락한 거예요?]휴대폰을 잡고 있던 하도진은 문자 알림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일을 다 보고 난 후에 병원에 올 수 있어? 너에게 줄 것이 있어서 그래.]민하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승진 기회를 또 한 번 놓쳤다는 것을 하도진이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문자를 보낸 후에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이때 서정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하윤 씨, 무슨 일 있어요?”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주머니, 우리 아빠 잘 부탁드릴게요.]“하윤 씨의 아버지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알겠죠?”서정아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살짝 다쳤다. 언뜻 보면 두 사람이 모녀 사이인 줄 알 것이다.민하윤은 미소를 지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서동민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눈 앞을 가렸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처럼 굴어요. 하윤 씨의 아버지는 의식이 흐릿하지만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할 때마다 펑펑 울어요. 저번에 이발사의 가위를 빼앗더니 팔을 있는 힘껏 물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서정아는 말하면서 민하윤의 앞을 막아섰다.“지난번에 간호사가 체온을 확인하러 들어왔는데 하윤 씨의 아버지는 갑자기 일어나서 간호사를 밀쳤어요.”그녀는 서동민이 민하윤을 밀치거나 때릴까 봐 걱정되었다.그는 민하윤을 향해 바나나 껍질을 던지고도 미안해하거나 자책하는 기색이 없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쳐다보았다.서동민은 갑자기 흥분해하면서 손뼉 치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화면에 나타나자 침을 질질 흘리면서 웅얼거렸다.“머, 먹을래...”서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로 그의 입가를 닦아주고는 민하윤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민하윤은 가방을 들고 일어나려 했다.이때 서동민은 그녀의 팔목을 거칠게 잡았다.“아가야, 울지 마. 이렇게 호호 불면 아픈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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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예전의 서동민은 야심이 넘치고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반짝이는 두 눈에 절대 불복하지 않는 패기와 자신감이 들끓고 있었다.그런데 한차례 사고로 인해 강수경이 세상을 떠나면서 행복한 가정이 파탄 났다.서동민은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의식이 흐릿해졌고 지능은 3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와 비슷했다.하반신이 마비되어 침대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고 서정아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서동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때는 패기가 넘치던 사람이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웠다.가방 안의 휴대폰이 진동하자 민하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손을 빼내고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조심히 들어가요.”서정아는 서랍 위의 과일을 집어서 봉투에 담았다.“하윤 씨, 가는 길에 이거라도 좀 먹어요. 다음부터 과일을 사지 않아도 돼요. 비싸기도 하고 나는 과일을 잘 먹지 않거든요. 하윤 씨의 아버지는 이렇게 많이 드시지 못하고요.”그러자 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과일을 서랍 안에 넣었다.[아주머니는 제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이에요. 부담가지지 마시고 많이 드세요.]서정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고마워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민하윤은 요양원에서 나와 하도진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병실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고는 문을 두드렸다.문이 열리자 그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걸어 들어갔다.어제 민하윤은 하도진이 수어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에 억눌렀던 감정을 쏟아냈던 것이다.하도진은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윤아, 아버님을 만나러 갔어?”예상치 못한 질문에 민하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표면상 민성현의 딸이지만 하도진은 서동민을 아버님이라고 부른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수어로 물었다.[무슨 일로 부른 거예요? 줄 것이 있다고 했잖아요.]민하윤은 수어로 표현하다가 갑자기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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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휴대폰 벨 소리가 숨 막히는 정적을 깨뜨렸다. 화면에 임형섭의 이름이 나타나자 민하윤은 하도진의 눈치를 살피면서 창가로 걸어갔다.임형섭은 그녀의 전화번호를 저장했지만 단 한 번도 전화를 건 적이 없었다. 업무상 급한 일이 있다고 해도 문자거나 메일로 연락했다.임형섭은 그녀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다. 전화 한편에서 거친 숨소리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윤아, 어디에 있어?”그는 민하윤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아주 걱정했다.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진 남자 목소리를 들은 하도진은 두 눈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우리 지금 만나자. 네가 은행에 오기 싫으면 내가 너를 찾으러 갈게.”임형섭은 심호흡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민하윤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그녀의 뜻을 알 리 없는 임형섭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지내는 아파트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꼭 와야 해.”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민하윤은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휴대폰에 글을 적었다.[요즘 업무에 문제가 생겼어요. 오늘 무단결근하는 바람에 선배가 많이 놀란 것 같아요. 아직 도진 씨와 어떤 사이인지 모르니까 원래 살던 아파트에 가봐야 해요.]하도진은 그녀의 말에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는 민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그 남자는 상사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어. 하윤아, 네 신분이 무엇인지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랄게.”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민하윤은 휴대폰을 들고 뭐라고 적었다.[저의 상사일 뿐만 아니라 대학 선배예요. 저와 임형섭은 친한 선후배 사이일 뿐이지, 도진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그래.”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너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임형섭도 같은 생각일까? 너를 그저 친한 후배로 생각한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그 말에 민하윤은 움찔하더니 휴대폰을 꽉 쥐었다. 그러자 뽀얀 손등에 옅은 핏줄이 천천히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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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임형섭은 몇 번이나 그녀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고백한 후에 다시 원래대로 지낼 수 없을까 봐 겁이 났다.그녀와 멀어질 바에는 이 무거운 마음을 가슴 한편에 숨기고 있는 편이 나았다.그는 언젠가는 민하윤의 듬직한 버팀목이 되어 함께 행복한 삶을 보낼 거라고 다짐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민하윤을 보고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혹시 휴식실에 같이 있던 사람이 하 대표야? 너랑 하 대표는 무슨 사이인 거지?”임형섭은 주먹을 꽉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친한 친구?”그러자 민하윤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를 지켜보던 임형섭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연인?”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순간, 임형섭은 불안한 예감이 뇌리에 스쳤다.“설마 아무런 명분도 없이 하 대표의 여자가 된 거야? 하윤아, 내가 그동안 알고 지낸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거야?”민하윤이 주먹을 꽉 쥐자 손바닥의 통증이 온몸에 퍼졌고 숨이 턱턱 막혀왔다.‘선배는 나를 대표랑 놀아난 여자라고 생각하는 걸까?’가방이 바닥에 떨어치면서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저랑 대표님은 이미 결혼했어요.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어요.]깜짝 놀란 임형섭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는 민하윤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윤아, 거짓말하지 마.”[선배, 저 진짜 결혼했어요.]“네 약혼자는 진서우 그놈이었잖아. 그런데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파혼했고... 혹시 가문에서 하 대표와 결혼하라고 강요한 거야?”임형섭은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씨 가문 사람들은 제가 대표님과 결혼했다는 걸 모르세요.]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자 임형섭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상장회사 고위 인사들은 결혼 여부를 밝혀야 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하준혁이 결혼했다는 사실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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