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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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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민하윤은 태유 은행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불편한 상황은 신용대출팀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대체 그 하 대표님이랑 무슨 사이길래 하 대표님이 꼭 민 대리님이 프로젝트를 맡아야 한다고 지목한 거지?”“어제 퇴근할 때 민 대리님이 한정판 롤스로이스를 타고 가는 걸 본 사람이 있대.”“어제 인사팀 셀리나 씨가 민 대리님을 굉장히 불친절하게 대했었잖아. 그래서 나는 민 대리님이 임 팀장님이랑 사귀는 줄 알았는데.”“내가 보기에 임 팀장님은 민 대리님을 좋아하는 게 맞아...”콜록콜록...민하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다를 떨던 인턴들이 곧바로 입을 다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부러 민하윤을 피하는 듯했다.민하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못 들은 척했다. 그녀가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가자 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렸다.이남주가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오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대리님, 에스티 산하의 의료기기 회사랑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재무제표에 문제가 좀 있어요. 조금 전에 하 대표님 비서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대리님이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이남주는 민하윤의 조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주로 자료 교정과 정리, 민하윤의 말을 동료들에게 대신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민하윤은 빠르게 일정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이후로는 회의가 없었기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민하윤은 바로 오케이 사인을 했다.이남주가 사무실에서 나가자마자 임형섭이 다급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오며 살짝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하 대표님이 널 협박했어? 너한테 해를 끼치지는 않았어?”민하윤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은행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유언비어였다.하도준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아주 눈에 띄는 차를 타고 그녀를 데리러 왔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민하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그런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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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이렇게 황당하고 복잡한 일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씨 가문은 체면을 위해 계약서에 계약 기간 동안 을은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없고 신분을 숨겨야 한다는 특별 조항을 추가했다.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는데 갑자기 자신이 하도진의 아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계약을 위반할 수는 없었다.어차피 열 달 뒤면 그녀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고 그 돈이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세상 모든 평범한 부녀들처럼 양아버지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이 아이는...’얼떨결에 생긴 아이였다. 게다가 하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니 집안 어른들이 굉장히 중요시할 것이고 부족함 없이 크며 순조로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하윤아... 너 괜찮은 거야? 내가 말실수라도 한 건 아니지?”임형섭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하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는 몇 번이나 말하려다가 말았다.[괜찮아요. 하 대표님이랑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그러면 다행이야. 이 프로젝트 맡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이 프로젝트가 없어도 태유 은행은 망하지 않아.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 마.”민하윤은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임형섭은 그녀를 위해 너무 많은 걸 해주었다.다른 한편, 하도진은 짜증 난 얼굴로 기획서를 옆으로 던져두었다. 옆에 있던 서명인은 감히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 하도진은 오늘따라 저기압이었고 안색이 매우 어두워서 살벌해 보였다.하도진은 계속 휴대전화를 힐끔거렸다. 아주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설마 민하윤과 싸운 것일까? 그러나 민하윤은 말을 할 수가 없었는데 하도진이 홀로 싸우기라도 한 걸까?한낱 월급쟁이인 서명인도 자신의 목숨은 소중했다. 그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감히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하도진이 매정하게 세 번째 기획서를 반려했을 때,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전화가 드디어 진동했다.하도진은 빠르게 전화를 받더니 이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처음에는 침묵하다가 갑자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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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하도진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서명인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시간 없으시면 사모님을 잘 모시라고 재무팀에 얘기해 두겠습니다.”하도진은 펜을 돌리다가 덤덤한 눈빛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비서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물었다.“서 비서, 입사한 지 얼마나 됐지?”하도진은 그를 자르려는 것일까? 그가 무슨 말실수를 한 것일까?서명인의 마음을 밝혔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이제 곧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해야 할지도 몰랐다.서명인은 식은땀을 닦으며 횡설수설했다.“졸업한 뒤 바로 입사해서 5, 6년쯤 됩니다.”하도진이 한정판 펜을 책상 위로 던지며 덤덤히 말했다.“딱 한 번 말할게. 나는 나와 그 여자의 관계가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러니 앞으로 주의하도록 해.”서명인은 고개를 힘껏 끄덕인 뒤 도망치듯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곳에 1초라도 더 있으면 잘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민하윤은 주소에 적힌 대로 에스티 본사에 도착했다. 정장을 입은 직원들은 사원증을 찍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이곳 직원이 아닌 민하윤은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질문을 받았다.“혹시 예약하셨나요?”민하윤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고개를 숙이고 타자했다.[안녕하세요. 전 태유 은행 본점 신용대출팀 민하윤 대리입니다. 오늘 오전 열 시 재무팀 차장님과 신용대출 자금 업무와 관련하여 회의하기로 했습니다.]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민하윤의 행동은 아주 이상했다. 말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타자를 해서 소통하니 말이다.얼굴은 예쁜데 말하지 못하니 너무 안타까웠다.프런트 데스크의 두 직원 모두 동정의 눈길을 보내며 서둘러 말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요.”민하윤은 고마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그녀는 검은색 코트를 여미면서 무료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다 갑자기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얼굴도, 분위기도 연예인 뺨치는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자 프런트 데스크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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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민하윤은 살짝 넋을 놓았다. 어느샌가 엘리베이터가 60층에 도착했다. 본능적으로 복도 끝에 있는 대표 사무실을 본 민하윤의 머릿속에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그중 하나는 하도진이 무려 7년의 세월을 함께한 전 연인과 만나는 모습이었다. 늘 쌀쌀맞은 하도진이 사랑을 할 때엔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졌다.민하윤에게 그랬던 것처럼 빈정대며 악담을 퍼부을까?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아주 세심하고 다정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아껴줄 것이고, 적어도 싫어하거나 혐오하지는 않을 것이다. 뱃속의 아이만 아니었어도 그들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걸지도 몰랐다.“태유 은행의 민하윤 대리님 맞나요?”민하윤은 정신을 차린 뒤 의아한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에스티 재무팀 전상훈 차장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맞이하게 했다. 그리고 회의실 안에는 정장을 입은 직원이 다섯 명쯤 있었고 다들 옆에 서류를 산처럼 쌓아두고 있었다.“민하윤 씨, 커피나 차 중에 어떤 걸로 드릴까요?”그동안 소통해야 하는 수많은 자리가 있었지만 민하윤은 늘 배제되었었다. 그녀는 상대방의 말에 제때 대답할 수 없었고 필요한 것과 표현하고 싶은 것을 늘 수화로 표현해야 했으나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런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민하윤은 점점 사람들과의 소통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수화를 하면 상대방이 싫어할까 봐 두려웠다.지금도 그랬다. 커피나 차 중에 어떤 걸 마시겠냐는 간단한 질문에도 민하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민하윤은 노트북 화면을 스크린으로 공유한 뒤 빈 문서를 만들고 흰 손가락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타이핑으로 업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에스티 재무팀 직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이렇게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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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민하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사람들은 진호영이 또 예쁜 여자를 발견하고 작업을 걸려는 줄 알았는데 그 여자가 하도진과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날카롭거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일제히 민하윤에게로 향했다. 민하윤은 마치 불판 위에 올려진 듯, 숨을 곳조차 없어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고은율은 아주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한 채로 분위기를 풀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네가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 도진이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여자 친구가 있겠어?”고은율은 일부러 여자 친구라는 말을 강조했다. 민하윤은 고은율의 말에서 다른 의도를 읽어냈다.진호영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바로 발끈했다.“그럴 리가 없어.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당시 도진이 형 할머니도 그 자리에 계셨어!”“생각났다. 도진이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넘어졌던 사람이죠? 그때 도진이 형이 사람을 시켜 그쪽을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라고 했었잖아요. 게다가 두 사람 위층에서 한참을 있었죠.”진호영은 다른 사람의 기분 따위 안중에도 없는 건지 거침없이 말했다.“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쪽이랑 도진이 형이 같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걸 봤었어요.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죠. 그런데 오늘은 업무 때문에 온 건가요? 아니면 개인적인 일 때문에 온 건가요?”비록 민하윤에게 묻는 것 같았지만 진호영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옆에서 넋을 놓고 서 있는 전상훈을 힐끔 바라보았다.민하윤은 매우 난감했다. 수치심이 치밀어오른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감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지 못했다.민하윤이 이 상황을 불편해하자 상대적으로 점잖고 어른스러운 구준오가 진호영의 입을 막았다.“너 때문에 당황스러워하시잖아. 그만해. 그리고 이건 도진이 일이니까 쓸데없이 관여하지 마.”민하윤의 귀가 빨개지면서 창백한 피부 위로 붉은색이 번졌다. 고개를 숙인 민하윤은 하도진과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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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민하윤은 고은율의 말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민하윤은 마치 고은율의 것들을 모두 빼앗아 간 도둑놈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하도진은 고은율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민하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미리 말해두지만 여자 친구는 아니야.”그 말에 민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을은 절대 그들의 관계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한 계약서의 내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도진이 그들의 관계를 부인한다면 민하윤은 이곳에서 떠날 수 있었다.눈물을 머금고 있던 고은율은 곧바로 눈을 빛내며 하도진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목을 잡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그러니까 우리의 맹세를 어기지 않았다는 거지?”하도진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는 몸을 돌려 구석 자리에 있는 민하윤에게로 걸어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의문 가득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 속에서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내 아내야.”민하윤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하도진이 무엇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관계를 공개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민하윤이 창피해서, 민하윤이 그의 체면을 깎을까 봐 그런 계약 조항을 추가했으면서 말이다.고은율은 그 자리에서 넋을 놓은 채로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큰 충격을 받은 고은율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빠진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하도진과 고은율은 친분이 두터웠기에 헤어진 뒤에도 여전히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은율이 걱정된 하도진의 친구들은 그녀를 쫓아갔다.민하윤은 힘주어 하도진의 손을 뿌리친 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타자 대신 고집스레 수화를 했다.[저를 방패막이로 쓰는 게 재밌으신가 봐요. 하 대표님.]하도진은 차가운 얼굴로 민하윤을 바라보았다. 민하윤은 또 뭐가 불만인 걸까?하도진이 명령했다.“글로 적어.”민하윤은 그의 말에 따르지 않고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하도진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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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민하윤이 아파하는 줄 알고 침을 꿀꺽 삼키며 멈췄다. 이상한 기분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민하윤은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있었기에 생리가 시작됐어도 티가 나지 않았다.너무 익숙한 통증이었다.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는 열네 살 때 여름이었다. 그때 민하윤은 생리통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워했고 양어머니는 안타까운 얼굴로 민하윤을 달래주었다. 그 뒤로 생리할 때마다 양어머니는 세심하게 미리 따뜻한 우유와 약을 준비해 주었다.그러나 임신을 한 사람이 어떻게 생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민하윤은 너무 아파서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아랫배가 심하게 아파서 구역질이 났다.“왜 그래?”하도진은 민하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바로 눈치채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민하윤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니 연기 같지 않았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안색은 창백했다. 민하윤은 바닥에 천천히 쭈그려 앉은 뒤 무릎을 끌어안고 그대로 몸을 웅크렸다.별로 힘을 주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나 아파하는 걸까?당황한 하도진은 민하윤의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래? 민하윤, 사람 놀라게 하지 마.”민하윤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하도진의 손등 위로 눈물이 뚝 떨어졌다.하도진의 비서는 빠르게 병원으로 향하는 차를 준비했고 하도진은 다짜고짜 민하윤을 안아 들었다. 그는 품속의 민하윤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자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민하윤은 응급실로 실려 갔고 잠시 뒤 의사가 걸어 나오며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생리통은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환자분은 생리통이 심각한 편이고 양도 많은 편이라서 그런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생리통?’하도진은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궁금한 바를 물었다.“유산이 아니라 생리통이 확실한가요?”하도진의 안색이 너무 어두운 탓에 의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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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달리 방법이 없었던 민하윤은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하도진을 찾아갔고 그 뒤에 일련의 일들이 일어났다.그들은 혼인 신고를 하고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갑자기 생리가 시작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그것은 마치 폭탄처럼 민하윤의 잔잔했던 일상을 파괴했다.민하윤은 이불 속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아랫배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차가운 약물은 민하윤의 혈관에 주입되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뒤집히는 것 같고 머리는 어지러웠으며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민하윤, 너 참 대단하다.”하도진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짜증이 났다. 그는 겉보기에 소심하고 겁 많은 민하윤이 이렇게 교활할 줄은 몰랐다.“왜? 너희 부모님이 소개해 준 결혼 상대가 마음에 안 들었어? 그래서 나한테 들러붙으려고 한 거야? 아이만 없었더라도 너는 절대 나랑 결혼하지 못했어.”임신한 척해서 그와 결혼을 하다니, 참으로 수완이 대단했다.명원의 상류층에서는 많은 소문들이 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낸 하도진은 민씨 가문의 두 딸에 대한 소문을 알지 못했다. 엄청난 지위와 재력을 소유한 하씨 가문에 있어 민씨 가문은 거들떠볼 가치도 없는 평범한 가문이었기 때문이다.민하윤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무기력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 통탄스러웠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수화로 열심히 해명하는 것뿐이었다.[전 몰랐어요. 저도 제가 왜 속이 안 좋았는지, 생리가 왜 지연됐는지 몰라요. 저는 제가 정말 임신한 줄 알았어요!][임신 테스트키에 빨간 줄이 두 개 떴었잖아요. 하 대표님도 보셨잖아요!][아이를 이용해서 신분 상승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거예요. 방법이 있었더라면 전 절대 대표님을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하도진의 분노가 이 순간 폭발했다.“내가 수화하지 말라고 했지! 난 너처럼 악랄한 여자가 또 무슨 핑계를 댈지 알고 싶지 않아!”하도진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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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민하윤은 누구보다도 아이의 탄생을 기대했다. 조심스럽게 핑크색 양말을 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민하윤은 밤새 잠들지 못했고 날이 밝을 때쯤 임형섭에게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무슨 일 있었어? 에스티에서 갑자기 협력 안 하겠다고 하네.]민하윤은 붉게 부은 눈으로 답장을 보냈다.[제가 다 망쳤어요. 죄송해요, 선배.]문자를 보낸 순간 간병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민하윤은 순간 바짝 긴장했다. 민하윤은 말을 못 했기에 간병인은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문자를 보냈다.‘설마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민하윤은 당황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클릭했지만 세 번의 시도 모두 실패했다.민하윤은 네 번째야 비로소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간병인의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하윤 씨, 병원에서 얼른 퇴원 절차를 밟으라고 하네요. 하윤 씨 아버지 이번 주에 상처가 감염돼서 고열을 앓았는데 지금 퇴원하면 안 돼요.”‘상처가 감염됐다고? 상태가 심각해진 거야?’당시 교통사고는 아주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가해자는 트럭 운전기사였는데 최대 적재량의 두 배가 되는 화물을 싣고 졸음운전을 하다가 민하윤의 양부모님이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그날 민하윤의 양부모님은 옷장 안에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고, 은색 차를 타고 민하윤이 대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러 갔다.민하윤의 양어머니 강수경은 즉사했고 운전석에 있던 민하윤의 양아버지는 중상을 입었다. 왼쪽 하지는 절단했고 뇌신경은 심각하게 손상되어 의사가 평생 식물인간 상태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특히 매년 겨울마다 찬 기운 때문에 절단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데 각종 합병증이 쉽게 유발되어 그런 상황에서는 퇴원할 수가 없었다.하도진이 태유 은행과의 협력을 취소한 것은 예상한 일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정이 없으니 말이다. 민하윤은 명원에서 힘도 없고 인맥도 없으며 양아버지를 괜찮은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받게 할 돈도 없었다.양아버지의 병세는 언제든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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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민하윤은 하나하나 되갚아줄 생각이었다.민하윤은 서정아를 달랜 뒤 전화를 끊고 귀여운 핑크색 양말을 챙겼다.그러고는 민희수의 전화번호 차단을 해제한 뒤 그녀에게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약속 장소는 태유 은행 근처의 한 카페였다. 사실 민하윤은 강인한 성격이라 쉽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양녀를 편애하는 친부모님, 친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늘 제멋대로 구는 동생, 변한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민하윤은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하나하나 전부 되찾아올 것이다.민희수는 20분 정도 지각해 놓고 여전히 예전처럼 거만하고 제멋대로였다. 오랜만에 보는 것인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참 희한한 일이네. 언니가 먼저 보자고 하다니. 왜? 혼자는 못 버티겠으니까 부모님한테 얘기 좀 잘해달라고 나한테 부탁하려고?”민희수는 민하윤이 완전히 고립된 채로 궁지에 몰려서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건 줄 알고 일부러 목청을 높이며 거만하게 말했다.[네가 임신 테스트기에 손을 쓴 거지? 왜 그런 거야?]민희수는 수화를 조금 알았기에 몇 가지 단어를 보고 민하윤이 하려는 말을 짐작했다.민희수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통쾌해하면서 웃었다.“맞아. 내가 그런 거야. 그래야 아빠, 엄마가 언니를 빨리 시집보내려고 할 테니까.”민하윤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민희수의 뺨을 때리려고 했으나 민희수가 그녀의 손목을 틀어쥐어서 때릴 수가 없었다.“안 대표님은 돈이 많아. 탄광 두 군데를 소유하고 있거든. 나이가 좀 많긴 한데 뭐 어때? 나이가 많으면 사람을 아낄 줄 아니까 좋은 거지. 나는 언니한테 충분히 잘해줬어. 나랑 서우 오빠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해. 그런데 언니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민희수는 더 이상 가식을 떨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면 늘 거만하고 제멋대로였다. 그녀는 자주 친구들과 함께 술집과 클럽을 드나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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